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에 스노우 캡틴이 전화를 했다
날씨가 험하니 회사 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전갈이다
스노우 캡틴은 대단한 건 아니고 이런 날씨에 비상 연락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바로 메일을 열었더니 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메니져의 메일도 보인다
날씨가 험해서 걱정이었는데 다행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가 올 들어 벌써 4번째다
예년보다 따뜻하긴 한데 올해는 얼음비가 무척 잦은 편이다
출근할 필요가 없으니 여유 있는 아침이다
수필방문을 열었더니 가물었던 수필방에 풍년이 들었다
새로운 분들이라 반가워서 잠시 훑어보고 댓글을 달았더니 한 분이 선배라는 답글을 주신다
'하이고 넘사스럽게 무슨 선배는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인데'
부끄럽다
그동안 자주 올렸던 헬렐레해 보이는 글은
새로운 분들도 많이 오셨으니 이제부터라도 자제해야 하겠다
완전무장을 하고 나섰는데 그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체감 온도가 영하 19도라는데 바람이 설해서 그런지 그렇게 춥지는 않지만 아주 난감하다
눈과 얼음비가 뒤섞여 곳곳이 두껍고 단단한 얼음으로 뒤덮였다
바깥에 주차해 둔 자동차 두대가 두터운 얼음덩이로 변했으니
성에 제거기로 박박 끓어내는 일이 보통 힘에 부치지 않는다
이런 날에 딸은 출근한다고 하니 차고 안에 주차해 둔 아내 자동차를 사용하라고 해야 하겠다
눈 치우는 기계가 무용지물이다
건너편 영감네는 눈 치우는 기계가 비싼 것인지 영감의 솜씨가 좋은지 이른 아침부터 깔끔하게 치워져 있다
내 집 기계도 싸구려는 아닌데
눈을 치고 나가지 못한다
눈이 얼음처럼 단단하니 블레이드가 얼음 위에서 헛돌기만 한다
브레이드가 고무로 된 것은 이럴 때 전혀 소용이 없다
올 겨울 시작 전에 블레이드가 쇠붙이로 된 기계를 새로 장만할까 했는데 생각보다 고가여서 그만두었더니 이렇게 고생을 한다
평평한 삽으로 얼음이 되어버린 눈덩이를
깨고 퍼내고 깨고 퍼내기를 한동안 했더니 뜨끔하고 어깨죽지가 심하게 아프다
맞은편에 혼자 사는 할머니, 이름이 버지니아인데 아마 유태인일 것이다
오래전 입주때 소개하는 시간에 러시아에서 탈출했다고 했다
교수였던 남편은 암으로 몇 년 전 세상을 떴고
아주 부지런 하기는 한데 엄청 입이 싸서 동네의 온갓 소문을 물어 나르는 유명한 할머니다
이 부지런한 할머니도 잠깐 보이더니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눈 치우기를 포기한 것 같다
왼쪽 옆집 -
비올라를 켜는 노처녀와 기름을 발라놓은 것처럼 뺀질뺀질한 - 날 보고도 인사를 잘하지 않는 중 늙은이가 동거하는 집인데
당연히 쌓인 눈 치울 기미가 없고
한집 건너 영감 혼자 사는 집은 눈 치우는 회사에서 이미 치웠다
오른쪽 옆집 - 동네가 처음 개발될 때 같은 날에 입주한 동기동창뻘인 터줏대감이다
한눈에 봐도 딱 중국티가 나는 엄청 촌스럽게 생긴 (언젠가 무슨 여자가 저리도 촌스럽게 생겼노, 이런 말을 했다가
아내에게 단단히 잔소리를 들은적이 있는 ) 중국 여자와
훌러덩 머리가 벗어진 백인 남자가 사는 집인데
여러가지로 아주 특이한 사람들이라 당연히 아직 안 치웠다
한집 건너 남편이 병석에 누워 지내는 할머니는
몇 년 전 이사를 해서 이름을 모르는데 이 할머니가 혼자서 벌써 반쯤 눈을 치웠다
'보소 할머니 눈 치울만합니까
나는 힘이 들어서 포기하고 살푼 녹으면 치울까 생각 중이요'
'힘들지만 할만한데' 대뜸 그런다
속으로 그랬다, 이 할마씨 뭘 먹는데 이리 힘이 좋노 ?
