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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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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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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정지용시집>(1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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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설 | |||
[개관정리] ◆ 성격 : 회고적, 애상적, 감각적(시각적, 청각적) ◆ 표현 : 1연과 6연의 수미상관적 구조 대구와 반복으로 리듬감 조성 자연과 인간사의 대비 애절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탄식적 어조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 반복을 통해 고향을 그리는 간절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함. * 1연의 이유 → 마음으로부터의 고향 상실감. * 2연 → 변함없는 고향의 이미지, 고향의 자연 * 산꿩, 뻐꾸기 →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환기하는 소재 *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 고향에 돌아와서도 마음으로 그리워하던 고향을 찾을 수 없어서 안주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화자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화자의 방황하는 내면의식을 은유적으로('구름') 표현한 구절임. * 머언 항구 → 낯선 타향 *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 2연과 대응되며, 고향의 자연은 변함없이 아름다움을 뽐내며 화자를 반갑게 맞아주고 있음을 의인화하여 표현함. *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 예전처럼 정겨운 추억이 떠오르거나 포근함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마음의 고향을 찾지 못해 씁쓸한 기분만 더해지는 고향 상실의 비애와 무상감을 미각적으로 표현함. *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변함없는 자연의 모습은 변화무쌍한 인간사와 대조되어, 화자의 고향 상실감을 강조하는 효과
◆ 주제 : 그리운 고향을 잃어 버린 자의 상실감과 비애 | |||
[시상의 전개(짜임)] ◆ 1연 : 고향에 돌아와 느끼는 고향 상실감 ◆ 2연 : 변함없는 그리운 고향의 모습 ◆ 3연 : 낯설게 느껴지는 고향의 모습 ◆ 4연 : 변함없이 아름다운 고향의 모습 ◆ 5연 : 어린 시절의 고향을 상실한 비애와 무상감 ◆ 6연 : 고향 상실의 허망함. | |||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전체가 6연으로 짜여져 있는 이 시는 1연과 6연이 2연에서 5연까지를 품고 있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내용은 고향을 떠나 있던 사람이 세월이 흐른 뒤에 어릴 때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고향에 돌아왔지만 이미 그 자신의 추억 속에 잠겨있는 그 '고향'은 현실 속에서 찾아볼 수 없어서 서정적인 비애감에 사로잡혀 있다. 어쩌면 고향 자체는 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다만 고향의 모습은 그대로인데 시적 화자의 영혼과 정서가 그것을 예전 그대로 수용하지 못할 뿐인지도. 성장과정에서 더 큰 세계에 대한 경험과 역사의 뼈아픈 상처 등이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해 가졌던 포근함과 정겨움을 앗아 갔을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자연은 불변적 · 영속적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사람의 마음은 유동적이며 단절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한 것이다. 흔히 인생무상의 정서를 제시할 때 쓰는 수법이 무한한 자연과 유한한 인간사를 대조시키는 것인데, 이 시에서도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여 고향 상실의 허무감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시대상황과 연관지어 볼 때, 일제 강점하에서 많은 지식인들이 느꼈던 '고향 상실 의식'과 관련지어 볼 수도 있다. 일제가 짓밟아 버린 조국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지고 시적 화자는 그저 나그네로만 여겨지는 뿌리깊은 비관적 현실인식과 상실의식이 짙게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유리창1 (정지용) - 1930년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정지용(1902-미상) 충북 옥천(沃川) 출생. 6․25전쟁 때 북한에 끌려간 후 사망. 시문학 동인(1930~31). 1933년 <가톨릭 청년>의 편집 고문으로 있을 때, 이상(李箱)의 시를 실어 그를 시단에 등장시켰으며, 1939년 <문장(文章)>지 시 분야 추천위원으로서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박남수를 추천 등단시켰다.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를 구사하여 대상을 선명히 묘사, 한국 현대시의 신경지를 열었다. 작품으로, 시 “향수(鄕愁)”, “유리창1”, “비”, “압천(鴨川)”, “이른 봄 아침”, “바다” 등과, 시집 <정지용 시집>
