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조선] 이규태 회장이 엔터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고규대 여성조선 기자 입력 : 2015.03.26 13:46 | 수정 : 2015.03.29 09:02
군수 로비스트 vs 엔터사 회장, 문화사업가 vs 로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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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조선일보DB
얼마 전 방송인 클라라와 소속사 문제로 갈등을 겪은 일광폴라리스 이규태 회장이 구속됐다. 클라라와의 갈등 문제가 아닌 방산비리 때문이다. 방산업계의 거물과 엔터사 회장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유지한 이유는?
장면 하나. “영화와 대중음악 등 ‘문화’로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 겁니다. 돈이 없어 일상에 쪼들려도 마음이 즐거우면 기꺼이 다른 일을 찾아 나설 수 있어요. 어려움 속에서 겪는 고통, 낙망, 좌절 등을 딱 끊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문화’입니다.”
장면 둘. “올해로 11번째 개최하는 ‘희망과 사랑 나눔 열린 음악회’에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앞으로 계속해서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다양한 나눔 행사로 좋은 일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 많은 스타들과 함께 하는 이번 자선 음악회에도 많은 분들의 관심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클라라와 ‘성적 수치심’ 공방
최근 펼쳐진 2개의 무대에 대한 주최 측의 변이다. 첫 번째 장면은 지난 2013년 열린 대종상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관심을 밝힌 내용이다. 두 번째 장면은 일광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자매회사인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가 연 ‘제11회 희망과 사랑 나눔 열린 음악회’에 대한 주최 측의 발표 내용이다. 무기중개상으로 방산업체인 일광그룹이 뜬금없이 문화사업을 한다는 소식에 대중문화계는 의아한 시선을 보였다. 다만, 영화에 대한 애정,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행사를 한다는 바에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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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5년. 일광그룹은 또다시 대중의 시선에 오르내렸다. 대종상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고, 해마다 내로라하는 가수를 초청해 호텔에서 큼지막한 잔치를 벌인 이규태 회장의 등장이었다. 이규태 회장은 그룹 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소속 방송인 클라라와 독점 에이전시 계약을 놓고 분쟁을 벌였다. 2014년 말부터 진행된 양측의 갈등은 급기야 이규태 회장이 계약해지를 위해 자신을 협박했다고 주장했고, 클라라가 이규태 회장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들었다고 반박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졌다. 양측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슬쩍 흘리는 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연이어 내놓았다.
이규태 회장과 클라라의 카카오톡 내용으로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소속 연예인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양측의 갈등은 심화됐고 급기야 폭로전 양상으로 번지고 말았다. 이규태 회장에게 유리한 카카오톡 내용이 공개되자 클라라 측은 악의적 편집이라고 반감을 드러냈다.
클라라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너와의 만남이 다른 연예인들과는 다르게 신선하고 설레고 그랬었는데’라는 9월 19일 카톡의 앞쪽으로 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6월과 7월의 화보 사진이 담긴 카톡을 삽입하여 마치 클라라가 먼저 성적 유혹을 한 것과 같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편집하고 9월 19일의 카톡 내용의 의미를 반감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클라라가 이 회장에게 보낸 수영복 화보에 대해서도 “클라라가 이 회장에게 보낸 사진들은 공개적으로 찍은 업무상 화보 사진들”이라면서 “잡지나 SNS 기사에 공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찍은 사진들을 마치 클라라가 사적으로 자신의 노출 사진을 찍어 이 회장에게 보낸 것처럼 썼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회장이 9월 19일 새벽 5분마다 3차례에 걸쳐 술을 마시면서 보낸 문자들을 받았을 때 클라라는 여성으로서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술을 마시며 이런 시간에 이런 내용으로 문자를 보내는지’ 무척 불쾌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날 오후 1시경 사무실에서 이규태 회장을 만났을 때 클라라는 이규태 회장으로부터 ‘회사는 네가 어디서 뭘 하는지 알아야 한다. 심지어 너하고 나하고 계약 전에도 이야기했잖아, 우리 연예인들 중에서도 그 여자 연예인들이 매니저하고 관계가 심지어는 생리하는 날짜까지 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며 계약해지를 하게 된 이유는 이 회장의 언사 탓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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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조선일보DB
국내 방위산업 분야의 1세대 ‘거물’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가 법적 분쟁 중인 가운데, 성적 수치심 주장 당사자로 거론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이 커졌다. 이규태 회장은 경찰 간부 출신이다. 1985년 일광그룹의 모체인 일광공영을 창업했고,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는 일광그룹의 자매회사로 2007년 설립됐다.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에는 가수 김범수, 아이비, 럼블피쉬, 레이디스코드, 배우 오윤아, 김세아, 김선경, 정준, 정호빈, 양동근 등이 속해 있다. 이규태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일광그룹은 지난해 열린 제51회 대종상영화제 협찬사로 영화제를 도왔다. 같은 해 9월부터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경영학전공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이규태 회장은 국내 방위산업 분야의 1세대 ‘거물’로 알려졌다. 1985년 설립된 일광공영은 2000년까지 줄곧 무기중개 업무만 맡아왔다. 2001년부터 색다른 분야로 외연을 넓히기 시작했다. 모 사립초등학교를 인수, 일광학원을 세웠다.
일광공영은 2005년에는 일광복지재단을 만들더니 2007년 연예기획사 일광폴라리스(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일광공영은 ‘일광그룹’이라는 이름 아래 ▲ M아카데미 ▲ 대종상영화제 ▲ 일광폴라리스 ▲ 일광학원 ▲ 일광공영 ▲ 일광복지재단 ▲ 일진하이테크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사로 성장했다.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는 문을 열자마자 스타급 가수와 배우를 대거 영입했다. 대중문화계는 방위산업체의 자본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는데,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가 영입하는 스타들을 보고 어렴풋이 감을 잡을 정도였다.
거물급 기업인인 이규태 회장이 자사 역량과 거리가 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게 이색적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이규태 회장의 엔터테인먼트 사업과의 인연은 예견된 바 있다. 바로 해마다 연말에 열리는 일광그룹 주최의 콘서트가 그 시작이었다. 일광그룹은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초대 가수로 식사 자리와 함께 콘서트를 열었다.
몇 해 전 한 배우의 초청으로 찾았던 콘서트 현장은 말 그대로 별들의 잔치였다. 방위산업 관련 업체답게 군에서 영관급이나 장성급 보직을 맡은 거물들이 줄줄이 참석했다. 방위산업업체와 엔터테인먼트의 만남이 어색했지만 1년에 하루 음악과 함께한다는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호텔에서 많아야 1천 명 내외의 관객을 대상으로 열리는 콘서트임에도 출연료를 얼마나 썼는지 톱 가수들이 줄줄이 무대에 올라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이규태 회장이 주력 사업과 거리가 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장남 이○○ 씨(40세)가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지만, 2012년까지 연예기획사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의 대표는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이 맡았다. 군 고위층이 연예기획사 대표를 맡은 것은 연예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스타의 이름값 전략 vs 대중문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
이규태 회장은 해마다 콘서트를 열면서 대중문화 스타의 인지도와 흥행력에 눈길을 빼앗겨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남 이 씨 역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이 많아 장남을 위한 사업으로 이 분야를 점찍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설립 이후 일광그룹이 관여된 여러 행사에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이 자주 동원되기도 했다. 콘서트 등의 무대를 통해 일광그룹이 관계사들과 영업을 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급기야 미국의 한 언론에서 이규태 회장이 연예인 클라라에게 ‘무기 로비스트’ 역할을 제안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에 이른다. 이 매체는 “당시 이규태 회장이 클라라에게 ‘너를 대한민국 최고의 로비스트로 만들어서 대한민국을 요리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었다”고 주장했다. 이규태 회장이 클라라를 ‘제2의 린다 김’으로 키울 요량으로 영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도 등장했다.
