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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알렉상드르 수메 및 루이 벨몬테의 운문 비극 <노르마>
대본 펠리체 로마니
초연 183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배경 BC 50년경 갈리아 지방
<2016년 11월 로열 오페라 / 154분 / 한글자막>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 / 알렉스 올레 연출
노르마........드루이드교의 여제사장..........................소냐 욘체바(소프라노)
아달지사.....드루이드교의 젊은 여사제......................소냐 가나시(메조소프라노)
오로베소.....드루이드교의 지도자. 노르마의 아버지.....브린들리 셔래트(베이스)
폴리오네.....로마에서 온 갈리아 총독........................요셉 칼레야(테너)
플라비오.....폴리오네의 친구인 로마 장군..................다비드 정훈 킴(테너)
클로틸데.....노르마의 친구이자 시녀.........................블라다 보로브코(메조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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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벨리니의 <노르마>가 아니다. 소냐 욘체바(소프라노)의 '노르마'다
안나 네트렙코, 디아나 담라우의 뒤를 쫓으며 차세대 디바로 주목 받고 있는 1981년 불가리아 태생의 소프라노 소냐 욘체바의 진가를 만날 수 있는 영상물이다. 이 영상물은 2016년 11월 로열 오페라하우스 실황이다. 연출가 알렉스 올레,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 등의 명장들과 함께 29년 만에 로열 오페라하우스에 오른 이 공연에서 소냐의 존재감은 수많은 무대장치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성량감과 파파노의 음악을 타고 거침없이 흘러가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노르마가 부르는 '카스타 디바'(9트랙), 노르마와 여신도 아달지사의 이중창(18트랙), 노르마와 로마군 사령관 폴리네오의 이중창(32트랙)은 반복해서 듣고 싶은 절창의 향연이다. 테너 조셉 칼레야가 로마군 사령관 폴리오네 역을, 제50회 이탈리아 베르디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정훈이 폴리오네의 친구 역을 맡았다. 보너스 트랙에는 스태프와 출연진의 노르마에 관한 설명(5분)과 파파노가 말하는 벨리니 오페라에 관한 영상(5분)이 수록되어 있다.
빌리 데커의 연출작 <라 트라비아타>는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초연 이후 메트 오페라에서 공연되었다. 초연 당시 비올레타를 연기했던 안나 네트렙코의 바통을 뉴욕에선 디아나 담라우가 이어받았다. 메트 오페라가 이 작품을 다시 꺼내든 2017년 2월 공연에선 소냐 욘체바가 그 바통을 이어 받았다. 네트렙코와 담라우의 존재는 우리에게 '여신'으로 각인된 바 있지만, 2017년에 국내 영화관이 개봉한 소냐 욘체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그녀는 관객의 감탄과 궁금증을 낳았다.
2016년 11월 로열 오페라하우스 실황을 담은 이 영상물은 소냐 욘체바의 진가를 확실히 만날 수 있는 프로덕션이다. 1981년 불가리아 태생인 소냐 욘체바는 1993년에 도밍고가 창설한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2010년에 우승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런 연유로 그녀는 도밍고와 함께 무대에 오르며 호흡을 맞추기도 한다. 2013년에 파리 바스티유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선보이며 화제를 낳았고, 메트 오페라에도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여세를 몰아갔다.
<노르마>는 드루이드 교도들과 갈리아를 점령한 로마군들 사이에 처한 여사제 노르마에 대한 이야기로, 노르마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대항해야 했던 가톨릭 광신도의 세계와 억압된 군국주의 사회를 재현한다.
연출가 알렉스 올레,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 등 노련미가 넘치는 명장들과 함께 29년 만에 로열 오페라하우스에 오른 이 무대에서 소냐의 존재감은 수많은 무대장치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성량감과 파파노의 음악을 타고 거침없이 흘러가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알렉스 올레는 원작을 비틀어, 수백 개의 십자가상을 설치하여 그로테스크함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한편으로 오늘날의 가구와 의상을 무대에 올려 동시대적 감각을 자아낸다.
