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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6. 금계
6. 북항
지난봄에 옥상 화분에다 방울토마토 모종 몇 그루를 사다 심었더니 벌써 몇 알 따먹었다.
지금부터는 이 화분 저 화분 토마토들이 정신없이 빨갛게 익어서 내 입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6월 25일 새벽, 자전거를 끌고 또 집을 나선다. 오늘은 북항을 방문할 예정이다.
우리 동네 골목길 동문이발관, 30년 단골, 나와 비슷한 연배의 이발사가 한 달에 한 번씩 내 머리를 다듬어준다. 그럭저럭 나는 단골 이발사 아저씨와 한 동네에서 30년을 함께 끄떡끄떡 늙어왔다.
다시 철마로에 올라선다. 자동차들이 붕붕거리는 도로보다 훨씬 공기가 맑고 선선하다.
철마로 곁에 밤꽃이 활짝 피어났다. 밤꽃의 비릿한 냄새는 꽃향기라고 하기에도 좀 뭣하다.
철마로 화단 장미가 요염한 붉은 빛으로 처절하게 타오르고 있다. 저 꽃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탱고 추는 아가씨의 입에 물린 장미한 송이가 떠오른다.
철마로를 달리다보면 시야를 가로막는 저 야트막한 산동네가 늘 애틋하게 그립다. 물론 몇 번 올라가보았지만 민가와 점집이 섞여 있는 저 높은 곳에는 늘 무언지 모를 야릇한 기운이 서려 있다.
희한하게도 목포에는 초등학교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위 사진은 서해초등학교, 아래 사진은 서해초등학교와 울타리를 사이하여 나란히 들어선 연산초등학교.
처음에는 하나뿐이었는데 아마도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갑자기 늘어났던가 보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열흘이 넘었는데 아직도 길거리에 현수막이 붙어 있다. 선거에서 진 사람들의 현수막이라 더욱 이채롭다.
위쪽은 국회의뭔 박지원 씨 현수막.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목포의 맹주 박지원 씨의 민주평화당은 이번 목포시장, 도의원, 목포시의원 선거에서 민주당한테 참패했다.
가운데 노란 현수막은 정의당 후보로 목포시장에 나섰던 박명기. 민주당 후보와 민주평화당 후보의 틈새에 끼어 3등으로 낙선하고서도 “열심히 뛰겠습니다.”라고 새삼 투지를 다졌다. 이제까지 목포에서는 내가 찍은 사람이 시장에 당선된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주민의 뜻 소중히 받들겠습니다.” 맨 아래 현수막은 도의원 민주평화당 후보로 나섰다가 떨어진 강성휘 씨. 나와도 안면이 깊은데 이번 도의원 선거는 사람 됨됨이는 뒷전으로 밀리고 민주당 후보들이 싹쓸이로 당선했다.
왼쪽은 서해안 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 오른쪽은 뒷개 산책로 공원.
나는 이 뒷개 공원 산책로를 무척 좋아한다. 다른 데와 달리 흙길이라 사각사각 발에 밟히는 촉감이 너무나도 부드럽고 유쾌하다. 자전거 바퀴도 싸그락싸그락 흥얼거리며 싸묵싸묵 (천천히) 나아간다.
뒷개 산책로 끄트머리에 자리한 공중화장실. 형태도 기이하려니와 달나라에 착륙한 아폴로 우주선에서 내린 암스트롱의 우주복 빛깔을 연상케 한다.
옛날에는 그냥 뒷개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본격적인 항구가 들어서면서 ‘북항’이라고 부른다. 뒷개에는 횟집이 많다. 저 작품은 빨간 참돔을 나타낸 모양인데 형태는 벵에돔을 더 많이 닮았다.
뒷개 어귀, 꽃향기에 묻힌 횟집들.
복항 해변. 소형 어선들이 어깨를 맞부딪치며 새벽잠에서 깨어난다.
고기라도 잡으려는가 보다. 작은 배 한 척이 .요리조리 다른 배들을 밀치고 너른 바다를 향하여 힘차게 나아간다.
승용차와 승객들을 싣고 다도해로 떠나려고 대기 중인 철부도선 페리호.
각종 선박의 해난 사고에 대비하여 정박 중인 해상 기중기.
복항에서 바다 건너 바라다 보이는 압해도 나루터. 나는 도선장이나 선착장보다는 나루터라는 말이 더 마음에 든다. 예전에는 북항에서 저 나루터로 철부도선이 뻔질나게 차와 사람을 실어 날랐는데 압해대교가 놓이면서부터 뱃길이 뚝 끊겼다. .
압해도는 본래 목포에서 바라보면 앞에 있어서 ‘앞에도’였단다.
북항에서 바라다 보이는 압해대교. 목포에서 압해도로 저 다리가 놓이면서 압해도 나루터가 할 일을 잃었다.
섬에 다리가 놓여 육지와 연결되는 일이 꼭 편리하고 좋은 일인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북항 뒤쪽의 ‘목포대교’. 저 다리를 넘으면 고하도, 목포 신 외항, 한라조선(삼호중공업)을 지나 화원반도, 우수영, 진도로 연결된다.
거 참, 바다의 주차장이 복잡도 복잡하다.
북항의 목포수협활어위판장. 중개인들이 경매에 참가하려고 속속 모여들고 있다;.
위판장에 누워 있는 민어들. 민어는 결코 백성들의 고기가 아니다. 목포에서도 횟집에 가서 먹으려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
보통 살코기를 가장 많이 먹지만 식도락을 즐기려면 임자도에 가서 잡은 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민어의 모든 부위를 날로 먹는다. 5에서 10 킬로짜리가 가장 맛이 좋다 한다. 눈알, 아가미, 머리뼈다짐, 등뼈 토막, 등지느러미 살, 기름진 배 부위, 부레, 쓸개, 껍질 - 이렇게 깡그리 날로 먹다 보면 탕 끓일 재료가 없다.
위판장의 부세. 민어, 부세, 조기는 다 민어과로 사촌지간이다. 예전에는 참조기만 높게 쳐주고 부세는 참조기 발뒤꿈치도 못 따라갔다. 그러나 요즘은 부세도 귀해지고 값도 만만치 않다. 요즘 목포 굴비식당에서는 하나같이 조기굴비가 아니라 부세굴비가 나온다. 참조기와 부세 구별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이마빡에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으면 참조기이고 그 문양이 안 보이면 참조기가 아니다.
위판장의 딱돔. 미식가들이 즐기는 목포의 대표 생선. 일명 ‘샛서방 고기.’ 목포에서도 딱돔을 제대로 구워내는 식당은 그리 많지 않다. 딱돔은 그 억센 등지느러미 뼈까지도 아작아작 깨물어먹을 수 있도록 바짝 구우면서도 내장은 촉촉하니 김이 나도록 약한 불에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야 한다.
북항 위판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유달산.
북항에 자리 잡은 최신식 건물 해양수산 복합 센터. 위판장과 수많은 횟집, 건어물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복합 센터에서 조금 더 가면 최근에 조성된 노을공원. 목포의 새로운 산책 관광 명소가 되었다.
노을공원에 전시된 ‘2018 시아문학회 시화전’
목포에서 조금 나아간 곳이 ‘시아바다’인데 너른 바다라 풍랑이 심한 곳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김영천)
나이를 먹는다는 것 별거 아닙니다.
먼 데 산이나 새벽하늘을 묵묵히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에서 조금씩 내가 잊혀지고
찾는 이 하나 둘, 없어져도 괜찮아지는 것입니다. (후략)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