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비율 2.6건 아시아서 최상
베이징에서만 한 해 10만쌍 이혼
사람 키만 한 사진 처리 골머리
태우는 게 금기라 업체에 맡겨
'웨딩 흔적 지우기'가 사업으로
결혼 사진 창업자들이 눈돌려
'베이징에서만 한 해 10만 쌍이 이혼하는 걸 보니 '웨딩 사진 분쇄'란 사업 모델이 떠오르더라고요'
중국 베이징 외곽에서 최근 만난 웨딩 사진 파쇄 전문 업체 '베이징 중텐제눠(중국 하늘, 꺠끗한 역속의 줄임말)'의
류웨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허베이성의 공장에서 돈을 받고 웨딩 사진부터 드레스, 반지까지 파쇄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2600 건의 결혼의 추억이 그의 손을 거쳐 화장됐다.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수 천 위안을 들여 웨딩 사진을 찍는데, 이혼하면 이 사람 키만 한 웨딩 사진이 골칫덩이로 전락한다.
아크릴, 유리, 금속 등 딱딱한 재질로 완성돼서 파쇄도 어렵고 크기가 커서 아파트 단지 쓰레기통에 잘 들어가지도 않는다.
중국에선 사진을 태우는 것이 금기라 불태워 없애는 것도 쉽지 않다.
류웨이는 '앞으로 중국에서 웨딩 흔적 지우기는 미용실, 헬스장처럼 일상적인 편의 서비스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이혼율은 무척 높아서 아시아에서도 최산위권이다.
이혼율이비교적 높은 편에 속하는 한국보다도 압도적으로 높다.
고령화, 비혼과 함께 중국 인구 감소를 부추기는 또 다른 위기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인구 1000명당 새로 조이혼울은 2002년 0.9건에서 2019년 3.36건(470만건), 2020년 3.09건으로 높아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21년 이혼에 앞서 30일간 숙려 기간을 두는 초강수 정책을 내놨고,
이후 이혼 건수가 일시적으로 감소(2021년 2.01건, 2022년 2.04건)했지만, 지난해 다시 전년 대비 25% 증가하면서
조이혼율은 2.6건을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1.8건을 기록했다.
결혼 산업에 몰렸던 창업자들은 '이혼 관련 산업'에 몰리기 시작했다.
보험회사 영업직원 출신인 류웨이가 지난 해 40만위안 들여 분쇄기 2대, 압축기 한 대를 사서 웨딩 사진 파쇄 전문업체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위챗, 더우인(중국판 틱톡), 타오바오에서 주문을 받고 베이징 인근 지역인 허베이의 공장에서 웨딩 관련 문건을 담은
소포를 배송받아 파쇄한다.
의뢰품이 담긴 상자에는 건혹 웨딩 사진 외에도 보석 반지가 함께 들어있다고 한다.
파쇄 과정은 영상을찍어 고객에게보낸다.
가격은 소포의 무게로 매기는 데 25kg 미만일 경우 최저 59위안(약 1만1200원)에서 최고 199위안(약 3만8000원)을 받는다.
배이징, 광동, 장쑤, 상하이 등 부자 동네의 20대~40대 이혼 여성들이 70%를 차지하는 주고객이다.
온라인에 일부 분쇄 영상을 올려 홍보도 하는데, 사진 속 고객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이 영상 모자이크 작업보다
편하다는 이유로 '스프레이 작업'이 하나의 공정으로 자리잡았다.
이혼하는 부부의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어 주는 '이별 사진전문 업체'도 늘어나는 중이다. 이벌찬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