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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천국 미네소타
미국의 중북부에 위치한 미네소타는 무려 15,000 개가 넘는 아름다운 호수로 유명한 곳입니다. 호수가 많아 민물 낚시가 아주 일반화돼 있습니다. 캐나다와 국경을 맞댄 북쪽지역으로 겨울이 길고 추운 곳입니다. 그래서 겨울이면 사람들은 호수 위에 통나무집을 짓고 자동차로 끌고 다니면서 두껍게 언 호수에 구멍을 낸 뒤 낚시를 즐긴다고 합니다. 임시 가옥이라고 하지만 통나무로 지은 집을 차로 끌고 다녀도 끄떡 없는 정도로 두껍게 얼음이 언다니 정말 대단하죠?
미네소타 호수에만 사는 새가 있습니다. 룬이라는 샌데요. 마치 늑대 울음 같은 소리를 내더군요. 오래 듣다 보면 정말 아름다운 소리인데 이 새가 겨울엔 추위를 피해서 남쪽으로 떠나는데 특이한 건 미네소타를 떠나면 그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룬이라는 새의 울음은 미네소타의 호수에서만 들을 수 있는 셈이죠. 그래서 그런지 미네소타 미네아폴리스 국제공항에 가면 룬의 소리를 흉내 낸 놀이기구를 특산물로 판매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미네소타는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 가운데도 추위에 익숙한 스웨덴과 핀란드 쪽 북구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고요. 또, 홀트아동복지회 등 세계적인 입양기관의 본부가 많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많이 입양돼 살고 있는 곳이죠.
이번 취재를 위해서 미네소타의 미네아폴리스에서 차를 빌려타고 북쪽으로 5시간이나 운전을 했는데요. 넓은 들판에서 만나는 침엽수가 가득 찬 숲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북구에서나 볼 수 있을듯한 아름다운 숲이죠. 하늘은 한 점 구름도 없이 푸르고요… 그 아름다운 호수, 새벽이면 물 안개가 수면을 따라 천천히 흐르는 마치 북한강을 닮은 그 호수에는 오리를 닮은 룬만이 구슬픈 울음 소리를 흘릴 뿐 고요했습니다. 여름이 오면 미네소타의 하켄색이란 지방의 호숫가에는 한국어 마을이 들어섭니다. 아침의 고요는 학생들의 기상을 알리는 꽹과리와 북소리로 흩어집니다.
미네소타 호숫가에 울려퍼지는 꽹과리 소리 원래 미국 기독교 단체가 여름 휴양지로 쓰는 곳인데요. 여름의 한 두 달 동안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숲 속의 호수마을로 변합니다. 숲 속의 호수마을은 모두 20여 개의 통나무 집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각 통나무집에는 경기도, 황해도 같은 한반도 각 도의 지명이 한글로 표시돼 있습니다. 남북한 남녀의 기질을 표현하는 남남북녀라는 표현이 있습니다만 이곳은 다릅니다. 한국의 각 도 이름이 붙은 통나무집은 여학생들이, 북한의 각 도 이름이 붙은 통나무집은 남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백여 명의 학생들이 1주일에서 한 달 동안 하루 24시간 한국말과 한국문화에 흠뻑 빠져 배우고 즐기는 여름 캠프 현장입니다.
캠핑장의 입구에는 제주도 하루방이 손님을 맞고요. 비록 간장, 된장이 들어있진 않지만 큰 장독대와 각종 항아리들이 마치 한국 같은 느낌을 자아냅니다. 학생들은 아침 체조도 최신 한국 가요에 맞춰 몸을 푸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학생들은 강당에 모여서 “머리! 머리! 다리! 다리!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보세요…”라는 노래를 부르며 단상에서 춤을 추는 강사들의 율동을 열심히 따라 합니다. 물론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지만 2주일 동안 계속하다 보면 한국말을 처음 접하는 금발의 외국 어린이들도 손과 엉덩이, 허리 등 노래 가사에 나오는 신체의 각 부분 명칭을 잘 외워서 돌아가게 됩니다.
오늘의 암호 - "이름이 뭐예요?"
이어 찾아온 식사 시간… 부르기 쉽고 배우기 쉬운 한국 가요의 가사를 고쳐서 율동과 함께 가르칩니다. 일어나자마자 아침 내내 몸을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어서 시장기가 돌지만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하나 남아있습니다. 바로 암호를 대는 일인데요. 그날 그날에 따라서 어느 날은 이름을, 어느 날은 자신의 숙소 이름을 대야 합니다. 그러면서 “이름이 뭐예요?” “어디에 살아요?” 같은 간단한 질문을 알아듣고 또 대답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거죠.
