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Night. 약속
◈◈◈
대지를 비치던 태양의 빛이 모습을 감추고 다가오는 시간. 밤의 시간. 하늘은 어두운 푸른빛을 머금고 대지는 빛을 잃는다. 하늘은 어둠의 장막으로 뒤덮이며, 대지는 온통 어둠으로 물든다. 그렇게 모든 세상은 심연의 어둠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단 하나의 빛은 어둠을 이기지 못한 채 파묻힌다. 차가운 은빛은 어두운 푸른빛의 장막에 뒤덮인다. 빛은 어둠에게 끌려들어간다. 음침한 고독의 어둠은 빛을 집어 삼킨다. 단 하나의 빛이라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듯―.
그렇게 영겁의 어둠의 시간은 영원히 반복되고 계속된다. 붉은 눈동자의 그들을 옭아매며, 영원히 심연의 어둠속 고독을 맛보게 하려는 듯이―. 손을 뻗으면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듯 유혹하고는 그것을 무참히 짓밟으며, 잔인하고 잔혹하게―.
끝나지 않는 영원의 밤은 영원히 반복되고 반복된다.
소녀는 어둠속에 있었다. 반복되는 영겁의 어둠속에―. 하지만 소녀는 떨지 않았다. 곧게 의지가 깃든 상냥한 눈으로 어둠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이 고독의 어둠이 무섭지 않다는 듯이. 그저 순수하고 상냥한 올곧은 눈을 하고서.
「하아. 」
이윽고, 소녀는 어둠속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맞으며 입김을 불며 시린 손을 비볐다. 여전히 어둠을 무섭지 않다는 듯 당당히 올곧은 눈으로 꿰뚫어보며. 소녀는 어둠속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노엘.」
시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 목소리에 노엘은 시선을 옮겼다. 환한 미소를 띠고서. 소년이 오는 것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안 오는 줄 알고 걱정했어.」
소년을 향해 힘껏 달려가 노엘은 소년의 언 손을 꼭 붙잡았다. 자신의 체온으로 녹여주려는 것과 같이. 그 행동에 소년은 약간 놀란 듯 신비한 빛의 연한 붉은 빛 눈을 크게 떴다. 마치 그런 행동을 처음 당한 듯.
「안 무서웠어? 이렇게나 밤이 깊은데―.」
자신의 언 손을 녹여주려는 듯 꼭 잡고 있는 노엘을 보며 소년은 걱정스러운 듯 한 눈빛으로 물었다. 하지만 붉은 빛의 눈동자에는 노엘을 걱정하는 마음만이 깃들어있지 않았다. 어딘가 모를 슬픔의 감정이 그의 눈동자엔 감돌고 있었다.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서글픈 듯 한 마음이 깃든 감정이었다.
「아니, 괜찮아. 네가 있잖아. 너는 강하니까 네가 내 곁에 있으면 나는 아무것도 안 무서워.」
소년을 만나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인 듯 연신 노엘은 싱글벙글 웃어보였다. 그 행동에 소년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자연스럽지가 못했다.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억지로 지어보이는 듯 한 그런 미소였다. 마치 노엘이 자신을 가까이 하고 소중한 친구처럼 대하는 것이 두렵다는 듯이. 그는 그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웃어 보이는 노엘 앞에서, 거짓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우두커니 그는 서있었다. 당장이라도 부서져버릴 것만 같이 위태로운 저 어두운 푸른 장막에 떠있는 달처럼. 그렇게 그는 서있었다.
「있잖아, 사실 난 이 어둠이, 밤이 무서워. 빛이 사라진 이 풍경이 무서워. 아무것도 어둠에 파묻혀서 보이지 않는 게 무서워. 그런데 말이야, 네가 있으면 이 공포가 차분하게 사라져. 」
하늘에 뜬 달을, 어두운 주위 풍경을 바라보며 노엘은 갑작스런 말을 했다. 그 말에 소년은 여전히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슬픈 듯이 부서질 것만 같은 그런 모습. 하지만 노엘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를 알지 못했다. 이윽고 노엘은 슬픈 듯이 부서질 것만 같이 서있는 소년을 돌아보았다. 더없이 상냥하게 마음을 감싸는 듯 한 따스함이 깃든 순수한 미소를 띠고선. 그 미소에 소년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따스함과 미소가 옛일을 생각나게 했기에. 지금은 잊으려했고 잊었다 생각한 일을 생각하게 했기에.
