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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요, 직장(구직) 24-10, 평범함의 함정
“구직할 때 이력서를 반드시 손으로 써야 할까요? 손수 쓴 이력서가 물론 의미 있지만, 왜 손으로 써야 할까 궁금하기도 해요.”
“손으로 쓴 이력서가 당사자의 의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취직할 때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내가 그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만한 자격이나 경험 같은 것들을 쓰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지원하는 입주자 분들을 떠올리면, 특별한 자격이나 경험이 없는 경우도 많고, 있더라도 지역사회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그 자격과 경험이 대부분 부족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이 분들이 가장 내세울 만한 건 일하고자 하는 의지, 열정 그런 것들 아닐까요. 그런 의지와 열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직접 쓴 이력서고요.”
“이렇게 들으니 장애인 구직에 있어서는 자본주의의 원칙이 완전히 거꾸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뛰어난 조건을 갖춘 노동력을 뽑거나, 또 반드시 노동력을 필요로 할 때 사람을 채용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조건이나 상황이 아니더라도 당사자와 일할 마음을 내어 줄 만한 곳을 찾는 거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직접 쓴 이력서가 ‘편지’ 같기도 해요. 당사자가 지역사회에 마음을 내어 보이는 편지요. 직장 사장님과의 관계를 정성이 담긴 편지로 시작한다면, 관계를 생각한다면, 참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이력서를 직접 쓰는 이유가 이제 조금 정리되는 것 같아요.”
지난날, 단기사회사업에서 정선영 씨 구직을 도왔던 전채훈 선생님과 나눈 대화다. 저녁 활동 나눔 시간에 이런 생각을 주고받았다. 이미 2년 전 일이라 정확히 저렇게 정리된 문장으로 말했다 할 수 없지만, 대화의 내용은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동안 입주자의 구직을 돕는다는 건, 어쩐지 다른 과업을 돕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입주자의 신앙생활, 학교생활, 가족관계, 취미 등을 돕는 것보다 구직을 돕는 일이 훨씬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졌다. 그 일을 돕는 과정과 그 일을 도왔을 때 당사자의 자격이 평범하지 않게 느껴져서 그런 듯하다.
⦁입주자분들이 신앙 생활할 때, 여느 사람처럼 지역사회 교회를 찾아간다. 교회에 성도로 등록되면, 교회에서 다른 성도와 함께 신앙생활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다. 교회에서 성도로 예배 참석하고 헌금하고 이런저런 모임에 참석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입주자분들이 학교 생활할 때, 여느 사람처럼 지역사회 학교에 입학한다. 그 학교에 정식 입학한 학생이면, 학교에서 다른 학생과 함께 학교생활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다. 학교에서 학생으로 수업 듣고,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교우와 어울린다.
⦁입주자분들의 가족관계를 도울 때, 이미 가족이라는 것만으로 가족관계를 도울 명분은 충분하다. 가족으로 서로 연락하고 만나고 왕래하며 지낸다. 이런저런 가족 행사에 함께하고, 서로 돕고 챙기며 지낸다.
⦁입주자분들의 취미 생활을 도울 때, 여느 사람처럼 지역사회 학원을 찾아간다. 학원 수강생으로 등록되고 수강료를 내면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다. 수강생으로 학원 수업 참여하고, 원장님을 비롯한 다른 학원 수강생과 어울리며 지낸다.
⦁입주자분들의 구직을 도울 때, 대개 직접 이력서를 작성한다. 둘레 사람에게 구직 소식을 알리고, 지역사회 사업장을 두루 다니며 이력서를 전한다. 반드시 구인 공고를 낸 곳이 아니라도 찾아가 문의한다.
입주자분들의 다른 일을 도울 때와 달리, 구직을 도울 때는 ‘여느 사람처럼’이라는 말을 쓰기가 어려웠다. 내가 아는 여느 사람들은 구직할 때 이력서를 작성하고, 구인 공고가 난 곳에 이력서를 낸다. 지인들에게 구직 소식 알리고, 직장을 소개해 달라 부탁하기도 하지만, 이때도 일자리가 있는 곳이어야 이력서를 낼 수 있다고 여긴다. 이력서를 낼 때도 내가 갖고 있는 조건과 그 직장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어느 정도 맞는 곳에 이력서를 낼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입주자분들의 구직을 도울 때는 그 방법이 사뭇 다르다. 그래서 구직을 돕는 과정이 평범하지 않다 여기게 된다. 구직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인데 그 과정이 평범하지 않다 생각되고, 구직을 하기에 참 어려운 조건이고 더군다나 사람을 구하지 않는 곳에도 이력서를 내러 간다 생각하니, 구직하는 당사자도, 구직을 돕는 직원도 그 발걸음이 참 무겁다.
