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의 유통구조는 고급화를 지향하는 백화점, 접근성, 편의성을 위한 슈퍼(구멍가게), 정(情)과 가격을 앞세운 전통시장으로 이루어졌다.
견고하게 유지되던 삼각구도는 1996년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까르푸, 월마트 같은 국제 대형마트가 국내 시장으로 진입하자, 대기업들도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대형소매점을 앞세워 방어에 나섰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경영 노하우를 앞세워 중소도시까지 진출하며 시장을 잠식해갔다.
여기에 홈쇼핑, 온라인쇼핑몰, 편의점 등 다양한 업태가 등장하고 더욱이 코로나사태 이후 ‘비대면’ ‘언택트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구매 방식이 등장하면서 전통시장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본고는 대구지역의 전통시장과 오일장들을 돌아보는 콘텐츠로, 현재 우리나라 유통구조와 전통시장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조선 전기까지 큰 도시 세(勢)를 형성하지 못했던 대구는 임진왜란 이후 경상감영이 들어서며 영남의 행정, 경제, 국방의 요충지로 부상했다. 대구에서 전통시장이 태동한 것은 바로 이 시기로 대표적인 것이 서문시장이다.
조선 후기 대구의 유통, 물류도시로서의 위상은 전국 단위로 확대된다. 이 시기 대구는 전국 3대 시장에 이름을 올리며 상업도시로 부상하게 된다.
이 때 들어선 시장이 염매시장, 화원시장, 신매시장, 반야월시장, 원대신시장, 현풍백년시장 등이다. 이 시장들은 역원(驛院), 역참을 기반으로 대구의 상권을 긴밀하게 묶으며 주변 지역으로 상권을 확장해갔다.
한말,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대구는 섬유도시로 발전을 거듭하여 상권을 키워갔다. 도시의 확장과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시장을 필요했고 교통요지나 행정 동(洞)의 중심부에는 어김없이 시장이 들어섰다. 생필품 공급지로써 시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남문시장, 평리시장, 봉덕시장, 불로시장, 팔달시장, 수성시장, 칠곡시장, 동서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1988년 노태우 정부의 200만호 건설은 대구의 전통시장 형성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대구 성서지구, 대곡지구, 칠곡지구, 안심지구, 지산·범물지구에 대단지 아파트들이 들어서게 된다. 이른바 관(官)주도, 행정시장이 아파트 단지마다 조성되며 주민들의 외식 장소, 식료품, 반찬 공급지로 역할을 하게 된다. 대표적인 곳이 목련시장, 와룡시장, 용산시장, 방촌시장, 등이다. 본고에서는 이런 흐름에 기초하여 대구 전통시장의 형성과 변천, 발전과정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대구시 자료에 의하면 대구에는 150여 곳의 전통시장이 등록되어 있다. 1980~90년대 만해도 중소단위 주택가에는 어김없이 시장이 들어섰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시나 구청이 먼저 나서 상가, 시장을 조성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통시장 위상이 급격히 위축되고 상권은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대로다. 이미 대구시에서는 150여 등록시장 중 60여 곳을 ‘기능 상실’ ‘쇠퇴 시장’으로 분류하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본고에서는 골목상권의 위기, 전통시장의 몰락에 관심을 갖고 그 대안과 해법에 대해 모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