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낳고, 다시 이용하는 검찰과 언론
[ 시민언론민들레 | 전지윤 사회운동가 misotolenin@gmail.com ] 2023.03.12 16:45
당사자와 주변, 주변의 주변까지 탈탈 털기
윤미향 마녀사냥에 마포쉼터 소장 벼랑 끝
죽도록 괴롭히다가, 죽으면 책임 떠넘기기
이재명이 사주한 듯이 연기 피우며 악마화
과거부터 넘쳐나는 피해자들의 처절한 증언
고통에 공감하며 끝없는 비극 중단시켜야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3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정의연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씨를 추모하는 액자와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 2020.6.10. 연합뉴스
지난 3년간의 윤미향 의원에 대한 마녀사냥에서 가장 끔찍했던 순간은 고 손영미 마포쉼터 소장이 우리 곁을 떠났을 때였다. 윤미향 의원이 대대적인 마녀사냥을 당하고, 검찰이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언론이 수많은 의혹들을 마구잡이로 제기하면서 표적이 된 사람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며 그러한 비극을 일어났다는 것은 명백했다.
그러나 당시 많은 언론과 정치인, 지식인들의 태도는 그렇지 않았다. 그 죽음마저도 윤미향 의원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갔다. 윤미향 의원이 책임지고 사퇴하지 않아서 비극의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프레임을 구성했다. 심지어 곽상도 같은 이들은 마치 윤미향 의원이 죽음을 사주라도 한 것처럼 주장하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미향 의원은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기가 막힌 마녀사냥의 연장이었고, 피해자 탓하기였고,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짓이었고,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였다. 심지어 그 후에 윤미향 의원의 사건을 맡은 담당 재판장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아직 재판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그야말로 윤미향 의원과 손톱만큼의 연관성도 찾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당시에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많은 언론은 ‘윤미향 사건 담당 판사 사망’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들을 쏟아냈다. 윤미향 의원에 대한 마녀사냥이 만들어낸 대중적 편견에 기반한 악의적 의도가 엿보이는 보도 행태였다. 그런 보도는 수많은 악플과 유튜버들의 극악한 음모론을 부추겼고 실제로 이어졌다.
지금, 이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일이 또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의 비극적 죽음에 대한 검찰과 언론과 정치인들과 일부 지식인들의 태도가 그렇다. 고인이 죽기 직전까지 범죄자인 것처럼 낙인찍고 몰아가는 보도를 쏟아냈던 족벌언론들은 그런 일이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실처럼 지워버리며 시침을 뚝 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 9일 숨진 전모 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의료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3.10 [공동취재] 연합뉴스
또한 검찰이 지난 2년 동안 검사와 검찰수사관 200여 명을 투입해서 33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하며 이재명, 가족과 친구, 주변 사람, 주변 사람의 주변 사람까지 괴롭히고 탈탈 털었던 것이 이 죽음과 관련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절대로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또다시 그러한 검찰과 언론의 집단적 괴롭힘에 가까운 수사와 보도의 중심에서 시달려온 이재명 대표가 이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피해자 탓하기와 책임 떠넘기기를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 대표가 이 죽음을 사주한 것처럼 연기를 피우고 있다. ‘뒤에서 죽음과 자살을 지시하고 교사하는 악마’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나머지 언론들도 별로 다르지 않다. 유족들이 ‘그런 내용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데도 고인의 유서를 봤다는 익명의 ‘관계자’(?)가 흘리는 말을 받아쓰면서 이재명 책임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보도에 입각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하지 않으면 ‘침묵’이라고 보도하면서 뭔가 의심스럽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이재명을 표적으로 정해놓고 그 주변 사람들까지 뭐 하나라도 나올 때까지 끝없이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하면서도 무엇 하나 분명한 것을 찾아내지 못하는 검찰 수사가 벌써 2년째이고, 그렇게 수사를 받고 언론에 이름이 오르던 사람들이 벌써 5명이나 죽었다. 이것은 국가기구의 강제력이 얼마나 막강한 압박인지 보여주는 끔찍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된 사람들이 어떠한 지옥 같은 고통 속에 있다가 결정을 내렸을지 그 마음을 상상만 해도 괴롭다. 지금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왜 검찰의 표적이 된 사람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게 되는지를 취재하고 분석해서 사회적 논의와 대책을 촉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미 노무현, 노회찬 등의 비극을 통해서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는지 많은 지적이 있어 왔다.
특수통 검사들은 칼을 찌를 뿐만 아니라 비틀면서 결국 내장까지 다 긁어내는 수사방식을 사용하며 표적수사, 별건수사로 상대의 숨통을 조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특수부 검사들이 법조기자들과 손잡고 자행하는 언론플레이와 여론재판을 통한 인격살인으로 특수수사기법이 완성된다는 점이다.
대장동팀의 '로비스트'로 지목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2.17. 연합뉴스
이에 대한 피해자들의 증언은 차고 넘칠 정도이다. 검찰의 한명숙 사건 조작에 이용당했던 한만호 씨는 비망록에서 이렇게 적었다. “그 능멸, 모멸감을 죽어서도 잊지 않을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도 저래서 자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총리님도 이러다 그렇게 되시는 것 아닐까. … 거짓 진술, 사실이 아닌, 날조였기에 … 죄책감으로 가슴 속에 선혈이 터져나올 듯한 고통을 느꼈다.”