그런데 입주자분들의 구직을 돕는 과정은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사람과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이 과정이, 평범하지 않다 여기게 되는 이 과정이 그렇게 도와야 한다는 ‘당위’를 갖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직도 평범하게 도와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왜 이렇게 도와야 하는지 대답할 논리를 갖추고 싶었다. 그래서 전채훈 선생님과의 대화와 복지요결의 ‘평범하게 합니다’라는 문장을 오랜 시간 되뇌며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다.
① 과정으로서의 평범함과 결과로서의 평범함
이전에 TV에서 우연히 이런 일화를 보았다. 한 가수가 자신의 데뷔 과정을 이야기했는데, 연예인들이 대개 길거리 캐스팅이나 오디션, 프로필 사진을 돌려 발탁되는 것과 달리 자신은 조금 무모한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이미 몇 차례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신 끝에, 기획사에 들어가기 위해 기획사 사장을 직접 만나 자신의 열정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기획사 사장을 만날 기회를 노릴 만한 방법을 생각하다 기획사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카페를 찾는 기획사 사장에게 자신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렇게 결국 기획사 연습생을 거쳐 가수로 데뷔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 직업을 선망하는 여느 사람들이 거치는 길과 달랐지만, 그 가수의 데뷔 과정을 사람들은 용기가 대단하다며 높이 샀다. 어느날 우연히 본 그 일화를 떠올리며, 같은 결과라도 어느 사람의 상황에 따라 향하는 길, 이루는 과정, 선택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길과 과정과 방법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에 비추어 타당하다면, 조금 다른 길을 거쳐 좋은 결과를 이룬 그 과정을 사람들은 얼마든지 인정해 준다는 것을 알았다.
‘평범한 모습’도 그러하지 않을까? 우리가 평범한 모습이라는 결과를 갖추기 위해서는 그 결과로 향하는 여러 길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 길 가운데 어느 길은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일 수도 있고, 어느 길은 소수의 사람만 가는 길일 수도, 또 어느 길은 내가 첫발을 내딛는 길일 수도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을 택하는 게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기 쉽고 평범하게 여겨지겠지. 그런데 물길만 있는 곳에서 강 건너편 어느 곳에 도달해야만 그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나라가 있다고 했을 때, 수영을 못하거나 물을 극히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돌다리를 놓아 강을 건널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사람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기꺼이 돌다리를 함께 놓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수영해서 강을 건너는데, 너는 수영하지 않았으니 그 노력은 이상하다 할 수 있을까? 나중에는 오히려 많은 사람이 돌다리를 이용해 강을 건너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건 결과로서의 평범일까, 과정으로서의 평범일까?
결과가 평범하다, 과정이 평범하다. 이렇게 구분하니 구직을 돕는 것이 다른 일과 달리 느껴졌던 이유, 더 부담되었던 이유가 명확해진다. 평범함의 과정과 결과를 구분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택하지 않는 방법인 듯하니 선뜻 그렇게 하기가 망설여졌다. 사회사업 철학에서 ‘평범하게 돕는다’고 했는데, 평범해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도와도 될까, 라는 고민도 했던 것 같다.
신앙생활과 학교생활, 가족 관계, 취미 생활을 도울 때는 그것을 돕는 과정 역시 많은 사람이 택하는 방법을 따를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평범한 방법이니, 평범한 결과 역시 쉬이 그려지고 쉬이 따라온다. 그런데 구직은 많은 사람이 거치는 것과 조금 다른 방법을 택해 돕는다. 여느 사람처럼 지역사회 사업장에 일한다는 평범한 결과를 지향하며 평범해 보이지 않는 과정으로 구직을 돕는다.
⦁입주자분들이 신앙생활할 때, 여느 사람처럼 지역사회 교회를 찾아간다. 교회에 성도로 등록되면, 교회에서 다른 성도와 함께 신앙생활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다. 교회에서 성도로 예배 참석하고 헌금하고 이런저런 모임에 참석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평범한 과정+평범한 결과)
⦁입주자분들이 학교생활할 때, 여느 사람처럼 지역사회 학교에 입학한다. 그 학교에 정식 입학한 학생이면, 학교에서 다른 학생과 함께 학교생활 할 수 있느 자격을 갖춘다. 학교에서 학생으로 수업 듣고,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교우와 어울린다.
