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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Daphnis et Chloé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Maurice Ravel 1875-1937 BBC Symphony Chorus BBC Symphony Orchestra Josep Pons, conductor BBC Proms 2014 Royal Albert Hall, London 2014.07.28 Josep Pon/BBC Symphony Orchestra & Chorus - Ravel, Daphnis et Chloé 발레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줄거리가 모두 3파트로 구성되어 1시간여 동안 전개되는데, 콘서트 연주에서는 보통 라벨이 제3부에 사용한 음악을 따로 모아 1913년에 발표한 제2모음곡을 연주합니다. 위 공연은 3파트 전곡을 연주하는데,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지휘자 호셉 폰스의 프롬스 데뷔 무대이기도 한 이 공연은 절찬을 받았습니다. 일찍이 스트라빈스키는 라벨을 가리켜 ‘스위스 시계 장인’이라고 부른 바 있다. 이는 라벨의 음악, 특히 그의 관현악 다루는 솜씨가 정교하기로 이름난 스위스 시계 장인의 세공 기술에 비견될 만하다는 의미였다.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그런 라벨 관현악 기법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작으로서, 흔히 ‘프랑스 발레음악의 최고봉’으로까지 칭송되는 작품이다.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당시 파리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던 ‘발레 뤼스(러시안 발레단)’를 위한 작품이었다. 발레 뤼스의 단장인 세르게이 디아길레프는 1909년에 미셸 포킨을 비롯한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 발레단 멤버들을 내세워 파리 무대에 성공리에 데뷔했고, 다음 시즌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러시아와 프랑스의 작곡가들과 접촉했다. 그중에는 스트라빈스키와 드뷔시도 포함되어 있었고, 라벨은 그해 6월에 디아길레프를 만나 새로운 발레음악의 작곡을 의뢰받았다. 발레의 주제와 내용은 발레 뤼스의 메인 안무가였던 미셸 포킨이 제안했는데, 그는 고대 그리스의 작가인 롱구스(Longus)의 목가적 로맨스를 참고하여 발레의 대본을 마련했다. 대본을 받아든 라벨은 다시 포킨에게 주문하여 불만스러운 부분들을 수정 보완했고, 일단 피아노용 초고를 마련한 다음 오케스트레이션에 착수하여 1912년에 총보를 완성했다. 정치하고 유기적인 무용 교향곡 오늘날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처럼, 발레 무대에서보다 콘서트홀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라벨은 그 음악을 ‘3부로 구성된 무용(안무가 붙은) 교향곡(symphonie chorégraphique en trois parties)’이라고 불렀으며, 이 작품이 “아주 엄격한 조성의 설계에 의거하며, 소수 동기의 전개를 통해 전체의 균질성을 확보하는 교향악”으로 작곡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곡은 여느 발레음악과는 달리 매우 정치하고 유기적인 짜임새를 지니고 있으며, 그 가운데 서주에서 호른과 플루트가 길게 펼쳐 놓는 ‘다프니스의 주제’, 바이올린 솔로에 의한 ‘클로에의 주제’, 제1부의 후반부에 나타나는 ‘해적의 주제’ 등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프니스와 클로에로 분장한 미셸 포킨과 베라 포키나. 1914년경 라벨이 이 음악을 쓰면서 의도했던 바는, “고대 취향보다 나의 몽상 속에 있는 그리스에 충실한, 음악의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작곡하는 것”이었다. 그가 이 곡에서 구현한 관현악의 묘사적ㆍ회화적 수법은 그야말로 절묘하고 눈부신데, 그중에서도 특히 제3부 첫머리에서 동이 터오는 정경의 처리는 가히 백미라 할 것이다. 이 작품의 연주에는 근대적인 4관 편성의 대규모 관현악단과 합창단이 동원되는데, 오케스트라에는 통상적인 목관, 금관, 현악, 타악군에 더하여 크로탈(고대 그리스의 타악기를 모방한 캐스터네츠와 비슷한 타악기), 풍음기, 첼레스타 등 다양한 타악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 무대 위에도 피콜로와 작은 클라리넷이 배치되고, 무대 뒤에서는 호른과 트럼펫이 연주된다. 작품은 전체 3부로 구성되며, 롱구스의 목가적 로맨스에 기초한 세부 구성 및 대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1부 : 목신(牧神) 판과 님프의 제단 앞 ― 서주와 종교적인 춤 Introduction et Danse religieuse ― 장면 Scène : 모두의 춤 Danse générale ― 장면 Scène : 도르콩의 그로테스크한 춤 Danse grotesque de Dorcon ― 다프니스의 경쾌하고 우아한 춤 Danse légère et gracieuse de Daphnis ― 장면 Scène : 리세이옹의 춤 (베일의 춤) Danse de Lycéion - 장면 (해적들) Scène (les pirates) ― 야상곡 Nocturne : 님프들의 느리고 신비로운 춤 Danse lente et mystérieuse des Nymphes 차분하고 아름다운 서주가 합창과 함께 서서히 부풀어 오른 후, 일군의 젊은이들이 님프에게 제물을 바치는 ‘종교적인 춤’으로 이어진다. 