=== 작품 해설 === <2010년 6월 1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벨리니, 노르마
'노르마'는 세기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가장 사랑했던 배역
1831년 완성해 같은 해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
이탈리아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는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로시니, 도니체티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으로 불립니다. ‘벨(bel: 아름다운)'+’칸토(canto:노래)’라는 개념은 17세기에는 ‘선율을 중시하는 단순하고 서정적인 창법’을 뜻했지만, 19세기에 오면 ‘성악가의 역량을 과시하는 기교적인 가창’을 뜻하는 말로 의미가 달라집니다. 19세기 전반의 낭만주의 오페라는 이런 벨칸토가 대세였고, 벨리니는 1830년대에 [노르마] 외에도 [청교도], [몽유병자] 같은 벨칸토 오페라의 걸작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칼라스에 의한 벨칸토 레퍼토리의 부활
그러나 19세기 후반 이후로 벨칸토 오페라 레퍼토리들은 오페라 극장에서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합니다. 베르디와 바그너의 극적인 선율과 풍성한 관현악에 익숙해진 청중은 성악가의 기교에만 의존하고 관현악의 밀도가 떨어지는 벨칸토 오페라 작품들을 과소평가하게 된 것입니다. 성악가들 스스로도 벨칸토 레퍼토리를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무대 위에서 고난도의 기교를 소화하느라 엄청난 고생을 해야 하는 것에 비해 관객의 반응이 대체로 미지근했기 때문입니다.
20세기에 거의 잊혀져가던 벨칸토 오페라 레퍼토리들을 다시 화려하게 부활시킨 가수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였습니다. 195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입성한 칼라스는 벨리니의 [노르마] 주역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동시에, 벨칸토 오페라가 진정으로 드라마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칼라스는 ‘목소리를 악기처럼 최대한도로 활용하고 제어하는 기법’이라고 벨칸토를 설명합니다.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는 “노르마 역으로 칼라스는 오페라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고, 칼라스 자신도 토스카나 비올레타가 아닌 바로 이 노르마 역을 가장 사랑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숭고한 희생 vs 통속적인 삼각관계
[노르마]의 배경은 기원전 50년경,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갈리아 지방입니다. 이곳에 사는 드루이드 인들은 정복자 로마인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려 합니다. 갈리아에 파견된 로마 총독 폴리오네(Pollione. 테너)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고 그의 두 아이를 낳은 드루이드의 여제사장 노르마(Norma. 소프라노)는 전쟁을 원하는 드루이드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아리아 ‘정결한 여신(Casta Diva)’을 노래합니다. 그러나 폴리오네는 젊은 여사제 아달지사(Adalgisa. 메조소프라노)와 새로운 사랑에 빠져, 그녀를 데리고 로마로 귀환할 계획을 추진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노르마는 폴리오네를 맹렬히 비난한 뒤 어린 자식들까지 죽이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아달지사를 불러 아이들을 데리고 폴리오네와 함께 로마로 가라고 허락합니다. 그러나 노르마와 폴리오네의 관계를 모르고 사랑에 빠졌던 아달지사는 노르마를 위로하며, 노르마에게 돌아가도록 폴리오네를 설득하겠다고 약속하지요. 여기서 아달지사와 노르마가 부르는 ‘아이들을 보세요, 노르마(Mira, o, Norma)’는 여성들간의 자매애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이중창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아달지사의 간곡한 설득을 폴리오네가 거절하자, 비정한 폴리오네에게 분노한 노르마는 군사를 일으켜 로마와의 전쟁을 선언합니다.
아달지사를 강제로 데려가려고 신전에 잠입한 폴리오네가 드루이드인들에게 잡혀 노르마에게 끌려오자 노르마는 백성들을 불러 “정결서약을 어긴 여사제를 고발하겠다”고 알린 뒤, “그것은 바로 나”라고 고백합니다. 폴리오네는 노르마의 고귀한 희생에 감동해 노르마가 오르는 화형대에 자발적으로 함께 올라갑니다(노르마와 폴리오네의 이중창과 합창 ‘당신이 버린 내가 어떤 영혼을 지닌 사람인지(Qual cor tradisti)'. 노르마는 아버지 오로베소(Oroveso. 베이스)에게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이 [노르마]를 연출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숭고한 희생에 초점을 맞추는 연출입니다. 인간적인 오류를 범했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두 여주인공, 그리고 그 고귀함에 감동 받아 죽음을 택하는 남자 주인공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 이야기를 TV 불륜극처럼 연적간의 대결구도로 만드는 현대적 연출입니다. 물론 벨리니의 유려한 음악에 어울리는 것은 전자입니다. 그러나 후자의 연출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극의 소재 자체가 상당히 통속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르디 [아이다]에 영향 준 [노르마]의 합창
알렉상드르 수메 및 루이 벨몬테의 비극 [노르마Norma]를 원작으로 펠리체 로마니가 대본을 쓴 [노르마]는 183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주디타 파스타(노르마)와 줄리아 그리시(아달지사) 주역으로 초연되었습니다. 그러나 벨리니의 조바심으로 지나치게 연습을 많이 한 가수들은 정작 공연일이 되자 너무 지쳐서 평소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데다, 벨리니의 라이벌이었던 파치니의 팬들이 몰려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초연은 결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공연부터 노르마는 대성공을 거두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온 유럽의 오페라 극장을 휩쓸었습니다.
