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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지난 11월 24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58차 EDI 정책토론회 : 경계선 지능인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개최한 모습 ©에이블뉴스 DB
요즘 경계성 지능인 관련한 지원대책에 대해 여러 군데서 관심이 많다. 필자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1주 전 개최했던 경계성 지능인(느린 학습자) 관련 EDI 정책토론회에 가려 했지만, 일정을 깜빡해 가지 못했다. 대신, 뉴스나 토론회 자료집, 음성파일을 통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대략 알 수 있었다.
먼저 발제를 맡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이미지 연구위원은 경계선 지능인의 정의와 대한민국에서의 이들의 인구 등을 설명한 후, 이들이 인지영역에서 추론영역을 어려워하고, 사회·정서적 면에서 부정적 경험을 한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취업 과정에서 성인기 이후 진로·취업 정보 부족과 동료와의 갈등으로 인한 직장생활 유지 어려움이 있고, 심리적 위축 등으로 정신과 진료와 약물복용 부작용 등을 경험한다고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이어 경계선 지능인 고용서비스 탐색한 결과로 진로 탐색이 1순위라, 이들의 진로탐색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라고 연구위원은 꼬집었다. 경계성 지능인 개인마다 사회적응 능력과 직업적 역량 모두 달라 개별적 특성 관점에서 서비스 적격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과 이를 통한 고용서비스 적격성 평가 통한 서비스 대상자 유입이 필요하다고도 그는 언급했다.
아울러 아동기와 청소년기, 성인기 등에서 진로탐색, 직업훈련, 고용유지 등 생애주기별 논스톱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에 대해 교육부, 고용부, 복지부 등의 부처 협업이 필요함을 그는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론 청년 일자리 도약장려금, 고용촉진 장려금, 장애인 고용장려금 등 경계성 지능인의 일반고용시장(Open Labor Market)진입과 관련된 고용주 유인책 마련도 주문했다.
발제 종료 후 토론에선, 먼저 중앙사회서비스원 최신광 부원장이 발제자 발표에 대해 정책적 측면에서 실행 가능성에 초점 두는 의견을 냈다. 경계성 지능인 대상자 전체를 먼저 확인하고, 연령별, 소득수준별 등 수준별 인구집단 분포의 고민은 물론, 외국사례와 사회 인프라 등 정책환경의 종합적 고려로 대상 집단, 정책대안의 선택·집중 등 우선순위의 고려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또한, 경계성 지능인의 경우 낙인 때문에 노출을 꺼리는 게 있어 고용서비스 시 수용성 측면이 고려되어야 하고, 이와 관련해 인식개선과 홍보가 중요함을 피력했다. 경계선 지능인으로까지의 의무고용 확대, 부담금 개선, 사회활동 시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정책적 방안 고민 등 제도개선에 있어서 짚어야 할 점 등도 같이 언급했다.
다음으로 한국자활복지개발원 자활정책지원실 안미현 실장은 교육과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선 재취업 가능성이 적고, 실업 상태에 빠지니 자활에 많이 배치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활에 많이 참여할 가능성 높은 경계성 지능인이 어떤 서비스와 프로그램이 있으면 (기초생활제도 급여) 수급 장기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질문을 했다.
지난 11월 24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58차 EDI 정책토론회 : 경계선 지능인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토론자로 참여한 영산대학교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김경열 교수. ©에이블뉴스 DB
이어 영신대학교대학원 김경열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계선 지능인의 논문·내용에서 지적능력으로 인해 일상생활, 사회생활 등이 힘들다는 전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지적능력과 적응행동을 함께 명시하는 미국 진단표를 예로 든 후, 서울시 경계성 지능인 평생교육 조례에서의 지적능력 문제로 인해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전제에 대해 논의가 필요함을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지적능력 문제 시 경계선 지능인 용어에 문제없지만, 적응행동에 문제가 있다면 용어 사용이 고민된다며, 전수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 틀이 있어야 이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피력했다. 고용서비스 지원은 발달장애인 취업지원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며, 미국 지적장애 및 발달장애협회에서 두 부분과 세 부분으로 각각 구분하는 지적능력과 적응행동을 통해 최소 6개 영역에서 이들에 대한 개별화 지원이 필요함도 함께 역설했다.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지원센터 권소현 자립지원팀장이 뒤이어 토론에 나섰는데, 권 팀장은 바리스타, 데이터 라벨링 과정 등의 경계선지능 청·장년 직업역량 개발 프로그램 운영현황에서 동기부여와 자신감 향상, 스트레스에 취약한 점이 보완됐다는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사례들을 언급하며, 경계선 지능인의 다양한 개별적 특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진로탐색, 직업훈련, 고용 흐름이 같이 연계되어 있지만, 정책과 제도의 부재로 반복적·단편적 교육에 머무는 평생교육지원센터의 한계를 걱정하며, 경계성 지능인의 생애주기별 진로·직업 준비단계에 맞춰 진로탐색,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아울러 이들이 일반고용시장에 진입하도록 기업과 고용주를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함도 함께 주문했다.
