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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9. 11. 추석을 앞두고~
지난날 종길형과 산이와의 관계를 재조명하며
사고는 조심해야 한다는 걸 새삼 각인하려고 지나간 글을 살펴보려 함.
시간이 되시는 분들만 차분히 읽어볼 것을 조용히 주문함.
2016. 3. 27(일)
향로봉, 노적봉의 아름다움을 좇아 ~
[산행코스]
경포대 녹차밭 - 향로봉으로 향하는 이름없는 이쁜 봉우리 여러개 - 향로봉앞- 구정봉-
마애여래좌상 - 정상궤도 - 노적봉 돛대바위- 사고 sos!! - 상견성암 우회(치료와 점심) -
도갑사로 하산(약 8km)
(노적봉 정상을 바로 눈 앞에 놔두고 돛대바위 에서 눈물을 머금고 되돌려 내려감.)
전날인 토요일
등고선에서 진행한 함양 "서룡산-삼봉산 종주" (대략 17km)가 너무도 길었었다.
느낌에는 17이라는 숫자가 별로 커 보이지 않지만, 실제 걸어보면 꽤 먼 거리다.
산행후 하산주도 입에 안대고 대구로 날라와서 서두른다.
생각보다 일찍은 도착했는데 시간이 모자르다. 왜냐,
월출산 비경산행 출발이 바로 오늘 저녁 12시30분이기 때문이다. 허걱!
이렇게 일찍 일요산행 가는 것, 또한 처음인 것 같다. 완전한 외박?~ㅋㅋ
그런데, 왜 그리 급박한 산행에 꼬리를 달았을까나?
실제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팔찌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즉, 고마운 종길이 형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였고,
또다른 하나는~!
나 자신이 미치도록 바위산행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지만..
내가 얼마나 릿지코스를 좋아하는지 아는가 (바위만 보면... 미친게이가 되뿐다.)
각설하고, 월출산을 가지 않겠다는 누구와의 금기를 슬며시 깨고 간다.
(실제! 월출산을 안간다 했지, 이번에 가는 코스는 향로봉, 노적봉 코스로 월출산과 전혀 관계가 없다!)
힘든 산행 후~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준비를 서두른다.
며칠 전 선물할 책은 준비해 뒀고, 오늘은 종길이형 바지를 준비해야 한다.
왜 하필 이렇게 피곤하고 시간이 촉박한 날에 준비를 하느냐고?
그 이유는 .... 타이밍 때문이다.
오늘 형한테 직접 팔찌를 전달 받을 것이기에,
받으면서 바로 형한테 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이럴때 동시에 해야지, 이걸 며칠뒤 미뤄서 나중에 주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느냐 이말이다.
결국 선물을 줄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 오늘이란 결론이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미친듯이 바쁜 것이다. ㅋㅋㅋ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구 오니 지랄맞게 비가 마구 쏟아진다. 이런 떠그럴~!
혼자서 준비하기엔 너무 시간이 모자란다.
나 혼자 힘으론 택도 없다....
아, 어쩌지?
어쩔수 없지... 결국 sos를 친다.
오늘 산에 같이 갈 친한 동생 산이(승일)가 제격이다. 든든한 녀석!
그에게 전화해 슬며시 여차여차 부탁하니 아무런 조건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날라와준다. 캬아~ 남자는 이래야 한다!!(멋진 놈) ㅋㅋ
비를 맞으며 혼자 기다리려 했는데.... 비가 너무 거세다.
결국 친구 반야봉이 차에 앉아 몇 분간 신세를 좀 지려고 했다.
산이 올때까지만....
근데, 오늘 산행을 '반야봉' 본인이 리드한 산대장인데, 본인이 늦으면 되겠는가!
내가 산이 기다린다고 자기차에 버티고 있으면 어떻게 가겠나~
이런 센스 없으면 나가죽어야 한다.
생각해봐~ 다른 모든 이들은 도착주 장소에 가서 술 한잔 할 시간에
못난 친구 때문에 산대장이 제일 늦게 가게 된다면.... 절대! 그건 안될 말이지.
미안치만 산이를 더 쪼른다. 더 빨리 오라고!
그런데 산이는 침착하다.
차가 엄청 막히니 도착주 하는 장소에 들어가 있으라고 친절히 답해준다.
