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돌이 그리움 / 松花 김윤자
사진:松花
한동안 너와 함께 지냈던
시간들로 인해 행복했다.
짧지만 그래도 긴 시간들, 일 년 육 개월
산에 가면 네가 따라오는 것 같아
뒤돌아 보아도, 먼 앞을 보아도 지금은 없는데
네가 눈에 어려 보이는 듯하다.
나무 숲, 너와 머물던 자리
떼어놓고 갈까봐 엉덩이 잘래잘래 흔들며
두 발이 공중에 뜬듯 쫓아오던 모습
맨발 벗은 발바닥으로 아픔도 참고
산을 한 바퀴씩 돌았지
사람들은 널 신기한 듯 바라보지만
넌 우리 가족만 알아보고 쫓아왔지
베란다, 네가 머문 그 자리
때론 지저분한 녀석이라고
오빠들 한테 구박을 받아도
마냥 사람의 손끝을 좋아하던 너
사랑 받기를 좋아하던 너
어느 날 큰 오빠 방에서
밤 늦도록 시간을 보냈지
큰 함지박 안에 둥지를 틀고
그때 기분이 좋았던지 실례를 했지
아빠의 손에 들려 네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
집안 어느 구석 네 숨결 없는 곳이 없다.
거실, 소파, 주방까지
넌 전생에 양반집 규수
아니 그보다 더 지체 높은 왕족
그러기에 먹는 것보다도 좋아하던 몸 단장
깨끗이 목욕하고 온몸을 정갈하게 다듬던 모습
네 마음에 들 때까지
해 지는 줄 모르고 깃털 털고, 고르고
배고픔도 참고
긴 목을 빼어 꽁무니까지 함함이 다듬던 모습
그리고나서야 넌 먹이를 먹었지
그런데 넌 겁쟁이
베란다에서 함께 살던 개구리가
네 목욕통에 들어오면
넌 놀라서 펄쩍 뛰어 나와 달아났지
이 바보야, 왜 네가 도망가
네 영역에 침범한 개구리를 쫓아 내보내야지
손바닥만한 큰 개구리의 몸체가 무서워서가 아니고
그건 개구리에 대한 너의 사랑이었지
1997년 추석날
그날을 우린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아침에 큰 오빠가 베란다에 탁구공인지, 뭔지
이상한 것이 있다고 식구들을 다 깨웠지
너의 분신을 처음 출산하던 날
우린 경사 났다고 환호성을 터트렸지
그리고 널 더욱 사랑했고
넌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의 식탁에 기쁨을 주었지
꼭 아침이면 생산하던
감자 크기만한 하얀 분신, 오리알
오돌아! 어디 있니? 시골집에 잘 있니?
인간도 나이들어 돌아갈 때가 되면 흙으로 돌아가듯이
너도 나이들어 시골 흙밭으로 보냈는데
생사를 알 수 없구나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운명,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서
네가 머무르는 동안 힘들었던 세월
이젠 모두 잊고 네 고향 흙에서 잘 살길 빈다.
네 이름 석 자 오돌이, 늘 그리움이 맴돈다.
화분에 둥지 틀던 모습, 일 저질러 놓고
혼이 날까봐 도망가던 모습
옷자락 덮어 품어주면
겨드랑이까지 파고들어 안기던 모습
널 우리 집 막내 아이마냥 키웠는데, 아가였는데
지금쯤은 할미가 되었겠지?
잘 지내, 오돌아 안녕
* 1999년 5월 29일 토요일 쓰다
오돌이는 1년 6개월 동안 가족으로 함께 지낸 오리의 애칭이다.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더 이상 허락되지 않아 시골 농장으로 보냈다.
오돌이 그리움-보령문학 2024년 제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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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돌이 그리움
김윤자
한동안 너와 함께 지냈던
시간들로 인해 행복했다.
짧지만 그래도 긴 시간들, 일 년 육 개월
산에 가면 네가 따라오는 것 같아
뒤돌아 보아도, 먼 앞을 보아도 지금은 없는데
네가 눈에 어려 보이는 듯하다.
나무 숲, 너와 머물던 자리
떼어놓고 갈까봐 엉덩이 잘래잘래 흔들며
두 발이 공중에 뜬듯 쫓아오던 모습
맨발 벗은 발바닥으로 아픔도 참고
산을 한 바퀴씩 돌았지
사람들은 널 신기한 듯 바라보지만
넌 우리 가족만 알아보고 쫓아왔지
베란다, 네가 머문 그 자리
때론 지저분한 녀석이라고
오빠들 한테 구박을 받아도
마냥 사람의 손끝을 좋아하던 너
사랑 받기를 좋아하던 너
어느 날 큰 오빠 방에서
밤 늦도록 시간을 보냈지
큰 함지박 안에 둥지를 틀고
그때 기분이 좋았던지 실례를 했지
아빠의 손에 들려 네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
집안 어느 구석 네 숨결 없는 곳이 없다.
거실, 소파, 주방까지
넌 전생에 양반집 규수
아니 그보다 더 지체 높은 왕족
그러기에 먹는 것보다도 좋아하던 몸 단장
깨끗이 목욕하고 온몸을 정갈하게 다듬던 모습
네 마음에 들 때까지
해 지는 줄 모르고 깃털 털고, 고르고
배고픔도 참고
긴 목을 빼어 꽁무니까지 함함이 다듬던 모습
그리고나서야 넌 먹이를 먹었지
그런데 넌 겁쟁이
베란다에서 함께 살던 개구리가
네 목욕통에 들어오면
넌 놀라서 펄쩍 뛰어 나와 달아났지
이 바보야, 왜 네가 도망가
네 영역에 침범한 개구리를 쫓아 내보내야지
손바닥만한 큰 개구리의 몸체가 무서워서가 아니고
그건 개구리에 대한 너의 사랑이었지
1997년 추석날
그날을 우린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아침에 큰 오빠가 베란다에 탁구공인지, 뭔지
이상한 것이 있다고 식구들을 다 깨웠지
너의 분신을 처음 출산하던 날
우린 경사 났다고 환호성을 터트렸지
그리고 널 더욱 사랑했고
넌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의 식탁에 기쁨을 주었지
꼭 아침이면 생산하던
감자 크기만한 하얀 분신, 오리알
오돌아! 어디 있니? 시골집에 잘 있니?
인간도 나이들어 돌아갈 때가 되면 흙으로 돌아가듯이
너도 나이들어 시골 흙밭으로 보냈는데
생사를 알 수 없구나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운명,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서
네가 머무르는 동안 힘들었던 세월
이젠 모두 잊고 네 고향 흙에서 잘 살길 빈다.
네 이름 석 자 오돌이, 늘 그리움이 맴돈다.
화분에 둥지 틀던 모습, 일 저질러 놓고
혼이 날까봐 도망가던 모습
옷자락 덮어 품어주면
겨드랑이까지 파고들어 안기던 모습
널 우리 집 막내 아이마냥 키웠는데, 아가였는데
지금쯤은 할미가 되었겠지?
잘 지내, 오돌아 안녕
* 1999년 5월 29일 토요일 쓰다
오돌이는 1년 6개월 동안 가족으로 함께 지낸 오리의 애칭이다.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더 이상 허락되지 않아 시골 농장으로 보냈다.
오돌이 그리움-보령문학 2024년 제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