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소리/박남수
나는 떠난다. 청동(靑銅)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振幅)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忍從)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雷聲)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한국 대표 명시 2, 빛샘]===
박남주 (1918~1994)
도덕이나 이념보다 이미지와 암시를 중시한 시를 썼다. 평양 숭실상업학교를 거쳐 1941년 일본 주오대학[中央大學]을 졸업했다. 1945년 조선식산은행에 입사한 후 1·4 후퇴 때 월남하여 1954년 〈문학예술〉 편집위원으로 있었다. 1957년 박목월·조지훈·장만영·유치환 등과 한국시인협회를 창립하고 1959년 〈사상계〉 편집위원이 되었다.
1973년 한양대학교 문리대학 강사로 있다가 미국으로 이민 갔다. 1939년 〈문장〉에 〈초롱불〉·〈거리〉·〈주막〉 등 시 6편이 정지용에게 추천받아 등단했으며, 주로 일제강점기의 농촌생활을 소재로 해 날카로운 감각으로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다.
초기 작품을 묶어 첫 시집 〈초롱불〉(1940)을 일본에서 출간했다. 1958년 월남 전후의 작품을 묶어 시집 〈갈매기 소묘〉를 펴낸 이후 3번째 시집 〈신의 쓰레기〉(1964)와 4번째 시집 〈새의 암장〉(1970)을 펴냈다. 1957년 아세아자유문학상을 받았다.
<다음백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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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아파야 소리가 멀리 간다는 종.
일제강점기에 종이 울리기를 바라는 마음.
자유를 향한 열망을 봅니다.
조용한 하루 되시고 여유로운 날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