이 시는 어린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애절하고 슬픈 마음을 유리창을 매개로 하여 선명한 감각적 이미지로 노래한 작품이다. 1행~3행에서는 입김 자국에서 죽은 아이의 모습을 연상하고, 4행~6행에서는 죽은 어린 자식을 잃은 슬픈 마음을 역설적 표현으로 형상화하고 있고, 9행~12행에서는 절제되어 있던 슬픔을 감탄사를 사용하여 표출하면서 어린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유리창은 투명하기 때문에 죽은 아들의 환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이다. 유리창은 투명해서 건너편의 물체를 볼 수 있지만 그 물체에 닿기 위해 손을 뻗으면 막혀 있기 때문에 그 물체에 손이 닿을 수는 없다. 시인은 유리창의 이러한 속성을 이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유리창의 이러한 속성을 이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유리창의 이런 양면성 때문에 환상으로 본 아들을 현실로 끌어들일 수 없어서 화자는 더 안타깝고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즉 이 시에서 유리창은 환상과 현실을 매개하면서 다시 환상과 현실을 갈라놓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시의 핵심 이미지인 ‘물 먹은 별’은 볼 수 있지만, 그 별에 가 닿을 수 없는 것이다.
시인은 능란한 언어 구사를 통해 선명한 이미지를 살린 감각적 이미지즘 시인으로 1930년대 전후의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국면을 개척하였다. 그러한 그의 초기 시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잃어버린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견고한 이미지로 그려 낸 작품으로, 시인이 29세 되던 1930년에 쓴 것으로, 자식을 잃은 젊은 아버지의 비통한 심경을 주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절제된 언어와 시적 형상으로 객관화한 점이 인상 깊다. 밤에 유리창 앞에서 잃어버린 자식을 그리워하는데, 유리창 너머의 '밀려와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는' 무한한 어둠의 세계와 시인은 허전하고 괴로운 마음으로 대결적으로 작용한다. 기운 없이 불어낸 입김 자국이 쉽게 사라지는 모습에서 가냘픈 새의 모습을 연상하고, 그 '새'는 바로 허망하게 시인의 곁을 떠나 버린 아이의 비유적 형상이다.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시인의 지극한 슬픔은 그 어떤 것으로도 달랠 수 없을 것임에도, 시인은 그 슬픔의 감정을 엄격히 통제하고 절제하여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로써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 이 시의 특징이다. 그래서 죽은 아이를 직접 표현한 시어는 하나도 없이 모두 '언 날개, 물 먹은 작은 별, 산새' 등과 같이 감각적인 사물로써 죽은 아이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이 시는 죽은 아들을 환각으로 마주하고 있는 아버지를 시적 자아로 설정하고 있다. 그는 한밤 중 흐린 유리창에 어른거리는 죽은 아들의 환각을 보고는 아들의 모습을 보다 또렷하게 확인하려고 유리를 닦는다. 그러나 유리를 닦고 나면 아들의 모습은 간데없고, 창 밖에는 오로지 새까만 밤만이 펼쳐져 있을 따름이다. 밀려드는 슬픔에 시적 자아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맺히고, 물기 어린 눈에는 죽은 아들인 듯 보석 같은 별이 비친다. 시적 자아는 슬픔을 접어 둔 채, 환각에서나마 아들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며 다시금 입김을 흐린다. 이 순간 환각 속에서 아들을 마주한 흥분과 기대는 아들을 잃은 엄연한 현실을 확인하는 슬픔과 교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역설의 장면을 뚫고, 슬픔과 비애의 절규가 치솟아 오른다.
이렇듯 이 시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절제된 감정으로 담담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그렇기에 그 슬픔은 더욱더 애절하다. ‘외로운 황홀한 심사’라는 심오한 역설은 그와 같은 절제된 감정으로 인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그 뒤에는 더욱 큰 슬픔이 터질 듯 부풀어 있다
향수 鄕愁 / 정지용 鄭芝溶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랴.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활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랴.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랴.