딸 츨근시간이라
우리 양주는 대문간에서 마중과 배웅을 한다
차고 앞에 치우다 그만둔 쌓인 눈을 보고 아내가 딸아이 들어란 듯 한마디 했다
'아침부터 눈 치운다고 소란을 떨더니 네 아빠 해놓은 것 좀 봐라
어째서 몸을 이리도 사리는가 몰라
다른 집들은 모두 치웠네
저 혼자 사는 할머니도 말끔하게 정리를 했구먼'
'뭔 소리여
자동차에 붙은 얼음 깨는 게 얼마나 힘드는데'
운동부족이다
혼자 사는 할머니도 아무렇지 않게 눈을 치우는데
오른쪽 어깨죽지가 빠졌는지 아주 불편해서 아침 먹을 때 젓가락질이 서툴렀다
그런데 함께 눈을 치우면 좀 수월할 텐데
도울 생각은 않고 아내는 열심히 입으로만 일을 한다
오후에 조금 기온이 오르려나
계속 춥다고 하니 큰일이다 쌓인 눈을 그대로 둘 수는 없고
반가운 눈이 오면 마냥 좋아
강아지처럼 마당을 뛰었던 게 어제쯤의 일 같은데 ~~
운동부족인가 게으름인가
나이만 자꾸 들어가고
이러다 내년에는 눈이나 치울수 있을지 예삿일이 아니다
첫댓글 여기서도 엄청 추워 보입니다 ㆍ
날 풀리면 제설작업 하십시요 ㆍ
건강하십시요 ㆍ
아무래도 위험해서
지금 막 대층 치웠습니다
식겁했지요 ㅎ
네 추우니 건강하시구요 고맙습니다
보기만 해도 추워 보이고
글만 읽어도 제 어깨가 아픈듯 합니다 .
단풍님 이웃들의 설명이 왠지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Desperate Housewives) (?)가 생각 나 웃음이 나네요.
저는 전혀 단풍님과는 다른 생활이니
써 주신 글이 재미 있습니다 .
그곳은 어서 봄이 와야 할 텐데요.
이곳은 며칠 비가 온다네요 .
ㅎ 그런 드라마가 있었군요
제가 이 동네 최고참이라 텃세를 부려도 됩니다 ~
올해는 예년에 비해 한결 따뜻한데 대신 얼음비가 잦아서 또다른 고생입니다
봄은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조금 빠를것 같아 다행이지요 ~ 땡큐
암담하게 보입니다.
눈 치우는게 힘이 들지요.
남이 해놓아서
쉬워 보일거라고 느껴저요.
천천히 치우시기를~~~
제 말이 그말입니다
어깨죽지 빠지도록 고생을 했는데
아침부터 몸사린다며 잔소리를 된통 들었습니다
지금 막 치우고 들어왔습니다 ~ 고맙습니ㅣ다
나이 70 살에도 직장에 다니는 단풍님이 훌륭합니당 충성
어깨 통증에 시달리는 단풍님이 안타깝습니다
나도 탁구를 열심히 치던 시절에 어깨 통증에 시달려 봤습니당
병원에도 가봤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구
집에서 전기 찜질로 효과를 봤습니다
지금도 양 어깨가 통증이 있습니다
다만 못 견딜 만한 통증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차 유리창의 얼음제거에 머리 말리는 기구 , 온풍기 등 난방 기구를 사용해 봄이 어떨런지요?
충성 우하하하하하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계획은 만약 안 쫓겨난다면 80까지는 일을 할 생각입니다
집에서만 지내면 그냥 퇴보하는것 같아서요
온풍기 사용 괜찮아 보이네요 ~ ㅎ 충성~
하이고~~애 쓰셨습니다.
좀 전에 플로리다 사시는 제이 정 선배님은 영상 30도라 더워 한국 나오신다고 하시는데~
나라가 커서 그런지 캐나다는 체감 온도가 영하 19도라니..
유튜브 보니 눈 치워주는 대행 써비스가 있다고 하던데요?
비싼 모양입니다.
저도 눈 치워봐서 아는데 정말 힘들죠.
