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샴발라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
샴발라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
취재 /홍성미
버몬트주 Barnet시 근교에는 카르메 쵤링(Karme Choling)이라는 샴발라 불교 명상 센터가 있다. 1970년 티벳의 불교지도자 쵸감 트룽파 림포체(Chogyam Trungpa Rimpoche)가 미국으로 건너 오며 설립한 카메 촐링은 미국 최초의 티벳불교 명상수행 센터라는 그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다. 약 700에이커의 대지위에 나즈막히 자리잡고 있는 카르메 쵤링은 한 눈에도 이곳이 티벳불교의 수행센터임을 알 수 있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타르쵸와 룽다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타르쵸는 경전을 적어 놓은 오색(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흰색, 초록색)의 깃발로서 티벳사람들은 이 타르쵸나 룽다가 바람에 날리는 소리를 일컬어 바람이 경전을 읽고 가는 소리라고 말한다고 한다. 따라서 타르쵸가 날리고 있는 곳에선 누구나 바람이 읽어 주는 경전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티벳어로“바람의 말”을 의미하는 룽다는 타르쵸와 달리 깃대에 매단 깃발을 가르키는 말로 그 모양이 달리는 말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바람결처럼 고울 것만 같은 티벳사람들의 심성이 잔잔한 바람을 타고 그대로 전해오는 것만 같았다.
올해로 개원 46주년을 맞이하는 샴발라 명상센터 카르메 쵤링은 일년 내내 다양한 명상수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 필자가 카르메 쵤링을 방문했을 때는 두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상급자들을 위한 5일 지공(Qigong) 수련과정과 Natural Confidence라는 4주 과정의 집중 명상 프로그램이었다. Natural Confidence 프로그램은 “Thun”이라고도 부르는데 샴발라 불자가 되기 위해 꼭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이었다. 약 50명 정도의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었고,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함께 수업을 듣고 있었다.
카르메 쵤링의 원래 이름은 “Tail of the Tiger”였다고 한다. 1974년 지금의 이름“ 카르메 쵤링(Karme Choling)”으로 개명을 했는데,“Karme”는 카규파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고,“Cho”는 법(Dharma),“Ling”은 장소를 의미한다고 카르메 쵤링의 현 Executive Director인 마이라 우드러프(Myra Woodruff)는 설명해 주었다. 결국 새 단어의 뜻을 모두 합치면 카르메 쵤링(KarmeCholing)은 “카규파의 법을 가르치는 곳”이란 뜻이 된다. 카르메 쵤링의 설립자인 쵸감 트룽파 림포체는 카규파와 닝마파의 법맥을 모두 갖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론 카규파를 잇는 제 11대 트룽파 툴쿠였다.
Ms. Woodruff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카르메 쵤링에는 약 43명의 Full-Time 직원과 Seasonal Staffs,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미국에서 샴발라 수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약 10, 000명에 달하며, 미국내에만 약 200개가 넘는 샴발라 수행센터가 있다고 했다. 샴발라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불교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샴발리언(샴발라 사람들)이라고 부르는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살도를 강조한 생활종교, 더 나아가 깨어있는 사회(Enlightened Society)를 구현하는 것에 촛점을 맞춘 샴발라의 수행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불교라는 종교적인 모습보다는 생활의 지혜를 주는 가르침으로서 샴발라 수행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 했다. 카르메 쵤링에서 Full Time Program Coordinator로 일하고 있는 J.T.역시 스스로를 불자라기 보단 샴발리언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처음에 혼자서 명상을 시작했다는 그는 명상을 혼자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그가 살고 있는 지역 가까이에 있는 한 아시아계 불교사찰을 찾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결속력이 너무 강한 아시안 이민자들 그룹 안에 명상을 배우는게 힘들었다는 그는 문화적으로 편안한 샴발라 커뮤니티안에서 명상을 배우는 것이 훨씬 쉽고 편안하다며 샴발라 수행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티벳불교의 4대 종파와 리메 운동(Rimay Movement)
티벳에는 4개의 불교 종파가 있다. 겔룩파(Gelug Shool), 닝마파(Nyingma), 카규파(Kagyu School), 그리고 샤카파(Shaka School)이다. 살아있는 성자로 불리우는 관세음보살(Avalokitesvara)의 화신 제 14대 달라이 라마(Dalai Lama)는 겔룩파에 속해 있고, 닝마파는 티벳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종파이다. 수행을 중시하는 카규파는 밀라레빠(Milarepa)의 수행을 잇고 있는 종파이다. 하지만 티벳의 4대 종파는 자신들의 수행법이나 성과물을 함께 공유하며 불법의 완성을 도모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교류한다. 이는 리메 운동(Rimay Movement)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는데, 리메운동은 샤카, 카규, 닝마 그리고 티벳의 토속신앙인 뵌(Bon)의 학자들이 함께 시작한 운동으로 종파를 넘어 서로의 업적을 서로 공유함으로서 부처님의 법을 완성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이었다. 잠양 켄체 왕포Jamyang Khyentse Wangpo (1820-1892)와 잠곤 콩툴Jamgön Kongtrul(1813-1899)에 의해 각 종파의 가르침과 수행의 성과물이 하나로 집대성 되기도 했다.