(평범한 과정+평범한 결과)
⦁입주자분들의 가족 관계를 도울 때, 이미 가족이라는 것만으로 가족 관계를 도울 명분은 충분하다. 가족으로 서로 연락하고 만나고 왕래하며 지낸다. 이런저런 가족 행사에 함께하고, 서로 돕고 챙기며 지낸다. (평범한 과정+평범한 결과)
⦁입주자분들의 취미 생활을 도울 때, 여느 사람처럼 지역사회 학원을 찾아간다. 학원 수강생으로 등록되고 수강료를 내면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다. 수강생으로 학원 수업 참여하고, 원장님을 비롯한 다른 학원 수강생과 어울리며 지낸다.
(평범한 과정+평범한 결과)
⦁입주자분들의 구직을 도울 때, 대개 직접 이력서를 작성한다. 둘레 사람에게 구직 소식을 알리고, 지역사회 사업장을 두루 다니며 이력서를 전한다. 반드시 구인 공고를 낸 곳이 아니라도 찾아가 문의한다. (사뭇 다른 과정) → 직장을 구하게 되면, 여느 사람처럼 지역사회 사업장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며 급여를 받고, 동료들과 어울리며 지낸다. (평범한 결과)
평범한 과정과 평범한 결과를 구분해 생각하면 일이 조금은 쉬워진다. 결과로서의 평범함을 향해 가는 과정은 다양할 수 있다고, 그 과정은 많은 사람이 택하는 평범한 과정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껏 가진 모호함이나 부담감이 조금은 해소되는 듯하다.
② 당사자와 지역사회 측면에서의 논리
당사자의 구직을 돕는 과정이 다양할 수 있음을, 지역사회 사업장을 두루 다니며 채용공고가 나지 않은 곳에도 이력서를 전하는 뜻을 논리를 갖춰 설명하고 싶다.
월평빌라는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이다. 우리가 돕는 입주자분들은 구직할 때 자격, 경험, 조건 측면에서 지역사회 여느 사람에 비해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직장을 구하더라도 업무에 적응하고 숙달하기까지 대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도움이 필요할 가능성 역시 높다. 그럼에도 입주자분들이 일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렇다. 직장을 구해 급여를 받는 것도 물론 생활에 도움이 되겠지만, 일한다는 것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여느 사람이 10대 후반 이후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장에서 정식 직원이 되어 일하는 것처럼, 입주자분들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이를 통해 얻는 유익도 많다. 내가 어딘가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 만나는 사람과 경험하는 일을 통해 얻게 되는 넓은 시야, 더 나은 삶을 살고 싶고 살 수 있다는 희망…. 이런 것들도 구직의 이유가 된다. 이런 이유들을 잘 알아봐 줄 수 있는 직장을 구하기 바란다.
당장 사람이 필요한 곳에서는 빠른 시간 내에 그 업무를 숙달하고 잘 처리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업주의 마음이 급하면 당사자를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 직장을 지속적으로 다니려면, 사업주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 일을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 다닐 만한 직장, 그런 곳을 찾아야 한다. 그런 곳은 오히려 지금 당장 사람을 구하지 않는 사업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채용공고가 나지 않은 사업장을 일부러 찾아가 이력서를 전한다.
학원, 학교, 교회, 가족들은 당사자가 수강료를 내거나 입학했다는 것만으로, 교회 성도가 되고 가족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지역사회도 당사자에 대한 의무가 있음을 쉽게 받아들인다. 수강생으로 수업 잘 수강하고, 학생으로 학교생활 잘하고, 성도로 신앙생활 잘할 수 있게 지역사회가 돕고, 가족으로서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반면에 구직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월급을 주고 사람을 고용하는 고용주 입장에서는 누가 보아도 일을 배우거나 직장에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은 사람을 채용하거나, 업무에 익숙할 때까지 기다리고 가르칠 의무가 있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입주자분들이 일하고자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이유를 잘 알아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사람은 그냥 만나지지 않는다. 우리가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지역사회 사업장을 직접 두루 찾아다닌다. 마음을 전하고 알아보는 일이니, 직접 만나야 그 마음이 더욱 잘 전해지지 않을까, 더욱 와닿지 않을까.
③ 사회사업 측면에서의 논리
⦁ 사회사업 개념과 사회사업가의 정체성
월평빌라는 사회사업 하는 곳이다. 사회사업가는 사회사업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당사자의 구직을 돕는 과정도 역시 사회사업이어야 한다.
