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환우)에 대한 짧은 생각
우리가 자주 쓰는 환우란 말은
한문으로 벗 '우'를 써서 환자를 친근하게 표현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파킨슨병으로 5년간 투병생활을 하고 하는 저로서는
여전히 환자(환우)라는 단어가익숙해지지 않습니다. 환우란 표현은 왠지 불편했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환자'라는 표현은, 어떤 틀에 나를 가두는 피동적인 표현이라거 생각합니다.
환자는 나의 격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부모님께 난 아들이고
저는 신앙인이며,
협회에서는 회원입니다.
상황에 따른 내 지위 중 하나가 환자이지만
환자라는 호칭은 당당한 어감이 아닌 소극적인 표현으로써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피동적 주체,
내 삶의 주체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내삶이 좌우되는 그런
표현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래서 익숙해지지 않나 봅니다.
비슷한 예로
질병관리청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아프지마 TV'가 있습니다.
아프지마라는 위로일 수 있지만
결코 위로의 말이 아닙니다.
감기처럼 금방 났는 병이라면
유명한 연속극 대사처럼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일 수 있지요
암, 파킨슨병, 희귀병등 내가 원하지 않은
불현듯 찾아온 이 병에 대하여 '아프지마'라는 표현은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아픈 것이 너의 책임이니
아프지 말지 그랬어' 란 책임전가와
관리의 측면에서 힘드니 '아프지마'라는 편의성이 적용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질병관리청의 이름도 질병청이면 족할것을
관리가 들어간것은 질병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정부는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선언입니다.
애초부터 정책의 출발이 잘못된 것이죠.
단어가 가지고 있는 함축적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라는 표현은 공식적 자리에서 쓰고
일상에서 환자대신에 쓸수 있는 다른 표현이 뭐가 있을까요?
누군가 파킨슨 전사라고 하더군요.
전사는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전투하는 군사,
제일선에서 힘껏 일하는 일꾼이라고 합니다.
전사란 표현.
파킨슨과 전투에서 용감히 싸우는 사람.
파킨슨 투병이라는 제일선, 삶의 현장에서 치열히 살아가는 사람을 뜻할수 있습니다.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의 표현이 전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부터 서로를 파킨슨 전사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첫댓글 어쩌면 가족보다도 내 삶에 가장 가까이 있는 파킨슨병이 싸워서 이겨야할 대상이라면 인생 자체가 전투가 되어버리는 느낌이네요
배우자처럼 미우나 고우나 잘 달래서 동행해야지요
싸우지말고^^
환자라는 표현이 불편한건
자신을 파킨슨병 안에 가두기 때문 아닐까요?
전에도 이런 비슷한 글을 제가 올린 적이 있는데,
전 파킨슨 환자이기도 하지만
파킨슨이 제 전부는 아닙니다
평범한 엄마이자 누군가의 딸이고, 아내입니다
단지 파킨슨 환자일 뿐..
환자라는 표현은 객관적 사실일 뿐입니다
억지로 환자를 거부하기보다
스스로를 병 안에 가두지 않도록 자존감을 갖는게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참으로 미안합니다만
5년ㅢㅇ년까지는 봐줄만 합니다
15년 이렇게 이 ㅇㅇㅇ병하고 있어 보이소
환자면 어떻고,환우면 어떻고,용병이면 어떻고,전사면 어떻고
이런 단어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기라요ㅡㅡ
내사 18년차 환장합니다
이거 데꼬 다니면
귀부인같이 꾸미가 집에들어 올때는요
닭싸움 하다가 패한 모양새로 도착이나 하면 다행이고요
집앞 비밀번호 버튼을 못눌러서 한참 붙들고 서 있다가 자존심이고 뭐고
그거는 내비린지 오래됩니다.
관리만 잘하이소ㅡㅡ
미우나 고우나 데리고
살아야 하는데
아직 병이 견딜만 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