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당시 노량진성당 임응승 신부가 버드나무 가지와 추를 이용해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수맥을 찾아낸다 하여 널리 회자된 바 있다. ‘신부 지관’으로 불리며 수십, 혹은 수백 미터 속의 지하 물길을 발견해 온천수를 비롯한 수자원 개발에 크나큰 기여를 했는데도 일부에서는 ‘비과학적’이란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신들렸다’는 오해까지 감수해야 했다. 임 신부는 1986년 펴낸 ‘수맥과 풍수’란 저서와 강론 등을 통해 “악마를 찾아낸 예수님도 ‘부마자(附魔者·마귀에 의탁한 사람)로서 마귀를 쫓아낸다’는 오해를 받아야 했던 성례를 생각하며 고소를 삼켜야 했다”고 술회한 뒤 “풍수지리의 이치가 하루빨리 과학의 힘으로 밝혀져 고통 받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염원한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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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수년째 열중해 오고 있으나 아직도 능숙하지 못하다. 그러나 전국 산간 오지나 섬 지방까지 누비고 다닌 수없는 간산 길에서 수맥과 관련된 피해사례는 적잖게 보아왔다. 현재 국내에는 수맥협회가 결성되어 많은 회원들이 가입해 있다. 인송(仁松) 김명준(金明俊·72·한국수맥협회 기술위원) 선생은 풍수와 수맥·기맥을 25년 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로 필자도 사사했다. 인송과 함께 조계사(서울 종로), 국립서울현충원(옛 국립묘지), 왕릉 등을 찾아다니며 수없는 실습을 반복했다. 물길, 즉 수맥이 지나가는 곳의 현장은 거의가 동일하다. 육중한 원형 둘레석이 가라앉아 있고 잔디가 뿌리내리지 못하며 흙은 무너져 내린다. 도로 위의 금이 가거나 갈라진 곳에서 엘로드를 작동하면 반드시 ‘X’자로 교차하며 멀쩡한 지점에서는 평행선을 유지하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추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수맥이 있는 곳에서는 요동치며 돌지만 없는 곳에서는 정지해 있다. 인송은 “수맥과 기맥은 항상 함께 이동하므로 구분지어 가려내는 영감(靈感)이 필요하다”면서 “거듭된 반복 훈련을 통해 집중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풍수와 수맥은 별개가 아니고 병행해서 공부해야 하며 지관이 잡아 놓은 명당 터에 수맥은 피하고 기맥이 흐르는 곳을 찾아 안장하는 절차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수맥의 측정을 통해서는 땅속 물길 방향은 물론 수량까지도 알아 낼 수 있다. 잡념 없이 마음을 완전히 비운 무아경지에서 엘로드를 잡고 자문을 한다. ‘지금 수맥이 흐르고 있습니까’ ‘몇 미터 깊이에서 얼마 크기의 폭으로 흐르고 있습니까’를 자신도 모르게 주고받는다. 이때 수맥이 있으면 놀랍게도 엘로드는 작동한다. 이 순간 ‘인간의 의지’가 개입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수맥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거나 ‘움직여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수맥봉은 움직인다. 이래서 중세 이후 유럽에서 ‘신들림’이라는 오해와 함께 ‘악마의 장난’이란 저주까지 받아야 했던 것이다. 이처럼 인간 심령에 의존하고 과학적 실험으로 고정 안 된 분야이다 보니 상업성으로 이용될 경우 더욱 많은 의심이 뒤따르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측정해낸 수맥의 폭이 30㎝ 정도면 40t의 물이 흐르는 것으로 간주한다. 1t의 기준은 4드럼의 물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흐르는 것을 말한다. 70∼80t으로 측정되면 우물을 팔 수 있으나 100t(수맥폭 60㎝ 이상) 이상은 되어야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지하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