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 이야기
6.25사변이 한창일 무렵 UN군 폭격기 무스탕이 적치하(敵治下)에 있던 인천(仁川) 시내를 폭격할 무렵은 나의 중학교 2학년 시절이었다.
그 어려운 시절 당시 우리 동내에 늙수그레한 새우젓 장사 할아버지가 저녁 무렵이면 얼큰히 취하여 새우젓 지개를 지고 와서 한바탕 춤사위를 벌이면 우리들은 뛰어나가 이를 구경하곤 했다.
새우젓을 찾은 이 있으면 ‘저렇게 많이 주면 할아버지는 무엇 먹고 사나?’ 할 정도로 듬뿍 넉넉하게 주워서 동네 아줌마들도 이 새우젓 장수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그 소리가 들려온다.
“새우젓! 곤쟁이젓! 어리굴젓! 뒤로돌아 갔! 앞으로 갔! 좌로 돌아 갔!”
그 할아버지가 팔던 새우젓, 곤쟁이젓 같은 젓갈류는 전시하(戰時下) 극도로 가난했던 우리네 밥상에서 귀한 대접을 받던 서민의 밥반찬이었다.
그래서 있는 집에서는 새우젓으로 간 맞추어 먹고, 없는 집에서는 아예 새우젓이 유일의 밥반찬으로 먹던 음식이었다.
그것보다 더 특식은 솥 밥쌀 위에 새우젓을 넣고 쪄서 만든 계란찜이었다.
흰쌀밥 먹는 것도 어려운 시절 한국인들의 반찬으로 최소 단위의 건건이가 새우젓이었다. 그래서 집집마다 배가 불룩한 항아리와 함께 새우젓 독은 가내 필수품이었다.
옛날에도 산촌에 가장 반가운 손님이 소금장수와 새우 장사였다.
조선시대에 새우젓 장사로 갑부가 된 이종석의 별장이 서울에 있는 것을 봐도 당시 새우젓은 지금보다 더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음식이었던 것이다.
"밥 한 숟가락에 새우젓 한 마리만 앉으면 먹고 살 수 있는데-."하는 글귀는 체면불고하고 재물을 모으는 친구에게 조선 중종 때 판서를 지낸 청빈한 김안국의 충고의 편지의 일 절이다.
양갓집 며느리로 시집가기 전에 갖추어야 할 덕목(德目)에 음식 백팔십수(飮食180首)라는 것이 있다.
시집 갈 규수는 모름지기 장(醬) 36가지, 김치 36가지, 젓갈 36가지, 죽(粥) 36가지, 떡 36가지 도합 180가지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젓갈은 중요한 먹거리였다.
가문에 따라 그 집안 어른이 좋아하는 젓갈이 있고 그 나름대로 젓갈 담그는 법이 전승돼어 왔기 때문에 생긴 말 같다.
*. 새우젓의 종류
새우는 옛말로 ‘사이, 사요, 새오’ 등으로 불리었고 한자로는 하(蝦) 또는 하(鰕)로 썼다.
전 세계에 약 2,900 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약 90 종이 있는 모양이다.
새우는 게와 같이 다리가 10개여서 십각류(十脚類) 동물로 바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데 사용한다.
새우류는 무리 지어 살며 밤을 이용하여 먹이를 찾아다니는 잡식성 야행성 동물이다
보통 앞으로 이동하지만 위급 할 때는 껍질이 변형된 키 같은 꼬리가 있어 이를 이용하여 배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뒤로 재빨리 후퇴하는 습성도 있다.
새우젓을 담그는 새우를 젓새우라고 하는데 젓새우 재료가 되는 새우는 일반 새우와 달리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다.
새우젓의 종류는 새우를 담그는 시기에 따라 보통 춘하추동으로 크게 나누지만, 시장에서 주로 파는 것으로는 오젓(五-), 육젓(六-), 추젓(秋-)이 주종을 이룬다.
-오젓(五-) : ‘오사리젓’의 준말로 ‘오사리’이란 ‘오월 + 사리’의 합성어다.‘사리’란 밀물과 썰물 사이가 가장 큰 음력 보름과 그믐께란 뜻으로 음력 5월 그 무렵에 잡은 살오른 새우를 토굴에서 약 3개월 정도 숙성시킨 것이 오젓이다. 오젓은 육젓 보다 약간 작고 추젓 보다는 좀 크다. 대체로 흰색이며 깨끗하고 육질이 좋다.
오젓은 새우젓 중에 육젓 다음의 고급 젓갈로서 김장김치의 젓갈로 쓰이기보다 밥반찬으로 주로 쓰인다.
-육젓(六-) : 음력 6월은 새우의 산란기로 이 무렵은 다른 시기의 새우보다 크고 살이 통통하며 흰 바탕에 노란 알집이 있고 꼬리와 머리 부위에 붉은 색이 섞여 있다. 이를 토굴속에서 약3개월 숙성하면 액즙은 유백색(乳白色)으로 맑게 변하면서 맛이 고소하다. 육젓은 우리 주부들이 김장용 젓갈로 가장 선호하는 젓으로 새우젓 중에 가장 으뜸으로 친다.
-추젓(秋-): 삼복 이후 9~10월 가을철에 잡은 새우로 담근 젓으로 육젓보다 크기가 작고 깨끗하다.
수확 시에는 투명한 빛을 띠나, 젓갈로 담그면 흰색으로 변한다.