이 보도는 이규태 회장과 클라라가 독점에이전시 계약해지를 놓고 폭로전을 벌일 때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어서 추측에 불과한 내용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이런 제안이 있었다면 일방에서 유리하게 해석해 자신의 뜻에 따라 공개했을 만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규태 회장은 지난 3월부터 방산비리 혐의로 수사의 대상이 됐다. 검찰은 일광공영이 지난 2009년 터키 방산업체로부터 전자전 훈련장비를 도입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장비 가격을 부풀린 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도 업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물급 인사들이 손을 댄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스타의 이름값을 이용한 회사의 영업을 위한 전략이었는지, 아니면 대중문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의 결과물이었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규태 회장에 앞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든 몇몇 거물급 인사들이 연예인을 앞세워 자사를 알리는 데 주력했던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2000년대 초 국내엔 생소했던 ‘인수 후 개발(A&D) 방식’을 선보이며 국내 코스닥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던 최유신 스팩맨에쿼티스그룹 회장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어 화제가 됐다. 최 회장은 엔터테인먼트 회사 UAA를 인수했다. UAA는 유나이티드픽처스(UP)와 법무법인 더펌 등이 합병한 연합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다. 연기자 강동원, 유아인, 송혜교 등이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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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방산업체와 ‘장군’들의 30년 밀월 - 국군 무기사업은 추악한 ‘별들의 전쟁터’
“‘별’ 개수가 곧 실적” 산업체들 퇴역 장성 싹쓸이 채용… 사업 쪼개 업체들 간에 나눠 먹기 성행 군피아들의 복마전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전투력과 직결되는 방위사업에 구멍이 뚫렸다. 전·현직 고위 장교와 무기 로비스트들이 밀고 당겨주며 방위사업을 그들의 먹거리로 전락시켰다. 국내외 무기업자들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 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 |
무기사업은 ‘로또’로 불린다. 거래하는 품목의 가격이 천문학적이고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한번 납품이 성사되면 장기간 유지·보수를 위한 부품 조달 등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 군사보안과도 엮여 있어 로비스트가 활동하기에 이보다 좋은 놀이터가 없다. 고소득이 보장되고 군과 정치권에 영향력을 거머쥘 수 있는 로비스트는 전역 후 재취업을 바라는 고위 장교들에게 선망의 자리다.어쩌다 한 번씩 터지는 방위사업 비리는 늘 충격적이다. 금액이 천문학적이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를 정도로 부정부패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한두 해에 몇 사람의 일탈이 아니기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고 처방도 어렵다.
출범한 지 5개월째를 맞은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의 수사 진행을 보면 털어도 털어도 계속 먼지가 풀풀 나는 상황이다.지난해 11월 출범한 합수단은 검사 16명을 비롯해 정부기관 7곳에서 10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했다. 1993년 율곡사업 비리 수사 이래 최대 규모다. 지난 3월 8일 합수단이 발표한 수사현황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비리들은 ‘군피아’끼리의 복마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비리 연루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장교는 15명이다. 방위사업청 공무원 1명과 일반인 6명을 포함하면 모두 22명이다. 구속 기소된 예비역 장성만 5명이다. 정옥근(62) 전 해군참모총장(대장)은 총장 재임 때 호위함 방산업체 선정 비리와 정보함 납품 비리에 연루돼 기소됐다. 정 전 총장은 차기 호위함 등 수주·납품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STX에 금품을 요구하고, 아들 회사를 통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 기소됐다. 비리가 적발된 사업 규모는 1981억원에 달한다. 군함사업을 추진한 해군이 1707억원으로 가장 많다. 공군은 243억원, 육군과 방위사업청은 각각 13억, 18억원의 사업 비리가 적발됐다.
방산비리 수사의 기폭제가 된 통영함·소해함 사건에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의 사관학교 3년 선배인 예비역 김모(62) 대령이 로비스트로 등장했다. 전투기 정비서류를 허위로 꾸며 243억원을 가로챈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 비리 사건에는 예비역 공군 중장 천모(67)씨가 이 업체 회장 직함을 갖고 활동했다. 예비역 공군 대령 2명은 각각 사업본부장, 사업개발팀장으로 재직하며 공군의 선후배들에게 각종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단의 수사는 해외업체가 참여한 대형 사업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3월 15일에는 거물급 무기 로비스트 이규태(66) 일광그룹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이 회장은 500억원대 방위사업 예산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일광그룹 계열사인 일광공영이 중개한 1365억원 규모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에서 장비 가격을 부풀린 혐의다. EWTS 사업에서 일광공영은 터키의 무기업체 하벨산의 국내 에이전트로 참여했다.전·현직 군인이 군-업체 메신저 역할
▎국내 무기중개업계의 큰손으로 꼽히는 이규택(사진) 일광그룹 회장이 전격 구속됐다.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은 3월 11일 일광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일광공영이 참여한 방위사업의 불법성을 조사 중이다. | |
일광공영 압수수색과 이 회장의 구속으로 방산비리 수사는 더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 회장과 공모해 사기를 벌인 혐의로 권모(60) 전 SK C&C 상무와 일광그룹 계열사 솔브레인의 이사 조모(49) 씨도 함께 구속됐다. 예비역 공군 준장인 권 전 상무는 2007년까지 방위사업청에서 EWTS 사업을 담당하다가 전역한 뒤 SK C&C에 상무로 취업했다. SK C&C는 500억원대의 EWTS 연구개발 용역사업을 하벨산사로부터 재하청을 받았다. 조씨는 이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EWTS사업 계약 당시 하벨산 한국지사장의 통역을 맡았고, 2009년 ‘불곰사업’ 비리사건 때에도 하벨산 임원에 대한 로비자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일광공영 대표인 이 회장의 장남(40)과 일진하이테크 대표인 차남(33)도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일광공영은 이 회장이 1985년 설립했다. 무기 중개업계에서는 메이저 업체로 꼽힌다. 옛 소련에 제공한 경협차관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받는 ‘불곰사업’에도 참여해 수수료 800만 달러를 이 회장이 빼돌렸다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형을 받기도 했다. 이때 일광공영이 중개한 거래금액은 3억1천만 달러에 달한다. 수수료만 2380만 달러를 받았다. 당시 도입한 무레나(Murena) 공기부양정(3대)은 잦은 고장을 일으키고 유지비가 비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대당 435억원을 주고 도입했다. 일진공영은 2013년 7월과 12월에 무레나 부양정 부품 조달을 위해 각각 25억1천만원, 37억5천만원의 추가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한국이 무레나 공기부양정 추가 구매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방산비리 합수단이 출범하기 직전이다. 이 밖에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UAV) 능력보강 사업에도 이 회장이 관련돼 있다. 방사청은 이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이스라엘 업체의 중개를 맡은 이 회장이 각종 기밀을 유출했다며 군검찰단에 수사를 의뢰했다.일광그룹에는 전직 고위장교들이 다수 취업해 업체와 군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방사청의 전직 국장 A씨는 대기업을 거쳐 올해 초 일진하이테크에 고문으로 취업했다.