사회사업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이고, 사회사업가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사회사업가는 주로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관계를 주선한다. 사회사업 개념과 사회사업가의 정체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가 구직을 돕는 과정은 지극히 사회사업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구직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당사자가 지역사회를 두루 다니며 직접 쓴 이력서를 전하며 마음을 보이고 관계할 수 있게 주선하는 것. 사회사업 개념과 사회사업가 정체성에 부합하는 일이라 여겨진다.
⦁ 사회사업 철학
복지요결에서는 장애인이나 시설 입주자를 도울 때 절실한 철학으로 평범함을 이야기한다.
평범하게 합니다.
그 사회 그 연령대의 여느 사람처럼 복지를 이루게 돕습니다.
이런저런 복지를 이루는 시기 형식 조건 수준 따위를 평범하게 합니다. 의식주, 일상생활, 언행, 호칭, 인간관계, 개성 추구, 사회 활동, 사람 노릇 따위도 되도록 여느 사람처럼 하게 돕습니다.
『복지요결(24.3.29.)』, 28쪽
이에 따라 우리가 돕는 입주자분들도 그 사회 그 연령대 여느 사람처럼 복지를 이루게 돕는다. 일할 만한 나이와 상황이 되었을 때, 당사자의 희망에 따라 여느 사람처럼 일할 수 있게 돕는다. 그저 복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복지를 이루는 시기 형식 조건 수준 따위를 평범하게 하라고 하였으니, 입주자분들이 여느 사람처럼 지역사회에 있는 직장에 다니며 일하고, 평범한 관계를 맺으며 지내도록 돕는다.
⦁ 사회사업 생태체계 개념-위계와 소박한 사회사업
우리는 보통 어떻게 살아갑니까? 보통 사람의 생태체계는 어떻습니까? 보통 사람은 당사자 및 가족, 아는 관계에서 필요를 채웁니다. 여기에서 부족하면 공식 체계 중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하는 보편적 지원을 활용합니다. 이것이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보통화의 원리에 따라 도우려면 어떻게 실천합니까? 먼저 보통 사람이 그러하듯 우선순위를 정해 도와야 합니다.
➀ 1순위 – 보통 생태체계 : 당사자 및 가족, 아는 관계, 권리적 공식체계
1순위는 당사자 및 가족, 아는 관계, 권리적 공식체계 중에서 방안을 찾습니다. 여기에서 권리적 공식체계란 시민이라면 누구나 낙인 없이 권리로 이용하는 문화, 정책, 제도, 행정 등을 말합니다.
➁ 2순위 – 특별한 생태체계 : 비공식 체계 중 모르는 관계
기존 보통의 생태체계를 살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경우 2순위로 비공식체계 중 모르는 관계에서 방안을 찾습니다. 돕고 나눌 주변인을 사회사업가가 새롭게 찾아 당사자와 연결합니다.
➂ 3순위 – 특별한 생태체계 : 시혜적 공식 체계
3순위는 공식 체계 중 약자임을 증명해야 이용할 수 있는 낙임감을 주는 시혜적 공식체계입니다.
단, 시혜적 공식체계라 하여 무조건 나쁘게 보아서는 곤란합니다. 유용한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 1순위, 2순위에서 부족한 경우에는 마땅히 3순위로 활용해야 합니다. 1순위, 2순위, 3순위의 순서를 지키지 않아서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지, 시혜적 지원을 무조건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둘째, 생태체계 내 관계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마중물 성격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순위와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주성을 해칠 정도로 과하지 않게 활용하는 정도를 전제로 합니다.
양원석, 『사회사업 생태체계 개념 시험판 3.1』 130쪽, 위계와 소박한 사회사업
사회사업 생태체계 개념을 살피면, 우리가 당사자를 도울 때 보통화의 원리에 따라 도와야 한다고 한다. 보통화의 원리에 따라 도우려면 필요를 채울 때 보통 사람이 따르는 우선순위에 따라 도와야 한다고 한다. 그 우선 순위는 이러하다. 당사자의 생태체계를 살펴 당사자와 가족, 비공식 체계 중 아는 관계, 권리적 공식체계를 먼저 찾고, 다음으로 비공식 체계 중 모르는 관계, 마지막으로 시혜적 공식 체계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구직 과정도 이 보통화의 원리에 따라 돕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직을 두고 먼저 당사자, 가족과 의논한다. 이력서를 작성하고 둘레 사람(비공식 체계 중 아는 관계)을 만나 구직 소식을 전한다. 둘레 사람과 의논해 이력서를 작성하거나 수정할 수도 있겠다. 이력서를 작성하거나 면접을 준비할 때 도서관을 비롯한 여러 곳을 다니며 자료를 찾거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권리적 공식체계). 이 과정에서 직장을 소개받아 일하게 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이제 지역사회 사업장을 두루 다니며 이력서를 전하고 구직하는 뜻을 전한다(비공식 체계 중 모르는 관계). 장애인 일자리나 장애인취업성공패키지와 같은 수단은 활용할 수도 있으나, 그 순위를 가장 뒤로 미루거나 되도록 경계해서 활용하려 한다.