추젓이 아주 삭으면 김장을 담글 때나, 일년 뒤 젓국에 주로 쓰인다.
추젓은 오젓 보다는 작으나 부드럽고 좀 덜 짠 편이다. 김치, 찌개, 수육, 무침용으로 부담없이 사용한다. 비교적 값이 싸서 김장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일산 농산물센터에 개장한 김장시장에 가보았더니 100g에 육젓은 8,500원, 오젓은 3,000원, 추젓은 1,800원으로 젓갈 중에 가장 싸서 각종 음식에 널리 사용되는 새우젓이 추젓이다.
이밖에 음력 3∼4월에 춘젓(春-), 11월에 동젓(冬-)이나, 음력 1~2월에 2월에 잡히는 잔새우로 담근 젓으로 어체가 희고 깨끗한 동백하젓(冬白蝦-)도 있지만 그보다 곤쟁이젓이 더 유명하다.
-곤쟁이젓은 한자어로 자하(紫蝦)라고 하는 곤쟁이로 담근 젓이다.
곤쟁이는 1, 2월에 우리나라 서해안의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기수(汽水)지역인 강어귀서 잡히는 고기로 몸이 몹시 작고 연하여 원래는 투명한 빛을 띠지만, 숙성되면 연보라빛이 나며 육질이 부드럽다.
숙성되면 밤색 즉 자색을 띠어 곤쟁이를 자하(紫蝦)라고도 한다. 새우젓 중에서 가장 작은 새우로 담근 이 곤쟁이 젓은 충남 서천군의 특산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새우젓 이름을 왜 생소한 곤쟁이젓이라 했을까?
-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己卯士禍)가 있었다.
남곤, 심정, 홍경주 등의 훈구파(勳舊派)가, 유교의 이상정치를 실현하려고 급진적인 제도 개혁을 꾀하던 젊은 층의 사림파(士林派) 조광조와 그의 무리를 죽이거나 귀양 보낸 사화(士禍)였다.
그때 희생된 조광조 편의 백성들이 훈구파의 우두머리인 ‘남곤’과 ‘심정’은 젓 담아 버릴 사람이란 뜻으로 남곤의 ‘곤’, 심정의 ‘정’의 이름자를 따서 ‘곤정’에다 물건접미사 ‘이’를 첨가하여 ‘곤정이’하던 것이 ‘어미>에미’처럼 ‘이모음역행동화’ 현상으로 곤정이→‘곤젱이’라 하다가 음편(音便)에 따라 ‘곤쟁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 좋은 새우젓 고르는 방법
새우젓은 김치나 깍두기를 담글 때, 장의 맛을 돋구는 데도 쓰지만, 반찬으로, 찌개에 소금 대신 넣거나, 돼지고기 편육에 곁들여 먹기도 하는 반찬이다.
그래서 누구나 사먹고 있는 새우젓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다음은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좋은 새우젓 고르는 방법'을 50회 이상을 찾아 정리한 것이다. .
• 오젓이나 육젓에 좋은 새우젓이 많다.
• 어체(漁體)가 굵고 껍질이 얇고 살이 통통하며 쫄깃쫄깃한 것.
• 색깔은 흰 바탕에 밝은 분홍색이나 선홍빛을 띠고 젓국물이 혼탁하지 않고 뽀얀 색을 띠는 것.
• 쫄깃쫄깃하고 쓰지 않고 단맛이 나며 비린내나 구린내 같은 악취가 나지 않는 것
• 새우의 형태는 있는데 작아졌고 국물이 약간 생긴 것이 잘 숙성된 새우젓이다.
• 이물질이 섞여 있지 않은 것
• 가급적 수입산은 피할 것
외국산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를 피해야 하는 것은 싼값으로 팔기 위해서 원가를 적게 들이기 위해서 좋지 않은 재료를 쓰기 때문이요, 먹는 이의 건강보다 팔기 위해서 것 모양만 그럴듯하게 만든 음식이기 때문이다.
국산 새우젓은 천일염(天日鹽)으로 담근 젓이라서 비린내가 나지지 않고 단맛이 나는데 비해, 수입산은 것 모양만 신경을 쓰고 암염(巖鹽)을 써서 뒷맛이 쓰고 비린내가 난다.새우젓물 속에 소금 덩어리가 있는 것이 수입산이다.
옛 기록을 살펴 보면 새우잡이 나갈 때 새우젓 독을 배에 싣고 가서 잡는 즉시 염장(鹽藏)을 했다는데 상인들은 수입산을 한국에 들여와서 물에 빨아 조미료 등을 넣은 맛을 내어 시판하는 모양이니 주의할 일이다.
새우젓을 보관하는 올바른 방법은 냉장고의 냉동실보다는 냉장실에 보관할 일이다. 새우젓은 계속 숙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기가 없는 숟가락을 사용해야 한다.
*.새우에 대한 속담
민간에 전하여 오는 쉬운 격언을 속담이라 한다. 새우젓에 관한 속담도 많다. 어떤 물건에 대한 속담이 많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한다는 말이다. 다음은 그 하나 하나다.
• 곤쟁이/ 새우 주고 잉어 낚는다.: 적은 자본을 들여 큰 이익을 본다.
• 새우 벼락 맞던 이야기를 한다.: 다 잊어버린 지난 일을 들추어내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
• 새우 싸움에 고래등 터진다. : 아랫사람이 저지른 일올 웃사람에게 해가 미침을 말함,
•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강한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는 통에 공연히 약한 사람들이 해를입는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