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미리보기 맛보기
2018. 6. 금계
5. 삼학도
6월 23일 새벽, 오늘은 삼학도다.
삼학도는 자전거로도 우리 집에서 꽤 먼 곳이다.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 참인데 꼭두새벽부터 잠자리비행기가 목포 상공을 떠들썩하게 난다. 목포한국병원 옥상에 기지를 두고 신안 섬지역의 응급환자들을 실어 나르는 비행기다.
신안군은 원래 무안군에 속해 있다가 섬만 따로 떨어져나간 군이다. 유인도 72개, 무인도 932개 도합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일명 ‘천사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목포는 멀고 가까운 섬들의 모항(母港)이다. 교통이 불편했던 옛날에는 신안뿐 아니라 진도, 완도와도 해상 왕래가 빈번했다. 신안군이 발전해야 목포가 번성할 터인데 우리나라의 농어촌은 수십 년에 걸쳐 인구 감소와 피폐와 몰락을 거듭해왔고, 농어촌의 몰락은 필연적으로 목포의 쇠퇴를 재촉했다. 광복 직후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던 도시가 수십 년이 지나도 인구 30만 미만의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원인도 신안군의 쇠퇴, 연근해어업의 쇠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대삼학도 입구의 다리에 들어선다. 멀리서 목포의 진산 유달산이 아침 인사를 한다. 유달산에 오르면 유달산의 전모를 볼 수 없다. 마찬가지 이치로 삼학도에 들어서면 삼학도 전모를 볼 수 없다. 삼학도에 서야 유달산을 잘 볼 수 있고, 유달산에 올라야 삼학도의 전모를 감상할 수 있다.
아래는 유달산에서 내려다본 삼학도의 모습이다. 왼쪽을 대삼학도, 가운데를 중삼학도, 오른쪽을 소삼학도라 부른다.
대삼학도는 짙푸른 녹음에 휩싸여 있다. 예전에 대삼학도에는 호남제분공장과 여러 술집, 심지어는 사창가까지 들어서 있었다. 이 여러 시설과 건물들을 철거하고 공원으로 탈바꿈하기까지는 엄청난 예산과 오랜 시일을 필요로 했다.
삼학도 세 섬은 이제 모두 연결되어 있고 삼학도를 일주하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오가는 행인들도 뜸하고 공기는 상쾌하고 자전거로 씽씽 달리기에 너무나 쾌적한 길이다.
대삼학도에서 수로 건너 바라다 보이는 봉황장례식장. 예전에는 제법 잘 나가는 예식장이었는데 세월이 바뀌면서 결혼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많아졌는지 느닷없이 장례식장으로 바뀌었다.
산책로 곁으로는 삼학도 세 섬을 일주하는 물길이 완성되었다. 물론 바닷물이다. 작은 보트를 타고 한 바퀴 빙 돌며 꺼떡꺼떡 즐길 수 있는데 나는 아직 못 타보았다.
가수 이난영(1916-1965) 공원 올라가는 길. 이난영 공원은 예전 호남제분공장 뒷산에 조성되었다.
노래방 때문에 죄다 까먹어버리고 내가 아직도 외우고 있는 노래는 ‘목포의 눈물’뿐.
난영공원 표지석. 이난영 씨는 억압받던 일제강점기와 혼란스러운 광복 이후를 그미의 노래 ‘목포의 눈물’처럼 힘들고 서럽게 살다 가신 분이다.
아무리 비까번쩍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민족한테는 ‘목포의 눈물’로 대표되는 해묵은 한과 서러움이 가슴 깊숙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야겄제.
난영 공원.
이난영 묘소. 가운데 배롱나무가 이난영 나무. 2006년 경기도 파주에서 모셔다가 수목장. 사람은 가고 레코드판 노래만 남았다.
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똑딱선 운다.
난영 공원에서 내려다본 목포 앞바다.
앞쪽이 삼학도 김대중 노벨 평화상 기념관. 뒤쪽 산 위로 보이는 하얀 배가 출항 준비를 서두르는 제주 연락선 퀸 메리 호.
난영 공원에서 내려다본 중삼학도와 유달산
난영 공원에서 내려온 평지에 꽃 바지게. 꽤 기발한 착상. 같은 내용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가 중요하구나.
꽃바구니 가까이에 보트 계류장. 언제 우리 손주랑 한 번 타봤으면 좋겄다.
김대중 기념관 뒷동네.
김대중(1924-2009) 노벨평화상 기념관 앞모습. 도로공사 중. 파란만장했던 그분이 새삼 그립다. 노벨상을 괜히 아무한테나 주간디.
소삼학도에 세워진 어린이바다과학관.
소삼학도 바다 건너로 아산이 보이는 초호화판 게이트볼 경기장.
아홉 신가보다.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 서서히 빠져나와 제주로 출항하는 퀸메리 호. 올봄부터 취항.
국내 최대 카페리선. 13,665톤. 여객 정원 1264명. 승용차 490대 탑재 가능.
삼학도 요트 계류장.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한 번도 돛단배 요트를 타보지 못했다.
발리에서 타보았더니 엔진처럼 툴툴거리지도 않고 파도를 보드랍게 타고 넘어 환상적이었다.
삼학도 해안에 정박 중인 어선의 고물에 화살표처럼 얹힌 대형 닻.
삼학도 해안에 정박 중인 중형 어선들.
꽁무니(고물)에 빨간색 그물을 주렁주렁 매달고 목포항에 정박한 어선들.
여객선 터미널 건물.
삼학도에서 페달 몇 바퀴 돌리니 목포역
가끔 들러서 선짓국을 먹는 역전 광장 영창식당. 역사가 꽤 깊은 식당이다.
조금쯤 후지고 허술하지만 옛 맛이 그리운 나한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어디에서들 왔을까. 역전광장의 관광안내판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가씨들.
목포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내가 안내해줘도 괜찮겠지만 늙은이가 주제넘은 짓이겄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산정초등학교 부근. 도로 가운데 나무 심긴 곳이 옛날 철로 놓였던 곳. 이제 새 철로는 나무 아래 땅굴로 숨었다.
열 시가 넘었는갑다. 배가 꽤 많이 고프다. 페달 부지런히 밟아서 얼릉 밥 먹어야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