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느낌과 새로 반응한 느낌

[묘원]

맨느낌과 새로 반응한 느낌

인간은 과거에 의도를 가지고 행한 업의 결과로 태어났습니다. 이때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는 원인이고 이 과보로 태어난 것은 결과입니다. 이것이 인과응보고 원인과 결과입니다. 이렇게 태어난 인간은 불가피 상속받아서 지녀야 할 것 중에 느낌이 있습니다. 인간이 산다는 것에는 마음이 대상을 아는 기능도 있지만, 감각기관이 감각대상과 접촉해서 일어나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는 마음과 함께 일어나는 느낌은 윤회할 때 상속받아서 지니는 기능이므로 누구도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감각기관에서 일어나는 느낌이 아니면 살 수 없습니다.

이렇듯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느낌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업의 과보를 받아 반드시 세 가지 느낌을 느낍니다. 세 가지 느낌은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입니다. 이처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세 가지 느낌을 맨느낌이라고 합니다. 세 가지 느낌은 조건에 따라 계속 교차하면서 일어나므로 결국 이 느낌이 모두 괴로움으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인간이 생존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괴로울 수밖에 없어 괴로움을 성스러운 진리라고 합니다. 어떤 현상이나 있는 그대로의 것이 진리입니다. 그래서 모든 생명이 가진 특성인 무상, 고, 무아를 진리라고 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불가피 맨느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서 나는 즐거움을 느끼고 또 여기에 반응해서 감각적 욕망을 키웁니다. 또 괴로운 느낌을 느끼고 여기에 반응해서 악한 의도를 가지고 화를 냅니다. 또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을 느끼고 여기에 반응해서 무관심하게 보내면서 어리석음을 키웁니다. 이처럼 인간은 일차적으로 일어나는 맨느낌만 느끼지 않습니다. 즐거운 느낌이 일어난 일차적 느낌에 다시 즐거운 느낌에 반응한 이차적인 즐거운 느낌을 일으킵니다. 괴로운 느낌이 일어난 일차적 느낌에 다시 괴로운 느낌에 반응한 이차적인 괴로운 느낌을 일으킵니다.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이 일어난 일차적 느낌에 다시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에 반응한 이차적인 즐겁지도 괴롭지 않은 느낌을 일으킵니다. 이런 식으로 세 가지 느낌은 처음에 일어난 맨느낌에서 다시 반응한 이차적인 느낌이 일어나 느낌을 증폭시켜 온갖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입니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일차적인 맨느낌은 느끼지 않을 수 없지만, 이차적으로 반응한 느낌은 내가 새로 일으킨 감정입니다. 처음에 맨느낌의 화살을 맞고 두 번째 감정의 화살을 맞으면 상처가 깊어집니다. 한 번 맞아도 될 느낌을 두 번이나 맞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처음에 괴로운 느낌이 일어났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새로 반응해서 일어난 두 번째 느낌은 내가 선택해서 일으킨 느낌이라서 이때의 느낌은 전적으로 내 탓입니다. 첫 번째 맞은 맨느낌이라는 화살은 과보로 맞은 것이고, 두 번째 맞은 화살은 내가 새로 만든 행위라서 업입니다. 그래서 또 새로운 과보를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윤회고 상속의 괴로움이 연속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감정이란 나의 감각기관이 감각대상과 접촉할 때 일어나는 맨느낌의 상태에서 이차적으로 발생한 좋거나 싫다는 느낌이며 마음가짐입니다.

이런 느낌의 증폭으로 내가 즐거울 때는 반드시 즐거움을 집착하여 연기를 회전시켜 윤회합니다. 이런 느낌의 증폭으로 내가 괴로울 때는 반드시 괴로움을 집착하여 연기를 회전시켜 윤회합니다. 이런 느낌의 증폭으로 내가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을 때는 반드시 즐겁지도 괴롭지 않은 느낌을 집착하여 연기를 회전시켜 윤회합니다. 이처럼 한 번도 힘든 느낌을 두 번씩 되풀이하기 때문에 인간은 한순간도 괴롭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한 번의 느낌으로 괴로움을 겪어서 연료가 소진하면 내가 새롭게 반응해서 새로운 연료를 스스로 공급합니다. 결국 나의 괴로움은 내가 반응한 연료로 지속합니다.