[노르마]의 음악적 특성은 1) (로시니의 빠른 템포와는 달리) 길게 늘인 크레셴도 2) 천천히 절정을 향해 올라가는 나선형 멜로디 3) 싱코페이션 리듬 등입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멜리스마-콜로라투라 기교의 적용 방식입니다. 로시니는 주로 외적인 꾸밈이나 희극적 효과를 위해 이런 장식음 기교를 사용했지만, 벨리니는 [노르마]에서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런 기교를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폴리오네와 아달지사의 관계가 드러나는 ‘분노의 3중창’(1막)에서 장식음 기교는 멜로디의 일부가 되어 노르마의 분노를 표출하는 데 적절하게 쓰입니다.
총 14개 장면 중 10개 장면에 합창이 쓰일 정도로 벨리니는 [노르마]에서 합창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특히 2막에서 드루이드 인들이 출정의 흥분에 싸여 부르는 ‘전투다, 전투(Guerra, guerra!)’는 벨칸토 오페라에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격정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합창곡으로, 동시대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고 베르디의 [아이다]의개선장면 합창곡을 위한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르마]는 쇼팽과 바그너의 음악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노르마 역의 전설적인 소프라노로는 마리아 말리브란, 릴리 레만, 로자 폰셀, 마리아 칼라스, 몽세라 카바예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노르마-폴리오네-아달지사 순
[음반] 마리아 칼라스, 프랑코 코렐리, 크리스타 루트비히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60년 녹음(EMI)
[음반] 몽세라 카바예, 플라시도 도밍고, 피오렌차 코소토 등, 카를로 펠리체 칠라리오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암브로시안 오페라 합창단, 1972년 녹음(BMG)
[DVD] 하스믹 파피안, 휴 스미스, 이리니 치라키디스 등, 줄리안 레이놀즈 지휘, 네덜란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네덜란드 오페라 합창단, 기 요스텐 연출, 2005년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 실황(Opus Arte)
[DVD] 에디타 그루베로바, 조란 토도로비치, 소니아 가나시 등, 프리드리히 하이더 지휘,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위르겐 로제 연출, 2006년 바이에른 국립극장 실황(한글자막)(DG)
[DVD] 다니엘라 데시, 파비오 아르밀리아토, 케이트 올드리치 등, 에벨리노 피도 지휘, 볼로냐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페데리코 티에치 연출, 2008년 볼로냐 시립극장 실황(Hardy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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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6월 30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
벨리니 <노르마>
수메(Alexandra Soumet)의 희곡을 로마니(Felice Romani)가 전2막으로 각색한 오페라이며 작곡자 자신도 “무엇을 희생해서라도 이 노르마만은 살리고 싶다” 했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사실 이 오페라는 멜로디의 아름다움, 구성, 내용, 오케스트레이션, 기품, 풍격(風格) 등 어느 면으로 보더라도 그의 작품 중 걸출하다고 할 만하다. 지금까지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나열(羅列)에 지나지 않던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가 드디어 이 작품으로 당당한 오페라 작곡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과 4년 후 갑자기 죽은 것이 애통하다. 조금 더 오래 살았더라면 오페라 역사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으리라고 예상된다. 그는 불과 34세에 죽었다.
부족과 사랑 사이의 갈등을 그린 오페라
기원 전 50년 무렵의 갈리아(Gaul) 지방이다. 로마 지배 아래 있는 갈리아인들은 그 대사제인 오로베소의 통솔 하에 남 몰래 반역을 획책하고 있다. 그러나 수령의 딸이며 그들이 믿는 드뤼드교(Druidism, 드루이드교)의 성스러운 여사제(女司祭)인 노르마는 엄격한 계율을 어기고 로마 총독인 폴리오네와의 사이에 두 아이가 있는 처지이다. 한편으로는 폴리오네는 지금 노르마에게서 마음이 떠나 젊은 수녀 아달지자에게 이끌려 그녀와 이곳을 나가 로마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꿈 꾸고 있다. 그런 두 사람 사이를 알고 몹시 분노하는 노르마는 지금까지는 사랑하는 폴리오네 때문에 갈리아인들의 반역심을 눌러 왔으나 드디어 그 신도들에게 로마에 대해 싸울 때가 왔다고 징을 두들긴다.