육군 소장 출신인 김정일 초대 방사청장도 한때 일광공영의 고문을 지냈고,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은 2010년부터 2년 동안 가수 클라라가 소속돼 있는 일광폴라리스 대표로 재직했다. 김 전 사령관의 취업에 앞서 방사청은 2009년 12월 29일 이 회장의 신원조사 결과가 부적격하다며 일광공영의 보안측정결과를 부적격 판정하고 조달원 등록을 취소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대표이사가 변경됐다며 적합하다고 판정을 번복했고, 김 전 사령관은 두 달 뒤 일광폴라리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전우’가 이권 놓고 ‘패밀리’로
▎2008년 10월 열린 국제 관함식 행사에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사진 왼쪽)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행사를 참관하고 있다. 정 전 총장은 아들의 회사를 행사 주관사로 지정하고 후원금 명목으로 STX로부터 7억7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 |
방산비리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출신과정과 계급, 상명하복, 퇴직 후 취업문제 등 군 특유의 문화가 구조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한다. 영관급 출신의 한 예비역 장교는 예비역과 현역 간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군에서는 퇴역을 해도 ‘선배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퇴역 장성들은 여전히 군에서의 계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계급정년 등으로 인해 다른 직업군보다 이른 나이에 퇴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배들이 후배의 취업 등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한다. 이런 순환구조가 방산비리에 대한 죄의식을 둔감하게 만드는 듯하다. 게다가 감시 역할을 해야 할 헌병·기무사·감찰 등 군 사법기관은 ‘우리가 남이가’식으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 이런 온정주의도 방산비리를 부추기는 한 원인이다.”
방산업체에 재취업하는 예비역 장성, 영관 출신 장교 등 속칭 ‘군피아’를 솎아내지 않으면 방산비리의 뿌리를 뽑아내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에 적발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사례나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된 사례 모두 방산업체에 취업한 예비역 장성·영관 출신 장교들이 검은 커넥션의 브로커 역할을 했다.
정 전 총장은 큰아들의 회사인 요트앤컴퍼니를 통해 STX에서 7억7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로 구속 기소됐는데, 뇌물을 공여한 이는 윤연(66)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이었다. 윤 전 사령관은 STX조선해양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었다.합수단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전역한 뒤 STX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윤 전 사령관을 통해 후원금 조로 1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10월 진행된 국제관함식 행사 주관사로 장남 회사인 요트앤컴퍼니를 지정하고 광고협찬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이다. 정 전 총장은 특히 STX 측이 광고 협찬비 집행을 늦추자 “해군참모총장인 내가 직접 이야기했는데 STX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습니까”라며 직접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STX는 그 뒤 해군 전력증강사업에 잇따라 부품을 납품하는 등 사업상의 혜택을 본 것으로 밝혀졌다. STX 측은 관함식 직후인 2008년 11~12월 차기 호위함용 디젤엔진 2기를 70억여 원에, 유도탄 고속함용 디젤엔진 18기를 735억원에 수주했다. 2009년에는 차기 호위함 방산업체로 지정됐고, 2011년에는 3439억원 규모의 호위함 건조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별 개수와 수주금액 정비례
▎정 전 총장에게 뇌물을 건넨 STX는 2008년 국제 관함식 행사에서 대통령 수행단에 민간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이후 차기 호위함 방산업체로 지정되는 등 해군 전력증강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 |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된 A사와 B사도 군에서 무기 도입·개발 사업을 담당했던 예비역 장성·영관급 출신들을 채용해 영업에 도움을 받은 경우다. A사는 2007~2013년까지 7년간 해군이 적의 어뢰 공격에 대비해 보유하는 ‘기만기’를 개발해 올해부터 군에 납품한다. 그런데 해군 대령 출신으로 방위사업청 산하기관에서 근무했던 C씨가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으며 A사에서 2010~2013년까지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수주기간과 근무기간이 겹친 셈이다.
S사는 2011년 11월 군이 C4I(지휘통제자동화체계) 연구개발 업체들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4개 업체 중 하나다. 군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C4I를 통합하고 현대화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중이었다. S사가 육군과 해군에서 대령으로 예편한 D씨와 E씨를 기술 자문 명목으로 채용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2011년 4월, 즉 MOU를 맺기 7개월 전이었다.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대령급 이상 예비역 군인의 경우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에 2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방위사업청 소속 직원은 대통령령에 따라 제한이 더욱 강화돼 중령 이상 및 5급 이상 공직자의 취업이 제한되며 만일 취업을 원할 시에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에 적발된 예비역 장교들은 전역 후 짧게는 3개월, 길어야 1년 안에 방산업체에 다시 발을 들였다.
정부가 법으로 취업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불법 취업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군 출신 선배와 후배인 현역 군인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방산업체는 군의 무기 도입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얻으면 사업 진행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이 때문에 실무를 담당했던 대령·중령급 장교를 전역 직후 채용하는 게 이익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계약직 형태로 불법 취업을 시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무기 개발을 전적으로 맡아왔지만 최근엔 업체가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경향이 많다”며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장교들은 최신 기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기 위해 채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방산업체들이 예비역 장성·영관급 채용에 목을 매는 것은 회사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예비역 장성·영관 출신 장교들을 보유하느냐가 방위사업 수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내 H사의 경우 2013년 말부터 예비역 장성 등을 대거 영입했는데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2012년 7900억원 규모에서 2013년 말에는 1조원을 훌쩍 넘겼다. 불과 1년 사이 2천억원 이상의 매출 신장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H사가 방위사업 부문 강화를 위해 군단장급을 영입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별 개수와 사업 실적은 정비례한다’는 방위산업의 속설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군피아의 결속력은 어느 조직보다 견고하다. 과거에 비해 예비역 장성·영관급이 많아지면서 예비역들은 경쟁관계에서 협력관계로 관계설정을 바꾸기도 한다. 특히 서로 공생하기 위해 ‘그들만의 룰’을 정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거에 비해 현재는 퇴직 후 활동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다. 그만큼 누적된 예비역들이 많아서다. 특히 과거에는 사업 수주실적을 위해 과당 경쟁하기도 했다. 당연히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 계약기간을 채우지도 못하고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만의 룰을 만들었다. 턴키방식이 아닌 사업 프로젝트를 쪼개서 공동으로 참여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해군 군함 납품사업 건이 있다면 예전엔 한 업체가 턴키방식으로 수주했다면, 이젠 설비는 어느 업체, 구조와 건조는 어느 업체 등 나눠먹기를 한다. 물론 여기서도 ‘별 개수의 원칙’은 적용된다. 예비역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업체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함께 살자’는 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군 출신 로비스트 근절 어려운 이유
▎1. 경남 거제시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특수선건조암벽에 구조함인 3500톤급 통영함이 방진포를 뒤집어쓴 채 정박돼있다. 통영함은 방산비리로 방위사업청이 인수하지 않은 상태다. / 2. 러시아로부터 구소련 경협 차관 대신 들여온 해군 공기부양정 무레나(Murena)가 상륙훈련을 하고 있다. 무레나 도입에는 구속된 이규택 일광그룹 회장이 활약했다. 잦은 고장과 높은 유지비 때문에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 |
턴키방식(Turn Key)은 열쇠(key)를 돌리면(turn)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로 인도한다는 의미다. 설계에서 시운전까지 모두 책임지는 공사방식으로 일괄입찰, 일괄수주계약이라고도 불린다. 턴키방식의 장점은 발주자 입장에서는 책임소재를 일원화할 수 있고, 낙찰업체 입장에서는 수주금액이 높고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공사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심사과정에서 불공정 시비가 나타날 수 있고, 참여업체 간 담합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장비성능 평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소수의 군 관계자가 밀실에서 결정하는 구조도 방산비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라고 덧붙였다.
