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운데가 발교산 서릉 끄트머리의 갈미봉, 가래골로 내리기 직전 임도에서

황량한 들판을
걷는 내 마음 속
푸르른 호수
(枯野ゆくわがこころには蒼き沼)
――― 기노시타 유지(木下夕爾, 1914~1965)
▶ 산행일시 : 2016년 7월 30일(토), 흐림, 이따금 비, 염천
▶ 산행인원 : 15명(모닥불, 스틸영,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소백, 수담, 두루, 맑은, 구당
(九堂), 대우(大愚), 허산, 해피, 마초, 메아리)
▶ 산행거리 : 도상 9.1km
▶ 산행시간 : 8시간 14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9 : 56 - 홍천군 동면 노천리 화방이(花坊-), 화방대교, 산행시작
10 : 06 - 능선마루
10 : 38 - 519m봉
11 : 06 - 산악기상관측장비, 임도
11 : 37 - 헬기장
11 : 47 ~ 12 : 25 - 대학산 직전 안부, 점심
12 : 32 - 대학산(大學山, △876m)
12 : 55 - ╋자 갈림길 안부
14 : 00 - 헬기장, 942m봉
15 : 03 - △935.1m봉 아래 ┳자 갈림길
15 : 40 - 954m봉
16 : 00 - 896m봉, ┣자 능선 분기, 직진은 발교산, 우리는 오른쪽으로 감
16 : 52 - 임도
17 : 35 - 계류 합수점, 농로
18 : 10 - 홍천군 동면 노천리 가래골, 산행종료
18 : 47 ~ 21 : 02 - 홍천, 목욕, 저녁
22 : 44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대학산 정상에서, 뒷줄 왼쪽부터 한계령, 해피, 메아리 대장, 두루, 대우, 맑은, 모닥불,
스틸영, 대간거사, 앞줄 왼쪽부터 허산, 구당, 소백, 수담, 마초

2. 대학산 가는 숲길

▶ 대학산(大學山, △876m)
난데없는 피서 철이다. 서울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 서울춘천간고속도로는 서종IC까지,
6번 국도는 양평 국수리까지 피서를 가려는 차량들이 몰려들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우리는 국도를 택했다. 평소에는 동서울에서 홍천까지 1시간 20분이 걸리는데 오늘은 3시간
이 걸린다. 그 긴 시간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화방이(花坊-) 마을. ‘꽃동네’라는 말이다. 화방대교 이름이 거창하다. 겨우 개울을 건너는
5m가 될까 말까 한 조그만 다리를 대교라고 명명했다. 화방대교 앞에 차를 세우고 개울 옆으
로 난 농로 따라 들어간다. 농로는 민가 앞에서 끊기고 왼쪽 산기슭 덤불숲 헤쳐 산속으로 들
어간다. 부엽이 수북하게 쌓인 사면이 나온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다. 햇볕이 나지 않아도 가파른 오르막길은 사우나 한증탕에 들어온
것 같다. 산개하여 한 피치 올라 능선 잡는다. 인적 뜸한 한갓진 등로와 만난다. 워낙 후덥지
근하여 소낙비를 한줄금 뿌릴 것 같더니만 후드득 시늉만 하고 만다. 내 흘리는 땀으로 등로
를 적신다. 등로 주변에는 고운 드레스 늘어뜨린 노랑망태버섯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무희
들의 춤사위를 방불케 한다.
버섯의 계절이다. 내 눈이 어두워 주로 ‘발로 차 버섯’(킬문 님 버전)이다. 길게 오르고 짧게
내리며 봉봉을 넘는다. 무덤이 나오면 대간거사 님이 신가이버 님은 휴가 가서 오늘 산행에
나오지 못했다고 고한다. 우리 산행은 1시간 걷고 잠깐 쉬는 식인데 오늘은 도저히 그러지
못하겠다. 40분 남짓 진행한 519m봉에서 휴식한다. 서로 배낭 무게 줄이려고 다투어 먹을거
리 놓는다.
하늘 가린 숲속 길. 원경은 고사하고 근경 조망도 글렀다. 야생화에 눈길을 돌린다. 584m봉
넘고 칡넝쿨 뚫어 산악기상관측장비 나오고 임도다. 임도 절개지가 수직절벽이다. 달달 기어
오른다. 공제선 저기가 대학산일까? 비지땀 쏟으며 올라가보면 공제선은 다시 저만큼 물러
나 있다. 풀숲 우거진 묵은 헬기장 지나고 안개 속을 간다.
한갓지던 등로가 갑자기 환해지고 여러 산행 표지기들과 함께 가는 한강기맥 길이다. 여기
한강기맥 길은 대학산 넘어 화방고개로 가는 중이다. 대학산 직전 야트막한 너른 안부 초원
에서 휴식할 겸 점심밥 먹는다. 비가 내리다말다 한다. 오늘 같이 입맛이 쓴 염천에는 밥을
그저 찬물에 말아먹는 게 일거양득이다. 시원한 물을 마시면서 밥까지 넘긴다.
점심이 길었다. 38분. 완만한 능선을 한 피치 길게 오르면 대학산 정상이다. 독도(이경일) 님
이 비닐 씌운 정상 표지를 달아놓았다. 삼각점은 ‘청일 410, 2005 재설’이다. 단체 기념사진
찍고 내린다.
3. 참나리(Lilium lancifolium), 백합과 여러해살이풀, 화방대교 앞에서

