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얼마나 융통성이 없어지는지 여실히 드러난 제주도 귀국행 사건입니다. 상하이에는 국제공항이 동서로 두 군데가 있습니다. 동쪽 바닷가쪽에 원조격인 푸동浦东 국제공항이 있고 늘어나는 항공수요에 맞춰 서쪽 홍차우 虹桥 국제공항이 새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실 두 개의 공항은 거의 50km 이상 떨어진 동서로 극대치 위치입니다.
지난 4월 3일 상하이에 입성한 곳은 홍차우공항이라 그만 제 머리 속에는 홍차우공항이 박혀버린 듯 합니다. 당연히 돌아가는 곳도 홍차우공항이겠지 라는 것에 어찌 그리 반문 한번 던질 틈새가 완벽히 없었습니다. 일이 터지기 전에 귀국편은 그냥 홍차우공항이라고 딱지를 세게 박아놓으니 귀국편이 상하이푸동이라고 되어있었는데도 그게 머리를 비집고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상하이 마지막 날, 토요일 저녁 8시 제주행 비행기라서 얼마나 느긋했는지... 원래 계획은 유명한 상하이 오후 2시 서커스공연을 보고 상하이여행을 멋지게 마무리하는 것이었는데, 태균이 살짝 설사기운이 있어 이럴 때는 조심이 최선입니다. 아침식사도 푸짐하게 한 터라 상태를 보고 호텔 체크아웃 시간을 정하다보니 12시 넘어서 호텔을 나섰습니다. 짐이라고는 옷 밖에 없는데도 각자 메고가는 배낭가방 부피나 무게가 꽤 버겁기는 합니다.
호텔에 세탁기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넉넉히 옷을 준비해왔더니 배낭이 꽤 커져버렸습니다. 호텔방에 지멘스세탁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하나 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습니다. 아직도 옷에 음식흘리기가 상습적인 태균이 식사습성상 음식자국을 빼주는 세탁기가 절실했는데 이 점에서 바로 지멘스가 너무 훌륭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미국 캐나다에 가면 레지던즈호텔에서 꼭 만나게 되던 밀레나 지멘스세탁기. 참 간만에 만났는데 너무 훌륭해서 저답지않게 물욕이 생겼습니다. 삼성이나 LG 가전제품은 아직은 약하구나 싶기도 합니다. 암튼 12시 넘어 호텔을 나온 후 천천히 황포강변따라 걷다가 배타고 푸동신구 도심으로 들어섭니다. 호텔나선 후 비가 후둑후둑 뿌리더니 도심에 들어서니 비가 꽤 굵어집니다.
배타고 와이탄 신타운을 바라보니 향후 상하이의 개발방향이 보입니다. 푸동신구는 더이상 확장부지가 부족한 듯한데 와이탄 신구는 확장부지가 꽤 있어 푸동신구에 가까이 있다는 잇점으로 한동안 개발붐이 지속될 듯 합니다. 이번 와이탄 한 지점에서 8박9일 머물다보니 중국 상하이에 대해 느껴지는 바가 많습니다.
비가 뿌려대니 걷기는 어렵고 시내중심을 도는 관광버스를 타고 돌아봅니다. 두어바퀴 돈다음에 상하이타워 빌딩 근방 도심 하차 후 지하도를 걸어가는데 정말 끝도 없이 연속되는 도심 대형빌딩들의 지하연결망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최고 높이의 상하이타워 빌딩에서 일전에 저녁을 먹은 ifc대형몰까지 연결되는 지하도로는 저에게는 놀라움이었습니다. 물론 ifc몰 빌딩에서 주변 건물로 연결되는 긴 지상도로 역시 저에게는 경외스럽기 그지없긴 했습니다.