어라~ 이놈이 의리만 있는게 아니고 똑똑키도 하는구나~ ㅋㅋ
얼른 반야봉이랑 우산같이 나눠쓰고, 장기동 앞 도착주 장소로 걸어간다.
친구는 참 좋고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으로 애써 미안함을 지우면서.~
한편으로는 머릿 속이 터질듯 복잡하다.
산이 오면, 퍼뜩 등산복 매장 가서 바지 고르고(이쁜거 잘 골라야 한다)
바로~ 우리집으로 가서 땀에 젖은 몸 씻고, 옷 갈아입고, 나와야 하거든!
혹시 나 때문에 시간을 다 날려버린 산이는 저녁을 먹이든 술을 먹이든
내가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한다!
느려빠진 머리가 요때는 나름 그래도 엉기적엉기적 잘 돌아간다. ㅋㅋ
등고선 도착주 식당에 앉아 맥주 한잔 얻어 마시고, 안주삼아
구워지지도 않은 덜 익은 막창 한 점을 애써 주워 먹으려하는 찰나, 그때!
산이 전화가 울린다. 도착한 것이다. 에이~ 덴장...ㅋㅋ
등고선 일행에게 먼저 간다는 인사 드리고 나간다.
모두가 한결같이 이렇게 비 오는데 무슨 산이냐며 가지말라고 진심으로 내게 충고한다.
소중한 내 식구들~ 아 가슴 벅차...(왜이리 생각해주는 사람이 많은겨~~ ㅋ 좋구로)
이놈이 가게 앞까지 차를 대놨다. 형 비맞지 말라고... 고마운 녀석
차에 타자마자 계대 앞 "대한산장"을 가는게 제일 좋지 않은가에 대한
'산이'의 의견이 나왔고, 나는 당연히 흔쾌히 동의했다,
약속이라도 했듯 차는 느릿느릿(산이 운전스타일) 계대네거리로 향한다.
이러언~~ 제길~!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대한산장 문이 닫겨 있다.
시간을 보니 8시10분밖에 안되었다.
시커멓게 꺼진 간판 밑으로 나의 안타까움이 퇴색한 빗방울과 함께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돌겠다! 보면 매번 이런 식이었지~ 덴장.
주어진 비련한 삶의 운명에 대고 냅다 고함을 쳐대고, 별의별 발악을 다해보지만 별 수가 없다.
시간이 급한데~
나는 최고급 아크테릭스나 몬츄라를 해드리고 팠는데 ... 어쩔 수 없네.
이젠 어떡해야 하나??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떠올라 급하게 전화를 때린다.
"정보의 상자" 현과롱이 있지 않던가!
정보전문가 답게 퀸스로드에 '제일상사'라고 수입제품만 취급 하는데가 생겼다고 한다.
오예~!
부리나케 달려간다.
산이의 느긋한 안전운행도....이번만큼은 봐줄수 없다.
마구 옆에서 짜증 내면서
"마~ ! 늦는데 안전운행, 방어운전이 뭐 필요있어 밟어~!! " ㅋㅋ...우습다.
그렇게 도착해 최고급 스타일의 아크테릭스 바지를 골라 일단의 선물준비는 모두 끝낸다!
우리집까지 모셔다 주는 산이의 배려 속에 뜨거운 고마움이 흘러내린다.
퍼뜩 샤워 간단히 하고 옷 갈아입고 그렇게 나온다.
아 지금부터가 진짜 신나는 순간.
내게 주는 선물이랄까?
밤이 주는 묘한 기분, 산행한다고 수년간 못느껴본 낯선 밤의 이 기운~
너무도 감미롭고 반가웠다. 오랜만에 물 만났다.
바로 사또형을 부른다.
"히야 퍼뜩 나온나~ 뭐하노, 빨리 안나오고, 한잔 빨아야지! ㅋㅋ"
내가 형을 부르니 옆에 있던 산이도 종필이를 부르고,
이렇게 다들 불러놓고 둘이서 미리 술 집을 찾는다.
아까 등고선 도착주에서 못 먹었던 아련한 막창이 떠오르며 우리도 막창집으로 향한다.
비오는 날 막창은 왜이리도 맛나는지.
둘이 기다리면서 소주 세병을 쉽게 꺾는다.
늦게 온 사또형, 종필이는 반가워 '후래 삼배주' 벌주도 없이 그냥 맞아줬다...
같이 또 부어라 마셔라 즐겁게 던져본다.
술도 안취하고 기분은 마냥 좋다. 아마 마음이 흡족해서이리라.
