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 관점의 한국현대시사 110년 명시(名詩) 세계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이경철 씨가 우리 현대시를 불교적 관점에서 살핀 평론집 『현대시에 나타난 불교』를 펴냈다. 총 8부로 나뉜 이번 평론집에서는 20세기 초 최남선과 이광수 2인문단시대로부터 시인 2만 명에 이르는 현재까지 우리 현대시사 110년 주요시인 55명의 시 속에 드러난 불교적 양상을 시대 순으로 깊이 있게 살피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문학기자와 문예지 편집자로 시단 한가운데서 현장평론해오며 필자는 우리 시와 불교는 떼려야 뗄 수 없음을 실감했다. 특히 지난 2008년 한국현대시 100주년 기념 명시·명화 100선 시화선집 『꽃필 차례가 그대 앞에 있다』를 펴내기 위해 좋은 시 100편을 고르며 시대와 경향을 망라해 좋은 시에는 불교가 유전자처럼 각인돼 있음을 확인했다.
오래전 토착화된 불교는 우리 민족 심성을 흘러내리는 문화적 원형(原型)이라는 이런 실감을 바탕으로 이번 책에서는 시선일여(詩禪一如)니 시심불심(詩心佛心)이란 말을 우리 현대시사에서 구체적, 실증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 결과 각 시대 정치, 사회적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시와 불교는 만나고 있음은 물론 신체시, 자유시, 서사시, 산문시 등 우리 현대시 최초의 시 양식 출현도 불교와 무관치 않음을 밝혀놓았다.
초현실주의, 해체주의, 아방가르드 등 새로운 시적 경향도 불교의 자장권 안에 있음도 확인하고 있다. 그 결과 불교는 우리 현대시사 110년의 도반(道伴)임을 최초로 실증적으로 밝힌 책이 이번 평론집이다.
21세기 들어 우리는 사이버 신유목시대로 정처 없이 접어들었다. 또 가상현실이나 인공지능이 세를 키우며 인간과 사회의 정체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혼란과 혼돈의 시대일수록 사회와 인간의 정처와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불교가 더 긴요해질 것이다.
실제로 21세기 들어 더 많은 시인들이 불교에서 더 나은 시의 길을 찾고 있고, 또 신춘문예나 문예지 등단작으로 불교적 에너지가 충만한 시들을 더 많이 뽑고 있다. 이런 우리 시단의 실상을 이번 평론집은 그대로 보여주면서 앞으로 시가 나아갈 방향까지도 제시해주고 있다.
이경철 지음
일송북
364쪽 / 값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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