곧이어 여자들은 다프니스를, 남자들은 클로에를 둘러싸고 한바탕 춤판을 벌이는데, 소치기 도르콩이 클로에에게 키스를 하려 하자 다프니스가 그를 밀쳐낸다. 결국 다프니스와 도르콩은 춤으로 승부를 가리기로 한다. ‘도르콩의 춤’은 거칠고 기괴한 반면, ‘다프니스의 춤’은 상냥하고 우아하다. 사람들은 다프니스의 춤을 더 좋아하고, 클로에도 다프니스에게 키스를 해준다. 클로에는 수줍은 듯 일동과 함께 퇴장하고, 홀로 남은 다프니스는 황홀감에 젖는다. ▶프랑수아 파스칼 시몽 제라르 남작, <다프니스와 클로에>(부분), 1825년 그 자리에 마을 처녀 리세이옹이 나타나 다프니스를 유혹하려 ‘베일의 춤’을 춘다. 그런데 잠시 후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해적들이 나타나 처녀들을 약탈하기 시작한다. 다프니스는 클로에가 걱정되어 찾으러 가지만, 클로에는 제단 앞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되고 만다. 다시 제단 앞으로 돌아온 다프니스는 클로에의 신발을 발견하고 절망한 나머지 쓰러진다. 그 앞에 세 명의 님프가 나타나 다프니스를 일으켜 세우고, ‘신비로운 춤’을 추며 판(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목신牧神)에게 기도를 올린다. 제2부 : 해적들의 캠프 ― 서주 (간주곡) Introduction ― 전쟁의 춤 Danse guerrière ― 장면 Scène : 클로에의 애원의 춤 Danse suppliante de Chloé 합창을 수반한 간주곡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조성하면, 잠시 후 해적들이 등장하여 격렬하게 ‘전쟁의 춤’을 춰댄다. 해적들의 우두머리 브리악시스 앞에 끌려 나온 클로에는 춤추기를 강요당한다. 그때 갑자기 사티로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半人半獸)들이 나타나 해적들을 둘러싸고, 땅이 갈라지며 판이 모습을 드러내자 해적들은 앞을 다투어 도망친다. ▶루벤스, <판과 시링크스>(부분), 17세기경 제3부 : 다시 판과 님프의 제단 앞 ― 일출 Lever du jour – 장면 Scène ― 팬터마임 (판과 시링크스의 사랑) Pantomime (Les amours de Pan et Syrinx) ― 모두의 춤 (바쿠스의 제전) Danse générale (Bacchanale) 환상적인 음악과 함께 새벽이 밝아 온다.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감격의 재회를 하고, 두 사람은 감사의 표시로 판과 시링크스의 사랑과 결합을 기원하는 마임을 펼쳐 보인다. 발레의 마지막은 판과 님프를 찬미하는 일동의 열광적인 주신제로 장식된다. 초연과 모음곡에 관하여 발레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초연은 1912년 6월 8일,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치러졌는데, 이때 악단과 합창단의 지휘는 피에르 몽퇴가 맡았다. 안무는 역시 포킨이, 미술과 의상은 레온 박스트가 맡았고, 주역 무용수로는 바슬라프 니진스키와 타마라 칼사비나가 출연했다. 그런데 이 초연이 있기 전에 라벨은 음악 일부를 발췌하여 콘서트에서 선보였는데, 1911년 4월 2일 피에르네가 지휘한 콜론 관현악단 연주회에서 초연된 이 판본이 ‘제1모음곡’이다. 또 1913년에는 제2모음곡을 발표했는데, 발레의 제3부에 사용된 음악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 이 두 번째 모음곡은 특히 인기가 높다. 사실 러닝타임이 약 55분에 달하는 작품 전체를 (발레 없이) 소화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이 제2모음곡부터 반복해서 감상하며 작품에 재미를 붙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하겠다. Les Ballets de Monte-Carlo - Ravel, Daphnis et Chloé (Ballet) Chloé: Anjara Ballesteros-Cilla Daphnis: Jeroen Verbruggen Lycénion: Bernice Coppieters Dorcon: Chris Roelandt Orchestre Philharmonique de Monte-Carlo Conductor: Nicolas Brochot Choreography: Jean-Christophe Maillot Opéra de Monte-Carlo 2011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2010년부터 시즌마다 공연하는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연출의 발레 <다프니스와 클로에>입니다. 추천음반 1. 피에르 몽퇴(지휘)/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로열 오페라 하우스 합창단, Decca (CD) 2.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지휘)/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제네바 모테트 합창단, Decca (CD) 3. 장 마르티농(지휘)/파리 오케스트라, Warner/EMI (CD) 4. 샤를 뒤투아(지휘)/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몬트리올 심포니 합창단, Decca (CD) 5. 정명훈(지휘)/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디오 프랑스 합창단, DG (CD) 글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기획물 전체>음악의 선율>클래식 명곡 명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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