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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水滸傳•제 41편
송강은 유당과 작별하고 달빛 가득한 거리를 천천히 걸어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염노파가 송강을 보고 달려와 말했다.
“압사님! 며칠 동안 사람을 보내 여러 번 청했는데도, 귀하신 분이라 얼굴 뵙기가 어렵습니다. 딸년이 무슨 말을 해서 압사님의 기분을 상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혼을 냈으니 제 얼굴을 봐서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오늘 이렇게 늙은이가 인연이 있어 압사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함께 가시지요.”
송강이 말했다.
“내가 오늘 현청에 사무가 바빠서 갈 수 없으니, 다음에 가리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딸년이 집에서 압사님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뜻한 말로 달래 주시면 됩니다.”
“지금은 정말로 바쁘니, 내일 가겠소.”
“오늘밤에는 내가 반드시 압사님을 모시고 가야겠습니다.”
염노파는 송강의 소매를 잡아끌며 말했다.
“대체 누가 압사님을 충동질 했답니까? 저희 모녀는 남은 인생을 오로지 압사님께 의지하고 있습니다. 누가 이러쿵저러쿵 별 얘기를 하더라도 듣지 마시고, 압사님 뜻대로 하십시오. 딸년이 혹 잘못한 게 있다면, 이 늙은이를 나무라십시오. 오늘은 꼭 가셔야 합니다.”
“자꾸 귀찮게 하지 마시오. 내가 사무가 있어서 갈 수 없다고 했잖소?”
“압사님이 지금 공사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현령께서 질책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지금 압사님을 놓아드리면,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와 함께 가시면, 제가 집에서 꼭 드릴 말씀도 있습니다.”
송강은 염노파가 하도 끈질기게 달라붙자, 그만 지고 말았다.
“알았소. 이거 놓으시오. 내 가리다.”
“너무 빨리 가지 마십시오. 늙은이가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두 사람은 바삐 걸어서 문 앞에 당도했다. 송강이 걸음을 멈추고 서 있자, 염노파가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여기까지 오셔서 안 들어가실 건 아니죠?”
송강은 들어가서 염노파와 떨어져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염노파는 송강이 달아날까 염려하여 바짝 붙어 앉으며 소리쳤다.
“얘야! 네가 사랑하는 삼랑께서 오셨다!”
이때 염파석은 침대에 엎드려 등잔불을 바라보면서 장문원이 오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사랑하는 삼랑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장문원이 온 줄로 알고 황망히 일어나 머리를 매만지며 중얼중얼 욕을 했다.
“저 단명할 놈이 나를 이렇게 기다리게 하다니! 이 언니가 따귀라도 몇 대 때려 줘야지!”
염파석은 나는 듯이 아래로 내려와 격자 사이로 내다보니, 유리등 불빛이 환한 가운데 송강이 앉아 있었다. 염파석은 몸을 돌려 다시 올라가 아까 전처럼 침대에 엎어져 버렸다. 염노파는 딸이 아래로 내려는 소리를 들었는데, 다시 올라가는 소리를 듣고 소리쳤다.
“얘야! 너의 삼랑이 여기 있는데, 어째서 도로 올라가냐?”
염파석은 침대에 엎드린 채 말했다.
“이 집이 얼마나 넓길래, 그 사람은 왜 못 올라온대? 장님이 아니라면 자기가 올라올 일이지, 왜 내가 내려가서 영접하길 기다리는 거야! 시끄럽게 굴지 말아요!”
염노파가 말했다.
“저년이 압사님을 기다리다 못해 화가 난 모양입니다. 압사님께서 이해해 주십시오.”
염노파는 웃으며 다시 말했다.
“제가 함께 올라가겠습니다.”
송강은 염파석이 지껄이는 말을 듣고 잠시라도 머물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나, 염노파에게 끌려 할 수 없이 위로 올라갔다. 송강이 침대 옆 의자에 앉자, 염노파는 침대에 엎드려 있는 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압사님 오셨다. 네가 성질을 부려서 압사님을 기분 상하게 했기 때문에 그동안 안 오신 것 아니냐? 그래도 넌 집에서 압사님만 생각하고 있지 않았느냐? 내가 오늘 어렵게 모시고 왔는데, 너는 일어나서 얘기라도 좀 나누지, 도리어 성질만 부리고 있냐?”
