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倒屣)
신발을 거꾸로 신는다는 뜻으로, 대단히 반가워하는 것을 형용한 말이다.
倒 : 거꾸로 도(亻/8)
屣 : 신 시(尸/12)
(유의어)
도리(倒履)
도섭(倒屧)
도극(倒屐)
도구(倒屨)
시리(屣履)
출전 : 삼국지(三國誌) 위서(僞書)
이 성어는 삼국지(三國誌) 위서(僞書) 왕찬전(王粲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왕찬(王粲)의 자(字)는 중선(仲宣)이고, 산양군(山陽郡) 고평현(高平縣) 사람이다. 증조부 왕공(王鞏)과 조부 왕창(王暢)은 모두 한대에 삼공(三公)을 지냈다. 부친 왕겸(王謙)은 대장군 하진의 장사였다. 왕찬(王粲)은 재능이 뛰어나 바둑을 두던 바둑판을 흩뜨려도 금방 원상태로 복귀할 수 있었다.
왕찬(王粲)은 소위 건안칠자(建安七子) 중 가장 우수한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되는 인물로, 삼국연의(三國演義)에서는 유표 사후 유종(劉綜)에게 조조(曹操)에게 형주를 바칠것을 강력히 건의 한 인물이다. 생몰 연도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보통은 희평6년(177년)에 태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조비(曹丕)가 즉위하기 3년전에 사망했다는 이야기로 보아 건안(22년) 217년(주2)에 죽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시(詩)와 문(文)에 능하여 명성이 있었다. 헌제(獻帝)가 잠시 서쪽으로 옮겼을 때, 왕찬(王粲)은 장안(長安)으로 이주하였다. 그 당시 좌중랑장(左中郞將)이었던 채옹(蔡邕)은 재능과 학문이 탁월하여 조정에서의 관직도 높았고 귀한 신분이었다. 그가 살고 있는 마을은 항상 그의 집으로 향해 달려가는 수레로 가득 메웠으며, 언제나 집안은 빈객으로 가득했다.
채옹(蔡邕)은 왕찬(王粲)이 문밖에 와 있다는 말을 듣고는 신발을 거꾸로 신고 나가 영접하였다. 왕찬(王粲)이 들어오자 빈객들은 그가 나이가 어리고, 용모도 왜소하였으므로 모두 매우 놀랐는데, 채옹(蔡邕)이 말했다. “이 사람은 왕공(王公)의 손자로서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으며, 나는 그만 못하오. 우리 집에 있는 서적과 문학작품은 모두 그에게 주어야 하오.”
채옹(蔡邕)의 안목은 적중했다. 그러나 왕찬(王粲)은 빼어난 재능으로 인하여 피살되고 말았다. 도시(倒屣)와 같은 말로는 도리(倒履), 도섭(倒屧), 도극(倒屐), 도구(倒屨), 시리(屣履) 등이 있다.
▶ 倒(넘어질 도)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넘어지다의 뜻을 가진 到(도)로 이루어졌다. 넘어지다, 거꾸로를 뜻한다. 그래서 倒(도)는 ①넘어지다 ②거꾸로 되다, 반대로 되다, 뒤집다 ③실패하다, 도산하다 망하다 ④후퇴하다, 역으로 움직이다 ⑤마음에 거슬리다 ⑥몸의 상태가 나쁘다, 몸을 해치다 ⑦바꾸다 ⑧따르다, 붓다(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곳에 담다), 쏟다 ⑨양도하다, 넘기다 ⑩이동하다, 움직이다 ⑪역으로, 거꾸로 ⑫오히려, 도리어 ⑬예상과 어긋나는 것을 말하는 경우에 쓰임 ⑭재촉, 힐문(詰問) ⑮양보(讓步)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넘어질 궐(蹶), 엎드러질 전(顚)이다. 용례로는 지는 해에 비스듬히 비치는 그림자를 도경(倒景), 쓰러져 허물어짐을 도괴(倒壞), 생육 중인 작물이 비바람으로 쓰러지는 일을 도복(倒伏), 길가에 넘어져 죽음을 도사(倒死), 거꾸로 촬영(撮影)한 모양을 도영(倒影), 거꾸로 매달림을 도현(倒懸), 가산을 탕진하여 내버림을 도산(倒産), 뒤바뀜을 도치(倒置), 순서에 의하지 않고 거꾸로 일을 행함을 도행(倒行), 엎어져서 넘어짐을 도전(倒顚), 몹시 꾸짖음이나 심히 욕함을 매도(罵倒), 눌러서 넘어뜨림이나 모든 점에서 월등히 우세하여 남을 눌러 버림을 압도(壓倒), 엎어져서 넘어짐이나 위와 아래를 바꾸어서 거꾸로 함을 전도(顚倒), 때리어 거꾸러뜨림이나 쳐서 부수어 버림을 타도(打倒), 심한 충격이나 피로 따위로 정신을 잃음을 졸도(卒倒), 기울어 넘어지는 것 또는 넘어뜨리는 것을 경도(傾倒), 배고파 쓰러짐을 아도(餓倒), 밟아 넘어뜨림을 천도(踐倒), 정신이 아뜩하여 넘어짐을 혼도(昏倒), 몹시 기뻐함을 흔도(欣倒), 지치어 넘어짐을 축도(築倒), 기울이어 다 쏟음을 경도(罄倒), 거꾸로 매달린 것을 풀어 준다는 뜻으로 심한 곤경이나 위험한 고비에 처한 것을 구제하여 줌을 이르는 말을 해도(解倒), 차례를 거꾸로 시행한다는 뜻으로 곧 도리에 순종하지 않고 일을 행하며 상도를 벗어나서 일을 억지로 함을 도행역시(倒行逆施), 무기를 거꾸로 놓는다는 뜻으로 세상이 평화로워졌음을 이르는 말을 도치간과(倒置干戈), 칼을 거꾸로 잡고 자루를 남에게 준다는 뜻으로 남에게 이롭게 해 주고 오히려 자기가 해를 입음을 이르는 말을 도지태아(倒持太阿), 배를 안고 넘어진다는 뜻으로 몹시 우스워서 배를 안고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웃음을 봉복절도(捧腹絶倒), 주인은 손님처럼 손님은 주인처럼 행동을 바꾸어 한다는 것으로 입장이 뒤바뀐 것을 주객전도(主客顚倒), 관과 신발을 놓는 장소를 바꾼다는 뜻으로 상하의 순서가 거꾸로 됨을 두고 이르는 말을 관리전도(冠履顚倒), 일곱번 넘어지고 여덟번 엎어진다는 뜻으로 어려운 고비를 많이 겪음을 칠전팔도(七顚八倒) 등에 쓰인다.
▶ 屣(신 사, 신 시)는 형성문자로 음(音)을 나타내는 주검 시(尸)와 뜻을 나타내는 옮길 사(徙)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屣(사, 시)는 ①신, 짚신 ②(짚신으로)여기다 ③(보잘것없는 것으로)여기다 ④(신을 끌고)바삐 나오다, 그리고 ⓐ신, 짚신(시) ⓑ(짚신으로)여기다(시) ⓒ(보잘것없는 것으로)여기다(시) ⓓ(신을 끌고 바삐)나오다(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헌 신을 이르는 말을 폐사(敝屣), 신발을 거꾸로 신는다는 뜻으로 대단히 반가워하는 것을 형용한 말을 도시(倒屣), 헌신짝 버리듯 한다는 뜻으로 아깝게 여기지 않고 버림을 이르는 말을 여탈폐사(如脫弊屣)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