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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홍콩영화데이터베이스 원문보기 글쓴이: 불초자
[이동진닷컴] 2003년 4월1일은 배우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올해는 5주기라서 그런지, 예년에 비해 갖가지 추모 행사가 많이 열리는 듯 하네요. 홍콩 현지에서는 장학우 양조위 막문위 유가령 등이 참가할 예정인 대규모 콘서트 ‘Miss you much Leslie’를 비롯해 갖가지 행사가 개최된답니다. 국내의 추모 행사 중에선 무엇보다 장국영 대표작들의 재개봉 소식이 눈에 띕니다.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와 CGV 압구정점에서는 ‘아비정전’, 씨너스 이수의 AT9미니시어터에서는 ‘해피 투게더’가 상영됩니다. 씨너스 이수에서는 장국영의 사진과 유품을 전시하는 ‘장국영 스페이스’도 설치됩니다.
이런저런 행사 자료들을 받아보고 있자니, 자연히 그 날이 떠오릅니다. 5년 전 회사에서 한참 일에 몰두하다가 동료를 통해 그 소식을 처음 전해 들었을 때, 슬프다기보다는 멍했습니다. 만우절의 투신 소식을 그대로 믿기엔 너무나 아이러니했기 때문이었지요.
‘패왕별희’에서 장국영과 함께 했던 감독 첸카이거는 당시에 이런 말을 남겼지요.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가슴 속에 과연 전설이 있을까. 장국영은 내게 그 답을 주었다. 그의 죽음은 그의 전설적인 삶의 마지막 장이다. 그를 기리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것은 고개를 수그린 채 상냥한 눈으로 희미하게 웃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이었다. 그 사진 속에서 장국영은 자기 인생의 끝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장국영은 철두철미하게 스타였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의 불행한 죽음은 역설적으로 스타의 삶에 내려 찍힌 가장 선명한 마침표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배우는 결국 그가 남긴 영화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이제 5년이 지났으니 장국영이 스크린에 남긴 궤적을 하나씩 더듬어볼 때가 된 것도 같습니다. 수십 편에 달하는 출연작들 중에서, 그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르는 일곱 장면을 골라보았습니다. 이것은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훌륭한 배우를 추념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글에 거론된 영화들엔 결말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1. 목욕통 속 키스 장면(‘천녀유혼’ - 1987)
그의 영화 속 인상적인 장면들을 순서대로 상기해보려고 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천녀유혼’의 키스 신입니다. ‘영웅본색’ 이후 본격적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장국영은 ‘천녀유혼’에서 무척이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에는 청춘 스타로 막 떠오르던 시절의 장국영의 매력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물 속에서 숨을 참기 힘들어 입을 오무린 채 방울을 조금씩 내뿜으며 버티는 귀여운 표정, 숨을 쉬러 물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때마침 옷을 벗은 소천을 보고 놀라는 순진한 얼굴, 물 속에서 눈 감고 기습 키스를 받은 후 살짝 미소 짓는 유머러스한 모습이 많은 이들을 매혹시켰던 거지요.
당시 국제적으로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던 홍콩 갱 영화에서 남성성을 강력하게 풍기며 스타덤에 오른 주윤발을 위시한 다른 배우들과 달리, 초기의 장국영은 융통성 없고 선량하며 순진하고 모범생 같은 이미지로 사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소천 역을 맡은 왕조현의 몸을 제대로 들지도 못합니다. 그녀의 유혹을 받아도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둔하기도 하지요. 여자를 구하기는커녕, 허둥대다가 종종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그는 오히려 늘 소천의 도움을 받습니다. 여성들의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캐릭터라고 할까요. 그리고 낭만적인 물 속의 키스. 비극적으로 끝난 그의 삶을 돌이켜 볼 때, 너무나 로맨틱해서 오히려 쓸쓸하게 느껴지는 초기의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공중전화부스의 죽음 장면(‘영웅본색 2’ - 1987)
많은 사람들이 장국영의 죽음을 생각할 때 ‘영웅본색 2’의 공중전화부스 장면을 떠올립니다. 너무나 유명한 이 장면에서 아걸(장국영)은 켄(주윤발)의 부축을 받으며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합니다. 위조지폐를 만드는 범죄조직의 소굴로 잠입했다가 총에 맞은 그가 켄의 도움으로 간신히 피신했던 상황이지요.
이제 막 딸을 낳은 아내는 남편이 위급한 상황인 것도 모르는 채 “아기가 당신 눈을 닮았어”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듣고나서 옆에 있는 켄에게 전해주며 희미하게 웃던 아걸은 “아기가 빨리 보고 싶어. 곧 갈게”란 말을 남긴 후 까무룩하게 정신을 잃어갑니다. 전화기 저편에서 아기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걸은 최후의 힘을 모아 “송호연”이라고 읊조린 뒤 결국 숨을 거둡니다.