염파석은 손을 내저으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왜 쓸데없이 지랄이야! 내가 뭔 나쁜 짓을 했다고 그래! 지가 오지 않는데, 내가 무슨 얘기를 한단 말이야!”
송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염노파는 의자 하나를 가져와 송강 옆에 놓고, 딸을 끌어다 앉히며 말했다.
“너는 여기 삼랑과 나란히 앉아라.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이지, 화낼 건 없잖아! 두 사람이 안 본 지도 오래 됐으니, 다정한 얘기라도 좀 하거라!”
염노파는 나가지 않고 송강과 마주보고 앉았다. 송강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염노파가 딸을 보니, 딸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염노파가 말했다.
“술이 없으니, 무슨 일이 되겠냐? 좋은 술이 한 병 있는데, 내가 가서 과일 좀 사가지고 올 테니, 너는 압사님과 얘기 나누고 있어라. 얘야! 부끄러워하지 말고 압사님과 가까이 좀 앉아라. 내 얼른 갔다 오마.”
송강은 속으로 생각했다.
“노파가 억지로 붙잡아서 나가지도 못했는데, 이제 노파가 나가면 나도 뒤따라서 달아나야겠다.”
염노파는 송강이 달아나려는 것을 눈치 채고, 방문을 나가면서 바깥에서 문고리를 걸어 버렸다. 송강은 생각했다.
“저 노파가 선수를 쳐 버렸군!”
염노파는 아래로 내려와서 부뚜막에 등불을 켜 놓고, 시장에 가서 과일과 생선 등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쟁반에 술과 안주를 담아 위층으로 올라가 탁자 위에 차려놓았다. 송강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염파석도 딴 곳을 보고 있었다. 염노파가 말했다.
“얘야! 술을 따라 올려라!”
염파석이 말했다.
“자기네들끼리나 마셔요! 나는 귀찮게 하지 말고!”
“얘야! 네가 어릴 때부터 엄마와 아빠 손에서 자란 탓에 성질부리는 것이 습관이 됐는데,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러면 안 된다.”
“술잔을 올리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대? 칼로 목이라도 자를 건가?”
염노파는 어이가 없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다 내 잘못이다. 압사님은 풍류를 아시는 분이니, 너하고 다투시겠냐? 술잔 올리기 싫거든 말고, 고개 돌려서 술이나 한잔 마셔라.”
그래도 염파석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염노파는 송강에게 술잔을 권했다. 송강은 억지로 한 잔 마셨다. 염노파가 웃으며 말했다.
“압사님!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드릴 말씀은 많지만, 내일 천천히 말씀드리지요. 남들이 압사님이 이곳에 들르는 것을 보고, 샘이 나서 겁도 없이 방귀 같은 소리를 마구 지껄이는데, 들으실 필요 없습니다. 자, 술이나 한잔 하십시오.”
염노파는 술 석 잔을 따라 놓고 말했다.
“너도 어린애처럼 성질부리지 말고, 술이나 한 잔 해라!”
염파석이 말했다.
“귀찮게 하지 말라니까! 난 배가 불러서 못 마셔!”
“얘야! 너의 삼랑을 모시고 함께 한 잔 해야지!”
염파석은 삼랑이란 말을 듣자, 한편으로 생각했다.
“내 마음은 오로지 장삼랑에게만 가 있는데, 누가 짜증나게 저런 놈이랑 상대한단 말이야! 술에 취하게 만들지 않으면 보나마나 나를 괴롭히겠지.”
염파석은 억지로 술잔을 들어 반 잔을 마셨다. 염노파는 웃으며 말했다.
“얘야! 초조해 하지 말고, 두어 잔 기분 좋게 마시고 자거라! 압사님께서도 몇 잔 더 드십시오.”
송강도 염노파의 권유에 마지못해 연이어 서너 잔을 마셨다. 염노파도 몇 잔 마시고는, 술을 데우려고 아래로 내려갔다. 염노파는 처음에 딸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보고 걱정했으나, 딸이 마음을 바꿔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좋아하며 혼자 말했다.
“만약 오늘 밤에 저 사람을 붙들어둘 수만 있다면, 화난 것도 모두 잊겠지. 일단 붙잡아 두기만 하고, 다시 생각하자.”
염노파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큰 잔으로 술을 한 잔 마시고, 주전자에 술을 담아 이층으로 올라갔다. 송강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 없이 앉아 있고, 딸은 외면한 채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염노파는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진흙으로 빚은 인형도 아닌데, 어째서 둘 다 아무 말도 없이 앉아만 있으신가? 압사님! 압사님은 사내대장부 아닙니까? 부드러운 말로 우스갯소리라도 몇 말씀 하시지요.”