로마를 무찌르자고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외치는 갈리아 사람들. 그때 아달지자를 데리고 도망치려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가 붙잡힌 폴리오네가 잡혀온다. 그에 대한 사랑을 버릴 수 없는 노르마는 이 싸움의 희생물로서 그를 죽이려고 덤벼드는 신도들을 제지하고 만약 아달지자를 잊고 자기에게 돌아오면 하고 설득하지만 그의 대답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질투에 사로잡힌 그녀는 자기들 속에 그를 인도한 배반자를 처형할 준비를 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그 입에서 나온 배반자의 이름은 뜻밖에도 그녀 자신의 이름이었다. 노르마는 폴리오네의 아달지자에 사랑이 순수함을 깨달았던 것이다. 일동에게 진짜 죄가 많은 여자는 지기라고 고백하고 스스로 죽을 결심을 한 노르마는 두 자식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화형대로 올라간다. 그때에야 그녀의 깊은 사랑을 깨달은 폴리오네도 신도들이 분노해서 소리치는 가운데 불로 뛰어든다.
'정결한 여신이여'
정결한 여신이여, 정결한 여신이여.
은빛 찬란한 빛은
이 거룩한, 거룩한 고목(古木)에서
이 거룩한 고목에서 뿜어 나온다,
오, 우리에게 눈부신 빛을 주는;
오 우리에게, 오 우리에게 눈부신 빛을 주는
가로 막는 먹구름 한 점 없는,
자비심 깊은 광채!
…(중간생략)…
오, 그대들
가슴과, 열렬한 불길을 가라앉히고,
오, 그대들 열망과, 반발을 삼가라!
그러면 지상의 평화는 다시 돌아오리라,
지상의 평화는, 지상의 평화는 다시 돌아오리라,
하늘에서 내리는 거룩한 빛은 빨라지리라.
…(중간생략)…
아, 사랑하는 이여, 나에게 돌아와요
처음 무렵의 진심어린 사랑이 있다면,
온 세상이 원수가 된다 해도
나는 당신의 방패가 되었으련만.
아! 사랑하는 이여, 나에게 돌아와요,
사랑의 고요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다면;
내 가슴은 삶의 여명(黎明)을 찾을 테고
조국과 하늘은 모두 당신 안에, 당신 안에 있겠죠.
[노르마](제1막)중 가장 유명한 ‘정결한 여신이여’는 달에 바치는 기도이다. 기품 있는 심오(深奧)한 감정을 담은 복잡한 마음의 움직임이, 경건(敬虔)함 속의 화려한 장식적 선율에 깃들어 있다. 서정적이며 위엄(威嚴)으로 가득 찬 이 카바티나(cavatina=단순하여 가사의 되풀이가 없는 가곡풍의 서정적인 노래. 후반부에 카발레타를 붙이는 경우가 많음)의 선율선(旋律線)을 완벽하게 노래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행진곡 풍의 짧은 관현악곡과 합창곡을 중간에 삽입하고 외향적 장식으로 가득 찬 경쾌한 카발레타(cabaletta=오페라 속의 짧은 노래 형식의 하나. 빠른 템포로 긴장감을 높이는 아리아의 종결 부분) ‘아, 사랑하는 이여, 나에 돌아와요’가 뒤를 잇는다. 결국 소프라노는 이 카바티나/카발레타 형식 속에 3종류의 노래 양식을 요구한다. 노르마 역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할 수 있다. 칼라스의 드라마, 까발레(몽세라 카바예, Montserrate Caballe 1933-)의 서정(抒情), 서덜랜드(Joun Sutherland 1926-)의 콜로라툴라, 이 3가지를 한 가수의 목소리로 표현해야 한다.
들을 만한 CD와 DVD
[CD] 세라휜(세라핀, Tullio Serafin) 지휘, 스칼라 극장 과현악단/합창단(1954) 칼라스(S) EMI
[CD] 세라휜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60) 카라스(S) EMI
칼라스는 생전에 [노르마]를 84회나 무대에서 노래했으나 공식적인 스투디오 녹음은 위의 2세트뿐이다. 두 녹음 사이에 7년이라는 세월이 가로 놓여 있지만, 그녀의 기본적인 역량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굳이 차이를 따져 본다면 구녹음(모노럴, 1954년)은 노래의 아름다움과 기교의 완벽함, 신녹음(스테레오, 1960년)은 극적 표현의 깊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하나는 칼라스 전성기의 목소리, 다른 하나는 보다 깊은 음악적 표현이 특징이다. 배역진은 루트비히, 코렐리 등이 등장하는 신녹음반이 더 완벽하다. 세라휜의 지휘와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도 칼라스의 목소리 못지 않게 우렁찬 힘과 절박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벨리니의 음악이 지닌 부분적인 취약점까지도 충분히 보완한 풍성한 선율은 다시 없는 황홀한 미(美)의 세계를 이룩하고 있다.