가슴이 저절로 부풀었다.
선물을 받고 기뻐할 종길이 형 얼굴이 떠 오르고~!ㅎㅎ
같이 한잔하고 있는 내 동료들의 밝은 얼굴에도 오르가즘이 넘쳐난다. 캬아~인생은 행복해.
사또형 너무 좋다. 동생들도 하나같이 좋지만 사또형은 친형 이상이다.
이런 좋은 사람 못 만났다면 우얄뻔했노 싶다. 진짜로
시간이 빠르다 카디, 진짜 디기 빠르네. 우째 그렇게 금방 가버리노~
10시반부터 한잔 했는거 같은데 벌써 12시. 소주가 벌써 7병!
으이쿠 벌씨로? ㅋㅋ
빠르게 계산을 후딱 끝냈다. (기분 째진다. 술값 먼저 낼 때의 이 흐뭇하고 짜릿함이란 ㅋㅋ)
다들 얼굴이 발그레해진체 오늘의 출발지로 향한다.
엇! 잘생긴 '친구'형과 종길형이 미리 술집 앞에 와있다. 와우 반가워라~!!
종길이형을 만나 포옹했다.
진짜 진심으로 반가웠다. 날 위해 고흥 거금도까지 가서
산에서 잃어버린 내 팔찌를 찾아준 장본인. 이게 상상이라도 가능하겠나?
그 넓은 산에서 이잡듯이 뒤져~ 결국 찾아왔다는거 아냐. 말이 되냐?
이런걸 기적이라 한다.
헤어진지 3주만에 정다운 팔찌도 상봉했고, (얘도 나를 얼마나 찾았을까나~)
모든게 좋은 일들 뿐이라 무척 감격스러웠다.
마음의 선물을 받은 종길이형도 환하게 기뻐해줬다.
훈훈한 가슴, 흐뭇함으로 마냥 터질듯 기쁘다. 야호~~~
'광대고속도'는 우리를 단 두시간만에 대구에서 영암으로 날라주었다. 우웃!
그렇게 빠를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쩝,
뒤에서 잠 좀 자보려고 했더니, 금새 전라도다. -_-';;
깜깜한 밤.
[2편] 향로봉 가는 길을 누리다.
잠깐 자불었나보다.
누군가 마구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종길이 형이 다들 일어나라고 깨운다. 산행을 해야 한단다~
근데..... 너무 춥다. 미치겠다.
지금 느낌으로는 그냥 따뜻한데 들어가서 자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그럴수야 없지 않은가!
꾸욱 참고 다들 일어난다. 산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절대 탈 수가 없다.
그 댓가로~ 저멀리 일출이 뻘겋게 피어난다.
아 ~ 진짜 아름답다....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후기 설레바리가 너무 길었다. 쏴리~! (꿉벅)
글 쓰는 놈 손이 아프겠는가, 읽으시는 여러분 눈이 아프시겠는가~! ㅋㅋ
아침이라 몸이 굳은 것도 있고, 어제 긴 산행에 지친 몸 상태도 그렇고
머리카락 잘린 삼손처럼 전혀 힘을 쓸 수가 없다.
멍하니 따라는 가는데, 산에 올라가는게 너무 힘들다.
아무리 애써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그저 고통만을 느낀다.
뒤에 쳐져 거친 숨소리만 밤공기를 가르고 있을 뿐.
현실은 냉혹하다.
엉뚱한 생각이 솟아난다. 인간 몸하고 차하고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시동소리만 크고 연기만 뿜어대며 빨리 못 나가는 오래된 똥차처럼
나 또한 '헉헉...' 호흡소리만 크게 질러댈 뿐. 뒤에서 안움직이는 몸을 부여잡고 발악을 해대고 있다
낭패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산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인가, 불가능하잖어!
스스로 혀를 깨물고, 입술도 깨물고, 허벅지도 때려보며 애를 써 봐도
내 몸은 굳어서 뻐득뻐득한게 내 관할을 벗어나 지멋대로다.
나름 비상한 머리한번 써본다.
"똥 좀 누고 갑시다!"
아~ 좋은 아이디어. 아침이라 다들 변을 봐야하는거 아닌가!
어떤 누구는 산에 일부러 가서 변을 본다고도 하던데~ ㅋㅋ
이게 딱 먹히네?
