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청와대에 1억원의 성금을 기탁한 윤청자(67)씨는 천안함 사건으로 막내아들을 잃었다. 침몰 20일만에 막내아들 고(故) 민평기 상사는 천안함 승조원화장실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충남 부여의 한 시골마을에서 평생을 땅과 자식 농사만 지으며 살아온 윤씨였다. 서른넷의 나이에 아직 장가도 보내지 않은 막내아들을 윤씨는 그렇게 가슴에 묻을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을 땅에 묻은지도 50여일이 되어간다.
윤씨는 성금을 전달하면서 “제가 내는 돈 1억원은 비록 적은 돈이지만 우리 영해와 영토를 한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데 사용해 주시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윤씨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국방부에서 이 돈을 무기만드는데 사용해서, 더 이상 고귀한 생명이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막내아들의 모교인 부여고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걷은 성금 120여만원을 가져왔을 때도, 윤씨는 30만원을 더해 도로 돌려줬다. 그는 “어려운 부모들이 시골에서 자식 가르치려면 피땀을 흘리는데 내가 그 돈을 어떻게 받겠느냐”고 했다.
최근 근황을 묻자 윤씨는 “하루하루 사는게 지옥같다”고 했다. 이어 “그 놈의 천안함 소리는 이제 듣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천안함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덜컥덜컥 내려 앉는듯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윤씨는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려고 하지만 TV나 신문을 볼 때마다 번번이 울화가 치민다고 했다. “이북에서 서울을 불바다 만든다고 악선전하고 있잖아요. 그런 거 보면 내가 열불이 터져서 죽을 지경이에요. 이북은 뭐 주면 이산가족 만나게 해주고, 또 안 주면 딱 끊어버리고. 우리가 수십년 동안 한두번 속아요. 난 그게 더 속상해요.”
영결식장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울분을 터뜨린 것도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4월29일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 영결식장’에서 윤씨는 강 대표 앞으로 다가가 눈물로 하소연했다. “의원님, 북한에 왜 퍼주십니까. 쟤들이 왜 죽었습니까. 이북 X들이 죽였어요. (북한에 돈) 주면 무기만 만들어서 우리 국민 더 죽으라고 이거(대북지원) 주장하십니까. 이북 주란 말 좀 그만하세요. 피가 끓어요.”
강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강 대표는 다음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정부와 한나라당 일부에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몰아 붙이고 있는 것이 역력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그러니까 할머니가 그렇게 생각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이 이야기를 손녀를 통해서야 비로소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는 “난 일개 촌부(村婦)로 일자무식이지만 바보천치는 아니다”며 “정치는 몰라도 내 아들이 왜 죽었는지는 안다”고 했다. 이어 “평소 강기갑 의원이 속한 당이 북한을 돕자는 주장을 많이 한다기에 돕자고만 하지 말고 사건 원인 규명에도 힘써 달라고 부탁하려 한 것”이라며 “강기갑 의원은 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
- ▲ 지난 4월 29일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가운데)가 강기갑 대표를 향해 항의하는 모습 / 뉴시스
강기갑 대표는 이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 윤씨는 “강기갑 의원이 당연히 사과를 할 줄 알았지만,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억울하고 분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이잖아요. 내 자식은 이렇게 갔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돼요. 배웠다는 사람들이 정치싸움이나 하고 서로 잘났다고 하는데, 이제 대한민국이 똘똘 뭉쳐야죠.”
윤씨가 전하는 마지막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