구직할 때 물론 당사자의 상황에 따라 고용지원센터, 워크넷, 직업알선사이트, 공공일자리, 기업채용공고와 같은 다양한 경로를 활용할 수 있다. 여느 사람이 활용하는 방법이니 우리가 지원하는 입주자분들도 활용 가능하다 생각한다. 다만, 여느 사람이 하지 않는 방법도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생각한다면 선택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입주자분들의 평범한 삶, 평범한 사람살이에 도달하는 과정에는 무수히 많은 길이 있고, 당사자의 상황에 적합한 길이라면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나름의 타당성을 갖춰 설명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언젠가 박시현 선생님이 ‘선택지의 함정’에 관해 말씀하신 적이 있다. 평범함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평범하다 여기는 것,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함의 개념에도 함정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하게 돕는 것이 무엇인지, 당사자가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도와야 할지 구직을 통해 보다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김성요 씨의 구직을 본격적으로 돕기 이전에 내가 택한 방법과 과정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나마 정리하고자 했다.
2024년 4월 6일 토요일, 신은혜
깊이 생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신은혜 선생님의 사유와 논리를 따라가며 더불어 생각하고 또 스스로 답했습니다.
① ‘평범함의 함정’은 ‘변통하지 않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람 사안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하셨지요.
② 다른 과업에 비해 구직이 사회사업가에게 입주자에게 다르게 여겨지는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죠. 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것까지. 한계가 있을 제 생각에는 ‘월급’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주고받는’게 명확합니다. 다른 과업에 비해 지역사회도 입주자도 주고받아야 할 게 명확합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다른 곳보다 입주자와 지역사회의 관계가 좀 달라 보입니다. 그래서 직장을 다닌다는 게 중요해 보이고요. 이건 더 궁리해 보겠습니다.
③ 구직에서 ‘평범함’의 반대를 설정한다면 무엇일까요? 요결의 표현에 따르면, 즉 ‘시기 형식 조건 수준’ 따위가 평범하지 않다는 거겠죠. 시기 형식 조건 수준 따위가 평범하지 않은 모양새를 그려 보면 조금 분명해지죠.
④ 실무자에게는 이력서 작성 방법과 과정, 일하는 곳과 일의 종류와 급여, 이런 것이 크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런 것에 평범하기 마음 쓰겠고요.
⑤ 입주자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직장을 구하게 거들고, 입주자와 지역사회가 구직 복지를 이루게 돕습니다. 평범하게 하려는 철학(정신)으로 돕고요. 그 과정에서 변통을 생각합니다. 월평의 구직은 모두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일했던 근로작업장의 일도, 워크넷으로 구직 과정 중인 것도, 모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차 마시며 선생님 이야기 직접 듣고 싶습니다. 월평
첫댓글 평범하다는 것도 조작적으로 주관으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구직하려는 입주자의 상황에 따라 평범함도 다르게 해석, 적용되지 않을까요? 특히 월급이나 일하는 형태를 생각하면 결과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아요.
2. 당사자와 지역사회 측면에서의 논리와 3. 사회사업 측면에서의 논리에 쓴 내용에 공감합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토록 깊이 생각하고 생각한 바를 나눠주시니 고맙습니다.
저마다 다른 입주자의 상황과 구직의 '시기 형식 조건 수준' 따위를 생각한다면 '평범'하다는 모양새를 쉬이 정의하기가 더욱 어렵겠네요. 임우석 선생님 말씀처럼, 입주자분들이 지역사회 사업장에서 일한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결과가 평범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이렇게 볼때, 입주자분들이 여느 사람처럼 지역사회 사업장에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일하는 시기와 형식 조건 수준 따위는 입주자 상황에 맞게 '변통'할 필요가 있겠어요. 이미 여러 동료가 그렇게 지원하고 있고, 여러 입주자분들이 그렇게 일하고 있지요. 덕분에 구직에서의 평범함과 변통함을 더욱 생생히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박시현 선생님과 임우석 선생님의 피드백을 통해 다시 생각을 다듬고 정리합니다. 고맙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당사자와 구직을 의논할 때 신은혜 선생님의 이 기록을 꼭 꺼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