4. 왼쪽 산릉을 향하여 간다

5. 노랑망태버섯(Phallus luteus (Liou & L. Hwang) T. Kasuya)

중국에서는 죽손(竹蓀)이라 하여 식용한다.
6. 노랑망태버섯(Phallus luteus (Liou & L. Hwang) T. Kasuya)

7. 누리장나무(Clerodendrum trichotomum Thunb.), 마편초과 낙엽활엽 관목

잎과 줄기에서 누린내가 난다 하여 누리장나무라고 한다.
8. 누리장나무

9. 누리장나무

10. 첫 휴식, 519m봉에서

11. 대학산 가는 길

12. 칡꽃

13. 대학산 가는 길

14. 대학산 가는 도중 점심을 마치고

15. 대학산 가는 길

16. 대학산 정상에서

▶ △935.1m봉 아래 ┳자 갈림길, 896m봉
대학산 내림 길은 약간 험로다. 빗물에 젖어 미끄러운 바윗길을 지나고 오른쪽 사면을 살짝
돌아 가파른 내리막을 세 피치나 떨어진다. 풀숲에 숨어 있는 나뭇가지를 잘못 밟았다가 여
지없이 미끄러진다. 그런 데는 사고다발지대라고 뒤에 오는 일행에게 육성 높여 인계한다.
뚝뚝 떨어져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이다.
이제부터 800 ~ 900m대 무수한 준봉들을 오르내린다. 그 굴곡이 꽤 심하다. 바로 앞 808m
봉은 뾰족한 첨봉이다. 사면 쓸어 오르는 메아리 대장님의 에헤라디야 대물더덕 연호에 그
필유린(必有隣)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풀숲 뒤지다가 독나방 소굴을 건드렸는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귀, 눈두덩, 목덜미, 팔뚝, 손등 등에 여러 방을 쏘였다. 이튿날 쏘인 부위가
벌겋게 퉁퉁 부었다. 처음 당하는 일이 아니다. 이러다가도 주말이면 산행하는 데 아무 지장
이 없도록 신통하게 말끔히 낫곤 한다.
헬기장인 942m봉을 지나고 초원 누벼 오른 961m봉에서 한 차례 떼로 길을 잘못 들어 한참
헤매다 대트래버스 하여 주능선 붙잡는다. 924m봉 넘어서는 동자꽃길을 간다. △935.1m봉
약간 못 미처 ┳자 갈림길이다. 한강기맥은 왼쪽 수리봉 넘어 먼드래재로 가고, 오른쪽은 발
교산으로 간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가지만 발교산은 그만 놓아 주기로 한다.
더위 탓인지 다른 때 산행보다 진행속도가 훨씬 더뎌 발교산까지 가는 것은 무리다. 당장 하
산도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그리고 오늘 산행 콘셉트를 문자화하지는 않았지만 여름방학 특
선산행으로 계곡에서 알탕하며 물장구도 치고 놀다오자는 암묵적인 동조가 있었던 터이다.
어서 가래골로 가자하고 발걸음 재촉한다. 한강기맥 길과는 달리 발교산 가는 길은 흐릿하
다. 954m봉이 바라보아 주눅 들게 높은 첨봉이다.
대자 갈지자 연속해서 그리며 오른다. 흘릴 땀이 아직도 남았다. 가다 멈추면 날파리 떼가 쉰
내 맡고 막 달려든다. 시간이 산을 간다. 숨이 턱턱 막히고서 954m봉을 오르고 날파리 떼 등
쌀을 못 이겨 내리막길에서 숨 고른다. 딱 오른 그 짝으로 떨어진다. 마치 롤러코스터 타는
듯이 급박하게 오르내린다. 896m봉에서 배낭 털어 먹고 마신다. 죽었던 소도 벌떡 일어나게
한다는 냉환타가 빈말이 아니다.
17. 대학산 넘어 이런 데도 지난다