「노엘. 이거 받아줬으면 좋겠어.」
지금의 이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려는 듯 소년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펜던트 목걸이였다. 더없이 정적의 아름다움을 띤 고결한 붉은 빛의 장미가 깃든. 펜던트의 장미는 인위적으로 굳혀진 것이었지만 여전히 피어있을 때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육각형 모양 속에서 은으로 만들어진 문양 가운데서 그렇게 붉은 빛은 빛나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에 노엘은 넋을 잃은 채 소년의 손에 놓인 펜던트를 손대지 못한 채 바라보았다.
「이렇게 귀한 걸 나한테 줘도 되는 거야?」
가까스로 펜던트에서 시선을 떼고 노엘은 소년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노엘은 왠지 모르게 소년의 붉은 빛이 슬픔을 띠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응, 이건 네가 갖고 있었으면 좋겠어.」
소년은 노엘의 손에 펜던트를 쥐어주었다. 그러자 노엘은 한동안 뚫어져라 펜던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노엘은 펜던트를 목에 걸었다. 아까와 같은 미소를 띠면서.
「고마워.」
노엘의 말에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따스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눈만은 아직은 슬픈 붉은 빛이었다.
「노엘.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언젠가 만나면 알 수 있을 거야. 그 징표가 있는 한. 아니, 그 징표가 없다 해도 난―. 네가 날 잊더라도 나만은 널 알아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너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간직해줘. 꼭―.」
노엘은 그의 마음을 알 지 못했다. 소년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노엘을 향해 웃어보였다. 자신의 마음 속 목소리를 숨긴 채―.
그리고 그 것이 그 둘의 마지막이었다.
안녕하세요? 은빛카린입니다. 이번에는 3주보다 훨씬 일찍 찾아왔습니다.^^
갑자기 소설쓰다가 필을 받아 하루에 2페이지 막 써내려간 것이 이유입니다.
지금 거의 10페이지 정도 썼어요'ㅁ'!! 가득가득 채워서요.끙.
피의 노래의 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끝냈어요. 이제 그 내용대로 써내려가기만 하는 것만 남은
것이지요. 부디 완결까지 지켜봐주세요. 이번 피의 노래는 전에 없던 갈등및 내용이 더 추가되었답니다.
그럼 부디 재밌게 봐주시고, 글에 대한 감상 덧글 남겨주시면 감사하
겠습니다.
첫댓글 오옷...잘봤어요! 진짜 묘사가 너무 아름다우시네용 ㅠㅠ
감사합니다. 완전히 필받아가지고 미친 듯이 써내려갔어요'ㅁ';;
역시 카린씨! 피의노래를 처음부터 다시보는것같아 감회가 새롭네요! 아 그리고 하늘에 뜬 달을, 어두운 주위 풍경을 바라보며 노엘을 에서 "노엘은" 으로 수정해주세요 ^^ 오타인듯 싶네요. ^^
오타지적 감사드려요. 수정하도록 할께요. 갑자기 필받아 넋나간 듯 써내려갔지요. 지금 며칠째 그 상태랍니다.
전 보다 글은 깔끔해 진듯 싶으면서도 아쉬운 것은 분량이랄까요, 저 같은 사람은 다 분량을 좋아 해서… 핫.
분량이라면 지금까지 쓴 데까지가 한글 프로그램으로 10페이지입니다.'ㅁ'; 서곡부분 총 포함해서요. 일부러 끊었어요. 대신 분량이 작은대신 빨리 올라올겁니다.
하하 힘내세요;;ㅅ; 언제나기대됩니ㅏㄷ. ㅇㅂㅇ
기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처음부터 재탕질중... 처음부터 다시 약간 스토리 조금씩 변형하고 새 스토리 넣고 해서 다시 쓰는 중이여... 잡담글 쓸 일이 있어야쓰지...ㄷㄷ
분량이 작아도 좋아요 ! ㅎㅎ 글씨도 보기가 쉽고 노래도 정말 좋네요 ㅎㅎ 이런노래 어디서 찾으시나요~
애니보면서 듣다가 마음에 들어서 OST다운받기도 하고... 우연히 웹 돌아다니다가도 발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기억님도 건필하세요~
되게 늦었네요.. ㄷㄷ.. 어쨌든 재밌어요 ㅋㅋ!
감사해요. 한동안 소식없으셔서 시험때문인가 했는데...오랫만에 반가워요~
음 ;ㅅ; 댓글이 2007년이 마지막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저는 재밌게 봤습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비..비록 답글이 안달릴거라곤하지만..) ㅇ_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