군과 무기업체, 무기중개상을 잇는 군피아 카르텔에서 전·현직 군 관료들이 주역이 된 건 우리나라 무기중개상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우리나라에서 무기중개업체의 활동이 본격화한 건 1970년대부터다. 한국군 현대화 계획이 진행되고 전력증강사업인 ‘율곡사업’이 이맘때 시작됐다. 이땐 국내외 군 장비업체들의 호황이 시작됐다. 덩달아 무기중개상들도 특수를 누렸다. 록히드마틴이나 보잉과 같은 대형 업체들은 자체 조직과 정치력을 이용해 영업이 가능했지만 한국 무기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외국 업체들은 국내 상황에 어두워 중개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중개상은 외국의 군 장비업체의 국내 대리점 역할을 하고 수주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수료율은 수주금액의 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장비 단가가 높고 사업비가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르다 보니 수수료만으로도 건당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씩 챙길 수 있다. 게다가 수수료로 드러나지 않는 리베이트나 비자금은 규모를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이번에 구속된 일광그룹 이 회장도 1300여 억원짜리 사업을 수주하면서 50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중개업체가 군 출신 로비스트를 통해 군 관계자들과 쌓은 친목으로 사업비를 부풀려 수주한 뒤 무기 공급업체와 계약한 사업비를 제하고 남는 돈을 빼돌리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빼돌린 차액은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로비자금으로 쓰인다. 무기중개상은 납품업체와 구매자(군)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가져가는 일반적인 무역중개상(오퍼상)과 같은 개념이어서 운영비가 적게 든다. 또 소규모 창업으로도 영업 수완에 따라 큰 실적을 낼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다만 전문적 지식과 군 내부는 물론이고 정치권의 인맥도 밝아야 하기 때문에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무기중개시장에서 군 출신의 고위직 영입이 활발해지고 이들의 몸값이 높아진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무기중개업체가 난립하고 군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1984년 ‘군 무역대리점’ 제도를 만들어 군수물자와 장비에 특화된 무역업체들의 등록을 받았다. 등록된 업체들은 정기적인 보안평가에 따라 퇴출되거나 지위를 유지했다. 업체 운영에 군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자연히 군 내부에 인맥이 넓은 퇴역 군인들의 활용가치가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국내 무기도입시장 규모가 커지자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외국 기업들이 늘어난 것도 이들의 몸값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외국 기업들이 국내 중개상을 통해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덩달아 수주 경쟁이 치열해졌다. 국내 방위산업시장 규모는 올해 국방비 중 무기 도입 및 개발 비용을 기준으로 10조원을 넘는다. 지난해 10월 방사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무기중개상을 거쳐 체결한 계약 금액은 2조5800억원이다. 국내에 활동 중인 중개업체는 300여 개. 이 가운데 30여 개 업체를 제외하곤 제대로 된 계약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외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진 국내 방산업체들까지 군 고위직 출신 영입을 확대하고 나섰다.
무기 거래는 대부분 막후 로비를 통해 이뤄지는데,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기준을 미리 정하고 입찰경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군 출신들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역들에게도 방위사업 참여 최소화해야
▎차기 전투기사업(F-X) 가격 입찰에 참가한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방위사업청 관계자에게 보안서약서를 제출하고 있다. | |
현역 군인의 경우 방산비리에 연루되면 형사 처분은 물론 불명예 제대라는 씻지 못할 오명을 달기도 한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군인의 속성 상 명예로운 퇴진마저 팽개치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부에선 군 내부에 만연한 제 식구 감싸기를 원인으로 꼽는다. 잘못을 저질러도 적당히 덮으면 그만이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이들에 대한 군사법원의 처분은 이런 주장을 수긍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합수단 수사에 따라 구속기소된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은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에 연루된 방사청 소속 황모 해군 대령과 최모 중령은 지난 1, 2월에 각각 보석으로 석방됐다. 야전 상의 납품 물량을 특정 업체에 몰아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방사청 김모 대령은 지난 3월 6일에 풀려났다. 시험평가서를 허위 작성해 총알에 뚫리는 불량 방탄복을 납품하도록 한 박모 중령은 2월 6일 구속됐다가 불과 열흘 만에 석방됐다. 이들에게 석방을 허가한 건 군사법원이다. 같은 사건으로 민간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민간인 신분의 예비역 군인과 일반인들은 한 명도 석방되지 않았다. 통상 민간 법원의 보석 허가율은 40% 정도다. 비리형 사건 등 특수한 사안에 대해선 더욱 엄격하다. 합수단 관계자는 “보석으로 풀려난 이들 중 일부는 구속수사 때 했던 진술을 번복해 수사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해군 고속단정 납품비리를 수사한 경찰을 해군 현역 준장 김모(56) 씨가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경찰이 언론 브리핑 자료를 배포하면서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에 대해 개인의 실명이 거론되도록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당사자의 실명을 숨기고 이니셜로 처리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현역 군 장성이 비리 혐의를 수사한 경찰을 상대로 고소를 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이는 김씨가 입건되더라도 경찰의 수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경찰은 관련 수사를 통해 김씨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국방부에 입건 의뢰를 통보했을 뿐이다. 이후 사건은 군 검찰단에 의해 진행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 검찰, 국세청 등 사법권을 가진 속칭 권력기관의 경우 서로 견제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만 군은 사법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자유롭다. 이런 구조에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퇴직 후의 재취업 때문이라면 결국은 돈 때문일까? 예비역 장성인 K씨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K씨의 설명이다. “대장의 연봉이 1억2천만원이면 준장 이상 장성은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다. 대령도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 위관급인 대위도 연봉이 4500만원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군인 연봉을 민간 대기업 임금에 상응한 수준으로 파격 인상시켜 주면서 군인 연봉은 여타 공무원은 물론이고 대기업 연봉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 연금 수혜 대상이 되는 20년 전에 자진전역 하거나 중대한 사고 등으로 강제 전역하지 않는 한 소령 이상은 전역하면 100% 연금 수혜 대상이 된다. 월 250만~500만원 가까이 연금을 받는 고소득자들이다. 퇴역 후에도 비정규직의 2~3배에 달하는 연금으로 불편 없이 여생을 명예롭게 보낼 수 있다.”
그러면서 K씨는 방산업체 취업 이유를 이렇게도 설명했다. “이들은 군이라는 조직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활동했다. 다른 기관의 공무원에 비해 이른 나이에 퇴역을 하다 보니 사회생활을 더 하고 싶은 욕구가 많이 남아 있다. 은퇴자로 살기에는 너무 젊지 않나. 퇴역 후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방산비리 근절을 위해 방위사업청, 국방부, 3군, 방산업체 관련기관 간 유착관계의 소지를 없애는 등 부패 고리를 완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공무원과 현역군인 5대 5비율로 구성되어 있는 인적 구성을 현역군인을 최소화하고 군사전략과 무기체계에 정통한 전문 인력을 양성,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최재필·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201504호 (2015.03.17)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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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정부의 방산비리 전방위 조사? 몸통 못 잡을 것
美망명 국정원요원이 폭로한 ‘이규태’ 회장 배후
“이규태가 중앙정보부? 하급 정보경찰 출신인데 DJ 측근 조풍언 덕분에 성장”
▲ "그에게서 희망을 봤다…." 누가 이런 말을 할까?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의 그룹 홈페이지 인사말. ⓒ일광그룹 홈페이지 캡쳐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 15일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지난 17일에는 채널A가 이규태 회장과 연예인 클라라 사이에 있었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서 이규태 회장은 “내가 중정(중앙정보부) 출신”이라고 클라라를 윽박질렀다.