송강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아무 말도 않고 있었는데, 속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염파석은 혼자 생각했다.
“너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내가 평소처럼 너한테 비위를 맞춰 가며 말을 하고 웃기기를 바란단 말이지?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는 못하지.”
염노파는 술을 많이 마셔서 횡설수설하면서 혼자서 떠들어댔다.
한편, 운성현에 술지게미를 파는 당우아라는 자가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거간꾼 노릇을 하면서 늘 송강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송강에게 달려가 알리고, 돈 몇 푼을 얻고는 했다. 송강이 그를 필요로 할 때면, 목숨이라도 걸 것처럼 했다. 그날 저녁에 당우아는 노름으로 돈을 다 잃고서 별 도리가 없자 현청 앞으로 송강을 찾으러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송강이 보이지 않았다. 이웃사람이 말했다.
“당우아! 누굴 찾는데 그렇게 바쁘냐?”
당우아가 말했다.
“내가 급해서 어르신을 찾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네요.”
“자네가 말하는 어르신이 누군가?”
“현청의 송압사님이지요.”
“내가 방금 염노파와 같이 지나가는 걸 봤는데?”
“그렇습니까? 저 천한 버러지 같은 도적년 염파석! 장삼이란 놈과 열을 내면서, 두 연놈이 송압사 한 분을 속여 먹다니! 송압사님도 풍문을 듣고 한동안 가지 않았는데. 오늘 저녁에는 필시 그 늙은 교활한 년이 거짓말로 속여 끌고 갔을 거야. 내가 지금 돈이 한 푼도 없어 목구멍이 타는 판이니, 찾아가서 도와주고 몇 푼 얻어서 술이나 한 잔 마셔야겠다.”
당우아는 염노파의 집으로 달려갔다. 안에 등불은 켜져 있는데,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들어가서 계단에 이르니, 위층에서 염노파가 깔깔깔 웃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당우아는 살금살금 위층으로 올라가 판자벽 틈새로 들여다보았다. 송강과 염파석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염노파는 탁자 맞은편에 앉아서 혼자 횡설수설 떠들어대고 있었다.
당우아는 별안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세 사람에게 인사하고 옆에 섰다. 송강은 생각했다.
“이놈이 아주 제때 왔구나!”
송강은 입을 아래로 삐죽 내밀었다. 당우아는 눈치가 빠른 자라, 송강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소인이 아무리 찾아도 안 계시더니, 여기서 술을 드시고 계시네요. 지금 한가하게 술이나 드실 때가 아닙니다!”
송강이 말했다.
“현청에 무슨 긴급한 일이라도 생겼느냐?”
“압사님! 잊으셨습니까? 아침에 있었던 그 일 말입니다. 현령께서 지금 화를 내시며 압사님을 찾아오라고 관원들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도 압사님을 찾지 못해 현령께서 초조해 하고 계십니다. 빨리 가셔야 합니다.”
“그렇게 급한 일이라면, 빨리 가야지.”
송강이 일어나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자, 염노파가 가로막으며 말했다.
“압사님! 눈짓으로 신호 보내지 마세요. 당우아! 이 도적놈아! 네가 이 늙은이를 속일 수 있을 것 같으냐!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마라! 지금쯤 현령은 벌써 퇴청해서 집에서 마누라랑 술 마시며 놀고 있을 거다. 긴급한 사무는 무슨? 귀신을 속이지, 나를 속이지는 못한다.”
당우아가 말했다.
“진짜로 현령께서 긴급한 사무가 있다고 했단 말이오! 내가 거짓말 하는 것이 아니오!”
“너 어미 방귀 뀌는 소리 작작해라! 이 늙은이 두 눈이 아직은 유리처럼 투명하다! 좀 전에 압사님이 입을 삐죽거리는 걸 보고 네가 말을 지어낸 것 아니냐! 네놈이 압사님을 우리 집으로 몰래 데리고 오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빼돌리려고 하느냐! 살인한 죄는 용서할 수 있어도 인정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염노파는 벌떡 일어나 당우아를 끌어안고 비틀거리며 방을 가로질러 아래로 내려갔다. 당우아가 말했다.
“왜 나를 끌어안는 거요!”
염노파가 말했다.
