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별자리
김정진
우리는 별자리가 같지 너랑 나는 한 쌍의 양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같은 운세를 가졌고
빵을 먹을 때
나는 커피 너는 우유
입 속에서 빵을 적시면 지평선이 라테 빛으로 물들고
실수로 흘린 것을 냅킨으로 닦으며 좋아하는 것들과 불행한 것을 한데 섞어 평범한 하루를 기도한다
좋은 말만 해주면 거짓말 같으니까 우리는 종종 일부러 다투고 있는 것 같다 다투면서 좋은 말을 더 잘 믿게 된다
이 사람의 잠 속에서 저 사람의 불면으로 울타리를 넘어 다니며 양은 아주 먼 곳의 밤하늘을 보았고 때마침 궤도를 돌고 있던 토성이 양들의 눈으로 뛰어들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무수한 확률로 이루어진 고리가 우리 주변을 돌며 만났다 헤어지고 어긋났다 교차한다
양은 때때로 황소나 물고기의 하루를 살아볼 수 없다는 게 슬프게 느껴졌다 너랑 쌍둥이가 되어 한 손엔 활을 들고 다른 손은 팔짱을 끼고 저 하늘로 건너가고 싶은 날이다 오늘은 서울보다 파주가 더 맑다는데 우리는 왜 서울을 벗어날 수가 없을까 그것은 양의 운명일까
우리는 매일 같은 시간에 나올 것이라고 알려주는 빵처럼
모르더라도 완성되는 생의 계획 속에 놓여 있었다
계간 《시현실》 201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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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 / 1993년 전남 광양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재학 중. 2016년《문학동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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