#가을 전어 무우로 오이소 # '명지' 시장
색다른 먹거리 맛 가득 '활전어회 고향' 명성 알리는
매년 가을엔 축제도 열려
가을이 왔다.
철마다 좋은 곳이 많은 필자에게 가을 한 철,낙동강 건너 명지 포구는 풍요의 상징이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면,명지 앞바다에 전어가 떼를 이루고,망둥어와 숭어가 펄쩍펄쩍 뛰며,
명지 특산 갈미조개가 살이 올라 맛있어 진다.
참으로 좋은 시절이다.
명지의 모든 수산물이 집산,판매되는 명지시장.
가을이 되면 이 곳은 가을전어와 망둥어회를 맛보기 위해 파시를 이룬다.
인근 도시 뿐만 아니라 멀리 대구,경북에서 오는 골수 단골도 많다.
특히 짙고 깊은 맛을 내는 명지 낙동강 햇김(초벌물김)이 출하 될 즈음이면,
이 곳만의 환상적인 회 맛을 구경 할 수 있다.
명지시장은 1년에 딱 한철, 회를 맛나게 먹는 방법이 있다.
적당히 물기를 짜낸 물김을 손바닥에 둥그렇게 펼쳐서,전어나 망둥어회를 얹고,땡초와 마늘 참기름을 듬뿍 넣은 콩된장에,김해 쌀로 지은 밥을 조금 떼어,볼이 터져라 한입 가득 싸먹는 방법이다.
부산이지만 부산에서는 먹지 못하는 독특하고 색다른 회먹거리 문화를 맛 볼 수가 있는 곳이다.
명지시장은 전문 회시장이다.
120여 점포 중에 100여 곳이 횟집이다.
낙동강과 바다가 합류하는 지역이라 철마다 맛있는 생선이 지천으로 넘쳐났던
명지포구에 자연스레 생겨난 시장이다.
특히 전어가 날 철이면 사고파는 이들의 입씨름으로 '가을전어 전쟁'도 불사하는 곳이 이 곳 명지시장이다.
명지시장은 활전어회의 고향이다.
30년 전 가덕도와 명지 앞바다 일대에서 잡히는 명지 전어를,전국 최초로 살아 있는 전어회로 선보인 곳이다.
더구나 이 곳 전어는 예로부터 육질이 여물고 뼈가 연해 전국 최고의 회 맛을 자랑하기도 한다.
때문에 '명지시장하면 전어회'가 공식화 되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가을 '전어축제'를 열고 있기도 하다.
명지시장 인근의 강남횟집을 찾았다.
최근 전어회가 맛있어 자주 찾는 집이다.
특히 이 곳에는 '명지전어회'를 고스란히 맛 볼 수가 있어 좋다.
명지에는 전어회의 고향답게 전어회를 장만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우선 뼈째 잘게 써는 전어뼈회와 포를 떠서 국수처럼 길게 써는 전어포회,
전어를 통째로 4~5토막 큼지막하게 썰어내는 전어넙데기뼈회와 전어넙데기포회가 그 것이다.
넙데기회는 회 맛을 잘 아는 전어회꾼들이,씹는 맛을 한 층 더하기 위해 장만해 먹는 방법이다.
마침 명지시장 단골인 지인과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전어회를 앞에 두고 스스럼없이 소주 한 잔을 기울인다.
전어구이를 좋아하는 지인 덕분에 '참깨가 서말'인 살아있는 전어구이를 맛보는 호사도 누린다.
제대로 구워서인지 대가리까지 고소하다.
우선 소주 한 잔에 넙데기뼈회를 한 입 먹는다.
탄실탄실 탄력 있는 육질과 연한 뼈가 절묘하게 혀에 착착 감긴다.
마늘과 땡초를 듬뿍 넣은 콩된장 양념 때문에 온 입 가득 구수한 맛이 넘쳐난다.
넙데기회는 한 점만으로도 한 입 가득이라 씹는 맛이 일품이다.
넙데기포회도 씹을 때마다 육즙이 풍부하게 나와,전어회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큰 즐거움을 제공한다.
전어뼈회와 포회도 같이 섞어 상추,깻잎에 싸서 먹는다.
살강살강 씹히는 맛이 이 또한 즐겁다.
금세 한 접시가 모자라 또 한 접시 더 시킨다.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올 만도 하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깊어가는 가을처럼 전어도 맛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겨울이 오기 전 '맛있는 보약 한 첩' 먹는 셈치고,가을 나들이의 여유도 한 번쯤 누려보자.
최원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