눈이 많은 곳이라 겨울이면 고생합니다
눈 치워주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나이많은 노인들이나 시간에 쫐기는 사람들이 이용하지요
놀랄만큼 고비용은 아닌듯 하구요
저는 아직은 운동삼아 할만합니다
내일은 더춥고 눈도 내린다고 하는데, 걱정이네요 ~
스노우 켑틴이라는 직함도 있고 눈이 오니
출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낯선 나라 같습니다. ㅎ
여기는 많이 풀려 지내만 한데
추운 날씨에 건강 유의 하세요.
낯선 나라 맞아요 ~ ㅎ
사반세기쯤 살았는데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풍경입니다
뉴스보니 한국도 올해는 눈이 많이 온다고 하데요
모자쓴 모습 궁금한데ㅡ언제쯤 올리실건가요 ? ㅎ~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일지라도
숨 쉬는 날까지는 움직여야 하지요.
몸 움직이지 않으려는 사람은
생각도 게으릅니다.
단풍님은 열심히 글 쓰시는 걸 보면
게으른 것은 아닐 것 같네요.
마음과 몸이 부지런해야
천천히 늙고 마음도 더 젊음을 유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눈 치우는 것은 힘들기도 하지만,
이웃과 인사도 하고
가족 간에도 힘을 합쳐야 하고 운동도 됩니다.
내 글을 쓰고,
또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자신에게 유익하고 소통도 이루어지지요.
건필하고 계십니다.
맞습니다
음직여야 몸과 마음이 가볍지요
특별히 할일 없으니 매일 카페에 들리게 되구요
그래서 눈치도 없이 자주 글을 올립니다
'일마는 눈치도 없나 무 슨 글을 이리 맨날 올리노' 이렇게 여기시는 분들 헤아려 주세요 ~~~~~~~~~~
눈 온날 마을사람 이야기는
박태원 작가의 천변풍경을 보는 것처럼
솔직하고 담백해서 넘넘 재미있어요.
그나저나 눈이 온다고 좋아하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긴 있은거죠ㅠㅠ
ㅎㅎㅎ
저는 천변풍경 소설 좀 싫어하는 편입니다, 죄송~
별스럽지 않는 일을 너무 세세하게 묘사를 해서요 , 돌맞을 소리입니다
재미있게 보시니 엄청 고맙습니다
맞아요 참 오래된 기억들이지요, 아련한 ~~~~~~~~ 서글퍼지는 ㅠㅠ
단풍님 눈 치우기가 힘들지라도
눈과 함께하는 풍경이 보기 참 근사합니다.
열심히 운동 좀 하셔서 튼튼한 단풍님으로 거듭 나시어
다음 겨울에는
홀로 사는 맞은편 할머니 집 앞까지 눈 치워 주시기를 앙망하나이다.
라고 쓰는 도중에 어깨 통증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어깨 무리하게 사용해서 회전근개파열이 되면 수술해야 하고 치료가 복잡합니다,
제가 3년전 어깨 치료 받으며 이것 저것 검색하다 알았습니다
무리하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게을맞다고 했어요 ~
맨날 운동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종일 방구석에서만 지냅니다
날씨 풀리면 그나마 자전거라도 탈텐데
맞아요 어깨 통증이 심해서 잠깐 쉬었더니 저리 자잘재잘궁시렁 거리네요 몬되묵은 아내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왜 이리 댓글이 조신합니까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니꼬와서 그렁가?
앙망하나이다 ~ 낄 ~ 관심 써주시니 고마워요
오늘 위스콘신의 그린베이에서 트레일러를 픽업해오는 일을 했는데, 어제 많이 온 눈이 쌓여 트럭 바퀴들이 헛도는 바람에 고생을 했네요. 다행히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 도움 받아 무사히 잘 빼나와서 지금은 약간 아래쪽 메디슨 부근에서 자리 잡고 쉬면서 글 읽습니다. ㅎ
어깨 한번 탈 나면 오래 고생하니 무리하지 마시고 늘 조심하세요.
위스콘신은 아마 일리노이 위쪽이지요
일리노이에 친구가 있어 25년전쯤 위스콘신을 거쳐갔던 적이 있습니다
오대호 권역이니 아직 눈이 오나 봅니다
전에도 이야기 한적이 있지만 트레일러 운전ㅡ 저는 장인들이 펼치는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좁은 창고문에 한치 틀림없이 딱 맞추는걸 보면 감탄만 나오지요
눈길 고속도로에서 자주 트레일러 사고 나던데, 언제나 조심 조심 안전 운전~~~~~
일단 글쓰기가 치매 예방차원으로라도 좋습니다.
