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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늘면 사교육 감소”…이주호의 황당 예언
'사교육 부채질' 자사고 그대로 두고 "사교육 척결"
디지털 빌미 AI 사교육업체와 손잡은 교육부
그런 이주호에 교육부 맡긴 윤석열 입 따로 몸 따로
윤근혁 '교육언론 창' 취재본부장
‘사교육 카르텔 척결’에 나선 두 전사, 윤석열 대통령과 이주호 교육부장관. 나는 이 두 사람이 외치는 ‘사교육 카르텔 척결’ 구호에 찬성한다. 이런 찬성자로서 봤을 때 걱정거리가 있다.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이 ‘사교육 카르텔’ 원인 제공자일 수도 있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사교육 관련 윤석열·이주호가 리스크(위험 요인)라는 얘기다.
사교육 카르텔, 원인 제공자는 누구?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다음처럼 말했다. 지난 해 6월 15일 이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다.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카르텔)이란 말인가.”
“최근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강력히 추진하라.”
이런 준엄한 호통과 개탄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의 ‘사교육 카르텔 척결’ 지시가 나온 뒤 6일 만에 바로 그 윤석열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부채질’하는 정책을 발표한 것을 탓하려는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6.21. 연합뉴스
지난 해 6월 21일 이 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 존치 정책을 내놨다. 특권학교 양산으로 일반고교 황폐화와 사교육 조장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정부는 2025년부터 이들 학교에 대한 일반고 전환을 발표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없던 일로 되돌린 것이다. 자사고와 외고 등은 일반고에 견줘 수업료를 3배 가량 더 받아왔다.
사실 자사고와 외고 확대 정책은 이 장관 작품이다. 이명박 대통령 선거공약 때부터 자사고 설립 등을 뼈대로 한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이 장관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이 장관의 예언이었다. 다음은 <서울신문> 2007년 10월 12일자가 보도한 이 장관 인터뷰 내용이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 자격이었던 이 장관은 이명박 대선후보 공약인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 발표 며칠 뒤 다음처럼 말했다.
“자사고 늘면 사교육 감소”…이주호의 그 때 그 황당 예언
“과외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율형사립학교(자사고) 등 300개 학교를 일반고에서 다양하게 전환하면 그만큼 학생이 들어갈 기회가 많아지게 되고 과외비도 줄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이 장관의 예언은 정확히 180도 빗나갔다. 17년 뒤인 올해 1월 15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이 단체는 국회 교육위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일반고와 자사고, 외고 등 특권고 1학년 학생과 이들 학교 진학 희망 중학교 3학년 학생 5574명을 대상으로 월 15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고액 사교육비를 쓰는 학생의 경우, 일반고를 희망하는 중3 학생은 7.2%에 불과했다. 반면 과학고는 42.9%, 영재학교는 25.0%, 외고·국제고는 19.5%, 자사고는 15.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차이가 일반고 대비 특권학교는 크게는 5.9배에서 작게는 2.1배에 달했다. 중학생들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자사고 등 특권학교에 들여보내기 위해 사교육 산업에 돈을 뭉텅이로 내던지고 있는 것이다.
고1 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액 과외비 상황을 보면 일반고에서는 7.1%인 반면, 영재학교는 43.8%로 치솟아 6.1배를 기록했다. 과학고는 38.5%(5.4배), 자사고는 29.0%(4.1배), 외고·국제고는 21.7%(3.1배)에 달했다.
’사교육비 4배’ 자사고 존치하면서 사교육 카르텔 척결?
비슷한 결과는 통계청이 내놓은 사교육비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해 3월 15일 나온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보면 초·중·고 학부모들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일반고 희망 중학생은 월 41만 5000원을 쓴 데 비해 자사고 희망 중학생은 69만 6000원으로 28만1000원을 더 썼다. 외고·국제고 희망 학생은 64만 2000원으로 일반고 희망 학생보다 22만 7000원을 더 썼다.
