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윤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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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현장을 가다]① ‘2020년 시한부’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열대 권역에서 유일하게 만년설을 간직하고 있다 해서 ‘지구의 신령’으로 불리는 킬리만자로(5895m). 하지만 킬리만자로에는 만년설이 거의 사라졌다. 해발 4703m의 키보(Kibo) 산장에서 바라다본 킬리만자로의 정상은 형편없이 쪼그라든 만년설의 흔적만이 군데군데 남아 있을 뿐이다. 2020년 지구에서 마지막 남아 있는 열대의 만년설에 주어진 시한부 생명은 수사(修辭)가 아니었다.
지난해 11월25일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모시(Moshi)에 도착했다. 킬리만자로로 가는 관문 도시다.
지난해 11월 27일 해발 4703m의 키보(KIbo) 산장 부근에서 바라다본 킬리만자로 정상. 킬리만자로의 상징처럼 여겨진 만년설이 꼭대기 일부분에만 있고, 나머지 지역에는 수목 하나 없는 벌거벗은 땅이 드러나 있다. (모시(탄자니아)/이재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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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신비’를 보러오는 서구의 관광객들로 자못 붐빈다. 다음날 킬리만자로의 정상으로 향하는 6개의 루트 중에서 마랑구(Marangu) 게이트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길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만난 이들이 원주민 차가(Chagga)족이다. 킬리만자로의 자락에서 커피 농사로 삶을 지탱하는 종족이다. 커피는 탄자니아 수출 품목 3위에 달할 만큼 탄자니아에는 생명줄 같은 산물이다. 킬리만자로 커피가 세계 커피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킬리만자로 기슭에 사는 사람들의 주 수입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천혜의 기후와 토양 덕분이다. 고산지 특유의 ‘시원한’ 기온과 ‘충분한’ 물이 그것이다.
하지만 마랑구 게이트로 가는 길목에서는 킬리만자로 커피의 영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커피 밭은 이미 황폐화돼 있다. 곳곳에 말라 죽은 커피 나무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중산 간 킬레마 마을에서 만난 차가족의 커피 재배농 마티야사 모샤(67)는 새삼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몇 년째 계속되는 가뭄에다가 이상고온 탓에 전에 볼 수 없었던 ‘붕구와’라는 해충이 급증, 커피나무의 영양분을 전부 갉아 먹어 버렸다”고 했다. “피해가 워낙 심각해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커피 농사를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모시 등 인근 도시로 떠나는 원주민들이 줄을 이어, 이제는 마을의 절반이 빈집이라고 한다.
커피뿐만 아니다. 탄자니아의 주식인 ‘우갈리’를 만드는 원료인 옥수수 생산도 급속히 감소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강수량이 전례 없이 줄어들고 고온이 계속된 탓에 옥수수의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아몬 키마로(59)는 “햇볕이 많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 옥수수가 종전 크기의 3분의 1도 채 안돼 발육을 멈춰버린다”고 손가락으로 비교하는 시늉을 해보인다.
옥수수 생산의 급속한 감소는 탄자니아에는 기근의 위기로 직결된다. 실제 2006년 탄자니아 전체 인구 3000만명의 12%(370만명)가 아사 위기에 봉착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물의 부족이다. 몇 년째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킬리만자로의 계곡물도 거의 말랐다. 킬리만자로 주변 주민들에게 식수 부족은 일상사다. 킬리만자로 등반 길에서 자신의 몸무게보다 훨씬 무거워 보이는 물통을 양손에 들고 산길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수시로 목격됐다. 1ℓ 남짓 물통을 나르던 줌베 하미스(7)는 “이것도 2시간 걸려 길은 것”이라고 웃었다.
극히 경미한 온도 변화, 강수 변화가 농업은 물론 식수 확보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잠언(箴言)’ 같은 풍경이다.
