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미리 포탄의 방정식 : 우리는 정답을 알고있을까?
지난 3월 유럽연합(EU)은 내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게 포탄 100만 발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바 있는데, 최근 AP 등 해외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해당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보인다. 반세기가 넘도록 유럽에 큰 전쟁이 없었기 때문에 각 국가별 군수산업 생산량과 능력이 크게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약 200만발 이상을 지원했는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여전히 더 많은 포탄을 원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생산능력과 재고가 부족해서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방산기업들에게 생산 속도와 물량을 더 늘리도록 요구하지만, 기업들은 언제 전쟁이 끝나고 무기 수요가 줄어들지 알수없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설비 투자를 결정하는게 쉽지않다.
최근 이스라엘과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도 격화하면서 세계적으로 무기 품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족한 물량으로 인해 군수물자의 가격도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데, 나토의 군사 고문인 롭 바우에르 제독은 155㎜ 포탄을 예로 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한 발 당 2천100달러(약 283만원)였으나 최근 1년 사이 8천400달러(1천135만원)로 4배가 되었다고 밝히고있다.
그래서 미 국방부는 현재 월 155㎜ 포탄 생산을 약 2만 8000발 하고있는데 오는 2025년까지 월 10만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비롯하여 세계 각 국가의 군대가 155㎜ 포탄에 대한 애착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자주포를 중심으로하는 포병의 전투 효용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오래전 칼과 창, 화살을 사용하던 시기에는 무장한 군사들이 서로 얼굴을 보고 대면전투를 했지만, 기술력있는 무기체계의 개발로 인하여 지금은 서로 얼굴을 보지않아도 아주 먼거리에서 적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대한민국의 명품 자주포, 글로벌 최다수출 제품인 K9 자주포의 사거리가 최장 40km이상이고, 최근에는 70km를 넘어 100km사거리도 도전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특히 미사일과 같은 정밀 무기체계들은 개발비를 포함한 비용이 높지만, 포병탄약은 가격 대비 전투효용성, 즉 가성비가 매우 높아서 모든 나라들이 선호하고 있다. 궤도형 및 차륜형 등 각 국가별 다양한 모델의 자주포가 운용되고 있지만, 포탄은 기본적으로 모든 자주포에서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포탄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도 K9자주포, K55자주포, KH179견인포 등 2천문이 넘는 155㎜ 포병장비를 유지하고 있어서 유사시 엄청난 포탄이 필요한데, 우리의 155㎜ 포탄은 이상이 없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국내방산기업 풍산이 안정적인 포탄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포탄의 생산능력뿐 아니라 납품한 포탄을 군부대가 안전하고 보관유지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전시에 필요한 모든 물량을 평시부터 확보하여 탄약고에 보관하기는 쉽지않기 때문에, 전쟁초기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량은 미리 생산해서 포병부대들이 보관 하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적시적으로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북한은 수도권을 겨냥하는 장사정포 300여문을 배치해놓고 있으며, 시간당 16000여발을 우리에게 쏟아부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 50% 이상이 북한 장사정포 사거리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우리 군도 평소 대화력전 훈련을 하면서 북한의 포병도발에 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유사시 사용해야 할 포탄의 수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K9 자주포만 대략 1000여문으로 알려져있는데, 1문의 최대 발사속도가 분당 6발이니까, 단순계산해보면 24시간 기준 약 860만 발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물론 24시간 지속적으로 이런 속도의 발사는 불가능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1시간 기준 약 36만 발이 필요하다.
전쟁이 단기간에 종료되지 않고 우크라이나처럼 지속된다면, 우리도 포탄 부족 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포탄이 부족해서 전투를 지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우리도 포탄의 생산시설과 능력을 최대한 유지하고, 군과 방산기업간 상호 긴밀한 협력관계를 심화시켜 유사시 완벽한 군사력을 발휘할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포탄이 안전한 환경에서 보관될 수있도록 탄약고 등 시설을 첨단화하는 것도 점검해야 한다.
특히 포탄을 자주포에 신속하게 공급하는 K10, K56 탄약운반 장갑차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주포가 내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포탄은 최대속도로 발사시 10분도 못가서 바닥이다. 최초 포탄발사 이후 10분 이내에 재보급이 이뤄져야만 지속적인 포탄사격이 가능하다. 포탄이 없는 자주포는 그냥 전시용 장비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K10 탄약운반장갑차(로봇)의 수량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국방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평화는 강한 군사력과 힘으로 유지되고, 북한의 도발야욕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억제해야 한다. 김정은이 오판하여 도발을 한다면 무조건 격퇴해야하고, 인명희생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승리해야 한다. 그걸 수행해야 하는게 대한민국 국군의 존재목적이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난 이후 승리하는 것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즉 북한군이 그러한 도발 의도와 노림수를 아예 꿈꾸지 못하도록 우리의 강한 응징력을 인식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절실하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취임 이후, 군대의 전술토의마다 등장하는 세글자 단어가 있다.
"즉 강 끝" 즉각적으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할 수 있는 정예선진강군을 국민들은 원한다.
그러한 의지와 능력을 갖추는 것이 지금의 평화를 지속적으로 누릴수있는 전제조건임은 분명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