겔룩파의 출판사에서 닝마파나 카규파 스승들의 책을 출판하는 일이나, 카규파의 법백을 잇는 쵸감 트룽파가 닝마파의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고 두 종파의 법맥을 갖고 있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도 바로 리메 운동의 영향때문이다.
샴발라 전통_Introduction to Shambhala Traditions
카르메 쵤링에는“Introduction to Shambhala Tradition”이라는 작고 얇은 메뉴얼이 있었다. 이 책에는 샴발라식 인사법에서부터 센터 곳곳에서 불 수 있는 샴발라의 상징들에 대한 소개와 설명이 자세히 들어 있었다. 일본의 선승 스즈끼 순류(Suzuki Shunryu) 선사와 쵸감 트룽파 림포체는 우정이 독독한 사이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샴발라 전통은 일본 선방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샴발라식 인사법이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카르메 쵤링에서는 인사할때 합장을 하지 않는다. 대신 양손을 양쪽 허리 앞쪽에 댄 상태에서 마치 일본 사무라이가 인사를 하듯 고개를 숙여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고, 서로 같은 방법으로 인사를 나눈다. 또 샴발라에는 학교 교가나 한 나라의 애국가처럼 샴발라 노래 “Shambhala Anthem”이 있었다.
샴발라식 인사법
카르메 쵤링의 직원들은 아침 9시와 저녁 6시 하루 2번, 하루일과를 시작하기 전과 일과를 마친 후 함께 모여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명상과 교리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필자도 초대를 받아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었는데, 마침 멀리 나로빠 대학에서 오신 게이론 퍼거슨(Gaylon Ferguson) 선생님의 직원들을 위한 특별강의가 있었다. 게이론 선생님은 아차리아(Acharaya)로 40년 넘게 샴발라 수행을 해 온 Senior Teacher였다. 여기서 샴발라의 계보를 잠깐 살펴보면 설립자인 쵸감 트룽파 림포체가 제 1조, 그리고 그의 장자인 사춍 미팜 림포체(Sakyong Mipham Rimpoche)가 제 2조로 현재 샴발라의 수장이다. 그 다음으로는 페마 최된(Pema Chodron), 그리고 Senior Teacher들인 아차리아(Acharaya)가 약 38명, 그리고 그 다음으로 약 100명의 샤스트리(Shyastri) 선생님들과 많은 수련단계의 선생님들이 있다고 한다. 선생님들의 실력과 수행정도를 최종적으로 평가하고 인가해주는 사람은 현재의 샴발라 수장 사춍 미팜 림포체(Sakyong Mipham Rimpoche)라고 한다.