킬리만자로 등정 길에서 생생히 목도하는 것은 그 외면할 수 없는 풍경들이다. 해발 1980m의 마랑구 게이트 옆에는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무더기로 베어져 있다. 국립공원관리소 로저스 루와고(43)는 “예전에 워낙 강수량이 충분해 물을 많이 흡수해 빨리 자라는 유칼립투스 나무를 호주에서 들여와 대대적으로 심었는데 이제 비가 오지 않아 베어 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해서 보니 주변의 모습도 쇠잔하다.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강수량으로 한때 영화를 자랑한 킬리만자로 중산 간의 숲이 허약하기 짝이 없다. 이를 부추기는 게 남벌이다. 커피와 옥수수 등의 농사가 점차 힘들어지면서 주민들이 숯을 만들어 팔기 위해 마구잡이로 벌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탄자니아 정부는 지난해 초 킬리만자로에서 벌목을 전면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지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립공원관리소 측은 최근 매년 9만3000ha의 숲이 민둥산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가 이처럼 얽히고 설키면서 킬리만자로의 식생(植生)과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화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킬리만자로 등정 4일째. 30도에 육박하는 아프리카 열대 기후가 어느 새 영하 10도를 밑돌 즈음 키보 산장에 도착했다. 정상이 육안으로 목전이다. 만년설은 정상 꼭대기에만 간신히 머물러 있다. 만년설이 흘러내리던 암벽은 앙상한 바위 몸을 처연히 드러내고 있다. 1912년부터 2000년 사이에 정상을 뒤덮었던 빙하의 80% 이상이 이미 녹아 없어졌다.
‘킬리만자로 치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현지 안내인 안토니(26)는 “어릴 때부터 어른들로부터 ‘킬리만자로는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며, 정상의 만년설이 다 녹아 없어지면 화산이 폭발해 모두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들어왔다”며 “믿고 싶지 않지만 그런 재앙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무섭다”고 말했다. 킬리만자로 만년설의 사라짐에 대한 현대 과학자들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는 종족의 삶과 직결된 예언인 셈이다.
얼마 전 킬리만자로 정상에서 살점이 말끔하게 발린 코끼리 뼈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오래 전에는 킬리만자로에 코끼리가 살았고, 그 코끼리를 공격하는 습격자가 살았다는 증좌이다. 이제는 사라진 ‘킬리만자로의 코끼리’처럼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역시 불과 10년 안팎의 수명을 남겨두고 있다. 그 수명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의 재앙에 직면한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일 터이다. 과학자들이 소멸을 경고한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분명 이론이 아니라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모시(탄자니아)|이재국기자 nostalgi@kyunghyang.com〉
'2002년 시한부'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흰점만 남은 검은바위 킬리만자로!
흰점만 남은 검은바위 킬리만자로!
인간의 욕심이 만든 5,895m짜리 검은 바위!
지금껏 살아오면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환경재앙이란 말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고 관심조차 없었다. 기상 재해가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것도 아니고 관광지를 가면 자연의 아름다움은 항상 그곳에서 나를 맞이 했기 때문이다. 지구 곳곳에서 환경 파괴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음을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 그곳에 살고 있지 않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왔고..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지 하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세계 기후변화 현장을 갈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개인적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꺼 같아 지원하게 됐고 현지에 직접 가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환경이 변해가고 있음을 사진과 영상으로 많은 분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였다.
책 표지에서나 보았던 킬리만자로를 직접 본다는 것 자체로 그 설레임은 말할 수 없으리라..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눈이 쌓여 있는 산. 아프리카에 하늘이자 얼굴로 알고 있는 그곳을 직접 간다는건 내 평생 두번 다시 있을 수 없는 기회였다. 현지로 출발하기전 난 기후변화에 따른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미리 공부하고 가면 교과서적인 글만 쓸꺼 같아 준비없이 직접 가서 보고 그 심각성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긴 비행끝에 킬리만자로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이 밤 늦은 시간이라 킬리민자로를 볼 수 없었다. 5895미터의 킬리만자로는 어떤 모습이고 얼마나 높은 산일까 상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까마귀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씻지도 않고 숙소 복도로 뛰쳐 나가 킬리만자로를 바라봤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킬리만자로의 위용은 대단했다. 원래 킬리만자로는 구름에 가려 잘 안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운이 좋은거 같다고 했다. 그말이 무섭게 구름이 킬리만자로를 덮기 시작했다.
