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은 뭐라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마음 바꿔 먹어라! 네 사업장이 있으면 좋은 신랑감 줄을 선다.”
은영은 영숙의 말에 수긍할 뿐 뭐라 말을 못했다.
“요즘에도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집은 허물어졌고 마당엔 잡초가 수북하고,
폐가나 다름없는 집에 그놈은 거지처럼 처마 끝에 웅크리고 앉았더라.
뭘 보고 그런 놈을 좋아했는지...원-”
“엄마가 직접 봤어”
은영이 믿지 못해 말했다.
“그래 직접 봤다. 믿기 어려우며 낼이라도 같이 가보자”
영숙이 이렇게 나오는데 은영이 무어라 아니라 말하겠는가,
☆☆☆
그러나 은영은 확인해보고 싶었다.
내려갔다 올라오겠다던 사람이 꿈쩍을 안는 것도 이상하고
오랜만에 만나서도 뭔가 쫓기는 사람처럼 불안해하던 눈빛이 떠올라
은영은 꼭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구미에서 안동 풍산은
두 시간이면 족히 갈 수 있는 거리다.
붉고 노린 단풍잎이 떨어져 바람에 휘날렸다.
만장의 깃발 펄럭거리던 산도 비울 것을 비우고 청청하다.
그래 비워야 새로이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은영은 빠른 시일 내에 비울 것인가 거둘 것인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 은영과 영숙은
혁제네 집 앞 멀 찌 감치에 차를 세워놓고 혁제네 집 거동을 살폈다.
“봤지- 엄마 말이 맞지-”
은영은 눈물이 핑 돌았다.
노숙자가 따로 없었다.
☆☆☆
은영과 영숙은 수소문해
혁제 어머니 엄전이가 일하는 국밥집에가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인지를 확인했다.
은영은 영숙에게 약속했다. 만나지 않겠다고
어차피 은영이 구미로 내려온 마당에 혁제는 찾지 못할 것이다.
은영은 지난 시간 혁제의 이상스러울 정도로 의심이 갔던 거동이
환경 탓이란 걸 알고 나니 자신의 무모했던 사랑이 부끄러워졌다.
☆☆☆
은영은 돌아오는 차안에서
빗물에 가슴 흥건히 젖는 것을 느꼈다.
“다 털어,
오늘 이 시간부터 새롭게 시작하자”
영숙은 한 손은 핸들을 잡고
한 손으로 은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은영은 어머니의 사랑이
이런 것이 구나 싶어 눈물이 났다.
2번 도로에 가게를 얻고 내부수리를 하고 간판을 달았다.
-스와니 헤어 샆-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와
들꽃 핀 들판을 달리는 기차처럼 '깩깩' 고함을 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