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짐을 자기 짐인 양 '슬쩍'… 쇼핑한 물건 다 잃기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에 나섰다가 지갑이나 여행가방을 잃어버려 여행을 망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행에 들떠 자기 물건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여행객의 허점을 노린 범죄들이다.
지난 20일 오전 대학생 노모(20)씨는 인천공항에서 영등포 집으로 돌아오는 공항버스 안에서 디지털카메라를 잃어버렸다.
8일간의 인도와 네팔 여행 사진들이 담긴 소중한 디카를 순식간에 분실했다.
노씨는 "디카를 꺼내 사진을 보면서 여행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많은 짐이 신경쓰여 잠시 방심하던 사이에 디카가 없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6일 오후에는 서울 동대문구에서 인천공항행 공항버스에 탑승했던 회사원 김모(22)씨가 버스요금을 계산하고 현금 55만원이 든 지갑을 기사 뒤편 좌석에 놔뒀다가 도난당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무거운 여행가방에 신경을 쓴 사이 지갑이 없어졌다"며 "결국 중국 청두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달 말에는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 공항버스로 귀가하던 김모(20·회사원)씨가 공항버스 짐칸에 실었던 자신의 여행가방이 없어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면세점에서 산 200만원 상당의 L사 명품가방과 화장품이 든 여행가방 2개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집 앞 정류장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와 같은 공항버스에 탔던 한 승객이 버스기사에게 "내 가방이니 내려달라"며 김씨의 가방을 갖고 하차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버스를 운전한 D운수 소속 최모(29)씨는 경찰조사에서 "한 중년 여성이 태연하게 자기 짐이라고 해서 의심없이 짐을 내려줬다"고 했다. 경찰은 버스기사의 진술, 인천공항 출입국자 명단, 정류장 인근 CCTV를 통해 범인 이모(4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해외여행으로 좋았던 기분을 가방 도난으로 단번에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짐을 많이 싣고 내리는 공항버스는 분실·도난 사고에 노출돼 있다.
공항버스회사는 일반적으로 바코드가 인쇄된 수화물표를 붙인 후 짐칸에 승객의 짐을 싣는다.
수화물표는 승객이 짐을 내릴 때 운전기사가 확인한다.
운수회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일일이 수화물표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손님이 '내 가방'이라고 하면 곧이곧대로 믿는 편"이라고 했다.
또 수화물표는 공항버스 짐칸에 실은 짐에만 붙여진다.
승객이 버스 안으로 갖고 탄 짐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한 공항버스 기사는 "직접 가지고 탄 짐은 기사석 옆 짐 보관칸에 두는 경우가 많은데 승객이 내릴 때 남의 짐을 갖고 내려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공항버스 측은 "도난·분실 사고뿐 아니라 비슷하게 생긴 남의 가방을 자기 것으로 착각해 갖고 가는 해프닝도 적지 않다"며 "승객 스스로 조심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첫댓글 정말 리무진 버스 안에 갖고 탄 짐은 뒷자리에 앉으면 보이지도 않고 중간에 누가 들고 내려도 전혀 모르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