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여중생 압사, 미군 잘못 드러나 - <속보> 운전병, "지휘부와 교신하느라 학생 못 봤다"
지난 달 13일 의정부에서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을 치어 숨지게 한 미군 장갑차 운전병은 사고 당시 다른 곳과 교신을 하고 있어 선임 탑승자의 경고를 듣지 못했던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운전병이 운전중 무선교신을 하느라 두 여중생을 목격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일반 운전자들이 운전중에 핸드폰 등을 사용해 교신할 경우 사고발생 확률이 음주운전때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고가 '미필적 고의'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하고 있다.
미 운전병, "교신하느라 소녀를 보지 못했다"
2일 의정부경찰서가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은 양주군 여중생 사망사고 관련자 진술서에 따르면, 운전병 워커 파크레이 병장은 "사고 당시 중대장, 지휘부와 무전교신을 하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워커 운전병은 이어 "선임 탑승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얼굴을 돌렸을 때 그가 '신이여 정지'라고 고함지르는 것을 들었다"며 "그때 차량 우측 바로 앞에 빨간 셔츠를 입은 소녀를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선임 탑승자 미노 훼르난도 병장도 진술서에서 "도로옆 언덕을 올라가는 민간인 2명을 발견하고 운전병에게 경고했으나 부대장과 지휘본부 사이 무전교신으로 듣지 못했다"며 "운전병이 고함소리를 듣고 급정차했으나 너무 늦어 민간인을 치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미 2사단에서 있은 조사결과 발표에서는 "미군 장갑차 선입 탑승자는 여중생 2명을 3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하고 운전병에게 경고하려 했으나 제 때 경고할 수 없었다"고 했으나 제 때 경고하지 못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었다.
대책위 "공식적으로 보상금 지급받은 적 없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여론이 심상치 않자, 미 2사단 측은 "유가족과 주민들에게 충분히 사과할 용의가 있다"며 한발 물러선 자세를 취했다.
연합뉴스의 지난 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군측은 이날 최순식 경기도 제2행정부지사가 방문한 자리에서 "여중생 추도식 등에서 사단장이 이미 사과하고 유족에게 사과 서한문까지 보냈지만 한국인 정서에 충분치 않다면 적절한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고 한국측 관계자가 밝혔다.
미군 측은 또 유가족과 주민이 사고 경위에 대해 납득하지 못해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는 한국측 지적에 대해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해 주민들을 납득시키겠다"며 "수사는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군 측은 "유가족에게 사죄의 뜻으로 1만달러를 전한 것이 마치 배상의 전부인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다"며 "배상은 관계법과 전례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ㆍ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이시내 간사는 이같은 보도에 대해 2일 "미군 측에서 대책위나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보상금을 전달한 바 없다"면서 "위로금 차원에서 받은 1백만원도 미군측 관계자가 개인적으로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간사는 "미군측이 도 관계자들에게 사과 의사를 전달했다지만 대책위나 유가족들에겐 그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서 "부시 미 대통령의 TV와 4대 일간지 등을 통한 공개 사과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는 또 ▲ 유족, 사회단체 대표들을 공동진상조사단에 포함시켜 재조사를 실시 ▲ 주한미군 측이 이번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 관할권 포기 ▲ 유족들에 대한 신속한 배상 ▲가해자 처벌 및 미 2사단장 징계 등을 촉구했다.
김원웅ㆍ송영길 의원, "미 형사재판권 포기 요청"
사건이 점차 확산일로를 걷자 그동안 침묵해온 국회의원 등도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나라와 문화를 생각하는 의원모임'의 공동대표인 한나라당 김원웅, 민주당 송영길 의원 등은 2일 성명서를 발표해 "정부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주권국가로서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며 "특히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미국에 형사재판권 포기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군측은 책임있는 자세로 이번 사건에 임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우리 정부에 대해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 등에 대한 전면적 재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 ▲미군의 공무집행방해 및 일반 범죄 재발방지를 위한 양국의 전문가로 구성된 상설전담조사반 설치 등을 요구했다.
백악관에 항의문 전달키로
한편 효순, 미선양을 추모하자며 지난 29일 월드컵 한국-터키전때 거리 응원단들에게 검은 리본을 나눠줬던 '미선과 효순이의 억울한 죽음을 바로 알리기 위한 사람들'은 오는 3일 영문 항의서를 작성, 미 백악관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다음은 이들이 작성한 항의문 전문이다.
항의문
6월13일 미군탱크에 의해 압사한 어린 여중생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립니다.
사건개요
2002년 6월 13일 오전 10시30분경, 의정부에서 친구 생일파티에 가던 여중생 심미선ㆍ신효순양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사건입니다.
사건 발생후 미군 (의정부 제 2사단)측은 두 희생자에게 위로금 60만원(US 500$)을 지급하고, 진상을 철저히 은폐되고 있습니다.
한-미 군사행정협정(SOFA)에서는 "미군이 작전중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일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하여 국내외 언론사는 축소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시민들의 요구
1.철저한 진상규명
2.미국 대통령의 공개사과 및 희생자를 위한 최대한 배상
3.사고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공개
4.한-미 불평등 SOFA법 개정
우리는 6월13일 경기도 의정부에서 발생한 두 여중생 살해사고에 대하여 미국정부와 미군 최고결정권자는 한국민에게 분명히 사과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과 관련하여 SOFA법 개정을 요구하며, 미정부는 그에 상응한 대책을 즉각 공개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해결을 통하여 미합중국이 인류평화의 보편적 가치에 부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문제가 적절하게 해명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통한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반미투쟁 및 그 항의에 돌입할 것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