오전 등반 준비를 끝내고 낮에 킬리만자로로 향했다. 가장 먼저 만났던 어린이는 차가족의 한 어린이였는데 노란 물통에 물을 가득 담고 걸어가고 있었다. 자기 몸 조차 가누기 힘들 정도의 물통을 들고 맨발로 가는 뒷 모습이 안스러워 뒤 따라가 초코렛을 주었더니 환하게 웃는다. 세상에 이처럼 순수한 얼굴을 내가 본적이 있었는지...아프리카에서 물 부족으로 인해 식수난이 심각하단 말을 들어 왔었고 그 모습을 직접 목격한 순간이었다.
한 마을 지나칠때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주민들의 생계적인 삶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달리 생각해 보면 문명을 모르고 자연과 친구삼아 함께 살아왔던 원주민들인데 끊임없는 인간들의 개발 욕심으로 인해 피해는 결국 이분들이 먼저 진다는 생각에 왜 아무 죄없는 이들에게 하늘이 벌을 내리는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킬리만자로를 오른지 이틀이 지나서야 킬리만자로 정상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그 모습은 책에서 봐 왔던 킬리만자로 모습이 아닌 금방이라도 병에 걸려 죽어가는 모습이었다고 말해야 그 모습이 어떤지 상상이 갈 것이다. 과거 눈으로 덮여 있던 만년설의 모습은 사라지고 검은 바위에 흰점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으로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정상에 올라 눈이 얼마 녹았는지 보고 싶었지만 킬리만자로는 날 반겨주지 않았다. 등정 마지막날 자정쯤 정상을 향해 출발했는데 심한 눈보라가 몰아쳐 체감 추위가 날 얼릴껏만 같았고 이틀째 계속된 고산증으로 인해 결국 5.100여미터에서 등정을 포기해야만 했다. 죽어도 킬리만자로 등정에 성공하겠다 다짐했던 난 자연의 위대함과 환경 보존의 유지가 얼마 소중한가를 이때 깨달았다(모든걸 종합해 깨달았던...).
2020년이 되면 킬리만자로의 남아 있던 눈마져 다 녹는다고 한다. 많은 관광객들이 킬리만자로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킬리만자로의 높이보다 열대지역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모습이 사라진다면..인간의 욕심으로 변해버린 5895미터짜리 검은바위 킬리만자로는 우리곁을 영원히 떠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껏 현실앞에 문제가 닥쳐을때 그 심각성을 알고 뒤 늦은 대비를 해 왔다. 지금 당장 내 앞에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해서 자연이 우리에게 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마음껏 이용한다면 멀지 않아 우리도 큰 재앙이 닥칠꺼라 생각한다.
킬리만자로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사진으로 보며 우리가 후손들에게 어떤걸 물려줘야 할지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우리가 흔히 (책이나 TV를 통해) 봐 왔던 킬리만자로의 모습이다.(킬리만자로 매표소 입구에서 자료사진 촬영)
등반 3일째 되던날 선명하게 보이는 킬리만자로의 모습.
흰점이 박힌 검은 바위로 비유될 만큼 과거 킬리만자로의 모습은 아니었다.
키보산장 (4703m)바라 본 킬리만자로 정상의 모습. 이쪽은 눈이 녹아 사라진지 오래다.
검게 보이는 자리가 과거 눈이 쌓여 있던 자리이다.
검은 바위 위에 붙어 있는 킬리만자로의 눈인데 2020년까지 다 녹아 없어진다고 하니...
우측으로 조그맣게 흰 기둥 두개가 보이는데 눈이 얼마 녹고 있는지 기록하는 장치 이다.
정상에서 찍은 킬리만자로에 붙어있는 눈인데 높이가 7~8미터 정도이다.
킬리만자로 정상.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스티커를 붙여놓고 낙서를 해서 매년 2~3번 바꾼다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 본 사진인데 이 아름다움도 곧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인간의 욕심이 만든 5895m짜리 검은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