이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이규태가 진짜 중앙정보부 요원 출신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규태 회장에 대해 조사했던 사람들은 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을 안다. 이규태 회장이 사실 한국 방산비리의 몸통이 되기까지는 거물급 로비스트의 ‘수족(手足)’ 생활을 했다는 것도 수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알려져 있었다.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이 방산비리 몸통?
방산비리 정부합수단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법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과 솔브레인 임원 조 모 씨, SK C&C 권 모 상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혐의는 솔브레인이 SK C&C로부터 500억 원대의 공군 전자전 훈련사업(EWTS) 연구개발 용역을 재하청 받으면서 비용을 부풀려 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이었다. 예비역 공군 준장인 조 씨는 이규태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규태 회장과 조 씨, 권 씨 주변을 수사 중이라고 한다. 군과 정관계 로비 정황도 수사 중이라고 한다. 이를 보고 언론들은 “박근혜 정부의 방산비리 수사가 몸통을 향하고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코웃음 친다. 지난 15년 동안 일어난 방산비리의 핵심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 미국으로 망명한 전직 국정원 요원 김기삼 씨의 블로그.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김기삼 씨 블로그 캡쳐
이에 대해 잘 아는 사람 가운데는 재미 저널리스트 안치용 씨와 미국으로 망명한 前국정원 요원 김기삼 씨도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 美뉴욕 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기삼 씨는 2010년 출간한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라는 책을 통해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의 방산비리를 폭로한 바 있다.
김기삼 씨가 과거 언론들과 인터뷰한 내용에도 이규태 회장이 나온다. 주제는 2000년부터 2001년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차세대 전투기 사업(F-X 사업)이었다.
김기삼 씨는 “DJ 시절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에서 논란 끝에 보잉의 F-15K가 선정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DJ는 보잉社로부터 엄청난 리베이트를 챙긴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삼 씨는 “F-X 사업 당시 DJ의 차남 김홍업 씨, 천용택 前국방장관(국정원장 역임) 등 여러 명의 ‘측근’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재미있는 점은 이때 권노갑 前민주당 대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당시 문광부 장관)은 프랑스 닷소社의 ‘라팔’을 밀었다는 것이다. 김기삼 씨는 이들이 ‘라팔’을 지지한 데 대해 “물론 라팔 쪽의 리베이트가 훨씬 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때 김기삼 씨는 중요한 말을 했다. 거물 무기 로비스트의 후원을 등에 업은 일광공영 이규태가 라팔 쪽 업무를 대행했다는 이야기였다. 즉 이규태 회장은 ‘몸통’의 ‘수족’이라는 뜻이었다.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의 배후
거물 로비스트 ‘조풍언’
김기삼 씨가 말한 ‘거물 무기 로비스트’는 조풍언 씨였다. 조풍언 씨는 2014년 10월 14일 사망했다. 김대중 정권 당시 대우정보통신 1대 주주가 된 배경, DJ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국내 시사월간지에서도 자주 거론됐던 유명인이다.
김기삼 씨는 조풍언 씨에 대해 “80년대부터 20여 년 동안 한국 최고의 무기 브로커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대중 정권 시절에는 DJ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바탕으로 ‘모든 무기사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김기삼 씨에 따르면, 조풍언 씨는 미국제 무기와 이스라엘 무기 도입 사업에 관여했으며, 정부 감시가 미흡한 1,000억 원 안팎 규모의 사업을 주로 취급했다고 한다.
조풍언 씨는 김영삼 정권 시절 ‘불곰사업(러시아 경협 차관을 무기로 대신 상환받은 사업)에도 개입했는데 이때는 일광공영을 내세워 러시아제 대전차 미사일 '메티스-M', 고철 및 비금속 수입 사업을 독점했다고 한다.
▲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SBS 관련 보도화면 캡쳐
김기삼 씨는 “하급 경찰관 출신에 불과한 이규태가 러시아제 무기도입 사업(일명 불곰사업)과 고철, 비금속 수입 사업을 독점한 것은 미스터리일 것”이라며 “이는 이규태 뒤에 조풍언 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풀이했다.
부산고 출신인 이규태 회장은 본인 입으로 1985년 3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규태 회장이 차기 잠수함(KSS)사업, FX(차세대전투기도입)사업, KHP(차세대헬기)개발사업 등에도 관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 김기삼 씨의 말처럼, 이규태 회장은 중앙정보부 출신이 아니라 경찰 출신이다. 부산 출신으로 1980년 간부후보생 29기로 경찰에 임용돼 1985년까지 강남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했다. 근무할 당시 맡았던 업무 때문에 중앙정보부 관계자와 만날 기회는 있었을 것이라는 정보관계자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클라라 등에게 ‘중앙정보부’ 운운하는 것은 단순한 허풍이거나, 아니면 조풍언을 통해 만나게 된 정보기관 요원을 '배경'으로 사용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이규태 회장은 김기삼 씨의 주장처럼 199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했다. 그가 학교법인을 설립하고, 회사를 ‘그룹’으로 키운 때도 모두 2000년 이후다.
2014년 조풍언 사망, 이규태 배후 못 캐나
김기삼 씨는 지난 10년 사이 언론과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하며 방산비리에 대해 설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기삼 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었다. 이규태 회장의 구속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2009년 10월 18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이규태 회장을 ‘조세포탈, 업무상 배임,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2010년 8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기삼 씨는 이규태 회장 같은 ‘조풍언의 대리인’이 아니라 그의 배후에 있는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김대중 정권 시절 방산비리의 핵심이라는 로비스트 조풍언 씨와 천용택 前국방장관, 이원형 前국방부 획득국장, 문일섭 前국방부 획득실장, ‘DJ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수동 씨 등이 그들이다.
▲ 2008년 귀국 후 구속될 당시 조풍언 씨. ⓒSBS 관련 보도화면 캡쳐
김기삼 씨는 아래의 사업들에 모두 조풍언 씨가 개입돼 있었으며, 이 사업에는 ‘대리인’을 내세워 정부의 감시를 피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장거리 공대지 유도 미사일(AGM-142 Popeye) 도입(K 前공군참모총장, S사)
- AN/ALQ-165 ASPJ 대 전자전 방어 및 교란 시스템 도입(조풍언, 기흥물산)
- 전투기 레이더 경고 수신기(RWR) 교체(L 예비역 준장, P사)
- 렙콘 항공기 착륙 유도용 항공관제 레이더 도입
- 공군 공중지상 통신장비 도입
- 이스라엘제 Harpy 대 레이더 공격용 무인정찰기(UAV) 도입
김기삼 씨는 “물론 큰 덩치는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챙겼을 것이다. 그 돈은 평생 금고지기인 이수동 씨가 관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조풍언 씨는 김대중 정권 시절 방산비리 뿐만 아니라 ‘대우그룹 구명 로비’에도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대우그룹 구명로비’ 했다던 조풍언, 2008년 자진 귀국
전남 목포 출신인 조풍언 씨는 김우중 前대우그룹 회장과 고교 동문이자 故김대중 前대통령과는 동향이다.
