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맨하탄이라고나 할까. 캐너리 와프 지구의 HSBC 빌딩을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매입했다고 자랑이 은근히 대단하다. 한때 일본의 돈이 빼앗아갔던 미국의 자존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버금갈 일은 아니겠지만, 영국의 "랜드마크"이자 지난 세기 동양을 유린했던 홍콩 상하이 은행의 본사 건물을 샀다는 것은, 아마 재경원의 연수생들이 소호의 밤거리에서 백마에 올라타고 깃발을 꽂아본 것만큼이나 감개무량하리라. 대~한민국의 작은 꼬추를 흔들어대든 말든 꼴리는 데로 노는 거야 말리지 않지만... 최소한 장화는 신고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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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economic/view.html?cateid=1041&newsid=20091114194811219&p=tomatotv
그러나 작년 산업은행이 리만을 사겠다고 난리칠 때처럼, 무슨 급한 사연이 있길래 국민연금이 구태여 멀리 영국 땅에까지 원정 가서 돈 버리고 몸 버리려고 서두는지는 참 의문이다. 언론에서 발표하는 수치조차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HSBC 빌딩을 7억7250만 파운드(1조5000억원)에 구입하기로 했다는데, "올해의 경우 매달 임대수익도 4600만파운드(900억원)"에 이른다고 장담하고 있다. 런던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밑지지 않는 장사라는 것을 촌놈들에게 꼭 뽐내고 싶은지 별로 어울리지 않는 "캐쉬플로우"라는 용어까지 읊어대면서.
그렇다면 월 임대수익이 투자금액의 무려 5.95%, 년 71.5%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수익률이 년 70%를 넘어간다는 말인지... 900억이 아니라 90억이라손 치더라도 임대수익률이 무려 7%에 달한다. 아무리 호황기라 해도 우리나라 서울 중심가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수익률은 3-4%를 결코 넘지 못한다. "캐쉬플로우"의 관점에서는 부동산 투자금액을 은행에 정기예금해놓는 편이 훨씬 더 고수익을 보장하며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자산가치를 보존하고 향후 매각차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몇년 전 악명높은 론스타는 서울 역삼동의 스타타워빌딩을 6300억원에 매입하여 9300억원에 매각, 3년 반만에 3000억원, 50%에 가까운 차익을 남겼다. 양도소득세만도 1천억원을 내야했으나, "김앤장"의 매국적 변호사들을 동원하여 교묘히 탈세하고 있으며, 아키히로 정권은 오히려 외국 상전 마피아 자본의 이익을 지켜주는 동네 양아치의 역할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안에서 바로 우리의 땅, 우리의 부동산도 지켜내지 못하는 주제에 남의 나라, "선진적 사기기술"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앵글로색슨의 땅에까지 가서 부동산 투자를 하는 그 용기를 찬양해주어야 하나? 런던의 돈맥을 발견한 대한민국의 국민연금에게 할렐루야 찬송가라도 불러주어야 하나? 벌써 월 임대수익을 얼토당토 않게 부풀려 발표하는 자체부터 뭔가 수상한 뒤를 숨기고 있는 냄새가 난다. 1조5천억의 거래라면 중개비 커미션만도 기백억원대에 이를텐데, 그 천문학적인 돈이 설마 아키히로의 "청계천재단"으로 다시 흘러 들어오는 것은 아니겠지...
예의 건물은 HSBC가 2007년 스페인 메트로바세사에 10억9000만 파운드에 팔았다가 지난해 말 8억4000만에 재매입한 것이라 한다. 메트로바세사가 건물을 샀다가 도로 파는 과정에서 2억5000만을 손해봤으니, HSBC는 그만큼 이익을 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비록 국민연금이 그 건물을 조금 싸게 7억7250만에 산다고 하지만, 몇년 후 런던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아니면 내년 쯤이나 국민연금도 2억파운드 4천억원 쯤 손해를 보고 도로 팔아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지나 않을지... 하기야 파운드가 좀 올라가 준다면 똔똔이 될 수도 있겠지... 서민을 위하는 "서민의 연금" 입장에서 "서민의 돈" 원화의 가치가 빨리 떨어져주기만을 기도해야겠네.
자국의 사회복지에 충당되는 국민연금이 해외에 투자한다는 것은 - 결국 - 남의 나라 사람들의 잉여가치를 착취하여, 그들의 생산물로 우리의 노인들을 먹여살린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제국주의"라는 국가 이기주의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한민국의 국민연금은 가장 수익률이 높은, 즉 잉여가치의 착취가 가장 용이한 나라에 침략해 들어가서 그들의 돈을 훔쳐오는 도둑질이 바로 국민연금 운용의 묘가 되기는 할 것이다. 물론 남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악랄함과 교활함을 동시에 갖춰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마카오 카지노에 초대받은 멍청하고 돈많은 관광객의 꼴이 되겠지...
진정한 문제는 그러나, "국민연금"이라는 우리의 노후를 보장하는 돈은, 해외든 국내든 도박판의 판돈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이다. 왜? 우리 부모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재산이 아니라 소득이며, 그 소득이란 당연히 우리 자식들이 기꺼이 부모에게 매달 드리는 용돈과 같은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국민연금은 "기금의 돈놀이"(capitalization)가 가져다 주는 수익에 의해서 운용될 것이 아니라, 노동력이 있는 국민들이 내는 세금의 일부를 노동력이 없는 국민들에게 이전시키는 "소득의 재분배"(repartition)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공동체적 복지국가의 원칙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이 아니라 세금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건강보험도 보험이 아니라 세금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연금이나 보험의 기금은 결국 노동을 착취하여 금융시장의 기생충들이나 살찌우게 하는 자본으로서 운용되어서는 안된다. 건강이나 노후 보험이 보장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도 노후도 아니라 보험회사의 이익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조세정의와 사회보장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국가의 재분배 기능을 시장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우회적으로 이루겠다는 핑계는 금융자본 아래 무릎 꿇은 국가의 패배일 뿐이다.
첫댓글 모 개그프로의 한 코너가 생각나네요..거참 씁쓸하구만ㅡ.ㅡ
"국민연금은 기금이 아니라 세금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건강보험도 보험이 아니라 세금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라는 것에 대해 크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진정한 복지를 이루려면 이렇게 해야한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