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이 되었다. 그런데 나의 소망은 꿈이 되고 말았다. 고향길이 막힌 것이다.
한국에서의 첫 삶은 군대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의 사회생활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싶었다. 후방인 경주 제3육군병원 정훈과로 왔다. 이곳은 고요한 옛 신라의 천년 고도인 경주다. 이렇게 나는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제2의 생활을 경주에서 시작했다. 자유의 나라 대한민국은 보는 것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하다. 그래서 나는 왕초보로 시작한다. 97 |
한글, 한문, 영어, 언어, 생활양식 등 모든 것을 새로 배우며 익혀야 하낟. 토요일과 일요일은 자유롭게 경주 곳곳을 돌아다녔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찬란한 역사가 숨 쉬는 곳이라 보고 듣고 배울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렇게 한국사회에 적응해 간다. '자유' 정말 이렇게 사는 것이 참 자유구나. 맘껏 자유를 누렸다. 나는 나비처럼 공중에서 훨훨 나는 기분이었다.
따뜻한 여름이다. 병원장, 미 고문관, 정훈장교, 나 네 사람이 미 고문관 지프차로 외출했다. 도착한 곳은 '불국사경주호텔'이다.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 이런 곳은 내가 세상에서 태어나서 처음이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조금 긴장되었다.
레스토랑 홀은 넓고, 분위기는 아늑했다. '와. 좋다.' 그때 식탁 위를 보고 당황했다. 98 |
나는 지금까지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식사를 했는데 작은 숟가락과 포크와 나이프가 보인다. 이걸로 어떻게 밤을 먹어야 하나? 순간 지혜가 생겼다. '앞의 병원장이 하는 대로 나도 따라서 하자' 잠시 후에 흰죽스프와 생야채를 무친(샐러드)가 나왔다. 병원장이 작은 숟가락을 든다. 나도 들었다. 그렇게 해서스프를 먹었다.
부드럽고 향긋한 그 맛 너무 맛있다. '와' 서양 사람들은 이렇게 먹으면서 사는구나. 생각하니 부러우면서도 조금은 샘이 났다. 이어서 큼직한 구운 쇠고기 스테이크가 나왔다. 처음 보는 구운 쇠고기다. 갑자기 내 눈이 커진다. 병원장이 포크를 잡는다 나도 잡았다. 나이프를 잡는다 포크로 고기를 찍고 나이프로 고기를 썬다. 나도 그렇게 부지런히 흉내를 내면서 먹었다. 99 |
'정말 맛있다 세상에...' 참 맛있게 먹었는데 실은 흉내를 내느라 정신없이 먹었다. 내가 한국 생활에서 처음 먹어 본 맛있는 서양음식 스테이크다.
당시는 휴전 후라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운 때다 그런 때에 내가 한국의 호텔 레스토랑에서 서양식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날 나는 왕 촌놈이 왕 출세한 날이다. 돌아오는 길에 그 맛에 취했다. 와 행복하다. 나는 북한의 동토의 땅에서 살다가 한국에서 아직 사회에 들어오기도 전에 이렇게 한국에서 행복을 경험했다.
그날의 행복이 내가 사회에 나와 적응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그후 6개월이 지나서 나는 군에서 제대하고 경주에서 터를 잡았다. 경주는 나의 제2의 고향이다. 100 |
나는 그날의 그 맛을 어찌 잊으리요. 그래서 이렇게 병사의 일기에 담았다.
사람은 고생을 해 봐야 참 행복을 안다. 사람은 북한 독재를 겪어봐야 참 자유를 안다. 사람은 전쟁을 겪어 보야 참 평화를 안다. 101 |
첫댓글 자유의 소중함이 더 절절합니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유 대한민국 내 조국