조풍언 씨와 故김대중 前대통령은 ‘이웃사촌’이었다. 故김대중 前대통령이 조풍언 씨 아버지가 경영하던 선박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조풍언 씨는 1980년대 초반 ‘DJ계열’로 분류돼 미국으로 이민 갔다고 주장한다.
1992년 故김대중 前대통령이 대선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에 갔을 때 둘은 다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故김대중 前대통령을 만난 조풍언 씨는 ‘고향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친해졌고 이후 故김대중 前대통령 아들들의 후견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조풍언 씨는 또한 경기고 54회로 51회인 김우중 前대우그룹 회장의 후배다. 故김대중 前대통령 아들들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던 조풍언 씨에게 김우중 前회장이 먼저 접근해 친분을 쌓았다는 주장도 있다.
대우 사태가 일어난 뒤인 2001년, 검찰은 김우중 前회장의 비자금 조성 경로를 밝혀냈고, 예금보험공사는 비자금 중 상당액이 조풍언 씨가 소유하고 있던 ‘KMC’로 흘러들었다고 판단, KMC가 보유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163만 주(액면가 81억 5,000만 원)에 대해 가처분 금지신청을 했다. 하지만 조풍언 씨는 이미 KMC 명의의 대우정보시스템 지분을 다른 곳으로 빼돌린 뒤였다.
조풍언 씨는 2003년 3월 20일 노무현 정권 출범 직후 특검팀이 꾸려지자 한국에 1,4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그대로 놔둔 채 미국으로 떠났다. 검찰은 조풍언 씨에 대해 ‘기소중지’를 신청했다. 그런데 조풍언 씨는 ‘기소중지’ 상태임을 알면서도 2008년 3월 자진 귀국했다.
▲ 2008년 조풍언 씨가 귀국할 당시 재미교포 매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시 선데이저널USA 화면 캡쳐
조풍언 씨는 ‘대우그룹 구명로비’와 대우정보시스템 불법 BW(전환사채) 발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72억 원을,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86억 원을 선고받았다. ‘대우그룹 구명로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조풍언 씨는 6개월 간 구치소에 갇혀 있다 2010년 초 미국으로 돌아갔고, 오랜 기간 앓던 지병으로 2014년 10월 14일 사망했다.
이규태 회장, 조풍언 빈자리 어떻게 채웠을까
조풍언 씨가 귀국했을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조 씨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의미 있는 진술을 제법 많이 했다”고 전한다. 김대중 정권 시절의 의혹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다는 뜻이었다.
조풍언 씨가 가벼운 처벌을 받고 미국으로 간 뒤 한국 내에서는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조풍언 씨가 한국에 남긴 재산 1,400억 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하는 점, 30년 넘게 로비에 성공해 ‘타고 난 로비스트’로 불리는 D기업 Y회장이 조풍언 씨와 연결돼 있다는 의혹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처럼 조풍언 씨와 이규태 씨의 비리의혹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에도 현재 박근혜 정부의 방산비리 척결은 조풍언 씨의 비리와 배후 보다는 이규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노무현 정권 시절의 방산비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제51회 대종상 시상식에 나온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그는 대종상영화제시상식의 조직위원장이기도 하다. ⓒ대종상 시상식 KBS 생중계 화면 캡쳐
여기에 '팁(Tip)'이 될 만한 기사가 있다. 2013년 5월 1일(현지시간) 재미저널리스트 안치용 씨는 자신의 블로그미디어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일광그룹과 관련한 내용을 게재했다. 여기에 이규태 회장의 그룹 계열사 대표로 근무했던 김영한 前기무사령관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일광공영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김 前사령관이 기무사령관 취임 전부터 일광공영을 드나들었으며 그 외에도 많은 장군들이 드나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 정권 때는 전라도 출신의 로비스트들, 노무현 정권 때는 이규태 씨와 동향인 부산출신 장군들과 방위사업청 고위공직자들, MB 정권 때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고위공직자들의 출입이 빈번했다”고 말했다.”
참고로 육사 29기인 김영한 장군은 2005년 2월 5일부터 2006년 12월 4일까지 제36대 기무사령관으로 재임했다.
노무현 정권 2년차에 접어들었을 때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이규태 회장과 관련된 ‘권력형 방산비리’를 추적한 바 있지만, 당시 ‘권력층’은 이를 중단시킨 바 있다.
대체 노무현 정권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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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박근혜 방산비리 수사? ‘몸통·뿌리’ 절대 못 잡아
이규태, 盧무현 때 ‘몸통’으로 급성장…어떻게?
이규태 폭풍 성장부터 ‘자주국방’ 둘러싼 비리…사정기관조차 ‘침묵’시킨 힘
▲ 제51회 대종상 시상식 당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KBS 중계방송 화면캡쳐
DJ측근으로 분류되던 무기중개상 조풍언 씨의 후원으로 성공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그는 조풍언이 미국으로 건너간 2003년 이후에는 ‘몸통 급’으로 성장한다.
이규태는 2003년 노무현 정권 출범직후 경찰 특수수사과의 방산비리 조사로 조풍언이 미국으로 건너가자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盧정권 시절 누가, 어떻게 이규태를 도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비주류 언론들’이 폭로한 이규태 후원자들
지난 18일 작성한 기사 <美망명 국정원요원이 폭로한 ‘이규태’ 회장 배후> 가운데 재미저널리스트 안치용 씨의 기사를 인용한 부분에 ‘열쇠’가 있다.
…일광공영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김영한 前사령관이 기무사령관 취임 전부터 일광공영을 드나들었으며 그 외에도 많은 장군들이 드나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 정권 때는 전라도 출신의 로비스트들, 노무현 정권 때는 이규태 씨와 동향인 부산출신 장군들과 방위사업청 고위공직자들, MB 정권 때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고위공직자들의 출입이 빈번했다”고 말했다.
이규태는 90년대 후반부터 조풍언의 후광을 업고 DJ 측근 인사들과 인맥을 쌓은 뒤, 러시아에 제공한 차관을 무기로 상환 받는 ‘불곰사업’의 2차 거래를 따냈다.
이때 이규태는 러시아 방산업체 에이전트를 맡으면서 한국군이 도입한 대전차 미사일 ‘메티스-M’과 고속공기부양정 ‘무레나’를 중개했다. 당시 거래 규모는 3억 1,000만 달러, 이규태가 받은 수수료는 약 2,300만 달러다. 이 사업으로 DJ 정권 인사들로부터 ‘불곰 이규태’라는 별명을 얻으며 ‘권력’의 각광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경쟁자였던 정호용(탤런트 이영애 남편) 씨는 2003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고, 조풍언이 미국으로 달아난 뒤 ‘DJ 군 인맥’의 핵심이자 조풍언과 밀접한 관계였던 이원형 前국방품질관리소 소장(육사 26기)이 특검 수사를 받으면서 힘을 잃었다.
▲ 2014년 12월 4일 재미교포언론 '선데이저널USA'는 이규태에 대한 보도를 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조용했다. ⓒ선데이저널USA 당시 보도화면 캡쳐
盧정권 당시 이규태의 후원자 가운데 언론을 통해 드러난 사람 중 한 명은 김영한 前기무사령관이다. 2005년 2월 5일부터 2006년 12월 4일까지 제36대 기무사령관을 맡았던 김영한 前사령관은 최근까지 이규태의 일광그룹 계열사인 일광폴라리스(現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대표이사로 재직했다.