친구형, 사또형, 나~ 이렇게 셋이서 나란히 자리를 잡는다. ㅋㅋ
그림 그려봐봐.
바지내리고, 주변에 흩어져서 니자리 내자리 자리잡고 앉아
서로를 눈으로 다 보면서 싸대는 그림을~
키득키득 서로 웃어가며 일을 본다.
등산학교 나온 사람으로써 '완벽위장'의 힘을 보여줘야지,
완벽하게 파서 싸고 덮음으로써 자연도 보호하고, 다른 사람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완벽한 뒷처리를 한다.
다들 똑같은 마음 아니겠나, 누가누가 잘 숨기는지~
"내가 눈 자리 찾아봐라" 카면서, 셋이서 서로 숨은 거시기 찾기라도 하려 했다는거~ㅋㅋ
똥을 누고도~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다.
피곤이 극에 달했나보다.
체력방전이 다 된 상태에 잠도 못자고 술까지 마시지 않았던가
우짜노~ 가야지, 사력을 다해 기어 오른다.
그래도 의리의 사또형!
아 눈물나게 고맙네, 비탐방길이라 길 잊어먹을까봐 뒤에서 천천히 기다려준다.
이 마음을 아는가~
내가 제일 뒤에 가고, 내 앞에 사또형이 카바 하면서 자리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부끄럽다. 산 그렇게 많이 타면 뭐하는가. 체력이 이따위인데... -_-';;
거기에 길치라서
길도 썩~ 잘 찾아내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점까지도 있잖은가... (나케야 와사노..쯧쯧)
피땀을 질질 흘리며 결국~ 높은 데까지는 우쨌든 발악을 해가며 올랐다.
여기서부터는 능선을 따라 바위 위를 껑충껑충 뛰어댕기면 된다,
아~ 좋다.
바윗길이 열리니 내 숨통도 그제서야 열린다.
향로봉 가는 능선 자체가 다 바위들의 잔치이다.
아름답기 짝이 없다!
오우 뷰러플~~(이걸 보려고 이런 개고생을 해서 올라온거 아닌가`)
아까는 고통스러웠지만 지금부터는 너무 들뜨고 신나서 마구 흥분해서
고함까지 지르며 촐랑대며 날라다닌다.
조울증 환자가 따로없단 말이야....ㅋㅋ
사또형, 산이, 종길이형. 멋진 경치앞에서 모두 사진 찍어주기 바쁘다.
이렇게 멋진 바위틈, 비경 속에서 사진을 찍히다니~
이 터질것같은 충만감, 행복감을 뭐 어떻게 표현해야 하겠는가!
즐기고 즐기며 그렇게 바위들을 넘나들고 오른다.
특히나, 다 비탐방 코스 아니던가!
가지말라고 국가에서 막아둔 길은 왜 이리도 아름답냐구...!
그 비밀의 성지를 내가 이렇게 뛰어댕기고 있는 것이다.
왜 이리 신나는 거야~ 으하하하
마애여래좌상.
드디어 내 눈으로 봤다. 예전에 일디타 대장이 그렇게 강조하던 좌상이 아니던가!
500미터라 적혀져 있는데 가보면 실제 1km는 훨씬 넘을 것 같다.
그렇게 힘들게 내려가서 보니 그 가치가 올라 더더욱 좋았다.
너무 행복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이렇게 멋진 자연에 와서,
이렇게 신명나게 즐길 수 있다는 오늘이 가슴 시리도록 고맙고 행복했다.
정규등산로와 접목한다. 역시 사람들이 많다.
비탐방 타다가 정규 산행로는 못탄다는 말이 왜이리 와닿는 것일까? ㅎㅎ
비탐방의 매력은 직접 느껴야 안다.
그래도, 간단히 읊어보면 진짜 비탐방 만의 억센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거든.
폐쇄된지 오래된 길에는 지멋대로 자란 손대지 않은 자연의 잡초 가지들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이래 찔리고, 저래 찢기고, 두들겨 맞고, 긁히고...
그 아픔까지도 사랑하게 만드는 게 비탐방코스의 즐거움 아니겠나.
7시부터 타기 시작해서 11시가 되어오니까~ 이쁜 돌들이 별로 이쁘게 와닿지 아니함을 느낀다.
젖산이 많이 배출되어 피곤해지면서 힘이 빠지고 자꾸 쉬고픈데.
다들 너무 빠르게 치고가버리니까 처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쉴수가 없다.
힘이 든다.....
