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고 사랑하는 전북교육가족 여러분
- 교육과학기술부 감사를 마치고 -
무덥고도 긴 여름이 지나고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 바람결이 우리 삶을 휘감기 시작했습니다. 볼라벤, 덴빈 그리고 산바로 이어지는 태풍에 전북지역의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고, 피해를 당한 농민들의 재산상 손실과 정신적 상처가 하루 속히 회복되고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배움의 길에 들어서 있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모두가 거친 태풍 앞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는 것에 우리는 안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전북교육가족 여러분의 투철한 사명감과 헌신의 결과라고 생각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위협하던 무렵인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13일까지 우리 전북교육계에는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라 함)의 감사태풍이 몰아쳤습니다. 「학교생활기록 기재 및 관리 지침」(훈령)대로(이하 ‘교과부 지침’이라 함)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라 함)에 학교폭력사실을 기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북교육청과 전북도내 22개 고등학교에 대한 교과부의 감사가 진행된 것입니다. 감사는 두 차례 기간연장을 했고, 감사인원도 처음 11명에서 21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일종의 감사인해전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교과부 감사반은 도교육청에 감사본부를 차려놓고 대규모 감사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감사반원들은 감사대상 고등학교 22곳에 나가 교장선생님들을 상대로 압박, 회유, 협박을 가했습니다. 교장 중임을 시켜주지 않겠다, 중징계 하겠다는 것이 주된 협박 수단이었고, 교과부에 있는 직원들을 동원하여 전화로 압박을 가하기까지 했습니다. 심지어 출장을 가면 출장지까지 따라가기도 하였습니다. 교장선생님들에 대한 압박 등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번에는 학교현장으로 찾아가 교감선생님들과 담임선생님들을 불러 승진을 시켜주지 않겠다, 중징계 하겠다는 협박을 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과부 감사에서 우리 지역의 교장선생님들, 교감선생님들, 담임선생님들께서 온갖 고초와 수모를 당하면서도 아이들의 인권과 삶을 지켜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급기야는 14개 시‧군 교육지원청의 교육장님들을 상대로 강한 압박을 가하였지만 역시 무위로 끝났습니다. 이 분들께 심심한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전북교육청이 이 높은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함께 힘을 실어주신 전북의 모든 교육가족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교과부의 지침은 헌법상의 인권장전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법률에도 전혀 근거가 없는 훈령에 불과합니다. 헌법을 위반하고 법률적 기초도 없는 교과부장관의 훈령은 그 자체가 불법입니다. 이러한 불법을 출발점으로 하는 교과부의 일련의 행위도 마찬가지로 불법입니다. 국가권력의 불법적인 행사, 표현을 달리하면 국가폭력에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이 따릅니다. 우리는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교과부 감사반은 평생을 교육자로서 헌신해 오신 분들을 상대로 감사를 하면서 교육자로서 지켜온 최소한의 자존감마저 무참하게 짓밟았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만행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입니다.
교과부 지침의 불법성과 문제점을 뒤늦게 파악하게 된 학부모들께서 헌법소원 등 각종 소송을 이미 제기해 놓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내린 징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행정심판의 청구가 전국의 시‧도교육청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것은 학생부 기재와 관련하여 우리 전북교육청의 지침과 교장선생님들을 비롯한 교육자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전북교육가족 여러분!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교육은 아이들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아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을 위해서, 고유한 개성과 잠재력의 무한한 발현을 위해서, 그리고 올곧은 민주시민으로의 성숙을 위해서 우리 전북교육가족은 최선‧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번 교과부 감사과정에서 우리는 그런 의지를 명확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러한 우리의 모습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전북교육청은 전북의 모든 학교들이 학교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가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전담변호사와 담당장학사 그리고 상담교사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 조사부터 해결까지 처리하는 ‘원스톱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효과적인 보호와 치유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강화하겠습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적정한 징계와 회복을 위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하여 상시적으로 학생들의 심리상담을 위한 전문상담교사의 충원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하는 등 실질적이고 다양한 대응책을 수립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교육감으로서 우리 전북교육가족의 숭고한 교육사명감과 헌신 앞에 깊이 머리 숙이며,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낮과 밤의 온도차가 심한 환절기입니다. 여러분들께서 항상 건강하시기를 소망합니다. 또 이 가을 독서와 사색의 계절에 삶의 열매를 풍성히 맺으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2. 9. 18.
전북교육감 김 승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