하지만 언론들은 김영한 前기무사령관과 이규태를 다른 일로 기억하고 있다. 바로 기무사령부 신축 청사 설계도 유출 사건이다.
이규태 계열사 대표이사 맡은 前기무사령관
2009년 8월 4일 경기도로 이전하는 국군기무사령부의 신축청사 설계도가 일광공영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기무사령부 청사 설계도는 기밀자료였다. 수사에 착수한 軍과 검찰은 기밀 유출 시기가 2006년 9월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당시 기무사령관은 김영한 장군(육사 29기).
▲ 취임한 지 얼마 안 돼었을 때의 김영한 前기무사령관과 윤광웅 당시 국방장관. ⓒ당시 보도화면캡쳐
수사팀은 더욱 이상한 점도 찾아냈다. 신축청사 설계도가 유출된 즈음 기무사령부가 느닷없이 해당 자료의 보안 등급을 ‘기밀’에서 ‘공개’로 낮춰버린 것이다. 수사는 이상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결국 거창하게 시작한 수사는 기무사령부 영관급 장교 2명을 구속해 책임을 묻는 선에서 끝났다.
한편 청사 설계도 유출 당시 관리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됐던 김영한 前기무사령관은 전역한 뒤인 2010년 8월 10일, 이규태의 일광그룹 계열사인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김영한 장군이 기무사령관에 취임할 당시 국방부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군 전력 증강 분야에 전문성이 탁월하고 개혁적 성향을 지녀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의 국방 개혁 구상을 적극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당시 국방일보는 “김 사령관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 전력계획과장, 국방부 획득정책관실 차장,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 등을 역임한 전력 기획·국방 획득 분야 전문가”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영한 前기무사령관이 방산 분야 전문가라는 뜻이다.
김영한 前사령관이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 일광그룹에 일어났던 일도 이규태와 김영한 前사령관 간의 관계를 의심하게 만든다.
이규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08년 9월, 무기중개상으로 일한 지 24년 만에 처음으로 국세청의 특별 조사를 받게 된다. 당시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급성장한 기업들을 조사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설명이 흘러나왔다. 박연차의 태광실업도 그 대상이었다.
국세청 4국은 일광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결정적인 문제는 ‘불곰의 이규태’가 운영하는 기업이 ‘연 매출 20억 내외, 당기순이익 연 2,000~3,000만 원’이라고 신고한 탓이었다. LA의 한국계 은행 지점에 1억 달러를 숨겨놨다는 소문까지 돈 ‘거물 무기중개상’ 매출치고는 너무 적었다.
국세청은 2009년 3월 일광공영을 ‘탈세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검찰은 2010년 이규태를 구속기소했다. 이규태는 2012년 7월 재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형을 확정받았다. 러시아 업체로부터 받은 커미션을 수익으로 처리하지 않아 법인세 5억 원을 탈루했다는 것이었다. 이규태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다니는 교회 계좌로 커미션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무사령부는 이 일로 2009년 말 일광공영의 무기중개업 자격 등록을 취소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일광공영은 불과 6개월 만에 무기중개업 자격을 재취득했다. 그것도 기무사령부의 테스트를 거쳐서.
김영한 前기무사령관은 일광공영이 무기중개업 자격을 재취득하고 두 달 뒤에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았다. 일광공영의 보안담당자였던 기무사령부 관계자의 부인이 일광그룹이 운영하는 일광복지재단에서 일했던 사실보다 더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노무현-이명박 정부까지 넘나든 이규태
이규태는 노무현 정권이 끝난 뒤에는 이명박 정부에 줄을 대고자 노력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보이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안보특보를 지낸 이희원 前예비역 대장이었다.
▲ 2014년 3월 (사)포사랑 행사 당시 기념사진. ⓒ포사랑 홈페이지 캡쳐
2006년 전역한 이희원 前예비역 대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대통령 안보특보를 지냈다. 이후 꾸준히 ‘차기 국방장관’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곧 ‘포사람’이라는 기독교계 청소년상담 재단의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포사람’은 이규태의 일광그룹이 소유한 복지센터였다.
‘포사람’이라는 곳의 홍보대사는 모두 일광그룹 계열사인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이었다.
이 ‘포사람’과 이규태, 이희원 前예비역 대장을 조사하면서 눈에 익은 이름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盧정권의 마지막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 씨였다.
2014년 7월 12일자 ‘한국성결신문’ 8면에는 7월 6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렸던 ‘제11회 희망과 사랑 나눔 열린음악회’ 관련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 속 사진에는 이규태와 이희원 (사)포사람 이사장, 김만복 당시 일광복지재단 이사장, 연예인 오윤아, 최정원, 양동근 씨가 등장했다. 김만복 現통일전략연구원 원장도 이규태와 상당한 친분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한국성결신문이 보도한 이규태 회장과 관계자들의 사진. 이규태 외에 이희원 前청와대 안보특보, 김만복 前국정원장을 볼 수 있다. ⓒ한국성결신문 보도 캡쳐
여기까지만 봐도 이규태는 盧정권 당시 기무사령관, 국정원장까지도 ‘품 안에 넣을’ 정도의 막강한 인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규태의 ‘파워’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어설픈 치기로 시작한 ‘자주국방’
5년 뒤 ‘10대 불량무기’로
2005년 초, 사정기관들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방산비리를 은밀히 추적 중이었다. 2003년 경찰 특수수사과의 수사가 더욱 심도를 더한 것이었다. 이때 이규태도 사정기관의 레이더에 걸렸다. 그가 장로로 있는 교회도 주요 감시 대상이었다.
사정기관은 안보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전력화 사업에서의 문제점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이때 안보 전문가들은 수상한 점을 찾아냈다. ROC(군 요구성능)가 어느 순간 이상하게 변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사정기관 관계자들과 관련 서류를 검토한 결과 당시 진행하던 무기도입 및 무기 국산화 과정에서 개발 및 시험평가를 하는 주체들 가운데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ROC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또한 국산화가 어려운 조기경보기 사업(E-X 사업), 차세대 공격헬기 사업(AH-X 사업)에 ‘이상한 입김’이 불고 있음을 경고했다. 공교롭게도 “이스라엘제 레이더와 브라질제 여객기를 조합한 모델이 적합하다”거나 “아파치 헬기는 한국 지형에 부적합하다”는 등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이 같은 의견을 참고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2005년 가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팀은 해체되고, 담당자들은 전보발령을 받았다. 사실상 좌천된 것이었다.
이후 ‘자주국방’을 내세운 무기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행스럽게 ‘불량무기 수입사업’은 전면 보류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들이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쉴새없이 사고가 터져, 국민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던 ‘10대 불량무기’들이다. 이 가운데 K-21 장갑차와 K11 복합소총은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 2010년 7월 29일, '10대 명품무기'라고 자랑하던 K21 장갑차가 시험운행 중 강 속에 침몰했다. 이 사고로 부사관 1명이 숨졌다. 당시 ADD는 "설계에 일부 문제는 있지만 설계결함은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뉴데일리 DB
2010년 말이 되어서야, ‘10대 불량무기’ 사건의 시작은 盧정권 시절 추진한 ‘자주국방 정책’의 결과였다는 것이 일부 언론에 의해 드러났다.
2005년 3월, 몇몇 청와대 관계자가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부, 합참 관계자들이 보고한 ‘국방개혁계획’을 들은 뒤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들은 군과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들에게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주력무기는 국산화해 자주국방을 이룩하자”고 주장했고,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국방부 관계기관과 관련 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들까지 몰려들면서 ‘불량무기’를 양산하게 된 것이었다.