게이론 퍼거슨(Gaylon Ferguson) 선생님의 특별강의는 명상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명상을 하지 말고 2분동안 앉아 있으라는 단 한가지 주문을 했다. 명상을 하는것에 익숙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2분의 Non-명상 시간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말했고, 우리는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토론시간을 가졌다. 많은 웃음이 오가며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 처음 명상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명상에 접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한 한 방편정도로 생각했던 필자는 후에 우리가 했던 것이 마하무드라 명상법에 기초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상에 대한 몰입이 아닌 나에 대한 몰입을 유도하는 마하무드라 명상법은 숭산 스님의 오직 모를 뿐이라는 명상법과 비슷한 접근방법으로 한 생각이 떠오르고 또 한 생각이 사라지는 그 틈에 존재하는 참나를 주시하라고 가르치는 명상법이다. 이렇듯 샴발라 수행에는 시대와 세대에 부합하는 다양한 수행적 방편들이 개발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불교수행이라기 보다는 생황속의 지혜를 쌓아간다고 생각하지만, 후에 그것이 불교수행의 하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미국의 샴발라는 쵸감 트룽파 림포체라는 강한 리더쉽과 높은 수행의 경지를 갖고 있던 한 인물의 비전과 열정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는 왜 샴발라라는 이름을 사용했을까? 여기에는 쵸감 트룽파 림포체가 궁극의 목표로 삼고 있었던 깨어있는 사회(Enlightened Society) 건설과 관련이 있다.
쵸감 트룽파 림포체
신비의 왕국 샴발라 쵸감 트룽파 림포체의 깨어있는 사회(Enlightened Society)
“히말라야 산맥 북쪽 깊숙한 곳에는 지혜로운 자들이 산다는 이상향 샴발라가 있다고 한다. 이 왕국은 일반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도시에는 황금불상들이 줄지어 서 있고 아름다운 꽃들이 항상 피어 있다고 한다. 샴발라는 연꽃이 활짝 피어 있는 듯한 지형속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샴발라의 왕이 사는 카라바 궁전이 있다고 한다. 카라바 궁전을 둘러싸고 있는 연꽃의 꽃잎은 모두 여덟 장인데, 꽃잎에 해당하는 각 영토에는 1000만개의 도시를 가진 12개의 나라가 있고, 작은 왕들이 다스리고 있다고 한다. 모두 96개의 소왕국과 9억 6000만개의 도시에 살고 있는 샴발라 사람들은 병에 걸리지도 않고 굶주리지도 않으며 결코 싸우는 법이 없다고 한다.”
샴발라의 기원은 칼라챠크라(Kalachakra)라는 티벳 불교의 밀교경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칼라챠크라는 역학과 천문학, 그리고 명상수행법을 기술한 책으로 11세기경 인도 나란다 대학의 불교학자들이 정리했던 후기밀교 연구의 산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인도에서 불교는12세기 이슬람의 침입으로 거의 사라지게 되었고, 나란다 대학에서 마지막까지 연구되었던 후기밀교 연구의 결실은 대부분 티벳으로 전해지며 금강승(Vajrayana)이라는 티벳 밀교로 그 꽃을 피우게 되었다.
칼라챠크라(Kalachakra)에는 샴발라에 대한 예언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 예언에 따르면 세계가 악에 물들때 샴발라를 감싸고 있던 안개가 걷히며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샴발라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때 샴발라의 왕은 강력한 군대를 이끌고 악의 세력과 전쟁을 벌여 마침내 승리를 거두고, 결국 사람들은 평화로운 세상에서 편안하게 살게 된다는 것이다.
서방의 탐험가들도 샴발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험난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처음으로 티벳을 다녀간 서구의 많은 탐험가들은 '감추어진 왕국' 샴발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고, 샴발라를 소재로 한 많은 소설들이 나오기도 했다. 샴발라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샴발라의 실존을 뒷받침하는 가설 중에는 지구공동설이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지구는 속이 텅 비어 있으며, 지구의 양극인 북극과 남극에 지구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다는 것이다. 티벳의 칼라챠크라 만다라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동그란 원 안에 사각형이 하나 그려져 있고, 그 사각형의 4면에는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하나씩 놓여 있는걸 알 수 있다. 미로를 연상케 하는 티벳 만다라의 기하학적 패턴이 어딘지 모르게 지구를 반으로 잘라 놓은 단면도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며 필자는 어쩌면 티벳의 만다라는 지구속에 숨어 있는 불국정토 샴발라를 찾아가는 비밀지도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 들기도 했다.