조국 가족에 대한 검찰의 사냥에 도우미가 될 것을 강요받았던 김경록 자산관리인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어머님 앞으로 유서를 써놓고 갔다고 한다. “검사가 칼 들고 있는 강도보다 더 무서웠다. … 조사받다가 화장실 가서 20분을 펑펑 울고 창문을 깨고 뛰어내리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검찰과 언론의 ‘조국 몰이’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됐던 부산대 노환중 교수의 변호인은 특히 언론이 어떻게 피의자들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모는지 고발했다.
“하이에나 같은 언론 방송 등에서 불확정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며 무책임하게 유죄를 추단하면서 여론을 선동하는 바람에 수천만에 이르는 국민에 의해 피고인 본인의 전인격과 인생 전체를 부정당하는 상황에 이르러 피고인은 생을 스스로 포기할 생각까지 할 정도로 극한의 고통을 느꼈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장동 일당 중에 한 명인 김만배 씨도 주변 사람을 넘어서 변호사까지 압수수색당하자 “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며 자살을 시도했다. 이처럼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자살하는 게 매년 평균 10명에 이를 정도의 비정상적 상황이 끝나지 않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검찰 수사는 “표범이 사냥하듯이 할 수밖에 없다”고 했던 특수부 검사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후보 시절에 대학생들에게 강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만약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상당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만나서 몇 년 동안 재판을 받고 결국 대법원에 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난다. … 형사법에 엄청나게 숙련된 검사와 법정에서 마주쳐야 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앙이다.”
그리고 선거 유세 과정에서 연설하며 “수사 과정의 자살은 수사하는 사람들이 좀 세게 추궁하고 증거수집도 막 열심히 하고 이러니까 아~ 이게 지금 수사 진행되는 것 말고도 또 내가 무슨 뭐 걸릴 게 있나 하는 불안감에 초조하고 이러다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 검찰 출신 현황을 보면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처
이런 검찰과 특수부 검사들의 문화 속에서 표적수사, 별건수사로 대상자를 죽음에 이를 정도로 몰아붙이는 검사들은 책임을 지게 되는 게 아니라 윤석열이나 한동훈처럼 오히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게 된다. 고 김홍영 검사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런 검찰조직과 문화는 밖에서만이 아니라 안에서도 공포의 대상이라고 임은정 검사는 고발한다.
“조직의 적이 되면 버티기가 힘들어져요. 검사들은 그걸 너무나 잘 압니다. … 김홍영 검사가 왜 목숨을 끊었겠어요. … 갑질 피해를 입고 하소연할 데가 없는 김 검사는 결국 하늘로 간 거죠. 땅에서는 검찰로부터 도망칠 곳이 없거든요.”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이었던 고인의 죽음 앞에 책임감과 미안함을 느끼기는커녕, 그것마저 사냥감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이용하는 검찰과 이에 유착한 언론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공포는 재확인된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검찰, 언론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의 정치인들, 바람잡이 지식인들의 모습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이를 외면하고 침묵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라면 검찰의 힘을 빌어서라도 제거되길 기대하는 마음이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내가 지지하지 않거나 싫어하는 정치인이라면, 검찰의 희생양이 되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태도도 엿보인다. 더구나 일단 검찰의 표적이 되면 유죄로 추정되고, 그렇게 유죄가 추정되는 범죄혐의자에게는 인권도 없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이번 분위기 속에서, 간첩 조작한 사람이 대통령 비서관으로 가 있는데도 ‘요즘 검찰이 설마 조작을 하겠냐’는 말이 나오고, 곽상도 50억 무죄를 보고서도 ‘사법부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을 믿자’는 말이 나온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2년 동안 그렇게 탈탈 털고도 아직 못 찾은 결정적 증거를 하루빨리 찾아주길 기대하는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그래야 자신들의 침묵과 외면이 사후 정당화될 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한국 정치를 진보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해본 적이 없다. 또, 소년공 출신이며 민주당에서도 가장 개혁적인 비주류이긴 했지만 민주당 지도자로서 이재명의 한계에 대해서도 큰 기대가 없다. 그러한 정치적 평가도 이재명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정상적 수사와 보도를 넘어선 집단 괴롭힘에 대한 방관과 침묵의 이유가 될 순 없다.
더구나 얼마 전 윤미향 의원에 대한 1심 판결 이후에 이재명 대표의 공개적 사과를 보고 놀랐다. 그는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 정신 바짝 차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지도자로서 그는 윤미향 마녀사냥에 방관하고 동조한 책임이 있지만, 적어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반면, 지난 3년간 윤미향 마녀사냥에 침묵, 방관, 심지어 동조했던 그 어떤 여당 정치인과 야당 지도자와 지식인들, 좌파 조직 중에서 누구도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 윤미향 마녀사냥의 가장 중요한 책암자였던 검찰과 언론들은 반성이나 사과는 고사하고, 지금 ‘이재명 사냥’을 위해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죽음까지도 이용하기 바쁘다.
돌아가신 고인뿐 아니라, 검찰과 언론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렸고, 내몰리고 있는 모든 사람, 그들의 가족이나 친구나 동료라는 이유로 그 주변에서 함께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며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언론의 취재하고 보도할 권리가 어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아도 될 자유와 권력이 되는 것을 중단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