그렇다고 길이라도 잘 알면 혼자라도 편하게 걷겠는데
초면길에 어떻게 빠지는 길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러니까 따라가려고 자꾸 용을 쓰게 되고 ... 그럴수록 더 힘을 빼게된다.
점점 힘없이 쳐지는 부리나케. 아이디를 팔아먹어버려라~ 덴장!
아 너무 힘들어..못가겠어~
조금만 천천히 가줘도 고마울텐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저 멀리 선두는 내 시야권 밖을 벗어난지 오래고, 그나마 뒤에서
두번째 똥까지 누며 나를 배려하던 사또형 마저 저 멀리 앞으로 가버렸다.
조져놨다.
아 현기증이 올라오고 다리가 풀린다. 그저 눕고싶다.
이렇게 뒤에서 쳐져 가거나 지쳐할 때는 다같이 쉬어줘야 하는데.... ㅠㅠ
방전된 몸을 이끌며~ 궁시렁 궁시렁대며 아무렇게나 앉는다.
아까까지는 친구형이 달콤한 막걸리 시간을 틈틈이 만들어줘서 참 고마웠다.
한시간마다 쉬는 막걸리 타임이 얼마나 큰 역활을 하는지~
그런 시간이 있기에 나같이 힘든 사람들은 그런대로 버텨낼 수가 있는데..
못 움직이겠다. 덴장.
밥 먹는 장소를 찾아본다고 아까 케놓고 계속~ 끝없이 가고만 있다.
벌써 12시가 다 되었다. 30분 넘게 밥 먹는 자리를 찾는 것이다
천천히 가자고 고함을 지른다.
비탐방 구간이라도 요럴땐 소리한번 질러 줘야지~
그런데 너무 거리 차이가 나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
다만 산이가 그소리를 듣고 저쪽 위에서 제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린다. 고맙다 산아~~
바위 하나를 넘어 내리는데...
우르르륵!!
발목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발목이 슉~ 돌아가 버린다.
허걱~!!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한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그제야 올라오는 미칠듯한 고통의 감각들. 으아~~~
접질러진다는 말 보다는 으스러진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
엄청난 고통과 함께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쇼크가 찾아온다.
한순간에!
불로 벌겋게 달군 철판 냄비에 얹혀져 찌져질때 느껴지는 그런 기분 아닐까?
짧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수만가지 생각이 피어오르고 그 생각 하나하나에 고통이 다 따라 붙는다.
피가 마구 튀며 휘감겨지는 고통을 그려보라.
말하기도 섬찟한 그런 고통을..
아~~! . . .
고통을 참고 억지로 신발을 벗겨보니 주먹보다 큰 혹이 솟아올라 있다.
어이쿠! 야아~ 이거 부러졌구나
-_-';;
산이도 내가 그냥 그렇게 나자빠져 버리니까 ... 장난치는줄 알았나보다
장난치듯 와서 보더니 기절을 한다.
놀랄 수밖에!
그렇게 커다란 혹은 자기도 머리 털나고 처음 봤을 것이다.
내 발목이지만 나도 그렇게 튀어나올 줄 상상이라도 했겠나.
아마 주변에 인대, 물렁뼈들이 터져서 혈관을 찢어, 피가 새면서 그렇게 혹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으으... 아찔하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거 어떡하지?
진짜 대책이 없다.
통증은 통증대로 온 신경으로 흘러내리고, 고민은 고민대로 또 내 머리를 흔들어대고....
어쩔것이냐고!
하필이면 오른쪽 발목이 왠 말이냐, 제기럴, 덴장~! 뭐 이렇게 재수가 없느냐고!!!
가족오락관의 '말 전달하기게임'처럼 한사람 한사람 전달이 되어서
사또형은 1분 뒤에 왔고, 한참후에야 종길형이 저 앞에서 뛰어왔다.
오우 지저스~
평소에도 눈이 큰데 이번엔 눈이 왕방울만큼 더 커져 놀라 난리다.
실제 아픈건 나인데....
아프지만 너무 고맙고 든든하다. 이게 동지애 아니겠는가!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 종길이 형은
찬찬히 상처를 살피더니 아주 침착하게 압박붕대를 감아준다. 프로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3편] 노적봉 기다려라..!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 종길이 형은 찬찬히 상처를 살피더니 아주 침착하게
압박붕대를 준비, 얼음물통까지 가위로 쪼개어 얼음만을 쏙 꺼내 손수건에 휘감고
그것을 압박붕대로 내 발목에 둘러버린다.