3. 어머니와의 만남 실패 후 걷기 장면(‘아비정전’ - 1990)
발이 없기에 내내 지친 날개 짓으로 허공을 떠도는 새. 죽을 때에야 단 한 번 지상에 내려 앉을 수 있는 새. 배우 장국영은 ‘아비정전’에 나오는 ‘발없는 새’의 이미지를 통해 가장 잘 요약됩니다. 사실 ‘아비정전’에는 잊혀지지 않을 만큼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 있습니다. 속옷 차림으로 혼자 맘보를 추던 장면, 1960년 4월16일 오후 3시의 1분간을 한 여자와 함께 하는 장면, 정글을 가로지르는 기차 안에서 혼곤히 죽어가는 장면...
하지만 떠나간 장국영을 생각할 때 가장 선명하게 연상되는 부분은 야자수 길을 걸어가는 뒷모습입니다. 아비(장국영)는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결국 필리핀까지 찾아갑니다. 그러나 생모는 아비를 만나주지 않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어머니를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하자 아비는 뒤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옵니다. 카메라는 야자수 길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아비의 뒷모습을 부지런히 쫓아갑니다. 그러다 카메라보다 더 빨리 걷는 아비가 화면에서 멀어지기 시작할 때 이 장면은 갑자기 슬로 모션으로 진행됩니다. 이어 브라질의 기타 듀오 로스 인디오스 타바하라스의 애잔한 연주곡 ‘Always in my heart’가 흐릅니다.
속에선 피눈물이 흘러도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걷는 자의 등에는 슬픔과 결기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 장면까지 보고 나면 불현듯 그토록 냉정했던 아비라는 인물이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권태인줄 알았던 그의 삶의 문제는 사실 상처였습니다. 폭력적인 태도에 담긴 것은 자기 모멸이었습니다. 결국 ‘아비정전’은 장국영의 뒷모습에 대한 영화였습니다.
4. 천설봉의 기다림 장면(‘백발마녀전’ – 1993)
한 남자가 천설봉이라는 험준한 산의 얼어붙은 절벽 위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습니다. 이곳엔 죽은 사람을 살리고 흰 머리를 검게 만들어주는 전설의 꽃이 20년마다 한 번씩 핍니다. 중병에 걸린 황제에게 바치기 위해 이 꽃을 가지러 온 무사들이 무력을 사용하려 하자, 남자는 뛰어난 검술로 모두 해치웁니다. 마지막 무사가 죽어가면서 “무엇이 황제보다 중요하단 말인가”라고 탄식하자 남자가 나직하게 내뱉습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여자다. 난 이곳에서 10년을 기다렸다. 그녀가 그걸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백발마녀전’의 오프닝 장면에 가득한 것은 회한의 정서입니다. 절벽 위에서 그 남자가 실루엣이 된 채 묵묵히 앉아 있는 모습은 라스트 신에서 다시 한 번 더 쓰이면서 이 영화를 열고 닫는 장면이 됩니다. 폭설 속에서 봉두난발을 한 채 10년간 수도 없이 곱씹으며 자책했을 그 남자의 후회는 얼음보다 차갑습니다. 정파와 사파가 대립하는 무림에서 서로 적으로 맞서야 했지만 사랑에 빠지고 만 두 남녀. 그러나 일항(장국영)은 사부의 죽음이 연인(임청하)의 소행일 것이라고 오해함으로써 둘의 사랑을 깨뜨리고 맙니다. 결국 그는 피바람 이는 살육전 끝에 백발이 되어 떠나가는 연인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봅니다. 그리곤 천설봉에 올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그렇다면, 장국영은 마흔일곱의 길지 않은 삶에서 결국 무엇을 기다렸던 것일까요.
5. 인민 재판 장면(‘패왕별희’ - 1993)
‘패왕별희’는 ‘아비정전’과 더불어 장국영의 팬들이 가장 깊게 기억하고 있는 작품일 것입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 영화는 그의 삶과 떼어놓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니까요. 유명인들의 왁스 인형을 전시하는 홍콩의 박물관에서 장국영은 바로 이 영화 속 캐릭터의 모습으로 빚어져 있습니다.
장국영이 연기한 캐릭터 중 불행한 삶을 사는 인물이 한둘이 아니지만, 특히 ‘패왕별희’의 데이는 참담할 정도의 비극을 겪습니다. 이 영화 속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종반부 인민 재판 장면에서 경극 배우로 살아왔던 데이는 그의 삶을 지탱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배반당합니다.
문화혁명의 광풍 속에서 피에 굶주린 군중이 경극 배우들을 압박할 때, 공포에 질린 샤오루(장팽이)는 평생 함께 무대에 섰던, 그리고 오랜 세월 자신을 사랑해왔던 데이의 ‘죄목’을 폭로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려 합니다. 일본에 부역했고 마약에 손을 댔다는 사실을 나열하던 샤오루는 결국 데이의 동성애 사실까지 까발립니다. 그 말을 듣고 자포자기의 상태가 된 데이는 “재앙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라고? 아니야. 자기 스스로 한걸음씩 거기에 다가서는 거야”라며 좌절을 토한 뒤 복수를 위해 샤오루의 아내인 쥬산(공리)를 고발합니다.