이곳에서는 한국인과 다른 민족 사이에 태어난 2세들을 혼혈아란 말 대신 총명하고, 아름답다는 뜻의 함경도 방언인 자그배라 부릅니다. 이들 자그배들이 매년 이곳을 찾는 학생들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미국인과 입양아, 그리고 한국인 2세, 3세들로 구성됩니다. 생김새는 다 달라도 이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하나는 하나같이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더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다들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워싱턴에서 온 한 자그배는 자신이 한국말을 하지 못하면 서울에 사는 어머니 쪽 가족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고요. 한국인의 피가 섞였을 것 같지 않았던 또 한 자그배는 한국인인 할머니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혹시 아느냐고, 어쩌면 자기가 나중에 한국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며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자랑스러워요!" 이 캠프에는 자그배와 한국인 선생님 30여 명이 매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국인 선생님들은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과 캐나다에서 역시 공부하는 유학생들, 그리고 한국에서 온 대학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온 학생들은 입양아들이 아닌 미국인들이나 타민족들이 한국어를 배우러 캠프에 참가하는 모습에 크게 놀라면서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방학을 맞아 자원봉사 삼아 미국에 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고려대학교 박재민 양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한국어를 미국에서 가르친다고 해서 저는 입양아만 오는 줄 알았는데 와 보니까 반 이상이 흑인일 때도 있고, 몽족도 있고… 오히려 한국 아이들이 소수라서, 우리나라 언어에 이렇게들 관심이 있구나… 자랑스럽더라고요.”
장구, 태권도에 양궁까지
이 캠프는 한국어만을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양궁과 사물놀이, 태권도 등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한국말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쿵따닥, 쿵딱, 쿵따닥 쿵딱!”
파란 눈의 미국 어린이들도 처음 잡아보는 장구채가 어색하지만 강사의 지도에 따라 열심히 장구를 두드립니다. 선생님들은 한국의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어깨춤을 추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요? 오른 손을 쭉 펴서 채를 잡으라는 말도 듣는 둥 마는 둥 마치 드럼을 두드리듯 장구를 쳐댑니다. 그러나 그렇게 한 가지 박자를 배우고 나면 나중에 한국의 사물놀이 공연을 접할 때 연주자들의 현란한 연주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희미하게나마 알 수 있겠죠.
양궁도 최근 이 캠프가 도입한 인기 있는 한국 문화 이벤틉니다. 팔뚝에 보호장구를 차고 활 시위를 힘차게 당겼다 놓으면 화살촉이 날아가 과녁에 박힙니다. 마냥 신기한 이 동작을 연거푸 계속하면서 어린이들은 한국 문화와 전통의 맛과 멋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즐기고 따라하기 위해 배우는 언어-한국어 수요의 새로운 경향
이곳에서 접하는 한국 문화는 굳이 장구와 양궁, 태권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각종 활동을 하는 강당에는 태극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국말을 민족어로서 가르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대신 최근 한류를 대표하는 한국의 유명 탤런트와 영화배우들의 눈에 익은 영화 포스터들로 도배가 돼있습니다. 문화를 즐기고, 따라 하기 위해 배우는 언어… 욘사마 열풍에 이은 일본인들의 한국어 수강 열기에서 보듯이 한글의 세계화를 여는 새로운 착안점입니다.
한 해 이곳을 다녀가는 학생들은 200여 명. 지난 1999년 시작한 이 캠프가 입 소문을 타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해마다 입소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어 마을을 다녀간 미국 학생들은 모두 천여 명. 한국어 마을은 고등학생들의 정식 교과과정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 인가를 받으면서 한국학 전공 예비 학생들을 배출하는 훈련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곳이 미국의 각지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한글학교와는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한글학교는 이미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어린이들에게 한국의 교과과정을 따라가게 하기 위한 심화학습에 중점을 둔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으로 한국말을 접하는 사람들이 따라가기도 힘들뿐 아니라 문법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어도 그걸 미국사람들에게 설명하지 못하더라는 게 이곳 학생들의 설명이었습니다.
자그배로서 2년째 이 캠프에 참석하고 있는 타냐 데슬로지 양(17)의 말입니다. “한글학교는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이기 때문에 우리들이 문법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경우에 그걸 설명해주지 못하더군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한국어를 외국인들에게 가르치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그런 의문점에 대해 설명을 잘 해주고 우리들에게 뭐가 필요한지를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아요.”