많은 종교학자들은 불교 경전이나 기독교 성경의 내용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성경이나 불경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진리를 상징과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푸르고, 새들이 지저귀는 곳. 꽃들이 향기로운 곳. 그곳은 고통, 근심, 걱정이 없는 곳이라네. 그곳의 이름은 샴발라, 신선들이 사는 낙원이라네. 아! 샴발라는 그리 멀지 않다네. 아! 그곳은 바로 우리들의 고향이라네"라고 샴발라를 노래하고 있는티벳인들에게 샴발라는 설화속 상상의 나라 이상의 큰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카르메 쵤링 센터 식당
샴발라를 보고, 샴발라를 만들다
쵸감 트룽파 림포체는 자신의 거울을 통해 샴발라의 비전을 미리 보았다고 한다. 중국의 무력침공으로 나라를 빼앗긴 티벳. 쵸감 트룽파 림포체는 티벳의 전통적인 불교 수행교육을 받은 마지막 세대로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법을 지키야 한다는 긴박하고 절실한 과제가 있었던것 같다. 그는 서양에 불법을 전하는 것을 인생의 미션으로 삼았고, 서양인들의 문화와 전통, 눈높이를 고려한 맞춤형 커리큘럼으로 티벳불교 샴발라를 미국에 세웠다. Crazy Wisdom으로 불리우는 쵸감 트룽파 림포체의 가르침은 틀을 깨는 신선함과 유머로 1970년대 히피문화로 대변되는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빠르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스승의 역활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것이라고도 말했는데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학생들의 에고를 깨뜨려 자신들의 본성을 일깨워 주기 위한 교육의 한 방편이었다. 서예, 활쏘기, 말타기, 달마 아트, 드라마, 연극,꽃꽃이, 더불어 도르제 카성(Dorje Kasung) 수련을 위해 샴발라 군대까지 조직하며 제식훈련을 하는 등 그는 한계가 없어 보이는 다양한 수행의 방편들을 개발했다.
법당에서 샴발라식 절
나로빠 대학과 경전번역 위원회
쵸감 트룽파 림포체의 미션 중 하나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티벳밀교의 법을 지키는 일이었다. 그런 그가 재빠르게 시작한 일은 법을 연구하고 계승할 수 있는 학교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1974년 그는 콜로라도 볼더시에 미국 최초의 불교대학 나로빠 인스티튜트(현재 Naropa Univeristy)를 설립하고 티벳의 경전들을 영어로 번역할 나란다 번역 위원회(Nalanda Translation Committee)를 조직했다.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한 그는 영어에도 능통했고 영국유학시절 Meditation in Action 과 Mahamudra라는 영어도 된 두 권의 책을 썼다. 나로빠 인스티튜트는 힌두 구루, 일본의 선승, 아메리칸 인디언의 스승등 다양한 전통의 영적스승들을 초청강사로 초대해 강연을 부탁했다. 1970년대 미국영성계의 수퍼스타였던 유대인 람 다스(Ram Dass)도 나로빠 대학에 초청이 되었다. 예술과 문학에도 다재다능했던 쵸감 트룽파 림포체는 많은 예술가들과 작가들을 초청하기도 했는데 알렌 긴스버그(Allen Ginsberg)나 그레고리 베이슨(Gregory Bateson)등도 나로빠 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수업은 명상수행과 다양한 영적지도자들의 강연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는데, 마치 우드스탁을 옮겨 놓은 듯한 자유로운 분위기의 수업이 이루어 졌다고 한다.