글감이 부족해도 워낙 풀어내시는 솜씨가 훌륭하셔서 읽는 재미를 주시거든요.
넘 진중하면 지루하긴 해요.
눈 치우는 일.~~~
아주아주 오래전 신혼때
남편이 장교복무로 전방에 따라가서 이년 살았는데,
전방이니 눈이 자주왔어요.
눈 내리기 시작하면 신작로부터 연병장까지 사병들이 모두 눈을 쓰는데,좀 그친 다음에 치워도 될것을 쓸고 또 쓸고.
사병들이 안쓰러워보였었죠.
손은 시렵지만 군화속의 발은 땀으로 젖으니요.
잠시 그때가 떠올려지네요.
추운 나라에서 고생많으세요.
ㅎ
제가 진중한 글을 쓰지 못하니 다행입니다
진중한 글만 읽다 보면 사실 많이 따분하지요
맞습니다 , 전방에는 눈이 많이 오지요
저도 전방 철책 백골사단에서 근무했습니다,
5월 어머니날에 눈이 온적이 있는데 근무중에 엄청 뚜드리 맞으면서 무쟈게 섧게 울었씨요 - 낄
그곳은 아직 이렇게 많은 눈이....?
인간을 중시하는 사회이니
이런날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군요.
항상 열심히 하시니 집에서 쉬는 날도 있어야겠죠?
스노우 데이라고 눈이 많이 오면 문을 닫습니다
열심히는 아닌데
생각치도 않게 하루쯤 집에서 지내면 양념 같습니다 ~
지난 해 우리나라에도 모처럼 눈이 많이 내렸었습니다.
새벽 5시에 밖으로 나가봤더니 거의 발목까지 쌓인 골목 길의 눈을 앞집 2층에 세들어 살고있는 남자 분이 눈을 쓸고 계시더라구요.
눈 덕분에 근처 편의점 집 주인 할머니 와도 제가 이사온지 8년 만에 인사를 나누기도 했답니다.
제가 매일 출근을 하는 처지이다 보니 동네 분들 누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전 잘 모릅니다. ^^~
그러게요 뉴스에서 올해는 유달리 눈이 많고 춥다고 하더군요
ㅎ 저도 그랬습니다
일에 메여 지내면 이웃과 변변히 인사도 없이 지내게 되지요
저보다 팥죽 한그릇 더 잡수셨는데
아직 근무중이시니 팔팔한 청춘에 힘 보태드립니다, 저는 80까지 일을 하겼다는 야무진 희망사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ㅎ 땡큐~ 함께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네요.^^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소소^^
관심있게 읽어 주시니 고맙습니다
제가 꽃집을 오래 했기에
닉이 귀에 익은둣 반갑네요 ~~
선진국에선 자기집앞의 눈을 치우지않으면 벌금을 낸다는 얘기를 오래전에 들었는데 캐나다도 그런지요?
한국은 눈 예보만 있어도 미리 염화칼슘을 뿌립니다
가는곳마다 눈 치우는 풍경대신 곳곳에 놓여있는 염화칼슘 포대를 만나지요ㅎ 낭만은 없지만 염화칼슘덕에 다칠염려가 덜 해서
다행이기도하고..환경오염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눈이 많은 곳이라 눈 치우는 시스팀이 완벽할만큼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왠만한 눈이 오더래도 교통혼잡은 없는 편이구요
환경 오염탓에 염화칼슘은 사용치 않고 암염인 소금을 사용합니다
봄이 되면 겨우내 뿌린 소금으로 까만 아스팔트 도로가 하얗게 변해있어요
많은 소금 사용으로 자동차 부식이 심하지요
전봇대도 부식에 약한 콘크리트보다 나무 전봇대를 사용해요
집 앞의 도로는 시 담당이며 집 앞 인도는 집 주인의 몫이지요
아마 눈 내린후 얼마 동안 치우지 않으면 시에서 치운후에 벌금이 부과 될겁니다
그렇지만 벌금 때문이기는 보다는 그냥 관습처럼
모두 집앞 눈을 치웁니다 위험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