그냥 노는 것처럼 보이는 캠프생활이지만 반복적인 모든 활동은 언어를 효과적으로 체득시키기 위한 철저한 계산 속에 구성돼 있습니다. 한국어 외에도 지난 45년 동안 핀란드어와 스웨덴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를 전문적으로 교육해온 이곳 언어마을의 노하우 덕택입니다.
파란 눈의 미네소타 한국어 마을 촌장 로스킹 교수 미네소타의 호변 마을에서 한국 가요와 꽹과리, 장구 소리가 울려 퍼지게 만든 사람. 한국어 마을의 촌장은 놀랍게도 파란 눈의 미국인, 로스 킹 교숩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한국학과 교수로서 한국인과 결혼한 한국 통입니다. 어렸을 적에 콘코디아 언어마을에서 독일어 등을 배운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대학교 때 우연히 한국어를 접하게 돼 한국어 박사가 됐고 결국 콘코디아 언어마을에 한국어 마을을 세운 사람입니다.
킹 교수는,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 한 명을 배출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굉장히 장기적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숲 속의 호수와 같은 과정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라며 한국을 공부하는 미래의 한국 전문가 배출을 위해 한국어 마을이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 마을이 한국의 국제교류협력재단으로부터 지원 받는 돈은 한 해에 고작 6백만 원 정도… 고학으로 어렵게 한국어를 배운 킹 교수는 한국정부와 국민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쓰는 돈의 단 10%라도 한국어 교육을 위해서 쓸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완벽한 한국말로 말했습니다. “영어와 영어교육에 투자하는 금액과 한국 사람들이 국어와 국어교육에 투자하는 금액을 비교하면 창피할 정도로 미미할 겁니다.”
한국어 마을의 성공비결은 우수한 강사진의 확보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전문 강사와 율동 전문가, 만화가 등이 벌써 몇 년 동안 여름마다 이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 달 동안 한국어 마을에서 받는 강사료는 70만원 정도로 한국에서 미네소타까지 왕복 항공료의 채 반이 못 되는 박봉입니다. 하지만 미국 땅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미네소타 숲 속의 마을을 찾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고 외국어대학교 한국어 강사로서 이곳 한국어 마을의 부촌장을 맡고 있는 조영미 씨는 말합니다.
"처음에 이곳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자기 이름도 똑바로 못 써요. 하지만 4주차 정규교육을 받으면 아이들이 기본적인 한국말을 제대로 하게 돼요. 그걸 보면 보람이 있고, 여기가 아니면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울 곳이 없는데, 이런 생각에 계속 오게 되더라고요."
영구 건물 갖춘 외국어 마을 입촌이 숙원
한국어 마을에서 자동차로 2시간쯤 북쪽으로 달리면 콘코디아 언어마을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스웨덴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독일어 등을 가르치는 다섯 개 마을로 이뤄져 있습니다. 각 마을은 전통 가옥과 각종 상징물들로 가득한데요. 남의 시설물을 빌려 쓰는 한국어 마을과는 달리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영구적이고 독립적인 시설물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년 사시사철 사용할 수 있는 건물과 기숙사를 갖추고 있고요. 특히 각국의 고유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 때문에 학생들은 마치 그 나라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물론 한국어 마을도 하루방과 장독대, 디딜방아, 그리고 각종 영화 포스터가 있긴 하지만 기와집과 초가집, 마구간이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나겠죠.
콘코디아 언어마을은 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 곳이 건축부지를 매입해 여섯 번째 영구적인 언어마을로 입주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어 마을도 입주를 원하고 있지만 건물을 제외한 부지 매입비만 5백만 달러가 넘어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크리스틴 슐츠 콘코디아 언어마을 원장은 한국어 수요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인들의 관심과 함께 언어마을 입주를 위한 공공기금의 쾌척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큰 교역 상대국이고 중요한 우방이기 때문에 비록 현재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3개국 가운데 가장 수강 인원이 적어도 앞으로 몇 년 동안 한국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물론 돈 문제가 걸려있어서 한국어 마을이 관계자들의 소원대로 콘코디아 언어마을에 입주하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러나 한국어를 외국인도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세계어로 만들려는 한 외국인의 당찬 시도는 한국을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콘코디아 언어마을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http://home.freechal.com/hosuzang/ 이나 http://clvweb.cord.edu/korean/patmos/ 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
첫댓글 호~
지난주 SBS 스페셜을 본 분이라면... 이러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겠죠... 이런 곳에 국가가 지원을 확대해주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유대인들이 대단할 뿐...
양궁이라니! 양궁은 서양넘 활 이자너! 한국의 활은 국궁 내지 각궁 이라고 불러야 맞지 않아? 기자넘...! 대학 공부는 헛한겨?
예전에 이 학교 티비서 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