티벳 밀교의 핵심
쵸감 트룽파 림포체는 카규파의 큰 스승이었던 제 10대 트룽파 툴쿠(Tulku)가 환생한 분으로 제 11대 트룽파 툴쿠였다. 트룽파는 카규(Kagyu)의 법맥에 속한 스승이었지만 쵸감 트룽파 림포체는 카큐파의 수행법과 함께 닝마파의 수행법을 함께 배웠고, 두 학교의 법맥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샴발라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쵸감 림포체가 법맥을 잇고 있는 카규파와 닝마파의 수행법을 들여다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카규파 수행의 핵심은 나로파 6법(Six Dharmas of Naropa)과 마하무드라(Mahamudra) 명상법을 들 수 있고, 닝마파는 족첸(Dzogchen)수행을 들 수 있다. 나로빠(Naropa)는 틸로빠(Tilopa)의 제자로 두 사람은 모두 인도인이었다. 틸로빠는 후기 불교인 밀교(Vajrayana) 수행을 하던 수행승이었고, 그는 제자 나로빠에게 자신의 밀교 수행 6단계의 깨달음과 성과를 전수했다. 그리고 틸로빠의 제자인 나로빠는 스승 틸로빠의 수행법을 나로빠 6법으로 정리했다.나로빠 6법은 틸로빠의 수행 결과물이었고, 그 핵심은 호흡과 챠크라 수련을 통해 에너지 몸인 보신을 만드는 것이었다. 명상과 에너지 수련을 통해 보신을 얻은 수행자는 죽을 때 혼과 백이 분리되지 않고, 에너지 몸인 백도 가지고 갈 수 있었는데, 이러한 보신을 닦는 수련을 통해 수행자는 부처의 몸인 법신을 더욱 온전하고 강력하게 만날 수 있었고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원하는 곳에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가장 청정한 법신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부처의 몸이지만, 보신과 화신은 수행의 성과물로 이는 철저히 수행자의 수행능력과 공부결과에 달려 있었고, 보신을 닦는 궁극의 이유는 이를 통해 더욱 강력하고 온전한 법신을 만나 세상을 밝히는 보살도 수행의 완성을 위함이었다.
나로빠 6법(Six Dharmas of Naropa)은 티벳의 수행자였던 마르빠(Marpa)에게 전해져 티벳으로 옮겨 왔고, 인도에서는 이슬람의 침공으로 후기 불교 밀교수행의 맥이 끊어지게 되었다. 마르빠는 티벳 카규파의 수행자였고, 나로빠 6법은 그의 제자였던 밀라레빠(Milarepa)에 의해 꽃을 피우며, 미라레빠는 카규파 법맥의 중요한 스승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라레빠는 나로빠 6법을 자신의 수행을 통해 스스로 입중했던 인물이었고, 프랑스의 탐험가였던 알렉산드리아 데이빗-닐의 저서 “Magic and Mystery in Tibet”에 따르면 밀라레빠는 한 달이상을 명상에 들며, 공중부양이나 축지법같은 신통도 부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이러한 티벳고승들의 수행을“Black Magic”이라고 부르며 그녀의 경험을 책에 남겼다.
티벳 불교에는 다른 불교전통과 다르게 툴쿠(Tulku)라는 시스템을 통해 법맥을 이어왔다. 툴쿠는 위대한 스승이 환생을 통해 법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으로, 툴쿠들은 죽으며 다음생에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제자들에게 남기고 떠난다고 한다. 툴쿠들은 주로 아주 어린나이에 발견되어지고, 제자들은 꿈을 통한 계시와 생전에 스승이 남긴 단서들을 통해 환생한 스승의 툴쿠를 찾아낸다. 툴쿠로 발견된 아이는 마치 돌잔치에서 아기가 돌잡이를 하듯 스승의 유품을 보여주며 물건을 집게 하는 등 여러가지 시험과 검증과정을 통해 진짜 툴쿠로 인정을 받게 되고, 툴쿠로 인정받은 이이들은 아주 어린시기부터 위대한 스승으로 성장하기 위한 철저하고 강도높은 교육을 받는다. 쵸감 트룽파 역시 그가 13개월이 되던 때, 트룽파 툴쿠로 발견되며, 당대의 위대한 스승들로부터 1대1의 집중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현재 티벳불교가 전세계적으로 큰 환영을 받고 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러한 툴쿠제도를 통해 성장한 스승들의 높은 수행의 경지와 인격이 큰 몫을 차지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서양의 많은 티벳불교 신자들은 스승들의 청정한 오라(aura)를 통해 자신의 마음까지 청정해짐을 느꼈다는 말을 자주 한다. 티벳불교의 이러한 환생을 통한 툴쿠제도는 나로빠 6법을 바탕으로 한 밀교수행과 그 연관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수행을 밀교, 비빌스러운 가르침이라고 불렀을까?
버먼트 Karme-Choling Barne
802-633-2384
369 Patneaude Lane, Barnet, VT 05821
www.kcl.shambhal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