18. 원추리

19. 등로 주변

20. 동자꽃(Lychnis cognata Maxim.), 석죽과 여러해살이풀

21. 동자꽃

22. 동자꽃

23. 도깨비부채(Rodgersia podophylla) 열매, 범의귀과 여러해살이풀

24. 이질풀(痢疾-, Geranium thunbergii), 쥐손이풀과 여러해살이풀

타닌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소염ㆍ지혈ㆍ살균 작용 등이 있어 이질ㆍ설사 따위의 약재로
쓰인다
▶ 가래골
하산! 896m봉에서 서진하여 내린다. 돌길 잡목 헤치며 884m봉을 왼쪽 사면으로 돌아 넘고
사면 쓸어내린다. 임도로 내리는 길.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여기에 숨어 있었다. 한바탕
쏟아져 내리면 금방 나타날 것만 같은 임도가 멀기도 하다. 헛것이 보인다. 저 아래 희뿌연
임도가 살짝 보이기에 다가가보면 누리장나무꽃 무리이거나 개다래 덩굴이었다.
기어코 골로 떨어지고 이끼 낀 너덜을 내리다 마른 계곡을 자주 건넌다. 너덜 덤불숲에 막힐
까봐 살금살금 간다. 내 운을 시험해보는 이런 산행에서 짜릿한 스릴을 느낀다. 미수 허목
(眉叟 許穆, 1595∼1682) 선생이 「감악 골짜기 길목에서(紺岳谷口)」보다 더 깊은 골짜기
다. 여기는 만날 사람은커녕 수적도 인적도 없다.
떨어지는 나뭇잎 산길 희미하고 落葉山逕微
돌이끼에 지팡이 소리 더디어라 石苔筇音遲
사람을 만나도 말이 없으니 逢人不相語
이곳이 바로 귀머거리 세상이어라 正與聾者宜
운이 좋았다. 임도가 가까웠는지 희미한 인적이 보이기 시작하고 얼마 안 가 억새풀숲 헤치
고 머리 내밀자 양지꽃이 반기는 임도다. 임도 따라 오른쪽 산모퉁이로 올라가서 남은 지능
선을 마저 내린다. 낙엽송 숲 긴 한 피치 우르르 내리면 양쪽 계류의 합수점이다. 와르르 흐
르는 와폭 물소리부터 시원하다. 연신 사위질빵 헤치고 계류 기웃거리며 농로를 간다. 계류
에 절집 수채물이 섞였을까, 밭 농약이 섞였을까 따져볼 겨를이 없다.
이 아래가 가래골이다. 너른 소가 나와 첨벙하고 들어간다. 수온이 적당하다. 물속에 드러누
워 먼 산 위 뭉게구름 바라본다. 버들치가 정강이와 오금을 간질인다. 이 맛이야말로 바로 염
천산행을 하는 이유다.
25. 여로

26. 발교산 쪽으로 가는 풀숲 길

27. 양지꽃(陽地-, Potentilla fragarioides), 장미과 여러해살이풀

28. 양지꽃

29. 대학산

30. 두루사단

31. 사위질빵(Clematis apiifolia), 미나리아재빗과의 덩굴성 식물
첫댓글 "발로차 버섯"의 원전은 부리님이기에 바로 잡습니다. 알탕 버들치가 거시기(
)도 간지럽히던데

ㅋㅋ 바람부리 님이요. 킬문 님 산행기에서 보았기에...
@악수 발로차 버섯은 제가 철원 민통선 안에 들어갔다가 군인들한테 잡혀 온적이 있는데 거기서 능이 버섯인줄 알고 따서 물어 봤더만 바람부리님이 발로차 버섯이라 했고 그당시에는진짜 그런 이름의 버섯이 있는줄 알았 습니다
참나리 꽃이 실제보다 훨씬 잘 생겼습니다.
또가래골에서 소원풀이 하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무더위 사우나탕 속에서..
쐐기인지 독나방인지 여러 군데 쏘여 후유증을 심하게 겪고 있습니다.ㅠㅠ
@악수 언능 완치하시길 기원합니다~~
요즘 연이어 악전고투 하십니다 !!!
@악수 힘드시겠어요.
그렇지않아도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힘든데 말입니다.
빨리 치유되시길..
저도 일, 월요일에는 상태가 심하더니 지금은 적당히 좋아지고 있습니다...지는 알탕도 몬했는데,. 부럽당

조속 원상회복 바랍니다. 공공자산을 소중히 다룹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