오산남부종합사회복지관 복지과 이별아 과장은 경기도 경계성 지능인 평생교육 시범사업에서 경계선 지능인 사회적 기술 향상 및 또래관계 긍정적 변화 등의 성과를 언급하며, 이와 관련된 사례도 소개했다.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능센터가 오산에도 생길 때까지 보호자들과 함께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다짐도 같이 전하며 말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일보의 사회부 백재연 기자는 경계선 지능에 대해 부모가 잘 몰라 인지적 치료,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부정적 피드백만 받고 또래 관계에서의 소외 등으로 인해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현실을 소개했다. 이어 느린 학습자에게 적절한 지원을 한다면,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현실을 타개할 일환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들의 고용 지원과 관련해 이들 자신이 느린 학습자임을 인정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이들에게 정서적 지원이 필요함을 함께 주문했다.
토론회 내용을 듣고 소식을 접하며, 일단은 경계선 지능인 관련 고용지원을 위한 첫 단추를 내딛게 된 점에 있어선 나름 고무적이라고 본다. 경계선 지능인과 관련된 정서지원과 생애주기별 논스톱 고용서비스 제공과 이를 위한 각 부처 간의 칸막이 없는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 등의 대안은 나름 이들이 일을 잘하기 위한 능력 향상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 본다.
지속가능발전목표(좌측), 지속가능발전 목표 중 목표8인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관련 그림(우측). ⓒWikimedia Commons
그런데 전체 발표내용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경계성 지능인의 능력 향상에 대한 비중이 상당히 많은 것이다. 물론 이들의 능력 향상도 지속 가능한 근로와 고용을 위해 필요한 요소다. 그런데 학교 현장과 직장이 과연 경계성 지능인을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거다.
이와 관련해 경계선 지능인들의 고용실태 및 어려움에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이들은 높은 취업장벽, 버티기 힘든 직장생활, 바리스타 등으로 제한된 취업직군 등으로 대답했다고 발제자가 발표한 부분에 눈길이 간다. 직장생활이 왜 이리 버티기 힘들까? 취업장벽이 왜 이리 높을까?
눈치가 심한 대한민국의 직장문화는 자폐성·정신 장애인, 심지어 경계성 지능인에게는 직장생활을 버티기 힘든 요소 중 하나이다. 자신의 장애 특성 등으로 인해 직장에선 민폐가 된다는 이유로, 또는 올바른 이야기를 했지만 그게 상사의 심기를 건드렸단 이유 등으로 이들은 직장 내에서 괴롭힘에 노출되며 직장에서 배제되기 쉽다.
그래서 직장 내의 생존전략으로 이들은 장애 특성을 숨기는 등의 마스킹을 하고 이게 직장에선 능력이 좋고 사회성이 좋은 것으로 통하지만, 이로 인해 이들의 정신건강 악화 등의 부작용이 생김은 이미 수없이 얘기했다. 직장에 적응하려고 사회성 훈련한다고 하지만 사회성이란 개념이 비장애 중심의 개념이라, 오히려 이들이 비장애인을 따라가려다 자신의 정체성과 다양성만 말살되고 정신적 고문을 겪게 된다.
더군다나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등에 일 중심으로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게 하기보단 자신이 맡게 될 직무와 관련 없는 장애인의 사생활에 대한 질문 등 일과 상관없는 질문을 하며 장애인 등을 차별하는 면접 질문이나 자기소개서는 취업장벽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장애인 고용 시 편의시설 설치비용, 안전문제 등 고용비용이 발생한다고 보면서 권리보단 비용의 문제로 고용을 바라보는 기업의 인식도 여전한 건 높은 취업장벽 중 하나의 요인이다.
바리스타 등으로 제한된 직업군과 관련해선 직업에 대한 자신감 및 직업능력 향상, 사람들과의 관계 증진은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서로의 다양성 이해 및 평등 증진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가능성을 높여주는 실질적인 통합교육 및 통합직업교육이 경계선 지능인과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등 장애인에게 실시되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에겐 또한 학교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어 부정적인 경험이 상당히 많은 게 현실이다. 물론 발제자가 학교폭력을 잠깐 언급하기도 했지만,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입시 위주로 학생들의 욕구를 억압하는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학교 환경으로 인해 폭력이 발생해 특히 경계선 지능인, 자폐성 장애인, 정신장애인 등에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결국 학교폭력은 이들이 통합교육을 기피하게 되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가 된다.
학교에서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그림(기사 내용과 무관) ⓒPixabay
그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생활에서의 수업 등에서 경계선 지능인과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등에게 합리적 변경 미제공 등 이들에게 대학교와 대학원 등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히 낮은 것, 고졸 후 전공과를 가는 경우엔 바리스타 등의 단순노무직만 배우는 현실이 여전하다. 이런 것들로 인해 이들의 일자리 질은 낮아질 수밖에.