마지막 상하이 도심풍경을 머리 속에 담으며 도심에서 푸동공항과 홍차우공항 두 끝을 연결하는 2호선을 타고 홍차우공항을 찾아갔는데... 물론 상하이빌딩 지하 푸드광장에서 스테이크데리야키를 먹고 긴 지하도를 한참 걸어가는데 준이가 배낭을 그냥 놔두고 오는 바람에 긴 지하도를 부리나케 뛰어갔다 오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기는 했지만 대략 6시경 홍차우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전광판에 오늘 제주도로 출발하는 춘추항공 항공편이 뜨질 않습니다. 그 때까지도 홍차우공항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제1터미널로 이동해야하나? 라는 의구심으로 안내센터에 문의를 하니 오 마이갓! 제가 예약한 춘추항공 제주발은 홍차우공항이 아니라 푸동국제공항이랍니다. 벌써 시간을 오후 6시 11분! 과연 8시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요? 시간남는다고 전철역에서 공항까지 긴 길을 태균이 카트운전하는 법 교육까지 시키느라 시간을 지체한 게 급후회됩니다.
택시가 가장 빠르다는 안내를 받고 급히 택시를 탔는데 거리는 무려 50km! 발권수속에다 짐검사, 출국수속까지... 과연 가능할까요? 일단 상하이에서 하루 더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각오로 마음을 다잡고 푸동국제공항으로 달려갑니다. 저의 급한 마음을 눈치챘으니 600위안을 내라는 택시운전사. 여자운전사인데 돈문제에 거침이 없습니다. 600위안이면 15만원!
통역기를 돌려가며 대화는 힘들게 이어지고, 비는 뿌려대고 마음은 급하고... 그래도 600위안은 아닌 것 같아 400위안까지는 줄 수 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안되면 근처에 그냥 내려달라라고 했더니 400위안에 가겠다고 합니다. 하루 호텔비 뿐 아니라 비행기놓치면 항공료가 얼마나 추가될 지 짐작이 안되는 상황에서 이거라도 깎아야합니다.
그냥 미터기대로 하면 되는데 베트남이나 중국은 이 놈의 택시요금 바가지가 참 문제입니다. 암튼 400위안이면 대략 미터기요금 250~300위안에다 100위안 추가요금이니 합리적 요금이다싶습니다. 택시비 바가지안쓰려 전철 열심히 타고다녔건만 결국 막판에 비싼 택시비 제대로 썼습니다. 멍청한 고정관념에의 댓가입니다.
그래도 여자택자운전사 대차기 그지없습니다. 경적을 울려대고 하이빔을 열나게 쏘아대며 이리저리 차선바뀌가며 난폭운전을 해준 덕분에 그 막히는 도로를 50분만에 주파했으니 도착하니 7시 10분 조금 전! 정말 가슴은 콩닥콩닥 쫄깃쫄깃 그 자체! 그 와중에 지켜보니, 상하이 동서 양쪽 국제공항 간의 직선고속도로가 어찌나 잘 되어있는지 푸동공항 막판을 빼놓고는 거의 50km가 그냥 고가도로였습니다. 대단한 상하이!
포기하지말자 라는 생각으로 푸동국제공항 도착 후 무진장 속도로 뛰는 엄마를 따라올 리 없는 두 녀석! 체면이고 뭐고 소리를 질러가며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것은 빨리 오길 바래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다른 방향으로 가버릴까 싶어서 입니다. 암튼 숨차도록 뛰어와 이미 텅비어버린 항공사 카운터에서 수속을 하고... 항공사도 너무 많으니 카운터 알파벳 찾는데도 시간이 소요되는 거대한 상하이 국제공항입니다.
티켓을 건네주면서 기차타고 이동해야하는 G탑승구이니 서두르라고 하는데 출발수속부터 탑승까지 'I'm sorry'를 100번은 한 듯... 우선 짐검사대에서 8시 비행기라고 사정을 말하고 앞의 대기인원을 제끼고... 출국심사대에서 사정이야기를 하고 특별심사를 받고... 시간은 7시반을 넘어가고... 기차타고 이동해서 G탑승구 구간으로 가니 놀라지마시라! 탑승구 번호가 무려 650도 더 됩니다. G탑승구만 그럴진데 알파벳이 어디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탑승구만 해도 수 천개란 이야기입니다.