[CD] 안토니오 보토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5) 칼라스(S) Cetra Opera Live
칼라스뿐만 아니라 다른 배역진까지 포함해서 말할 때 잊을 수 없는 음반이 이 스칼라 극장 실황녹음이며 현대 최고의 가수진을 망라하고 있다. 당시 [노르마]의 가장 이상적인 트리오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음반회사의 전속관계 때문에 음반 녹음이 불가능했던 칼라스, 시미오나토, 델 모나코를 한자리에 모은 것은 기적이었다. 실제 공연장에서 직접 녹음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음반사에 길이 남을 귀중한 유산이다. 이보다 6개월 전 로마에서 실황 녹음한,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음반이 있다. 악단, 지휘자 및 출연진이 칼라스, 델 모나코를 빼면 다 다르지만(그리고 아달지자 역을 시미오나토 대신 에베 스티냐니가 맡고 있지만), 20세기 최고의 두 명창과 지휘자가 혼연일체가 되어 불꽃을 튕기는 명연주이다 ([노르마] / Cetra CDAR 2018 / 툴리오 세라휜 지휘, 로마 이탈리아 방송 교향악단/합창단 - 1955년 6월 29일).
[Aria on DVD] [영원한 칼라스la callas...toujours] 죠르쥬 세바스띠앙 지휘/빠리 국립 오페라 극장 관현악단, 합창단(1958) 칼라스(S), 로져 베르나무 연출 EMI
1958년 12월 19일 칼라스의 갤러 콘서트 실황을 녹화한 영상 휠름(필름)이다. 벨리니 [노르마] 중 “카스타 디바”의 카바티나와 카발레타를 부른 실황을 볼 수 있는 유일한 DVD이다. 화려한 콜로라투라와 드라마틱한 표현을 동시에 요구하는, 어렵기 그지없는 드라마티코 다질리타 소프라노(drammatico d'agilita=극적이며 경쾌한 목소리로 세밀한 음표를 빠른 속도로 노래하는 기법)의 아리아이다. 칼라스가 그 어려운 역할을 어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기교로 노래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어떤 프리마 돈나도 시도하지 못했던 엄청난 인간적 감동을 이 오페라에 불어 넣었다. “칼라스의 노르마냐, 노르마의 칼라스냐?”고 할 정도로 그녀의 자질과 재능이 최고로 발휘된 노래이다. ‘광란의 아리아’([람메르모르의 루치아])와 함께 이 아리아를 칼라스만큼 부를 가수는 달리 없다.
[DVD] 하이더(Friedrich Haider) 지휘,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단 관현악단/합창단(2006) 그루베로바(S), 무대 감독 유르겐 로즈, 촬영 브라인 라아쥐 DG
잔재주나 연륜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어려운 역할인 만큼 칼라스, 까발레, 서덜랜드가 없는 오늘날 가장 촉망받는 노르마 역이 그루베로바(Edita Gruberova 1946-)이다. 그루베로바는 브라티슬라 근교의 독일계 아버지와 항거리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1968년 고향의 가극장에서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로지나로 데뷔, 그후 반 국립 가극장의 오디션에 합격하고 1970년 [마술 피리]의 밤의 여왕으로 데뷔하여 온 유럽의 주목을 끌었다. 한동안 갖가지 주요 오페라의 역할을 겪으면서 경험을 쌓은 뒤, 이윽고 콜로라투라의 높은 음역을 무난히 소화해 냄으로써 빈의 관객을 열광시켰다. 벨 칸토로 레퍼토리를 확대하며 특히 벨리니, 도니제티의 여주인공 역으로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 [람메르모르의 루치아](1978), [몽유병의 여인](1982), [카풀레티와 몬테키](1984), [청교도](1985), [마리아 스투아르다](1985), [안나 볼레나](1992) 등 레퍼토리 개척에는 현재 남펀이며 지휘자(이 DVD의 지휘자)의 협력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칼라스의 극적인 표현에는 미치지 못하나 서정적인 맑은 콜로라투라는 관중을 압도하는 데가 있다. 연기력도 뛰어나 둘레의 무명 출연진을 북돋아 교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원래 이런 콜로라투라 오페라에서는 주역이 절대적인 힘으로 극을 끌고 나가기 때문에 그루베로바의 역량이 절대적이다. 하이더(Friedrich Haider)의 지휘도 무리가 없는 반주로 가수들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결한 여신이여 - 벨라니, [노르마]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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