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국내외 경기전망 속에서 심화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와 그로인해 양산되고 있는 개인 신용불량자들이 그동안 지켜오던 내수경기의 방어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소비를 부추기던 거시경기정책의 무게중심도 이제는 경상수지 악화에 대비하는 등 보수적인 기조로 바뀌면서 소비의 외부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이같은 소비위축은 대부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연말 비수기로 접어든데다 경기침체 조짐이 겹치면서 11월 내수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내수판매 전선에 비상이 걸리면서 할인판매를 불사하며 대대적인 재고정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연말에다 대통령선거라는 호재를 기대했던 유통업계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서울 동대문 밀리오레와 두타 등 대형 의류쇼핑몰과 남대문 일대 상가들에는 일찍부터 시작한 연말 이벤트와 경품행사에도 불구하고 매장을 찾는 고객수가 적어 찬바람이 불고있다.
◇자동차 업계 판매전선 비상=자동차업계의 연말 내수판매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기아·대우·쌍용·르노삼성·대우상용차·대우버스 등 자동차 7사에 따르면 11월 내수판매는 12만7804대로 전달의 14만4457대에 비해 11.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지난달 5만9540대를 내수판매해 전월대비 12%나 줄었다. 또 기아차와 GM대우차는 각각 3만7003대, 1만225대를 판매하는데 그쳐 전월대비 2.8%, 9.4%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국내 자동차업계가 대대적인 재고정리 바겐세일에 들어간데 이어 수입차업계도 가격할인이나 무이자 할부판매 등을 통해 연말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GM대우차 등 자동차업체들은 이달들어 큰폭의 할인판매에 돌입,차종에 따라 20만원에서 최고 120만원까지 차값을 할인해주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같은 할인판매를 하고 있음에도 이달들어 겨우 지난해 수준의 판매대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고차돚수입차 시장에도 한파=수입차 업계도 불황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3개월째 판매 감소세를 기록한 수입차업계는 이달들어서도 판매량이 지난달보다 소폭 감소했다. 중고차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 처음으로 기업형 경영을 도입한 경매전문법인인 서울자동차경매장의 경우 지난 4일 중고차 경매에서 출품대수가 500여대로 연평균 700대보다 무려 200대 가량 줄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중고차매매상사의 대표는 "전체적으로 중고차 가격이 최소 50만원 이상 떨어졌다"며 "경기침체와 차량 연식변경을 앞두고 중고차를 찾는 고객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돚할인점 업계 성장세 크게 둔화=지난해 4/4분기부터 고성장을 해온 백화점 매출도 지난 9월을 기점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백화점 매출은 지난 9월 전년동기에 비해 마이너스 1.4%를 기록한뒤 10월 6.7%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영업일수가 지난해에 비해 2일 늘어났고 가을정기 세일을 실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매출 증가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매출액 10조로 사상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5월까지 두자리 수 이상의 고성장을 해온 롯데백화점은 월드컵의 여파로 6월부터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해 지난 9월 매출 증가율은 최저치인 1.2%를 기록했으며 이달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도 이달들어 하루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0∼15%가량 줄어 들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세일이나 사은행사를 하면 예전에는 150%정도 성장했던 매출이 요즘은 30%정도 밖에 성장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고정 판촉비를 줄이기 위해 사은행사나 정기세일 등을 더욱 축소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백화점은 물론 중저가품이 즐비한 할인점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할인점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만 해도 분위기가 좋아 연간 목표를 120%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105% 달성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슴앓이하는 재래시장 상인=재래시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대량 유입에다 경기한파로 혹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밀리오레 관계자는 "올 겨울은 지난 IMF때보다 장사가 더 안된다"며 "전년대비 20%에서 50%까지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밀리오레, 두타, 프레야타운 등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남대문시장 상황은 더 나쁘다. 남대문 주변에 대형 의류 쇼핑몰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주변 재래시장의 상권까지 고사상태에 빠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20년째 가죽옷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씨(45)는 "겨울 장사가 이렇게 안되기는 처음"이라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체 시장 위축=올 상반기 20%이상 고성장을 해온 의류업계의 매출 성장세가 4/4분기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예년에 비해 12월 초까지는 날씨도 따뜻해 올 4/4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10%이상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며 "올 상반기 고성장으로 올해 매출목표는 달성할 수 있으나 이같은 흐림이 내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청바지 원단인 데님을 생산하는 태창기업 이흥식 내수팀장은 "겨울의류가 창고에 재고로 그대로 쌓여 있다"며 "때문에 돈 회전이 안돼 봄의류 생산도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주류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주류시장에서도 소주, 맥주 등 중저가 대중주 제조업체들이 매출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스키 판매는 치열한 판촉 전쟁으로 그런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올들어 10월말까지 소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3%,맥주 판매량은 2%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같은 신장률은 예년의 8~9%와 비교할 때 뚝 떨어진 수치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온 패스트푸드업계도 불황의 그늘에서 허덕이고 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버거킹 등 주요 업체의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0~20%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전업계는 프리미엄급 중심으로 선전=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가전 업체들에 따르면 최근의 소비심리 위축이 가전제품 판매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통적으로 11~12월은 9~10월 혼수시즌 이후 가전제품의 계절적 비수기이지만 프리미엄 가전제품 위주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겨울철 주요가전 품목인 김치냉장고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으로 볼 때 작년동기 대비 20% 이상 내수판매가 증가했다"며 "TV, 세탁기 등 주요가전제품들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들어 드럼세탁기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들 중심으로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어 3/4분기에 이어 고가의 프리미엄 가전제품들의 판매량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
머니투데이 송광섭 기자
=====================================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