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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고려대학교 재학 당시 이천수(좌)와 차두리(우)의 모습 / 사진 스포츠코리아(前 PHOTORO.com)
[KUSF = 조민국 기자] 약 16년 전 이맘때쯤, 히딩크호 한국축구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11월 평가전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1년 10월 29일 축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11월 A매치(세네갈, 크로아티아 1차/2차전)에 나설 국가대표 선수 28명의 명단을 발표했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새로운 시도를 꾀했었다. 이날 발표한 대표팀 명단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차두리(당시 22세, 고려대)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발표했던 국가대표팀 명단 28명 중 대학선수가 5명이나 포함됐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차두리(고려대)를 제외하고도 이천수(고려대), 현영민(건국대), 신동근(연세대), 김용대(연세대)가 국가대표팀에 차출됐었다. ※ 2001년 11월 A매치(VS 세네갈, 크로아티아) 국가대표선수 명단 GK = 이운재(상무) 김용대(연세대) 최은성(대전) DF = 조성환(수원) 이민성(부산) 김태영(전남) 심재원(독일 프랑크푸르트) 최성용(수원) 송종국(부산) 김남일(전남) 최진철(전북) MF = 이정운(포항) 이영표(안양) 박지성(일본 교토상가) 이을용(부천) 유상철(일본 가시와) 김도근(전남) 이천수(고려대) 현영민(건국대) 차두리(고려대) 신동근(연세대) 최태욱(안양) FW = 김도훈(전북) 최용수(일본 이치하라) 황선홍(일본 가시와) 이동국(포항) 설기현(벨기에 안더레흐트) 안정환(이탈리아 페루자)
→ 총 28명의 선수 中 대학축구선수 5명, K리그선수 16명, 해외파선수 7명
사진은 前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 / 사진 대한축구협회
히딩크가 주목했던 대학축구 이날 거스 히딩크 감독이 발표했던 국가대표팀의 명단은 갑작스러운 결과물이 아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1년 홍콩 칼스버그컵을 시작으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을 이끌면서 꾸준히 다양한 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선수들의 경기들을 관전했었다. 2001년 3월 20일 거스 히딩크 감독은 대통령배축구대회가 열렸던 효창운동장을 찾아 이천수, 차두리(이상 고려대)와 김용대(연세대) 등의 대학축구선수들의 플레이를 관전하기도 했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축구의 미래인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기쁘다. 1~2명은 대표로 발탁될 수도 있다”며 젊은 선수들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었다. 우여곡절의 히딩크호 그리고 4강 신화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의 선수기용과 새로운 시도는 언론과 대중들로 하여금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 히딩크호는 2001년 FIFA 한/일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게 0:5로 크게 지고 체코와의 친선경기에서 0:5로 크게 진 이후로 여론이 좋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해 11월 8일에 전주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친선경기에서도 거스 히딩크 감독은 대학선수들의 기용하면서 변화를 꾀했지만 경기에서 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었다. 이후 2002년 1월 미국에서 개최된 북중미 골드컵에서 연속된 패배와 무승부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었다.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선수기용과 경기전술 그리고 변칙적인 시도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꾸준히 대학축구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국가대표팀 내 경쟁심을 유도했었다. 젊은 선수들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의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 치열하게 훈련했고 베테랑 선수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었다. 이러한 과정은 2002년 2월 12일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 이후 빛을 발휘했었다. 대학선수의 차출이 성적향상에 100%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의 경기력과 조직력은 전과 다르게 굉장히 좋아졌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은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 이후로 프랑스와의 친선경기까지 총 9경기 동안 3승 4무 2패의 성적을 냈었다. 겉보기에 무승부와 패배가 많아 보이지만 경기력과 조직력은 완성도가 높았었다. 결국 거스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라는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훗날 2017년에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10월 10일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과 모로코와의 평가전 대표팀 모습. 경기 결과는 1-3 패배. / 사진 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의 현주소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어떻게 보면 2001년부터 2002년까지의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모습은 흡사 현재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모습과 비슷하다. 월드컵을 앞두고 연속된 무승부와 패배.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임이후 월드컵까지의 짧은 준비기간(거스 히딩크 약 1년 5개월, 신태용 약 1년). 심지어 2001~2년 대한민국의 여론의 모습도 꽤나 지금하고 비슷하다. 현재 2017년 대한민국의 축구도 당시와 비슷하게 위기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는 다르게 꽤나 심각하다. 2002년 월드컵 준비당시에는 선수들의 훈련시간도 많았었고, 의지도 넘쳐났었고, 강팀과의 A매치도 많았었다. 