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을 구입하여 사원을 만들고 다국적과 초종파를 지향하는
뉴저지 웨스트 오렌지에 있는
Empty Cloud Monastery(허운사)
글 손의진
Empty Cloud Monastery(허운사)
2022년 4월 30일 미주현대불교 취재 기자, 그리고 시튼 홀 대학교(Seton Hall University)에서 국제 금융학을 강의한 윤여민 교수님과 함께 Empty Cloud Monastery를 찾았다. Empty Cloud라 이것을 우리 말로 허운사 虛雲寺로 명명 해본다. 안으로 들어가니 건물 꼭대기에 십자가가 있고, 그 아래에 백의관음상이 있다. 또 건물 안 유리에도 성당의 상징 그림이 그대로 있다.
남방불교 수행법, 구체적으로 태국 아잔차 스님 계열의 수행을 하며, 팔리어 경전에 근거한 계율에 의거하여 생활하는 수도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사찰은 남방불교, 북방불교, 티베불교 등 종파를 따지지 않고 함께 살기를 원하면 모든 스님들을 받아주는 초종파적 수도원이다. 초종파를 지향하는 것처럼 사원 안과 밖에는 태국, 라오스, 미얀만, 중국, 일본 불상 등 여러 나라 불상이 곳곳에 있고, 반야심경도 중국 대만계 계열의 장엄사 스님 작품도 있고, 틱냑한 스님이 영어 반야심경을 붓글씨로 쓴 작품도 있다.
큰 규모의 카톡릭 성당을 인수하여 이곳에 2019년 사원을 개원하였다. 이 수도원을 개원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하여, 노르웨이, 이태리, 태국 등 지구촌 곳곳에서 모금을 하였다. 미국에서 비영리 종교단체로, 그것도 불교 단체여서 모자라는 돈 때문에 은행에서 융자를 얻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개원하자마자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는데 최근에야 다시 문을 열었다.
성당을 구입하여 사원을 만들어 이태리 출신의 비구니, 그리고 논리 정연하게 설법을 잘하는 비구 스님이 공동 주지로 있는 사원. 다국적 스님들이 모여 공동생활을 하고, 프로그램 참가비는 정해진 것이 없고, 전적으로 참가자 자율 보시로 운영하다. 탁발문화가 없는 미국에서 매일은 아니지만 매주 탁발도 하는 스님들, 불교에 불교전통생활 방식에 대한 무한한 긍지와 불교인으로서의 당당함을 느낄 수 있다. 맨하탄에서 탁발하는 날짜를 안다면 만사를 제치고 나가서 이 탁발 공양 대열에 나도 참가하고 싶다.
내 생각에 이들이 1960년대, 1970년대라면 이런 시도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미국불교는 세월이 좀 흘렀고, 서양인 스님들도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아시아 전통불교를 미국에 맞게 변용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 독특한 수도원에 대한 글은 지난해 손의진 행자가 출가 전에 써 놓은 것이다. 손의진 행자는 뉴욕 조계사 신도였다가 지난 해 5월에 출가하여 현재는 한국에서 승가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편집자 주
미처 추위가 다 가시기 전인 2022년 4월 말, 뉴저지 웨스트 오렌지에 위치한 Empty Cloud Monastery(허운사)를 방문하였다. 뉴어크 공항보다 더 서쪽인 웨스트 오렌지는 맨해튼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이며, 뉴욕시 버스 터미널(Port Authority Bus Terminal)이나 뉴욕시 펜 스테이션(Penn Station)에서 기차나 버스로도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다. 근처에는 미국에서 매우 일찍부터 동양학을 강의했던 카톡릭 재단의 시튼홀(Seton Hall University) 대학교도 있다. 사찰은 깊은 숲이나 산 속은 아니지만 나름 주택지들로부터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필자가 취재를 갔던 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화창하여 도착할 때쯤 되니 차 안에서부터 아주 넓은 잔디밭과 나무들이 봄을 맞아 새싹들로 파릇파릇 빛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사찰 건물 생김새와 입구 담벼락 등이 이곳이 아주 오래된 가톨릭 수도원이었
음을 알려주었다. 멀리서 보면 오래된 성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가 보니 건물 지붕에 하얀색 십자가와 창문에 스테인드글라스들이 그대로 있었다. 십자가 밑, 왠지 성모 마리아 상이 위치했을 것 같은 그 자리에 지금은 동아시아 스타일의 하얀색 백의 관음상
이 있다. 또 다른 한 편에는 눈을 감고 명상에 드신 부처님 석상도 있어서 동서양의 역사가 함께 섞여 어우러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평화롭고 맑은 수행 분위기가 넘쳐 흘렀다. 맨처음 맞이한 곳은 식당이었는데 채광이 아주 잘
되어 밝고 따뜻했다. 한쪽 벽면에는 각종 부처님 상들과 장식품들로 꾸며져 있었고 식탁에 씐 보라색 식탁보가 더욱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곧 그곳의 두 분의 공동 주지스님인 비구니 소마(Ayyā Somā) 스님과 비구 수다소 (Bhante Suddhāso)스님께서 경내를 함께 조용히 안내해 주셨다. 두 스님들은 맨발에 약간은 황토색에 가까운 주황색 가사를 두르고 계셨다. 이러한 공동주지제도는 스즈키 쑨륜 스님이 세운 샌프란시스코 선원에서 처음 시도한 제도이다. 응접실에는 보디 비구 스님의 영어 아함경이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었고, 건물 안의 벽면과 장식장들에는 아주 다양한 나라들에서 온 불교 미술, 서예작품들이나 조각상들로 채워져 있었다. 중국 장엄사 스님의 반야심경 작품도 있었고, 틱냑한 스님이 붓글씨로 쓴 영어 반야심경 작품도 있었다. 수다소 주지스님께 듣기를 이 사찰이 문을 열었을 때 여러 나라들로부터 받은 선물들이라고 한다. 태국, 일본, 라오스, 중국의 불상, 서예작품 등이 있었지만 아직 한국불교와 교류능 없었기 때문에 한국 불상이나 서예 작품은 없었다.
