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이름을 내세우고 활동하는 사람치고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고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대중에 대한 인기는 그야말로 절대적일 것이다. 그런 인기를 테스트하고 발표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여론조사기관이다. 하지만 연예인들에 대한 여론조사는 없다. 그들이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시청률과 입장료 판매 등으로 판가름할 뿐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각종 여론조사에 대상이 된다. 특히 나라를 책임지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말이다. 그들의 대한 여론조사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실시되고 발표된다. 정치인치고 특히 유명정치인치고 여론조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존재가 과연 있을까. 아마도 없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이 나오면 즐겁고 기분좋지만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상심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닐 것이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정치적 리더들의 지지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아니 대부분이 바닥선에서 머무르는 듯 하다. 독재주의 국가가 아닌 정상적인 국가들에서 말이다. 중국의 시진핑이나 러시아의 푸틴의 지지율이 발표되는 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것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 하다. 민주체제를 갖춘 나라들에서 요즘 정치 리더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이다. 다시 말하면 인기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인기가 없을까. 그 핵심을 나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정치 리더들에게서 찾아보면 어떨까.
역사상 인기 있었던 정치 리더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인기라는 것이 묘해서 자칫 그속에 함몰되다가는 나라도 그 자신도 나락속에 빠지게 되는 우를 범하게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인기 있었다는 정치 리더가운데 나는 우루과이 무히카대통령을 기억해 낸다.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의 재임 중에 받은 월급가운데 6억원 정도를 기부했다. 그가운데 4억 3천만 원은 서민들을 위한 주택 건설 사업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가 재임기간동안 신고된 재산은 3억 5천만 원인데 이 가운데 1억 5천만 원은 농장이고 나머지는 약간의 현금과 트랙터 2대, 농기구, 오래된 자동차 한 대였다. 그리고 다리가 불편한 개가 그의 반려견이었다. 농장도 부인의 소유로 되어 있다. 그는 호화로운 대통령 관저 대신에 평범한 시민들의 생활을 느끼기 위해 농장에서 출퇴근 하기도 했다. 그는 평범한 시민들의 평균 소득에 맞춰 살기 위해 자신의 월급을 기부했다고도 한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 독일과 같은 대국의 정치적 리더들이 우루과이 무히카 대통령처럼 생활할 수는 없다. 정치적 테러 등 때문에 경호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난제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자신의 농장에서 출퇴근하기란 정말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무히카 대통령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그는 재임중에 경제성장률과 교육수준을 높이고 부패와 문맹 그리고 극빈층을 줄이는 성과를 냈다. 이 때문에 레임덕을 겪지 않고 취임 때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퇴임했다. 국민들의 간곡한 재선 요구에도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물러날 만할 때 물러나야 한다면서 재선 출마를 거절했다. 그의 애칭은 엘 페페 스페인어로 할아버지라는 의미이다.
그렇다. 무히카 대통령은 자신을 위한 욕심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지율을 높히기 위해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의 탓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을 당연히 자신이 짊어졌다. 재선을 하겠다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특정 나라 현직 대통령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타국이 싫어하는 국제적으로 불편한 일도 절대 하지 않았다. 국경이 맞닿은 남미 국가 사이에 갈등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무히카 대통령 재임시절 그런 갈등은 수면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스스로 오로지 자국만을 위한 행동과 판단을 하지 않으니 주변국들도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였을까. 전임 대통령과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에게도 순리대로 행했다. 정치 보복으로 오해를 받을 그런 행동과 판단은 그에게 아예 없었다. 자신의 측근들을 중용하지도 않았다. 자신을 내려놓고 평범한 국민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니 지적도 많지 않았다. 행동 자체에 사심이 포함되지 않으니 정적도 비판세력도 힘을 잃게 되는 것 아니였을까.
그렇다면 지금 인기가 없는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무히카 대통령과 반대되는 개념속에 행동하는 지도자들 아닐까. 지금도 우루과이 국민들은 무히카 대통령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대통령직을 그만두면 사저에 몰려와 난리를 치는 나라 국민들과는 모습이 다르지 않는가.무히카 대통령이 기르던 다리가 불편한 개는 생존해 있는지, 아직도 그 고물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88살인 무히카 전임 대통령은 자신의 조촐한 농장에서 나라와 국민들을 안위를 걱정하고 있을 것은 분명한 일일 것이다.
2023년 12월 1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