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27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물었다. 28“스승님, 모세는 ‘어떤 사람의 형제가 자식 없이’ 아내를 남기고 ‘죽으면, 그 사람이 죽은 이의 아내를 맞아들여 형제의 후사를 일으켜 주어야 한다.’고 저희를 위하여 기록해 놓았습니다. 29그런데 일곱 형제가 있었습니다. 맏이가 아내를 맞아들였는데 자식 없이 죽었습니다. 30그래서 둘째가, 31그다음에는 셋째가 그 여자를 맞아들였습니다. 그렇게 일곱이 모두 자식을 남기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32마침내 그 부인도 죽었습니다. 33그러면 부활 때에 그 여자는 그들 가운데 누구의 아내가 되겠습니까? 일곱이 다 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였으니 말입니다.” 34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들고 시집도 간다. 35그러나 저세상에 참여하고 또 죽은 이들의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받는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36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다. 그들은 또한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37그리고 죽은 이들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은, 모세도 떨기나무 대목에서 ‘주님은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는 말로 이미 밝혀주었다. 38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있는 것이다.” 39그러자 율법학자 몇 사람이 “스승님, 잘 말씀하셨습니다.” 하였다. 40사람들은 감히 그분께 더 이상 묻지 못하였다.
● 시작기도
제 영혼의 빛이신 성령님, 어서 오소서. 아멘.
● 말씀 들여다보기
사두가이들은 사제 그룹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들로 유다 사회에서 대개 중상류층을 형성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보수적이면서도 세상 정치권력과 유연한 관계를 지니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헤로데뿐만 아니라 로마 총독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좋은 자리를 많이 차지했으며 그들 가운데서 대사제가 선출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로마에 저항하던 열혈당원들과는 대립관계에 있었습니다.
종교적 측면에서 사두가이들은 바리사이들과 자주 논쟁을 벌이곤 했는데, 철저하게 현실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지닌 그들은 바리사이들과 달리 조상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오직 모세오경에 나오는 것만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은 또한 천사의 존재나 부활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영혼이 영원히 산다는 것 또한 부인했습니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이나 부활을 이야기하는 예수님과 의견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두가이들은 부활을 인정할 때 생기게 될 문제점에 관해 이성적으로 설명하면서 질문합니다. 부활이 있다면 이 땅에서 매여있던 여러 가지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예가 형사취수법입니다. ‘형제가 죽으면 그의 후사를 이어주기 위해 죽은 형제의 아내를 맞아들여야 하는데, 나중에 모두 죽고 나서 부활한다면 과연 그 부인은 누구의 아내가 되느냐’는 질문입니다. 이에 관해서 예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부활이란 지금 이 육신의 조건을 그대로 가지고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변화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천사들과 같아지기 때문에 더 이상 이 세상의 연에 매이지 않을 것이란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는 말도 아닙니다. 그가 누구인지 명확히 알지만, 이 세상의 모든 부족한 것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완성되는 그런 몸으로 부활한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던 율법학자 몇 사람이 예수님을 칭찬합니다. 아마도 그들은 바리사이들일 것입니다. 예수님이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예수님께 호의를 가집니다. 하지만 그들도 예수님과 대립각을 세울 것입니다. 예수님은 율법과 조상의 전통보다 더 중요한 것, 바로 당신에 대한 믿음을 요구하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하느님의 아들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시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바리사이와 사두가이는 모두 예수님께 등을 돌리고 그분을 죽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완전히 다른 몸으로 부활하심으로써, 진정 부활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