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칫국은 원래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뱃일을 나가는 어부들의 해장국이었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는데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줄가자미는 1~2월이 제철로 회를 뜨면 분홍빛이 감도는 하얀 살이 먹음직스럽고 회는 뼈째 썰어야 제맛이 난다.
영동지방은 겨울여행이 제격이다. 정동진의 겨울바다도 좋고 울진 덕구온천에 몸을 담그는 맛도 일품이다. 가는 길에 태백에 들러 선글라스를 끼고 둘러보는 눈꽃축제는 덤이다. 하지만 이 좋은 볼거리들도 배가 고프면 말짱 도루묵이다. 오죽하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이 있겠는가. 하지만 걱정 마시라. 동해에는 볼거리 못지않게 먹거리도 풍성하다. 그래서 이번주 여행면은 바다를 끼고 달리는 7번 국도를 따라서 동해의 겨울을 만끽하고 진미를 탐하는 여행의 비법에 대한 노하우로 꾸며봤다.
● 겨울 수산물의 제왕 '대게'
임금님 수랏상 오르던 귀하신 몸… 살 통통히 오르는 2월이 맛 절정
밥 비벼먹는 게장도 별미중 별미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던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속이 찬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는 2월이 돼야 맛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게 집하량이 가장 많은 곳은 경상북도 울진이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도 "대게는 울진의 특산물"이라고 기록돼 있을 정도다. 또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는 울진으로 귀양을 왔다가 "대게가 많이 잡히는 고장이라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기록도 남겨 놓았다.
대게는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릿마디가 대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라고 불린다.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만 건져낼 정도로 귀하신 몸이다. 경매가도 한 마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대게의 고향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왕돌초는 맞잠·중간잠·셋잠 등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수중암초지대로 넓이가 동서 21㎞, 남북 54㎞에 이르는 넓은 지역이다. 이곳에서 잡히는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는데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게 뚜껑을 열어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 먹는 게장도 별미 중의 별미다.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2016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도 오는 27일부터 3월1일까지 4일간 울진군 후포항 한마음광장에서 열려 이때를 맞춰 가면 대게의 참맛을 다양한 행사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왕돌회수산:대게·홍게정식,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 1056, (054)788-4959
● 곰칫국
겨울 뱃일 나가는 어부들 해장국
김치 넣고 끓인 국물 한그릇이면 주당들 속풀이로 따를 음식 없어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해장국이 있지만 겨울 해장국의 왕이라면 뭐니뭐니해도 곰칫국을 빼놓을 수 없다. 김치를 썰고 토막 친 곰치를 넣어 끓여낸 국물의 칼칼한 목 넘김은 주당들의 속풀이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뜨끈한 국물과 부드럽고 뽀얀 속살의 조화도 쓰린 속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곰칫국은 원래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뱃일을 나가는 어부들의 해장국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생태서인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이 일찍이 곰치에 대해 '살이 연하고 맛이 싱거우며 곧잘 술병을 고친다'고 했을 만큼 해장국으로의 역사는 만만찮다.
곰치는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으로 표준어는 '꼼치'가 맞지만 물텀벙·물곰 등 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제각기 다르다. 곰치는 불과 30년 전만 해도 못생겼다는 이유로 그물에 잡혀 올라와도 버림받아 목숨을 부지하는 설움(?)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그 맛이 알려지면서 가마솥으로 직행하는 귀하신 몸이 됐다.
곰치는 너무 오래 익히면 살점이 부서지고 맛이 없어져 살짝 데친다는 기분으로 5분 정도만 끓이는 게 좋다. △일출횟집:삼척시 정하동 41-10 (033)574-2479
● 줄가자미
수심 150~1,000m 사는 심해어… 분홍빛 감도는 하얀 속살 먹음직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함 배어나
줄가자미는 상어처럼 등껍질이 꺼칠하다 해서 일본에서는 '사메가레이'로 불린다. 그런데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줄가자미를 그 지방 방언으로 '이시가레이(돌가자미)'라 불렀는데 그것이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편한 대로 부르다 보니 '이시가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따라서 이시가리라는 물고기는 일본에도 없다.
줄가자미는 심해성 어류로 수심 150∼1,000m의 바닥에서 서식한다. 몸은 원형에 가까운 달걀모양이며 옆으로 납작하다. 보통 40㎝ 안팎인데 최대 55㎝까지도 자란다. 눈은 크며 다른 가자미류와 마찬가지로 오른쪽에 붙어 있다. 등은 암자색에 원추형 돌기들이 돋아 있고 배는 회색을 띤다. 줄가자미는 1~2월이 제철로 회를 뜨면 분홍빛이 감도는 하얀 살이 먹음직스럽고 회는 뼈째 썰어야 제맛이 난다. 3월이 지나면 뼈가 단단해져서 맛이 떨어진다. 탄력 있는 육질과 적당히 씹히는 뼈들의 질감이 조화를 이루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난다.
△바다횟집:물회, 울진군 울진읍 연지리 186, (054)783-9966
/글·사진(울진·삼척)=우현석객원기자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