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회사의 한국직원이 이사를 했다.
중국은 다 아시겠지만 보증금 1~2달치를 받고 월세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보증금을 반환받는 것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보증금에서 상당부분을 돌려주지 않는다.
이미 이런 말은 많이 들어봤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직원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직원이 세 들어 살면서 개를 한 석달정도 키웠었다.
헌데 하필 개를 키우는 기간에 주인이 와서 보고 간 적이있다.
그런데 그 개를 키웠던 이유 때문에 보증금 9,000위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9,000위안이면 일반 북경인 3개월치 월급으로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이유인 즉슨 개가 마루에 대소변을 보았기 때문에 냄새가 베어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을 수 없으니 마루 전체를 뜯어서 새로 깔아야 겠다는 것이었다.
이래서 지리한 긴 다툼이 시작되었다.
처음 한 달여 동안은 주인과 계속 협상을 시도했으나 전혀 바늘하나 들어갈 틈이 없었다.
아예 날로 떼어먹을 심산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마루 수리 없이 그대로 다른 한국 사람에게 임대를 해 준 상태였다.
왕징은 한국사람의 밀집지역으로 임대료가 턱없이 비싼 지역이다.
그렇다 보니 집 한 채 사서 임대료 세게 받다가 돈이 모이면 은행 융자 끼고 다시 한 채 더 구입하는 식으로 해서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 주인도 같은 케이스이다.
게다가 거의 한국사람을 상대로 임대수입을 올리고 그것도 모자라 보증금을 갖은 구실로 떼어먹었다.
한국사람들은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데다가 주인이라는 놈 찔러도 바늘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으니 대게 싸우다 지처서 포기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분도 삭인다고 했나........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사례가 많으니 더욱 더 질기게 버티다가 떼어먹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었다.
처음엔 나도 다른 굵직한 일들이 많이 있어 포기할 생각도 했었으나 한국사람들이 힘없이 당하고 마는 사례가 너무 많아 한번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소송을 했다.
헌데 이 주인 놈은 이런저런 핑계로 출석 연기를 몇회.....
기껏 출석한 다음에 갑론을박.......
결국은 법원이 지정한 곳에서 손해정도를 감정평가 하기로 결정했다.
감정한 금액은 우리가 300위안 정도만 물어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감정평가 후 재판이 이루어졌는데 당연히 300위안을 제외한 8,700위안과 소송비 400위안을 우리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제나 저제나 돈이 언제 들어오나 기다리는데
주인 놈이 항소 했으니 언제 출석하라는 법원의 통지가 날아왔다.
이런 지독한 놈이 있나.......
그러나 법원이 지정한 곳에서 손해정도에 대한 감정을 했으므로 항소심에서도 역시 우리가 이겼다.
여기까지 오는데 이미 1년 반이 흘렀다.
그런데 패소한 주인은 돈을 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할 수없이 강제집행 신청을 들어간다.
신청이 들어가서 집달관이 출석통지서를 보내기를 몇회.....
계속 불참이다.
집달관도 다른 굵직한 사건이 많으니 이런 소액에는 관심도 없다.
정녕 중국엔 법도 없단 말인가...........패소해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단 말인가........
힘들여 소송을 했는데 결과가 여기서 끝난단 말인가........
항소심 승소한지 1년이 넘어가니 회의가 들었다.
사건 금액이 적어서 줄곧 직원을 시키다가 이제 내가 직접 가기로 했다.
朝陽區지방법원 집달관 사무실은 2층에 있었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만 민원 접수를 받고 그 이후부터 금요일까지는 직접 딱지 붙이러 다닌다.
해서 매주 월요일 선착순으로 업무가 처리되기 때문에 아침 7시 50분 지방법원 철제문이 열리기도 전에 문 앞에 서성이다가 열림과 동시에 열심히 뛰어가야 한다.
그리고 12시가 넘으면 다음 주를 기약하고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새치기는 예외 없이 이루어진다.
화가 난 내가 소리친다.
“새치기하지 마라, 그리고 앞에 있는 넘들아 니들의 권리를 찾아라 왜 앞에 새치기를 가만 놔두느냐”
그랬더니 그동안 모른 척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 동의하며 새치기를 결사적으로 막으며 질서가 잡히기 시작했다.
말 못하고 참던 주변사람들이 나에게 고마워했다.
그러기를 4주 정도...........
이젠 매주 월요일 줄서는 사람들과 안면이 터지며 자기사정도 이야기하고 서로 인사하는 정도가 되갈 때 쯤이었다.
집달관에게 업무집행 순서에 대해서 따졌다.
“1년이 넘었는데 왜 강제집행을 하지 않느냐”
“금액 큰 순서대로냐 아니면 접수순이냐, 중국의 집행 원칙을 알려 달라”
“승소를 해도 후속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법이 없는 것과 무었이 다르냐”
그랬더니 다음날 저녁에 집행을 할테니 저녁 6시에 법원 앞으로 오란다.
저녁에 철문 앞에서 기다리니 공안이라고 쓰인 7인승 승합차와 승용차 각 한 대가 나왔다.
한번 강제 집행하는데 10명 정도가 동원되었다.
헌데 주인집에 도착하니 마침 주인이 없고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래서 원래 우리직원이 살던 집을 찾아갔다.
역시 한국 분이었는데 한밤중에 10여명이 들이닥치니 놀라는 기색이었다.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집달관이 다음 달 임차료를 주인에게 주지 말고 법원으로 내라고 당부를 했다.
그분들은 중국말이 안되어 내가 통역을 한다.
그랬더니 옆에서 부인이 남편의 옆구리를 찌르며 괜한 일에 끼지 말라며 내게는 우리와 연관 짓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도와줄 수 없다고 한다.
내가 한국사람인 것을 알면서도 주인과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더 우려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님들과 같은 말 못하는 선량한 한국 사람이 맥없이 포기하는 보증금을 나같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한국인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다시는 한국 사람들을 봉으로 보지 않도록 하려 하는 것인데,.....
선의를 몰라주어 섭섭했다.
솔직히 나도 회사에 “9,000위안 떡 사먹었다고 봐야 겠습니다”. 라고 보고하고 마무리 했어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 악물고 덤비는 이유가 다 향후 한국사람 돈 맘 놓고 떼어먹지 못하게 하려는 맘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게다가 내가 연관 짓고 안 짓고가 아니고 법원에서 일방적으로 임차료 압류 들어가면 되는 것을......참........
암튼 금년 3월 정확히 만 3년 만에 9,000위안을 받아가라고 법원에서 연락이 왔다.
지루했던 3년간의 긴 싸움을 마무리 지었다.
내가 경험한 최소금액의 건으로 최장의 시간을 소비한 사건이었다. 최악의 장사였다.
사람 수명 짧으면 중국에서 돈 받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대단하네요~~속이 후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