하얗게 분을 바른 얼굴과 붉게 칠한 눈두덩, 화려한 머리 장식과 죄목을 적어 목에 걸어놓은 팻말, 탄식하는 눈과 쉰 목소리로 분노하는 입이 곳곳에서 충돌하며 기묘한 슬픔을 안기는 이 장면에서, 데이의 모습은 내내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과 함께 찍혔습니다. 그 불길은 군중의 광기와 파국에 이른 데이의 삶을 동시에 은유하지요.
극의 중반부에서 샤오루가 쥬산에게 마음을 두기 시작하자 그를 내밀하게 사랑해온 데이는 “내가 너를 따라서 죽을 때까지, 우리가 함께 하면 안 될까”라고 애걸합니다. 샤오루가 “우린 반평생을 함께 했잖아”라고 무심하게 답하자 데이는 부르르 떨며 절박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아냐. 한평생이어야 해. 일분 일초가 모자라도 한평생이 아니야.” 샤오루는 그런 데이에게 경극과 삶을 혼동하지 말라고 했던가요.
배우에게 영화와 삶은 어떤 관계일까요. 장국영이 한평생을 바치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아니, 그런 게 있기는 했을까요.
6. 피투성이 재회 장면(‘해피 투게더’ - 1997)
싸우고 떠났던 보영(장국영)이 시간이 흐른 뒤 한밤중에 아휘(양조위)의 집으로 찾아와 거세게 문을 두드립니다. 문을 연 아휘의 눈에 어디선가 크게 다쳐 피투성이가 된 채 서 있는 보영이 들어옵니다. 당황하는 아휘를 문에 기대선 채 잠시 바라보던 보영은 피묻은 손으로 그를 끌어안습니다. 그리곤 말합니다.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결국 모든 재회는 피투성이인 걸까요.
‘아비정전’과 ‘풍월’ 그리고 ‘해피 투게더’ 같은 영화들은 장국영이 가장 잘 소화해낸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쓰라린 내면을 감춘 채 수많은 사람을 전전하는 냉정한 바람둥이. 그들은 버려지는 것이 겁이 나서 먼저 떠나는 인물들이었습니다. 어쩌면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자의 무심함 속에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장국영의 팬들이란 영화 속 차가운 그의 얼굴에서 아픈 속내를 발견해내는 사람들입니다.
7. 고층건물 투신 기도 장면(‘이도공간’ – 2002)
장국영이 ‘이도공간’을 찍다가 영화 속 상황에 너무 몰입되는 바람에 투신 자살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의 죽음을 좀더 극적으로 해석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자꾸 ‘이도공간’의 내용과 장국영의 죽음을 연결 지으려 할 뿐입니다. 하지만 장국영의 이 유작을 보게 된 사람이면 누구나 그의 마지막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도공간’의 안과 밖에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에 탄식이 절로 나오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영화 속의 짐은 그 옥상에서 소녀의 오랜 한을 풀어줍니다. 그리고 건물 아래로 몸을 던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장국영은 홍콩의 만다린 오리엔텔 호텔 아래로 끝내 삶을 버렸습니다.
투신으로 인생을 끝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살아온 삶 전체가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 우린 타인의 삶에 대해 행불행을 판정할 수 없습니다. 그저 그 타인이 우리의 삶에 주었던 것들에 대해서만 거론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적어도 이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겠지요. 장국영. 당신의 영화들로 내 삶이 아주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첫댓글 해피투게더!!!!!!!!!!!!
동사서독도 쩌는데ㅠㅠ
영화가망해서 아는사람만 안다는ㅠㅠㅠㅠ
다봐써 ㅠㅠㅠㅠㅠㅠㅠㅠ 내일 다시 봐야지 ㅠㅠㅠㅠㅠㅠㅠㅠ
ㅜㅜㅜㅜㅜ다시그를볼수있다면.......슬프다
오늘 천녀유혼 볼꾸야ㅠㅠ그리고 아비정전 봐야지....
장국영이 남긴 작품 중 안좋은 작품이있을까..
장국영 보고싶다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거는 주윤발~ 같이 찍긴했옹
패왕별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 날 것 같아.. 일분 일초가 모자라도 한 평생이 아니야..
빰빰빰빰빰빰~ 다다~ 두루루루~~~~~~~~~
빰! 빰빰빰빰빰~~~~~~
아비정전 저 장면이랑 패왕별희 해피투게더 그냥 다 좋아ㅠㅠㅠㅠ
2356 저 장면들 분위기랑 표정들..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ㅠㅠ
패왕별희에서 거북이피탕? 먹고 혀 이케 쓰는거 진짜 섹시하다고
내가진짜장국영보고 진짜감탄했는데....너무잘생겨서...... 눈빛도진짜뭔가...눈을못떼하는느낌이었어...뭔영화지 여자꼬시는대사치는영화있었는데.... 어늘밤당신꿈에나온다햇나 ㄱ근데담날여자가 당신이안나왔다고 남자가 그럴만도. 꿈에서날볼생각에서잠못이루고뒤척였겠지 맞나8ㅅ8 기억이... 막이대사치는데 와.... 심장폭행ㅠㅠㅠ
@Normcore 꼬마웡9ㅅ9!!!!
아비정전 필리핀에서 장면 진짜 제일좋아하는 장면 ..ㅠㅠ....
아 이도공간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