이렇듯 “자사고 등 고교다양화 학교를 많이 만들면 사교육(과외)비가 줄어들 것”이란 이 장관의 말은 완전 헛소리였다. “과외(사교육)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율형사립학교”란 말도 엉뚱한 소리였고, “자사고 등에 학생이 들어갈 기회가 많아지게 되고 과외비도 줄게 될 것”이란 예측도 꽝이었다.
문제는 이 장관의 손길이 ‘사교육 부채질 학교’인 자사고 등 특권학교 존속 정책 말고도 다른 곳에도 뻗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AI(인공지능) 에듀테크 산업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에듀테크(교육 정보기술)' 진흥방안 관련 출입 기자단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교육부 관계자의 발제를 듣고 있다. 2023.9.18. 연합뉴스
AI 사교육업체와 손잡은 이주호의 교육부
이 장관은 지난 달 19일 한 경제신문 행사에서 다음처럼 또 ‘사교육 감소론’을 내세웠다. 이번엔 자사고 확대 정책이 아닌 AI 민간 에듀테크 협력사업이다.
“고등학생은 한 달 평균 학원비가 80만 원이다.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가 정착되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장관의 ‘인공지능 교육만능론’이 날을 거듭할수록 거침없는 모양새다. 2007년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때처럼 이 정책의 대국민 사탕발림 가운데 하나는 ‘사교육비 절감’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게 전개될까?
이 장관이 내세우는 AI 디지털교육혁신이라는 것은 민간에듀테크 업체와 손잡고 AI 디지털교과서 등을 만들어 공교육 기관에서 학습 도구로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민간에듀테크 업체라고 해서 멋있는 무언가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대부분 AI를 내세우며 학습지를 팔아 돈을 벌고 있는 사교육업체를 지칭하는 말일 뿐이다.
이를테면 지난 해 교육부가 ‘디지털 선도학교’란 것을 운영했는데 공모계획에는 “민간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하여”란 말이 들어갔다. 사교육업체의 AI 학습도구를 적극 활용하라는 얘기다. 이들 에듀테크 사교육업체 가운데엔 이 장관이 장관 임명 직전 이사장을 맡았던 아시아교육협회에 1억 원을 기부한 바 있는 그 업체도 들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 사교육업체가 만든 학습도구로 공교육 맞춤형 교육’을 직접 진행했던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발표한 자기 반성적 연구보고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해 공개된 이 보고서의 제목은 ‘개별 맞춤형 AI활용교육의 가능성과 과제’(연구책임자 주정흔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다. 다음은 이 보고서 결론 부분에 나와 있는 주요 내용이다.
“현재의 AI학습플랫폼은 학습자의 자기학습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교사의 개입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는 공공재로서의 학교에 인공지능 기술을 입은 사교육 시장의 논리가 그대로 이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교육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을 ‘그대로’ 학교 현장에 제공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플랫폼을 ‘온라인 문제집’으로 인식한 이유이기도 하다.”
카르텔은 이권 확대 재생산을 위해 담합하거나 짬짜미 하는 것을 뜻한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사교육 카르텔도 ‘사교육 이권을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짬짜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 문외한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 척결’ 투쟁의 리스크
앞에서 살펴본 이 장관은 ‘사교육 카르텔 척결’ 투쟁에서 리스크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어떤가? 이 장관은 지난 해 ‘윤석열 대통령은 입시 전문가’란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윤 대통령은 교육 문외한이다. 사교육 확대에 기여해온 것으로 평가받는 이 장관을 교육수장으로 다시 발탁하고, 뒷배가 되어주는 그 자체만 봐도 그렇다. 사교육 부채질 학교인 자사고 등 특권학교를 존치하고, 사교육업체의 공교육 침투를 방관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내세우면서 어떻게 이렇게 정반대로 행동할 수 있을까. 입과 몸통이 따로 노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장관은 물론 윤 대통령도 ‘사교육 이권 카르텔’ 척결 투쟁의 리스크라고 보는 이유다.
출처 : ‘사교육 카르텔 척결’에 도사린 윤석열·이주호 리스크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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