날렵하고 대단한 기술이다.
벌써 몇번째고? 이 형한테 신세지는게~~
이게 운명이라면 운명이라 봐야한다!
그렇다. 이 사람은 아니, 이분은 내 운명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그렇게 붕대로 감으면 다친 내 "오른발"을 전혀 디딜수가 없게 된다.
다만 지금은 부러진 부분을 진정시키려고 냉찜질만 시켜줄 뿐!
다시 붕대를 풀고 걸을 수 있게 압박붕대를 조으고 무릎보호대 두개를 연결 발목에 조아준다.
한번 움직여나 보라며....
될라? 심각한 상황.
어림없다. 뼈가 부러진 상황인데 움직여지겠는가!
여기서 못 움직이면 어쩔 수가 없다.
어쨌든 이곳은 비탐방지역이기에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하는데...
큰일이다.
지금껏 바윗길만 왔으니, 이 상태로 다시 가기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다면 다른 것들을 강구해봐야한다.
지도를 펼쳐 살펴보니
다행히 지금 돛대바위 근처에 "상견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어쨌든 여기까진 가야 뭔가의 방도가 생길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낸다.
아~ 결론은 냈는데 어떻게 이동을 해 가는가!
슬며시 디뎌보니 엄청난 고통이 온다.
손도 못댈 것같이 아프다.
주변에서 이건 뼈가 나간 것이라 추측해댄다.
나 또한 뼈가 나간 것이라 확신하지만, 차마 당사자 입장에서 말은 못하고
그냥 그렇게 묵묵히 있어야했다.
여기서 이렇게 죽을바에야 무조건 가야겠지만..현재로선 답이 없다. 입을 꾸욱 다문다.
한참을 버티다~
이래선 도저히 답을 얻을수 없다는 결론을 낸다.
더 부러지더라도 어쨌든 내려가서 병원에 가야 해결하지 않겠는가~
아.... 이 처절한 상황.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 고통을 어떻게 알겠는가?
아쉽지만 이글로 대신 느껴볼 수밖에...
당신이라면 어떻게 답을 구해야겠는가~ ?
걸어나가는 방법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
다시 살며시 힘을 줘서 슬며시 디뎌본다.
헉! 으으...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 오른쪽 발목을 통해 느껴진다. 압정 수십개를 뼈속으로 박아대는 짜릿한 고통이랄까.
못 버티며 다시 주저앉지만 ... 속으로는 독하게 다짐한다.
"일어서야 우리가 산다. 우리 모두가~!"
다섯번의 시도끝에 조금씩 움직일 수는 있었고,
사또형의 든든한 어깨를 발판삼아 그나마 기듯이 내려올 수 있었다.
다행히 움직여는 진다. 그렇게 독한 마음을 먹고 시도하는데 어찌 안될 수 있겠는가~?
기듯이라도 걸어보니 그나마 참을만은 하다.
뼈가 날라간 정도는 아닐것 같다는 희망적인 예상이 살며시 고개를 들지만... 제발~
상견성암에 도착, 수행하시는 스님을 어디선가 종길이 형이 번개같이 모시고 와서 만났다.
눈이 부드러우면서도 날렵하고 깊이가 있었다.
만날 인연인가...
종길형 식구들이 불심이 깊은 집안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나랑 연결해주신 것이다.
아하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
왜 그렇게 나랑 인연이 깊은지, 어떻게 이렇게 인연이 만들어졌는지를~
스님께 도움받아 찬물에 발을 담그게 하는 등 급한 조치 취하고, 파스까지 얻어 붙이고
사또형에게 엎히다 시피해서 내려온다.
또 신세만 지는 부리나케.. 우짜꼬 ㅠㅠ
머릿속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만 가득 채워 하산한다.
체력을 키우고, 우선은 빨리 나수어야한다.
오늘을 잊지말자!
그리고 더 따뜻한 인간이 되어 나도 많은 경험을 베풀 수 있도록 더 크자... 더!
암튼~ 여기까지 첫 발목 접힘 사건을 간단 마무리한다.
이것 고친다고 약 6주동안 바보같이 침만 맞으며 힘겹게 보냈다는거 아냐.
이래 놓고도 2019년 헬기 추락사건을 또 맞이하게 되는데
우째 이리 안타까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