“남의 장사를 망치는 것은 부모처자를 죽이는 것과 같다는 것을 모르느냐? 큰소리를 질렀다간, 엄청 얻어맞을 줄 알아!”
당우아는 염노파에게 달려들면서 말했다.
“쳐 봐라! 쳐 봐!”
염노파는 술김에 손바닥을 펼쳐서 당우아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당우아는 주렴 밖으로 쓰러졌다. 염노파는 재빨리 주렴을 걷고 문을 닫고 빗장을 질러 버렸다. 그리고는 욕을 퍼부었다.
당우아는 뺨을 얻어맞고서 문 앞에 서서 소리 질렀다.
“늙어빠진 음란한 도적년아! 거짓말 마라! 내가 송압사의 체면만 아니라면, 이 놈의 집을 박살내 버렸을 거다! ‘짝숫날에 만나지 못하면, 홀숫날에 만난다.’고 했다. 내가 너를 가만두면, 성을 간다!”
당우아는 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욕을 하다가 떠나갔다.
염노파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 송강에게 말했다.
“압사님! 저 거지 같은 놈이랑 어울려서 뭣 하겠습니까? 저놈은 어딜 가든 술이나 얻어먹을 생각뿐이고, 분란만 일으키는 놈입니다. 길거리에서 비명횡사할 도적놈이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사람을 속이기만 하다니!”
송강은 진실한 사람이라, 염노파가 자신의 아픈 곳을 찌르자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염노파가 말했다.
“압사님! 스스로 책망하지는 마십시오. 이 늙은이가 압사님을 중히 여겨서 한 말일뿐입니다. 얘야! 압사님과 한 잔 더 해라. 그리고 두 사람이 한동안 못 만났으니, 오늘은 반드시 함께 자도록 해라. 뒷정리는 내가 하마.”
염노파는 송강에게 술을 한 잔 더 권하고, 주전자랑 술잔 등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송강은 생각했다.
“노파의 딸과 장삼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리라는 것을 내가 반신반의했는데, 내 눈으로 직접 진실을 보지는 못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봐야 알 수 있으리라. 게다가 오늘은 이미 밤도 깊었으니 자고 갈 수밖에 없다. 오늘밤 이 계집이 나에 대한 정분이 어떠한지 알아봐야겠다.”
염노파가 다시 올라와서 말했다.
“밤이 깊었습니다. 두 사람은 얼른 주무시오.”
염파석이 대답했다.
“참견하지 말고 가서 자요!”
염노파는 웃으며 내려가면서 말했다.
“압사님! 편히 주무세요. 오늘밤 많이 즐기시고 내일은 천천히 일어나십시오.”
염노파는 아래로 내려가서 부엌을 정리하고 등불을 끈 다음 자러 들어갔다.
송강은 의자에 앉아 염파석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시간은 이미 자정이 다 되어 갔다. 염파석은 옷도 벗지 않고 침대로 올라가 베개를 베고 몸을 구부린 채 안쪽 벽을 보고 잠들었다. 송강은 그걸 보고 생각했다.
“저 천한 것이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혼자 자는구나. 내가 오늘 노파와 얘기하고 또 술도 마셨더니 피곤해서 견딜 수가 없네. 밤도 깊었으니, 잠이나 자야겠다.”
두건을 벗어 탁자 위에 두고, 윗도리는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작은 칼과 문서 주머니가 매달려 있는 요대를 풀어 침대 난간에 걸었다. 신발과 버선을 벗고 침대 위에 올라가 염파석의 뒤에 누워 잠이 들었다.
반 시간쯤 지나서 염파석이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송강은 심기가 불편하여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예로부터 ‘환락의 밤은 짧고 고독한 밤은 길다.’고 했다. 새벽이 되자 술도 조금 깼다. 송강은 일어나 찬물로 세수하고 옷을 입고 두건을 썼다. 그리고 욕을 한 마디 했다.
“천한 년이 정말 무례하구나!”
염파석은 깨어 있다가, 송강이 욕하는 것을 듣고 몸을 돌리며 말했다.
“넌 부끄러운 줄도 모르지!”
송강은 화를 억지로 참고 아래로 내려갔다. 염노파가 발소리를 듣고 일어나 말했다.
“압사님! 더 주무시고 날이 밝거든 가시지요. 이 새벽에 뭐 하러 가십니까?”
송강은 대답도 않고 문을 열었다. 염노파가 다시 말했다.
“가시려면 문 잘 닫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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