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5일장의 탄생과 유래
요즘도 시골에서는 어김없이 오일장이 열리고 있다.
오일장이 언제부터 열리기 시작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나 『산림경제(山林經濟)』 등에 나와 있는 문헌에 의하면, 임진왜란ㆍ병자호란 등 양란을 거치면서 그간 자급자족ㆍ물물교환 형태의 경제 구조에서, 좀 더 개방적 구조로 나가려는 시야가 생겨나면서 고을 단위의 시장이 형성ㆍ정착된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만 일구고 지켜나가던 자급자족적 생활 방식이 양란을 거치면서 새 문물에 대한 소유욕이 생겨나게 되자, 그것을 갖다 파는 장사꾼이 하나 둘 생겨난 것으로 추론된다.
그리고 나라의 존립마저 위태로웠던 전쟁을 치르면서 이웃 고을이나 원거리 지방의 각종 소식 등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되어, 장날 물건을 팔러 다니는 보부상들을 통해 각 고을 기찰포교들의 활동도 분주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배경과 욕구들이 자연스레 증가하여 17세기 후반에 이르러 5일 간격으로 열리는 오일장이 전국적으로 일반화되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오일장의 기능이 물건을 거래하거나 교환하는 것으로 정착되면서 물건을 팔러 다니는 전문 장꾼들과 평상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장날이 되면 여분의 생산물을 장에서 팔거나 필요한 물건과 교환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필요에 의해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오일장은 물건의 거래 및 교환뿐만 아니라, 이 마을 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기도 했으며, 간혹 놀이패가 모여들어 공연을 펼치기도 하는 예술의 장이기도 하였다.
장날은 어떻게 정해졌나?
매 5일 간격으로 장이 서는 장날의 날짜가 각 고을마다 어떻게 정했는지 정확한 학설은 없지만, 당시 자기 고을 주변의 산세(山勢)가 풍수 오행(五行)이론에서 어떤 오행의 산에 해당하는 지를 보고 날짜를 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인자수지(人子須知) 등 풍수 이론을 정리한 서책을 인용하여 설명하면
ㆍ산세가 물이 흘러가는 듯한 수체(水體)형 산이 주변에 있으면, 水의 기운이 좋아 先天 숫자인 1과 6이 이에 해당하여 장날을 1ㆍ6場으로 한 것이다.
ㆍ산세가 불꽃처럼 끝이 뾰족한 화체(火體)형 산이 주변에 있으면, 火의 기운이 좋아 先天 숫자인 2와 7이 이에 해당하여 장날을 2ㆍ7場으로 한 것이다.
ㆍ산 끝이 뾰족한 삼각형의 붓처럼 생긴 목체(木體)형 산이 주변에 있으면, 木의 기운이 좋아 先天 숫자인 3과 8이 이에 해당하여 장날을 3ㆍ8場으로 한 것이다.
ㆍ산이 철모를 엎어 놓은 모양의 금체(金體)형 산이 주변에 있으면, 金의 기운이 좋아 先天 숫자인 4와 9가 이에 해당하여 장날을 4ㆍ9場으로 한 것이다.
ㆍ산세가 책상처럼 평평하거나 흙이 많은 육산의 모양을 한 토체(土體)형 산이 주변에 있으면, 土의 기운이 좋아 先天 숫자인 5과 10이 이에 해당하여 장날을 5ㆍ10場으로 한 것이다.
즉,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려 만물을 적셔 풍성한 소출(所出)을 주고, 불은 뾰족뾰족 불길이 일어나는 기운이 강해 기도발(祈禱發)이 잘 받으며, 木은 끝의 붓 모양을 문필봉(文筆峰)이라고 하여 학자나 문인들이 많이 나오고, 金은 철모를 쓴 장군 모습이라고 하여 무인(武人)이 많이 배출되며, 土는 흙이 넓고 두터우면 제왕(帝王)이 나오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생활 풍토에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 온 음양오행이나 풍수지리 사상이 녹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서울 주변에는 아직도 촌 냄새가 묻어나는 시골장을 볼 수 있어,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간간히 시골 정취를 맡아보러 가는 것도 괜찮다.
다음은 서울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기도의 장날이다.
고양시 : 일산장 3.8일장
남양주시 : 광릉장 4.9일장, 장현장 2.7일장, 마석장 3.8일장
성남시 : 모란장 4.9일장
시흥시 : 뱀내장 1.6일장, 도일장 3.8일장
평택시 : 평택장 5.10일장, 안중장 1.6일장, 서정장 2.7일장, 팽성장 3.8일장, 송북장 4.9일장
가평군 : 가평장 5.10일장, 설악장 1.6일장, 외서장 2.7일장, 하면장 4.9일장
강화군 : 강화장 2.7일장, 온수장 4.9일장
김포시 : 김포장 2.7일장, 양곡장 1.6일장, 통진장 3.8일장, 군하장 5.10일장
여주군 : 여주장 5.10일장, 가남장 1.6일장, 대신장 4.9일장
양주군 : 덕정장 2.7일장, 가납장 4.9일장, 신상장 2.7일장, 봉암장 3.8일장, 양주장 4.9일장, 가래비장 4.9일장
안성시 : 안성장 2.7일장, 공도장 3.8일장, 주례장 3.8일장, 죽산장 5.10일장
김포시 : 마곡장 4.9일장, 마송장 3.8일장, 하성장 4.9일장
양평군 : 양평장 3.8일장, 용문장 5.10일장, 용두장 2.7일장, 지평장 1.6일장, 양수장 1.6일장
연천군 : 연천장 2.7일장, 전곡장 4.9일장, 백학장 3.8일장
용인시 : 용인장 5.10일장, 김량장 5.10일장, 백암장 1.6일장
이천시 : 이천장 2.7일장, 장호원장 4.9일장, 오천장 4.9일장
동두천시 : 동두천장 5.10일장
오산시 : 오산장 3.8일장
광주시 : 광주장 3.8일장
파주시 : 파주장 1.6일장, 문산장 4.9일장, 적성장 5.10일장, 법원장 3.8일장, 신산장 5.10일장, 봉일천장 2.7일장, 금촌장 1.6일장
화성시 : 남양장 1.6일장, 사강장 2.7일장, 조암장 4.9일장
포천시 : 신읍장 5.10일장, 내리장 1.6일장, 송우장 4.9일장, 기산장 2.7일장, 이동장 3.8일장, 운천장 4.9일장, 관인장 2.7일장, 일동장 2.7일장, 포천장 5.10일장, 내촌장 1.6일장, 소흘장 4.9일장, 영북장 4.9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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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런것 같기도 하네요
예전 같으면 장날이 잘 표기되어
좋은 정보가 되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