그런데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국가대표팀의 모습은 어떠한가.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파선수가 많아져 훈련소집자체도 힘들고, 선수들의 의지는 무엇이 문제인지 경기에서 보이질 않고, 강팀과의 A매치를 잡기도 여러 가지로 상황이 복잡하다. 그리고 더해 경기장 안팎의 논란들로 인해 국가대표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당장 올해 11월 A매치와 내년 3월 A매치를 제외하면 K리그, 해외파, 실업팀, 대학축구 선수들이 함께 국가대표팀에 소집돼서 훈련하고 경기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없다. 심지어 올해 12월에 일본 도쿄에서 개최하는 EAFF 동아시안컵마저 국내파로만 명단을 꾸려야한다. 그만큼 시간과 기회가 부족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은 11월 A매치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감독은 증명되지 않은 선수를 발견하여 성장시켜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젊은 피의 열정과 의지에 대해서 높게 평가했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 차두리, 이천수와 같은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4강 신화를 이뤄냈고 자신의 축구철학을 증명했다. 히딩크의 나이와 소속팀을 떠나 오직 실력에 바탕을 둔 선수기용은 지금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가 뽑았던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 차두리, 이천수 등과 같은 선수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각자 유럽리그 진출을 이뤄냈고 은퇴하기 전까지 국가대표에 큰 역할을 해주었다. 감독은 각 소속팀에서 훌륭한 활약하는 선수를 기용해 Best11의 스쿼드를 만들어 경기에서 승리할 임무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히딩크는 이와는 사뭇 달랐다. 그는 증명되지 않은 대학축구선수나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었다. 그는 이미 증명된 선수를 기용하면서도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을 증명된 선수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후에 결과적으로 한국축구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감독은 증명되지 않은 선수를 발견하여 성장시켜야 한다. ‘신태용호’ 그리고 대학축구의 가능성 신태용 감독이 7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로 현재 대표팀 성적은 2무 2패이다. 신태용호가 최근 4경기를 모두 치러내면서 여론으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축구협회의 논란으로 인해서 국가대표팀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하지만, 현재 국가대표팀 감독은 신태용이다. 이제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8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감독을 바꾸는 것도 위험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감독이 바뀌거나 않거나 한국축구가 기억해야할 점은 16년 전이다. 당시 여론의 국가대표팀을 향한 질타는 굉장했었고 시선은 부정적이고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었다. 이제 부임한지 1년도 안됐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를 이해하기 위해서 선수들을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열중했다. 그런데 이는 꼭 해외파나 프로선수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대학축구에도 주목했었다. 이제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8개월 정도 남은 신태용호는 16년 전의 상황을 주의 깊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2017년 5월 23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U20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종료 후 국가대표팀 모습. / 사진 대한축구협회 신태용 감독이 올 7월에 국가대표팀에 부임하면서 여론이 가장 크게 기대했던 점은 신태용 감독이 한국축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슈틸리케호 시절 코치직을 맡았고, 2016 리우올림픽과 2017 U20월드컵에서 감독직을 맡으며 16강 이상의 성적을 냈었다. 특히 신태용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2016 리우올림픽에서 활약했던 권창훈(24세,디종 FCO)을 현재 대표팀에서도 중용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대학축구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대학축구는 아마추어리그에 속하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프로축구선수들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대학축구선수였던 김민재(22세, 전북)과 이진현(21세, FK 오스트리아 빈)을 보면 상황은 다르다. 이는 대학축구리그인 U리그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이중에서도 훌륭한 선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던 이진현은 U20월드컵 이후 곧바로 오스트리아로 직행했다. 만약 한국대학축구가 경쟁력이 없었다면 해외 축구팀에서 관심도 가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위기의 신태용호는 피할 길은 없다. 그들은 오직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할 뿐이다. 시간도, 기회도 많지 않다. 대학축구선수의 대표팀 차출은 어떻게 보면 도박에 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잃은 대표팀에게 더 잃을 것은 없다. 일단 새로운 시도를 도전해봐야 한다. 대학선수들과 같은 젊은 선수들에게 국가대표팀의 영광의 기회를 주어 대표팀 내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 중 뛰어난 선수는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그들 중 누군가가 훗날 차두리나 이천수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