이때 사정기관, 군사전문매체 등에서 나온 이야기와 2012년 7월 30일 이규태가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말을 함께 살펴보면 섬뜩한 기분이 든다.
“일광그룹의 모체인 일광공영은 1985년 설립됐습니다. 기도 중에 예수 그리스도의 빛에서 ‘일광’을 찾았고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에서 ‘공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적은 돈으로 펼칠 수 있는 명분 있는 사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눈을 뜬 게 국가 방위산업이었습니다. 돈 한 푼 없이 시작한 이 사업은 공격용 무기를 거래하는 단순 중개업이 아닌 조국의 국토를 지키는 자주국방 사업입니다.”
이규태 회장, 그도 혹시 盧정권 시절의 ‘자주국방’에 관여했을까.
▲ 2012년 7월 30일 이규태의 인터뷰를 실은 국민일보 당시 보도. ⓒ국민일보 보도화면 캡쳐
형식적인 방산비리 수사,
이번에도 ‘親MB 인사’나 쳐내고 끝날 듯
전편에서 언급한 DJ정권 시절의 방산비리, 이규태가 급성장한 배경이 된 盧정권 시절의 ‘방산 비리 핵심들’은 여전히 제대로 수사를 받지 않았다. 20년 전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YS정권의 ‘방산비리 핵심’은 지금도 여전히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누리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세간에서는 이번 박근혜 정부의 ‘방산비리 합동수사’도 큰 결실을 거두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싫어하는 이명박 측근 박살내기’에서 끝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민들이 이렇게 방산비리 수사를 얕보는 이유는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 초기인 2003년 경찰 특수수사과와 국세청 등을 동원해 DJ 인맥들의 방산비리를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당시 언론들은 “이번 수사를 통해 천용택 前장관이 국회 국방위원장 당시 후원회를 통해 정 모 씨의 후원을 받은 것이 드러났다”거나 “유 모 국방부 차관이 무기중개상 정 모 씨의 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는 등의 ‘팁(Tip)’을 제공하면서 확실한 수사를 기대했다.
특히 盧정권에 호의적이던 매체들은 “이번 방산비리 특별수사는 이원형 前국방품질관리소장 개인과 조직 비리, 천용택 前장관을 정점으로 한 ‘호남 군맥’ 등을 모두 색출해 처벌할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盧정권은 DJ정권에서 일어난 방산비리도 제대로 파내지 못했고, 자신들이 집권했을 당시 소위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내걸고 일어난 방산비리는 하나도 잡지 못했다.
▲ 이규태의 일광그룹은 현재 대종상 영화제를 운영하다시피 하고 있다. ⓒ(사)대종상 영화제 홈페이지 캡쳐
DJ-盧정권을 둘러싼 온갖 의혹과 루머를 파헤치겠다던 이명박 정권 또한 방산 비리는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2009년 6월 30일 이규태가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조세피난처 바베이도스에 거액을 송금한 정황을 확보한 뒤에도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아니 이명박 정권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면서, 이규태 같은 '잔챙이'만 괴롭힐 뿐 오히려 방산비리의 ‘진짜 뿌리’와 ‘진짜 몸통’은 더욱 대우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도 집권 직후부터 이런 ‘뿌리와 몸통’이 원하는 것은 다 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현재 박근혜 정부의 방산비리 수사가 주로 이명박 정권 당시 활동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자, 다수 국민들은 이번 수사도 이전 정권들의 ‘한 탕식 방산비리 수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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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형의 사건수첩] "클라라를 로비스트 만들어 대한민국 요리"??
"클라라, '제2 린다김' 무기 로비스트 제안받아" 폭로!
선데이저널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클라라에게 '무기 로비스트' 제안"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 연예기획사 설립..문화계 손 뻗친 진짜 이유는?
무기중개상 이규태(66) 일광공영 회장이 지난 14일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2000년대 들어 초대형 무기중개업체로 급성장한 '일광공영'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85년 설립된 일광공영은 2000년까지 줄곧 무기중개업무만 맡아왔다. 그런데 2001년부터 조금씩 다른 분야로 외연을 넓히기 시작했다. 모 사립초등학교를 인수, 일광학원을 세운 일광공영은 2005년에는 일광복지재단을 만들더니 이듬해에는 연예기획사 일광폴라리스(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일광공영은 '일광그룹'이라는 이름 하에 ▲M아카데미 ▲대종상영화제 ▲일광폴라리스 ▲일광학원 ▲일광공영 ▲일광복지재단 ▲일진하이테크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사로 성장했다.실제로 성북구에 위치한 본사 건물에 가 보면, 무기중개와는 동떨어진 사업체들이 함께 들어서 있는 낯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문 무기중개상 출신인 이규태 회장이 이처럼 연관성이 낮은 사업체를 문어발식으로 확장시켜온 이유는 뭘까?
지금은
장남 이OO(40)씨가 대표이사에 등재돼 있지만, 2012년까지 연예기획사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는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이 맡았었다. 군 고위층이 연예기획사 대표를 맡은 것은 연예계에서도 극히 이례적인 일로 손꼽힌다.
이규태 회장은 왜 전직 군 고위층을 연예기획사에 영입하는 무리수를 뒀을까? 한 검찰 소식통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던 일광공영이 2000년대 초반부터 급성장한 배경에 다른 계열사들의 역할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과거 기록을 보면 일광그룹이 관여된 여러 행사에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이 자주 동원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규태 회장이 애당초 문화-연예 분야에 눈독을 들인 이유가 다른 데 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하는 기사가 '교포 신문'에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주 한인 매체인 <선데이저널>은 지난 12일자 보도에서 충격적인 내용을 타전했다.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연예인 클라라에게 '무기 로비스트' 역할을 제안했었다는 내용을 폭로한 것.
<선데이저널>은 "당시 이규태 회장이 클라라에게 '너를 대한민국 최고의 로비스트로 만들어서 대한민국을 요리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선데이저널>은 "이는 이규태 회장이 왜 연예매니지먼트회사를 운영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무기중개사업에 연예인들을 로비스트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데이저널>은 "기무사는 이미 이규태 회장이 소속연예인들을 군고위장성이나 방사청 고위간부와의 만남의 자리에 대동, '로비스트'로 확인한 사례를 여러건 확인했다"는 내용을 추가로 덧붙였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향후 연예가에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연예기획사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를 세우고 2013년부터 이규태 회장이 직접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까지 맡으면서 일광그룹이 문화-연예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커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 회장의 '무기 로비'에 동원된 유명 인사가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도 커진다. 당시엔 '얼굴 도장'을 찍는 정도로 알았던 행사가 알고보니 로비의 과정 중 하나였다는 비화가 쏟아질 공산도 있다.
한 소식통은 "애당초 이규태 회장이 클라라를 '제2의 린다김'으로 키울 요량으로, 영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과거 섹스심볼로 유명했던 린다김의 이미지와 현재 클라라의 이미지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자신도)일전에 이런 소문을 접한 사실이 있다"며 "일광그룹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정황이 나올 소지도 있다"고 전했다.
린다김은 지난 1996년 문민정부 당시 백두사업 응찰업체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전력이 드러나 구설에 휘말렸던 인물. 특히 이양호 전 국방장관과 연애 편지를 교환하는 등 애정 행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 = 일광그룹 홈페이지 캡처 / 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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