하늘에는 석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조선지광> 65호, 1927. 3>
<출처: 정지용전집, 1.詩. 민음사:1988>
(시에 대해)
정지용이 일본에 유학갈 때 고향을 그리며 쓴 시로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하였다.
《향수》는 감각적, 회화적, 향토적인 언어 구사를 통해 인간의 공통된 정서인 향수를 한가로운 고향의 정경을 통하여 한 폭의 풍경화처럼 생생하게 그려낸 그의 모더니즘 시의 대표작이다.
특히 감각화된 이미지들과 아름다운 우리 말 시어들이 이 시의 서정적 승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시에 나타난 고향의 풍경과 삶의 모습은 개인의 체험에서 벗어나 민족의 보편적 정서에 닿아 있음으로써 공통적인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인간에게 존재의 원천이자 삶의 안식처인 고향이라는 대상을 독특한 감각과 향토적 서정을 바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각 연에서는 감각적 언어 구사를 통해 고향의 시각적 이미지를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시적 자아와 자연과의 일체감을 통하여 고향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지즐대는" "해설피" "풀섶" "함초롬" 등의 시어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집착했던 정지용의 언어적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실개천" "얼룩백이 황소" "질화로" "짚베개" 등의 토속적인 소재들이 참신한 비유를 통해 감각적으로 제시되면서 고향의 모습을 정겹고 아늑한 것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각 연은 "∼던 곳"으로 끝나 이미지의 통일성을 이루고 있고, 각 연의 후렴구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는 순환리듬의 전형을 보여주며,
각 연을 연결해 주는 고리로서 시에 훌륭한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후렴구의 반복은 시각적인 자극과 아울러 청각적인 자극을 줌으로써 원형적 고향으로 돌아가는 체험을 반복하게 한다.
"∼ㄹ리야"와 같은 부드럽게 다듬어진 어미를 사용함으로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애틋하게 표현하고 있다.
<출처: 두산백과. 이 해설에서 인용하는 싯귀는 현대 표준어로 바꾼 말이다.>
아호는 지용(池龍)이다.
납북 여부와 사인이 모호하여 한때 이름이 '정X용'으로 표기되고 그의 시가 금기시 되었으나, 1988년 해금되어 국어 교과서에도 그의 시 <향수>가 수록되었다.
초기엔 모더니즘과 종교적(로마 가톨릭) 경향의 시를 주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보다는 널리 알려진 작품 <향수>에서 보이듯이 후기엔 서정적이고 한국의 토속적인 이미지즘의 시를 발표함으로써 그만의 시 세계를 평가 받고 있으며 전통지향적 자연시 혹은 산수시라 일컫는다.
1902년 5월 15일 충청북도 옥천(沃川)에서 출생하였다.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귀국 후 모교의 교사, 8·15광복 후 이화여자전문 교수와 경향신문사(京鄕新聞社) 편집국장을 지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순수시인이었으나, 광복 후 좌익 문학단체에 관계하다가 전향, 보도연맹(保導聯盟)에 가입하였으며, 6·25전쟁 때 북한공산군에 끌려간 후 사망했다.
그의 사인은 납북되던 중 1950년 폭격에 휘말려 사망하였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1933년 《가톨릭 청년》의 편집고문으로 있을 때, 이상(李箱)의 시를 실어 그를 시단에 등장시켰으며, 1939년[문장(文章)]을통해
조지훈(趙芝薰)/박두진(朴斗鎭)/박목월(朴木月)의 청록파(靑鹿派)를 등장시켰다.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를 구사하여 대상을 선명히 묘사, 한국 현대시의 신경지를 열었다.
작품으로, 시 《향수(鄕愁)》 《압천(鴨川)》 《이른봄 아침》 《바다》 등과, 시집 《정지용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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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지용의 귀한 사를 올려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