식당을 지나자 건물의 중앙에 위치한 40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선방이 있었다. 앞쪽 벽면은 나무 책장으로 되었고 그 한가운데에 남방 불교 스타일의 금색 부처님이 책들, 꽃들과 함께 모셔져 있었다. 책장 앞 바닥에는 스님들이 앉는 방석과 물병들이 놓여져 있었고 건물 가운데는 큰 카펫과 벽면을 따라 놓여진 방석과 쿠션들로 아주 아늑한 분위기를 주고 있었다. 두 주지 스님들은 곧 필자를 안쪽 또 하나의 선방으로 안내하셨는데 그곳의 이름은 익숙하게도 “관음전” 이었다. 스님들께서는 관음전에서 명상도 하시지만 주로 아침 예불을 하신다고 한다. 방의 모양새가 다시 이 곳이 가톨릭 수도원이었음을 연상시켰는데 천장이 세모형으로 높고 벽면과 바닥이 돌로 되어있었으며, 한쪽 벽면의 창문에는 마치 중세 수도원을 연상시키는
색색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었다. 왠지 십자가와 예수님이 계셨을 것 같은 정면 벽면에는 오래된 관음도가 걸려 있었고 그 밑에 작은 부처님이 모셔져 있었다. 앞쪽 바닥에 일 열로 현재 상주하는 네 스님의 방석과 예불 책들이 놓여있었다.
곧 수다소 스님이 차실(Tea Room)로 안내해 차를 내어주셨고, 소마 스님과 함께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수다소 스님께서는 대만에서 다도를 수료하였다고 한다. 먼저 사찰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질문하였는데 이 사찰의 뿌리는 크게 보면 태국의 아잔 차(Ajahn Chah) 스님 계열의 테라와다 사찰이지만 독립사찰로써 전통이나 종단에 소속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수다소 스님과 소마 스님이 공동으로 창립한 비영리 단체인 부디스트 인사이츠 (Buddhist Insights) 소속 사찰로 등록되어 있다. 그전에는 퀸즈 라커웨이 비치(Rockaway Beach, Queens)에 위치한 조그마한 명상 센터였는데 2019년에 현재 위치로 이사하였다. 사찰 구매에 있어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전에 White Cloud Monastery라는 가톨릭 수도원이 부지를 내 놓았는데 불교 사찰이 관심 있어 한다는 것을 알고 수도원 측에서 가격을 절반이나 깎아주었다고 한다. 리조트나 큰 콘도가 들어서는 것보다 수행 정신을 유지해 줄 평화로운 단체가 들어선다는 것을 달가워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도 사실상 많은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측에서 신뢰해 준 덕분에 기적적으로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주택담보대출 승인이 나자마자 세계 각 나라들에서 모금 운동을 펼쳐주어 기금을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전의 수도원 이름에서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Empty Cloud라는 사찰 이름은 그전의 가토릭 수도원의 이름이었던 White Cloud에서 따온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수다소 스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찰의 이름 때문에 대승불교 사찰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고 하셨다.
안타깝게도 사찰이 이곳으로 이사를 하자마자 코로나로 인해 폐쇄적으로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개원했을 당시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100명정도, 집중적인 안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25명정도였는데 지금은 체류하는 사람들이 15명에서 20명 사이라고 한다. 이 사찰은 음식을 포함한 템플스테이 비용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데 대신 체류 조건이 최소 1주일, 이상적으로는 2주 이상 머물 수 있는 사람들만 받고 있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연령대와 인종은 매우 다양한데 퀸즈에 위치해 있을 때는 명상에 초보자들이나 젊은 미국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 지금은 오히려 더 연령대가 다양해졌고 특히 전통적인 불교 국가들에서 이민 온 재가 수행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긴 기간 체류하며 수행이 가능하니 경험 있는 수행 경험자들이 많이 오는 것이다.