이처럼 맨느낌으로 끝나지 않고 맨느낌에 새로 반응하는 것은 연료의 소모를 방지하는 역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바로 괴로움을 되풀이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입니다. 일차적으로 일어난 맨느낌이나 내가 이 느낌에 반응해서 나의 감정이 포함된 이차적 느낌은 모두가 느낌으로서는 똑같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느껴야 하는 맨느낌과 내가 새로 반응해서 일어난 느낌은 똑같은 느낌이 아닙니다. 처음에 일어난 맨느낌은 선업과 불선업이 개입되지 않아서 업이 아니고 단지 과보일 뿐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내가 개입해서 반응한 결과로 일어난 느낌은 선업과 불선업의 의도로 한 행위라서 업입니다.

만약 맨느낌을 느끼고 말면 업이 아니라서 윤회의 괴로움이 계속되지 않고 끝납니다. 하지만 맨느낌에 반응하여 스스로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면 업이라서 과보를 받아 윤회의 괴로움이 계속되어 다시 태어납니다. 그래서 성자는 괴롭고 말아서 윤회가 끝나지만 보통사람은 괴로움에 반응하여 괴로움을 연장시켜 윤회를 계속합니다. 이것이 깨달음과 깨닫지 못한 차이입니다. 괴롭지 않은 삶을 살려면 눈이 형상을 볼 때 보고 말아야 합니다. 귀가 소리를 들을 때 듣고 말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볼 뿐이고 들을 뿐이어야 합니다.

코가 냄새를 맡을 때 냄새를 맡고 말아야 합니다. 혀가 맛을 느낄 때 맛을 느끼고 말아야 합니다. 몸이 대상과 접촉할 때 접촉하고 말아야 합니다. 마음이 생각을 일으킬 때 생각하고 말아야 합니다. 이처럼 감각기관이 감각대상과 접촉해서 느낌이 일어날 때 단지 느낌이 일어난 상태를 아는 것으로 그치면 더는 반응하지 않아서 새로운 업을 만들지 않습니다. 새로운 업을 만들지 않으니 더는 받을 것이 없어서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붓다가 경험하신 깨달음입니다. 붓다께서는 모두 이 길로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 않고 대상과 접촉해서 느낌이 일어날 때 좋다거나 싫다고 새로 반응하면 괴로움이 커질 뿐만 아니라 괴로움을 지속시키는 윤회를 합니다.

이처럼 나의 괴로움은 매 순간 느낌을 느낄 때마다 일어납니다. 그래서 느낌에서 갈애로 넘어가는 자리가 깨달음의 황금의자라고 합니다. 깨달음은 보리수 아래서 얻는 것이 아니고 네란자라 강가에서 얻는 것이 아닙니다. 깨달음은 나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 일어나는 자리에 있습니다. 만약 느낌이 일어났을 때 느끼고 말면 느낌에서 갈애로 넘어가지 않아 사성제의 진리가 완성됩니다. 이것이 오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입니다.

단 하나의 유일한 길이 팔정도고 계정혜며 삼학이고 위빠사나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 때문에 중도라고 하며 또 다르게는 무상, 고, 무아라고도 합니다. 무상, 고, 무아는 존재의 특성을 말하는 것으로 몸과 마음을 꿰뚫어서 아는 지혜입니다. 오직 이런 통찰지혜에 의해서만 갈애와 집착이 사라져 더는 업을 생성하지 않습니다. 이 결과로 다시 태어날 원인이 사라져 오랜 윤회의 괴로움에서 벗어납니다. 이러한 정신적 상태를 열반이나 해탈이라고 하며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통찰지혜는 오직 몸과 마음에 있는 느낌을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느낌으로 사는데 이 느낌 자체가 무상하고 괴로움이며 무아입니다. 특히 느낌은 감각기관에서 일어나는 감각기능이지 내 느낌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감각기관이 경험하는 느낌을 내 느낌이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느낌은 몸과 마음이란 감각기관이 경험하는 것일 뿐이지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또 이것을 내가 아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순간의 마음이 알 뿐입니다. 이때의 느낌도 내 느낌이 아니고 이때의 마음도 내 마음이 아닙니다. 몸과 마음은 나의 것이 아니고 내가 아니고 나의 자아가 아니라고 알면 집착이 소멸한 해탈의 자유를 얻습니다. 이것이 가장 고귀하고 가장 최상의 행복이라서 지고의 행복이라고 합니다.

[아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