실제로 토론회에서 한 토론자가 발표한 경계선 지능인 직업역량개발 프로그램을 봤더니 바리스타, 디자인 아트, 데이터 라벨링 등 약간은 질 낮은 일자리와 관련된 것들이 진행됐었다. 그리고 경기도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시범사업에서도 역시 바리스타 등 질 낮은 일자리와 관련된 교육이 진행됐음을 알 수 있어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물론 바리스타 등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며, 그거를 하고 싶다면 해도 괜찮다. 하지만, 경계선 지능인,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등이 단순노무직은 싫고 교수나 비행조종사 등 난이도 높은 직업에 종사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렇게 되도록 이들 욕구에 맞게 합리적 변경을 제공하는 게 어디가 덧나나?
직장이나 직장 밖이나 인식개선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고 오히려 악화되고 혐오만 늘어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장애인에겐 익숙하다. 대면교육 비율이 낮은 등 형식적 교육에 장애인의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왜곡하는 내용이니 인권에 기반한 장애 인식 제고가 제대로 되겠는가?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나올 수 있다. 학교, 직장 등지에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맞고 인권에 기반한 장애인식교육을 통한 인식제고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실질적인 통합교육 및 통합직업교육 실시 및 경계성 지능인, 지적장애인 등 장애인의 고등교육 접근성 증진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고 장애 등 다양성에 기반한 문화를 직장에서 증진시키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는가? 장애인 채용절차에 있어 장애인 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인가? 등등...
이런 질문들에 대해 논의하는 등 경계성 지능인,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등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 증진을 위한 사회적 환경 마련에 대해 깊게 논의하며 대안, 대책을 제시·마련하는 게 많아져야 한다. 이들의 사회성 향상 등 능력 향상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사회적 환경 마련에 대한 것도 함께 깊숙이 논의해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을 위한 논의가 되도록 해 그런 고용이 현실이 되게끔 노력해야 된다는 말이다.
1주 전 진행되었던 토론회에서 그나마 장애인 고용을 위한 기업, 고용주 유인책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그거 말고는 경계선 지능인의 능력 향상에 주로 중점을 맞추는 토론이 주류를 이루었고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을 위한 사회적 환경 마련에 대해선 거의 논의가 없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식의 논의들은 예전에도 계속됐었다.
한 토론자가 발표했던 경기도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시범사업 관련 세부사업 시간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을 위한 사회적 환경 마련까지 깊숙한 논의가 되지 않고 능력 향상에만 중점을 둬 논의된다면 이들에겐 결국 낮은 근속 년 수에 질 낮은 일자리, 기껏해야 최저임금이 임금 최대치인 등의 예전의 현실만이 계속 반복될 뿐이다. 대기업 등에 입사해 근속 년 수가 장기간인 장애인들의 소식이 일상이 아닌 빅뉴스가 되는 현실 또한 여전할 것이다.
물론 경계선 장애인 고용에 대한 논의를 처음 시작한 거이니,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을 위한 사회적 환경 마련까지 깊이 논의할 여유는 없었을 거다.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익숙한 우리 사회니,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환경 마련 관련 논의를 하는 걸 더더군다나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이해가 되기도 한다. 어디 첫술에 배부르랴?
그럼에도 이런 식의 논의들이 계속된다면 이들에겐 질 낮은 일자리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 등으로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게 애당초 어렵고 극단적으로는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박탈당하게 되는 시설수용이 앞으로도 계속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거란 거에 대해 우려된다. 정신적 장애인의 고용 현실과 다를 바가 없게 될 거다.
더군다나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기반해 지속 가능한 졍계선 지능인,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등 장애인의 고용을 위한 사회적 환경 마련에 대한 이야기를 보건복지부에서 피하려는 느낌이 든다는 얘기까지 들리니 마음이 착잡하다. 지속 가능한 고용을 통한 경계선 지능인, 지적장애인 등 장애인의 자아실현 통로를 차단한다는 뜻으로 들리고 어이없다.
앞으로도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고용지원 논의는 계속된다고 한다. 기왕 논의를 시작했으니, 앞으로는 이들의 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이들 관련 고용지원에 관한 사회환경 마련까지 질문을 던지며 깊숙이 논의해, 보다 더 발전된 논의로 이어졌으면 한다. 물론 정신적 장애인 등 장애인의 고용 관련 논의도 이런 식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라며 말이다. 그러기 위해 당사자와 시민단체의 노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에서도 일말의 태도 변화라도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지 않고서 장애인에게 일을 안 하느니, 자존감이 낮으니 뭐니 하는 건 경계선 지능인, 지적장애인 등의 장애인에겐 고문이자 상당한 위선으로 느껴질 뿐이라고 감히 말하련다. 이들도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픈 똑같은 사람이란 말이다. 당사자의 능력 향상에만 중점 둔 논의는 지속 가능한 고용에 걸림돌임을 다시금 밝혀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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