현재 사찰에는 총 네 분의 상주 스님과 한 분의 행자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인 비구 스님 수다소스님과 이탈리아인 비구니 스님 소마 스님이 공동주지를 맡고 있다. 이 사찰에서는 성소수자나 성차별을 지양하는 의미에서 비구와 비구니 스님 모두 Monk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수다소 스님은 일본 조동종 계열 선을 통해 불교에 인연이 되었는데 스님이 되고 싶어 계를 받고자 하니 계맥이 끊긴 일본 불교 전통에서는 출가가 불가능하였다. 계를 받을 수 있는 전통을 찾아 인연이 된 것이 태국의 아잔차 스님 계열 이며 2009년부터 3년의 교육 기간을 거쳐 2011년에 캘리포니아 멘도시노 카운티에 위치한 아바야기리 승가(Abhayagiri Buddhist Monastery)에서 비구 계를 받았다고 한다. 소마 스님도 이탈리아에서 아잔 차 스님 계열의 절에서 수행을 시작하여
비구니가 되기로 마음먹었지만 마찬가지로 계맥이 끊긴 남방불교 전통에서는 공식적으로 계를 받을 수 없었고 2020년에 Empty Cloud 자체적으로 여러 비구, 비구니 스님을 초청하여 비구니 계를 사찰 최초로 받았다. Empty Cloud 사찰은 특정 종단에 소속
되어 있지 않은 초종파 Non-sectarian 사찰이며 다양한 전통의 스님들을 모두 인정하여 초대하고 함께 생활한다. 몇 년 전에는 티베트 스님도 상주하였다고 한다. 스님들의 일상 스케줄은 한국 사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한 가지 차이점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마을의 파머스 마켓이나 가끔씩은 특별히 맨해튼에서 탁발을 하시고 기본적으로 오후불식을 한다. 강제적 이진 않으나 주로 저녁에는 과일 주스나 초콜릿 정도를 드시는 게 전부라고 한다. 또 기본적으로 채식을 하시고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에만 육식을 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수다소 스님께 대승과 남방 불교를 모두 경험해 보신 스님으로써 굳이 다른 전통으로 옮겨서 수계를 받으신 이유에 대해 스님은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계를 받기 위해서였다고 하였다. 덧붙이시길 깊이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 둘을
굳이 구분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씀을 하며 테라와다를 이해하고 논하기 전에는 대승을 논할 수 없고, 또 대승의 선 또한 초기경전에서 모두 찾을 수 있으니 그 둘은 하나라고 하였다. 또 부처님은 분명히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고
하셨으며 여자가 성불하기 어렵다고 한 말이 경전에 나오지만 그것은 마라가 한 말이고 부처님이 하신 말씀이 아니라고 하였다. 필자가 실수로 소마 스님을 “아야 소마”라고 하지 않고 “소마”라고 지칭했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스님을 지칭할 때는 꼭 존경어인
Bhante 나 Ayya를 붙여야 한다고 교정해 주기도 했다. 다른 남방 불교 전통과 다르게 비구니 스님 소마스님을 철저하게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모습에 또 한번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소마 스님은 태국에 교육이나 수행 등의 이유로 방문하였을 때 여자 수행자, 특히 비구니 스님으로써 겪어야 했던 시선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는데 평생에 있어서 스님께서 여자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때만큼 절실히 느낀 적이 없었다고 공유해 주셨다. 수다소 스님과 같이 아잔 차 계열에서 공부하였지만 계를 공식적으로 주지 않는 탓에 공식 상의 문서 등에는 표기할 수 없다고하였다. 그렇게 할 경우 종단에서 정치적인 시비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필자는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달변가처럼 척척 답변을 해주는 수다소 스님의 모습에서 스님의 진실한 구도를 향한 열정과 공부 행적을 느낄 수 있었다. 수다소 스님은 많은 사람들이 이 사찰이 일종의 현대화된, 계율의 수정을 거쳐 운영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8고 부처님 당시의 계율과 법을 가장 그대로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현재 사찰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웹사이트에서 월별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스님들은 팟캐스트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또한 많은 해외 일정들도 소화하고 있는데 이탈리아도 방문 중한다. 다른 지역에 방문할 때에도 꼭 탁발 행사를 하시는데 사진이나 영상 등을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다.
https://buddhistinsights.org
https://www.instagram.com/buddhistinsights/
https://www.youtube.com/c/BuddhistIns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