650개의 탑승구 중에 189번은 왜 이리 안 나오는지... 이미 여객터미널은 마지막 비행기를 처리한 양 소등분위기이고... 왜 엄마가 저토록 미친 듯 뛰어다니는지 이해가 되지않는 두 녀석은 뛰기는 커녕 느긋하게 걷고... 그 와중에 태균이는 화장실까지 가고... 에이 발권까지 했으니 비행기가 기다려주겠지 싶은 마음으로 급한 마음을 억누루려고 하지만 그래도 자꾸 소리는 높아집니다. 빨리 빨리 와! 뛰어! 배낭가방을 체크인하질 못했으니 배낭때문에 더 행동이 따라오질 못합니다. 큰 배낭메고 있기는 엄마도 마찬가지인데...
암튼 출발 15분 남기고 탑승성공! 그 와중에 우리보다 늦은 여성이 하나 있었으니 그녀도 대단합니다. 탑승하는 게 당장의 목표였으나 탑승하고나니 좌석이 또 문제입니다. 뒤늦게 수속하는 바람에 좌석 하나가 떨어져 버렸는데 바꾸려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준이를 혼자 앉혔더니 옆자리 탑승객여자가 승무원을 부르더니 뭔 컴플레인을 했는지 덕분에 우리는 세 자리 나란히 앉아갈 수 있는 행운까지...
컴플레인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승무원에게 물어보았지만 춘추항공 승무원들은 영어가 전혀 되질 않습니다. 이렇거나 저렇거나 덕분에 3자리 나란히 앉게 되었으니 그거로 만족하죠! 약간의 한국인 관광그룹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인이었으니 놀라울 수 밖에... 춘추항공에서 하루 3편 상하이-제주 노선은 운행하는데 이렇게 한 자리 남기지않고 꽉 채우니 대단한 노선임을 이번에 알게 됩니다.
우리의 탑승과 자리바꿈, 무거운 배낭을 선반에 넣는 과정 등을 모두 지켜본 젊은 남자가 내릴 때 배낭꺼내기부터 옮기기까지 모두 손을 보태주는 고마운 도움을 줍니다. 영어도 잘 하고 인물도 좋고... 제주도에 관광왔다는 그는 태균이와 준이가 장애가 있음을 눈치채고 도와준 듯 합니다. 그 무거운 배낭을 작은 덩치의 엄마가 처리하니 신사정신이 발동된 듯 합니다. 암튼 무척 고마운 중국인이었습니다.
오후 6시부터 10시 30분까지 4시간 반의 치열한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일단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가까운 맥도날드를 갑니다. 저녁도 먹여야하고 치열한 4시간 반에 대한 보상입니다. 그 시간까지 영업하는 곳은 맥도날드 밖에 없으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태균이가 너무 맥도날드를 좋아하니 자제해야 하는데... 늘 갈 때마다 마지막이다 라는 마음이곤 합니다. 물론 실현성이 희박하지만 그래도 횟수는 줄여야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일본만큼이나 인공환경과 시설, 건축물에 길들여진 상하이사람들이 그래서 제주도로 오는 게 아닌가싶습니다. 우리가 상하이있는 동안에도 인공도시풍경에만 감탄했을 뿐 결국 자연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제주도의 자연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 그들도 아는 듯 합니다. 그렇든 아니든 다시 무사히 돌아온 제주도에서의 삶은 또다시 시작됩니다!
첫댓글 제가 다 심장이 두근거리네요
그래도 잘 도착하셔서 다행입니다~^^
너넘 고생하렸습니다.
대표님이니까 감당하셨지 저는 아예 포기든 아님 중간에 쓰러졌든, 놓쳤든 백퍼 가능 없다입니다.
정말 가슴 두근두근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중국 청년 고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