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니 아직 비가 살살 내리고 있었다.
삼일간 비가 내린다니, 마지막은 눈이 되길 기원한다.
우산을 쓰고 나오려다 약간의 빗방울은 기분이 좋을 거 같아서 우산을 두고 나왔다.
검둥이가 풀어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마음이 아프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주인놈이 열쇠를 채워놓았기 때문이다. 내가 몇 번 풀어 주었더니 그랬나 보다.
중앙시장 앞의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으니 엉덩이가 따스하다. 담배를 피다가문득 검둥이를 위해서 뭔가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의 묵호지구대로 가니까, 경찰 세 명이 자고 있었다.
가볍게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고, 검둥이 이야기를 했다.
검둥이 울음 소리에 잠을 못잤다고, 원룸 사람 모두가 잠을 못자고 있다고.
그러나 사실 나는 잠을 실컷 잤다. 검둥이를 위해서 거짓말을 시켰다. 설마 거짓말이 죄가 되지는 않을 터.
신고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김밥 천국 2층의 ‘헤어드레서’ 미용실이 보인다.
문득, 언젠가 내 앞을 걸어가던 커다란 엉덩이의 그녀가 생각났다. 그리고 길고 검은 생머리의 그녀가.
그녀를 본 순간 아랫도리가 불끈했었다.
그러나 참았다. 아침부터 여자를 유혹 하는 것은 실례니까.
잘 참은 것 같다. 그 때 만약 내가 뭔가 시도를 했다면, 나는 틀림없이 성추행으로 잡혀 갔을 것 같다.
동해에는 미용실이 200개가 넘는다. 묵호에만 100개다. 그녀가 잘 먹고 살지 궁금하다.
만약 그녀가 돈이 없다고 애원한다면, 나는 흑심을 감춘 채, 그녀의 가게에서 머리를 깍을 의사는 있다.
대신 논골담길 입구의 신일 이용소는 당분간 안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