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라는 이름 앞에서
"지수애미냐?" "네 어머니"
"니 시아버지가 바람이 난 건지 마음이 변했다…."며 며느리에게 이런저런 하소연하고 있었는데요
“어머니 돌아오는 주말에 저희가 한번 들러볼게요“
늘 자신을 기쁘게 해주던 남편이 싸늘한 얼굴과 말투로 변해버린 걸 마음 쓰리며 지켜보던 아내의 속앓이가 하루라는 시간 속에 묻혀 갈 즈음
“아이고…. 내 새끼들... 이 할아비 안 보고 싶었어요…?“ 얼음장 같았던 얼굴과 말투는 온데간데없고 봄을 만난 꽃처럼 화사해진 남편을 보며
식구 모두에게 달라진 게 아니라 유독 자신에게만 달라진 모습 때문에 마음이 더 아팠던 아내는 또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니 이건 왜 이리 짜” “그게 짜요?” “이건 싱겁고”
며느리가 사다 놓은 것들로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차려놓았지만 돌아오는 남편의 타박은 그칠 줄 몰랐기 때문인데요
“40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남편 입맛 하나 못 맞추고 원“ 하며 밖으로 나가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평소엔 길가에 널린 풀 잎사귀를 묻혀 줘도 꿀맛이라고 잘만 먹던 남편의 변한 모습에 영문도 모른 채 눈물 바람 그칠 날이 없었던 아내의 속도 모르는 건지
“ 고향에 계신 형님네에 가서 벌초도 하고 며칠 있다가 올 테니 그리 알아“
고향 갈 땐 아내부터 챙기던 남편이 이번에 같이 가자는 말도 없이 혼자 멀어진 하루를 붙들고
먼 산 위에 뜬 달을 보며 속앓이하며 지내다 남편이 약속한 그 며칠이 지났는데도 오질 않는 걸 걱정한 아내는 “시숙님….접니다“ “제수씨가 어쩐 일이세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남편이 그곳에 오질 않았다는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란 아내는 자식들에게 연락하고 마는데요 “얘들아…. 너희 아버지 좀 찾아봐라“
가실만한 곳을 찾아 연락을 취해봤지만 다들 그림자도 못 봤다는 말에 “형…. 경찰서에 실종신고부터 해야 하는 거 아냐?“
“도련님 말대로 해야겠어요” “저양반이 나랑 정뗄려고 저러나 싶다” 가위질한 시간만 매만지며 생각에 잠겨있던 아내는
“ 병원에 다녀오고부터 네 아버지가 달라진 것 같구나“ 엄마의 말에 쪼르르 달려간 자식들 앞에 의사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는데요
“아버님이 병색이 깊어 보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적막같은 하루를 지워버리고 있는 가족들 앞에 ((((((따르릉)))))) “민수 네가 이 시간에 거긴 어쩐 일이냐?“
“아니…. 아버지 지금 어디세요? 식구들이 걱정돼 집에도 못 가고 여기 다모여 있잖아요“
"나는 걱정하지 마라" "지금 엄마가 아버지 때문에 식사도 며칠간 못하시고 앓아눕는 바람에 지수 애미가 곁에서 지금 간병하고 있다고요“
“뭐! 엄마가 아프다고? 왜 진작 말을 안 했어“ “연락이 돼야 말하죠" 큰 병일까 봐 겁이 나 병원도 못 가고 친구 집을 전전하다 혼자 있을 아내가 걱정이 된 아버지의 속 마음을 모른 채 아들들은 애원하듯 전화기를 붙들며 말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몹시 아프신 것 같아 날 밝으면 병원으로 모시고 가보려고요“
“내가 지금 그리 가마” 계절을 몰고 오는 바람처럼 집으로 달려온 남편은
“여보 무슨 일이야 이게… 어디가 아파? 빨리 큰 병원 가보자고“
“봐요 !당신도 내가 아팠다니까 한걸음에 달려오는 것 처럼 그게 부부잖아요“
“시부모 간병 때문에 이제껏 고생했는데 나 때문에 또 고생할까 봐….“ “나 어제 괜찮으니 당신 병원부터 갑시다 내가 간병해 드릴테니.....“
아내가 자신의 병시중을 든다고 또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팠던 남편은 초조한 눈빛만을 내보이고 있는 모습에
“이런 일이 있으면 저희하고 먼저 의논하셨어야죠?”
“면목 없구나” 자식들이 돌아간 뒤 잠든 아내 곁에서 가위질한 시간만 만지작거리다
부부라는 행복 하나로 희망을 품고 산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밤의 공백을 채우던 남편은 세월이 먹다 남긴 자투리 시간이라도 허락된 것에 고마워하던 아내가 내뿜는 숨소리 하나라도 지워질까 달빛을 녹여 만든 따스함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삶은 무슨 색일까 차가운 보라색 아니면 따뜻한 노란색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투명한 색일까
백 개를 손에 쥐여줘도 빼앗긴 한 개 때문에 우는 자식들에게 아내를 맡길 수 없다며
마치 선택받은 게 아니라 선고받은 사람처럼
두텁게 내려앉은 침묵을 깨고 담배 한 개비에 빨간 불씨를 피우고 있던 남편은
인연으로 만나 운명이란 이름으로 한평생을 함께한 사람 아내에게 두 번은 눈물 흘리지 않게 주겠다던 그 약속을 지키겠다며 잠든 아내의 손을 꼭 쥐어봅니다
다음 날 아침 “여보…. 나 경로우대증 나왔어요“ “어디 봐”
아내가 할머니가 되었다는 경로우대증을 매만지던 남편은
행복보다 아픔을 먼저 배워버린 아내에게 보이기 싫은 눈물 대신 싱거운 농담을 건네고 있었는데요 “여보.... 왜 부부라고 부르는지 알아?“ “결혼한 사람을 부부라고 부르잖아요“ “하늘이 부를 때까지 (부) 붙어있으라고 부부라고 부른데“
“호호호.. 당신 기분 좋은가 봐요 아침부터 안하던 농담을 다 하고…. 힘든 시간을 추억이라 믿고버텨온 아내를 위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일분일초라도 아내를 웃게 해주는 게 남편의 의무라는 듯 두 눈을 맞추더니 “부부라는 관계를 직업처럼 느낀다면 눈물뿐이고 운명으로 느낀다면 행복뿐이래“
“여보,, 다음 세상에도 내 아내 되어줄 거지?” “백번이고 만 번이라도요.
아프면 등 두드러져 주고 곁을 끝까지 지켜줄 사람 그들을 우린 부부라고 부른다며
부부는 꼭 쥔 두 손을 흔들며 나란히 병원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두 심장이 만나 하나처럼 뛰는 게 부부이기에….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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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명한 가을날씨 속에서 휴일날을 잘 보내셨는지요 저녁시간에 음악소리와.
좋은글을 읽으면서 머물다 갑니다 오늘의 날씨는 맑은 가을날씨를 보인 하루 였습니다.
내일 부터는 추워진다고 합니다 대비를 하시고 웃음이 가득한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시길 바람니다.💘
백장 / 서재복 시인님의 좋은글 "부부라는 이름 앞에서"와 아름다운 영상과 좋은 음악 즐감하고 갑니다.
11월 첫 월요일 아름다운 가을꽃 단풍처럼 우리들의 운명도 잘 익어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